범서방파 대굴욕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4: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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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두목님 개망신…김태촌 뜨니 '동네북'

[일요시사=사회팀] 서울 청담동 유명 고깃집 사장이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 납치됐다. 고깃집 사장의 정체는 유명 조폭이었다. 연예계는 물론 정·재계에도 발을 뻗친 이 거물을 누가 납치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80년대 전국구 주먹시대를 열었던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가 지난달 5일 세상을 떠났다. 김씨를 기억하는 이들은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로 시시각각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범서방파 조직원 나모(48)씨도 있었다. 나씨는 김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로 유족들과 함께 김씨의 장례식을 도맡아 옛 보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킨 심복 중의 심복이다.

김태촌 사후
최측근 납치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나씨는 범서방파와 경쟁 관계에 있는 국제PJ파 조직원 조모(54)씨 등에게 납치·폭행을 당했다. 나씨의 납치 사건은 지난 3일 벌어졌다. 범서방파 조직원으로 전해진 익명의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이날 가해자 조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나씨에게 전화를 걸어 "할 말이 있으니 잠깐 만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와 나씨는 과거 금전거래를 하는 등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 인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청담사거리에는 나씨가 운영하는 유명 고깃집이 있었다. 특별한 의심 없이 조씨를 만나러 간 나씨는 이날 오후 9시께 차를 몰고 나타난 조씨를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조씨는 나씨에게 "나와 이야기 좀 하자"며 나씨의 승차를 권했고, 차에 탄 나씨는 조씨에게 납치당했다.

조씨의 차량은 경기도 용인 기흥 방면으로 향했다. 이동 과정에서 조씨는 조폭 5명과 함께 나씨를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함께 있던 조폭 5명이 국제PJ파 소속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나씨를 납치한 차량은 서울을 떠난 지 약 5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1시50분께 기흥 휴게소에 도착했다. 나씨는 그곳에서 조씨 등에게 "소변이 마려우니 내려달라"고 말한 뒤 차량 밖으로 급히 빠져나왔다. 휴게실 식당에 숨은 나씨는 곧장 경찰에 납치·폭행사실을 신고했고, 신고 사실을 눈치 챈 조씨 일당은 즉각 사건 현장에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3대 패밀리 주축 악명 높은 전국구 조직
사실상 1인자 국제PJ파에 납치·폭행

사건 관련 진술에서 A씨는 "조씨가 나씨에게 '곧 큰 도박판이 열리니 2억원을 준비하라'고 전했다"면서 "국제PJ파는 오래 전부터 범서방파와 경쟁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엿보다가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씨는 경찰 조사에서 개인적 채무 관계로 일어난 말다툼이 커진 사건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간의 세력 다툼을 말한 A씨와 개인 원한을 말한 나씨의 진술이 상호 엇갈리는 상황. 현재 경찰은 금전 관계로 인한 납치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조폭 간 세력 다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씨와 조씨 모두 오래 전부터 거대 조직의 실력자로 지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 A씨는 이번 사건을 전하며 "나씨가 최근 범서방파 새 두목으로 추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나씨가 새 두목으로 추대돼 조직을 이끌어왔다는 소문은 와전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나씨와 고인인 김씨가 워낙 친밀했다 보니 "나씨가 조직을 다시 추스르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확대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씨 주변을 수년간 취재해 온 한 기자는 "나씨가 범서방파에서 행동대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복수 언론에 이미 확인된 내용으로 나씨는 김씨가 전성기를 맞았던 1980년대부터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86년 7월 인천에서 벌어진 뉴송도호텔 사건에 개입한 김씨는 나씨에게 사주해 뉴송도호텔 H모 사장을 습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뉴송도호텔 사건은 서울고검 P모 부장검사의 이권개입 파문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검사와 조폭간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났고, 이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P검사는 결국 옷을 벗었고 폭행을 사주한 김씨는 수감됐다. 특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김씨는 수감 이후 많은 수하를 잃었는데 약해진 범서방파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나씨는 계속 김씨 곁을 지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수감과 출소를 반복하던 90년대. 범서방파 출신 조직원들은 차례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연예매니지먼트, 외식 사업 등에서 성공을 거뒀다. 사업가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둔 나씨 역시 고깃집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간에서는 김씨가 출소 후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자 몇몇 후배들이 김씨에게 예우 차원에서 돈봉투를 건넸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김씨 주변에서는 "김씨가 잘 모르는 돈을 받았다가 또다시 사정기관의 표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 같다"는 증언도 들렸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김씨는 돈봉투를 거의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씨 곁을 꾸준히 지킨 나씨는 김씨 투병 중에도 남몰래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수차례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의심이 많았던 김씨지만 그런 김씨도 나씨에게만큼은 마음을 터놨던 것으로 보였다.

은퇴한 실력자
최대조직 보스

김씨가 대외적으로는 손을 씻고 신앙 활동에 전념한 사이 나씨는 사업을 더욱 확장시켰다. 특히 나씨가 1999년부터 운영했던 고깃집은 명사들의 단골집으로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2000년대 초반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고깃집으로 수차례 전파를 탔던 P고깃집은 분점을 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집의 단골 명사로 알려진 배우는 한류스타 B씨, 남자 배우 S씨, P씨, K씨, L씨, 여자배우 L씨, S씨, C씨, H씨 등이며, 가수 L씨와 J씨, 개그맨 L씨와 Y씨도 이 고깃집에 자주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깃집 사장인 나씨의 휴대폰에는 40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주로 연예계 종사자들이 많은데 웬만한 방송 드라마 종영 파티도 이 고깃집에서 열릴 정도로 연예계와 나씨의 친분은 두텁다.

특히 가수 K씨는 나씨의 고깃집 운영이 어려워지자 수천만원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등 나씨와 각별한 우정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었다. 한때는 의형제라고 불릴 정도로 붙어 다니며, K씨 측근들과 자주 술자리를 갖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4년 나씨는 수입 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다가 경찰에 탈세 혐의로 체포됐는데 이때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바로 K씨다. K씨 외에도 L씨와 Y씨 등이 "나씨는 예술을 이해할 줄 아는 분"이라며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 나씨는 수입 갈빗살과 안창살을 한우로 속여 팔아 모두 42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10억여원에 이르는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다.

나씨는 지난 2007년 H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도 연루됐다. 당시 행동책이었던 범서방파 출신 오모씨가 그룹 측 관계자와 나씨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만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나씨가 직접 폭행에 관여한 건 아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나씨의 마당발 인맥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나씨가 지금도 조폭계 거물로 분류되는 건 이 같은 넓은 인맥에 기인한다는 것이 사정기관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한 경찰 관계자는 "나씨가 과거 '3대 패밀리'로 불렸던 범서방파 출신인 건 사실이나 실질적인 역할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씨가) 아마도 사업이 잘 풀리면서 오래전 현역을 은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경찰은 현재 범서방파 조직원을 11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50대에 가깝거나 이미 50대를 넘긴 원로급으로 일선에서 조직 활동을 벌이기에는 다소 나이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나씨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 때문에 주변에서는 늘 나씨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씨가 한우를 공급받았던 호남 일대의 축산 농장도 조폭들의 은신처로 의심받았을 정도다.

특히 과거 범서방파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조폭들은 돈벌이가 여의치 않을 때면 과거 조직원들을 찾아가 '반강제적인 도움'을 요청했는데 주로 성공한 사업가들이 그 타깃이 됐다. 그리고 이들 사업가 중 일부는 현역들의 꾀임에 넘어가 다시 조폭 사업에 발을 들이는데 나씨가 지금도 이들 조폭의 이권다툼에 개입됐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은퇴 했다니까
돈만 내놓으쇼

이런 나씨를 납치한 국제PJ파는 호남을 근거로 한 광주지역 최대폭력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PJ파는 1986년 무렵, 광주 충정로에 있는 국제당구장과 PJ음악감상실을 주 집결지로 애용했는데 이를 수사하던 당국은 이들을 묶어 국제PJ파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국제PJ파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제PJ파의 탄생 배경과 관련 한편에서는 범서방파 일원이었던 김모씨가 서열 문제로 조직을 나와 국제PJ파를 만들었다는 설이 들린다. 하지만 호남을 근거로 한 조직이 워낙 많은 탓에 이들의 계보가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현재 범서방파와 국제PJ파 전쟁설이 도는 이유는 양 조직 모두 호남 출신 조폭이라는 공통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찍이 전국구 반열에 올라선 범서방파와 달리 국제PJ파는 호남에 남아 세를 키웠다. 이는 양 조직 간의 격차를 불러왔다. 범서방파 김씨가 정·관계를 주무르며 사업의 스케일을 불린 것과 달리 국제PJ파의 조씨 등은 독자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 실제 조직원 규모에서는 두 조직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굴리는 돈다발'이 다르다 보니 양 조직 간 격차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김씨 수감 후 범서방파는 대부분 서울에 자리 잡고 안정적인 소득원을 찾았다. 하지만 국제PJ파는 1990년대부터 광주지검의 집중 수사를 받으며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았다.

개인적인 원한? 조직 세력다툼?
"조만간 피 튀는 전쟁 일어난다"
범서방파 vs 국제PJ파 혈전 임박

재계와의 커넥션을 담당했던 현모씨, 여모씨 등이 구속됐고 이번 납치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조씨도 수감됐다. 국제PJ파가 이제 막 전국구로 올라설 무렵이었다.

그러다보니 국제PJ파는 늘 범서방파에 대해 '매스컴이 만들어 낸 조폭'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세력도 약하고 깜냥도 안 되는 조직이 한 마디로 너무 과대 포장됐다'는 푸념이었다.

국제PJ파는 호남에 남아 다른 조직과 '전쟁'도 하고 조직 보존을 위해 여러 활로를 개척하는 등 나름 조직범죄를 벌여왔다. 하지만 범서방파는 알려진 것에 비해 조직 활동도 전무하고, 그 흔한 업소 관리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2000년대 중반까지 조직원이 12명으로 축소된 범서방파와 달리 국제PJ파는 58명을 유지하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조씨 등 수뇌부는 이미 너무 많이 사정기관에 노출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서울에 기반이 있는 조직들은 손을 씻고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지방 조직들은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자리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제PJ파가 하우스 도박 등을 서울 인근에서 벌여온 것은 바로 본격적인 서울 진출의 신호로 해석됐다. 지방에서 안 되는 장사를 하느니 위험부담이 좀 있더라도 서울에서 돈 되는 장사를 하겠다는 속셈이다.

지난 2011년 나씨가 모친상을 당하자 김씨는 빈소로 조화를 보냈다. 국제PJ파도 조화와 함께 빈소에 방문했다. "내가 친하거나 존경하진 않아도 지킬 땐 지키는 게 건달들의 룰"이라고 한 전직 조폭은 얘기했다. 이렇듯 김씨 생전까지만 해도 양 조직 간 전쟁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김씨가 그들 세계에서 분명한 '선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다르다고 한 관계자는 얘기한다. 이 관계자는 거듭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조직 대 조직 간의 전쟁은 힘들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조직으로 움직이면 형량도 배가 되는데 그것도 현행범으로 체포될만한 일을 누가 하겠냐는 것이다.

전쟁보다
조직보존

이렇듯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조씨 등은 현재 나씨 납치·폭행 외에도 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다. 그들은 현재 비닐하우스 등에서 속칭 '산도박'을 벌이고 있을 수도 있고, 오피스텔 등을 빌려 '하우스 도박'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나 분명한 건 최근 국제PJ파 자금줄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적 정황이다. 이 같은 전제 하에 '조직 대 조직'의 전쟁은 힘들어도 '조직 대 개인'의 린치는 앞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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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