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버티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속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3: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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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 까도 꼿꼿…맷집 센 '양파남'

[일요시사=사회팀] '청문회 스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는 최근 '흡사마'라는 애칭이 붙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기저기서 돈을 빨아댄다"는 나름(?)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 후보자는 이번 헌법재판소장 청문회를 통해 일약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패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청문회 이후 한동안 잠적했던 이 후보자가 최근 언론을 통해 귀환했다. 인터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말 그대로 엘리트 출신이다. 적어도 드러난 경력으로는 실패를 모르는 삶을 살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치며 이듬해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그리고 1978년부터 판사 업무를 시작했다. 2006년 9월에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재판관에 선출됐다. 법조인으로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은 셈이다.

판사로 탄탄대로
06년 헌재 입성

그러나 이 후보자는 헌재 재직 시절 사회적 쟁점이 됐던 판결에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BBK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에서 7명의 재판관은 '참고인 동행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후보자는 당시 김희옥 재판관(현 동국대학교 총장)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된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야간옥외집회금지'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로 판정됐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정치인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헌법재판관 시절 소수의견이 굉장히 많았다"며 "구체적으로는 친일·친여·친재벌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2013년 1월 정부는 대한민국 헌재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 표면상으로는 현 정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추천한 형태였다.

그러나 후보자 선정과 동시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 31건에 달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건 위장전입이었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992년 경기 분당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1995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가족들과 세대분리를 했다. 그리고 이 후보자 본인만 위장전입했다.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 해명 미흡
자진사퇴 예상 뒤엎고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투기목적이 없었다"면서 "자녀교육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검증의 칼날은 이전보다 더 매섭게 이 후보자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이른바 '친일 판사' 논란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는 친일파 재산을 국가로 환수하는 법안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시 재판부가 5대 4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 점,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도 위헌 판결을 내린 점 등을 반박할 수 있었겠지만 '친일 판결'을 내렸다는 딱지는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더불어 이른바 '위안부 배상청구권' 판결에서도 이 후보자는 외교통상부가 위안부 배상 문제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행정부 소속인 외교통상부 고유 업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판결문은 그럴 듯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후보자는 '친일 판사'란 낙인을 벗지 못했다.


위장전입 시인
친일판사 낙인

이밖에도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드러난 편법과 부정은 이 후보자에게 '생계형 권력주의자'란 오명을 안겼다. 이 후보자는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취득하는가 하면 헌재 재임 시절 근무시간 중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2011년에는 부인과 함께 근무시간 중 싱가포르로 출국했는데 헌재 측에 휴가나 출장을 미리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 11월 독일과 체코에 11일간 체류하면서 항공비 412만원을 포함해 829만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신청했다. 이때 지급된 항공비는 이코노미좌석을 비즈니스좌석으로 교체하는데 쓰였다. 더 좋은 좌석을 이용하기 위해 출장비를 추가로 요청한 것. 반대로 일등석 항공권을 발급받은 뒤 그보다 값이 싼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변경해 차액을 챙겼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큰 이 후보자는 공무상 출장 중 부인과 함께 불법으로 해외경비를 지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셋째 딸의 유학비용 중 3만6000달러를 불법 송금해 외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의 장남에게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지워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자동차 홀짝제를 피할 수 있도록 "관용차를 더 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법원 송년회 때 "삼성의 협찬을 받아와라"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재판관으로 재임하면서 재산은 6억원이 늘었는데 재산 증식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와 함께 헌재에서 일했던 한 경리과 직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한 것은 부적절했다"고도 증언했다.

'표결반대' 새누리당 슬그머니 입장 선회
민주당 "가치도 없어…알아서 그만둬라"

불법 정치자금 후원에 집 근처서 업무 추진비 수백만원을 부당 사용한 전력 등 이 후보자에게 붙은 혐의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심지어 청문회 전부터 이 후보자 선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권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달 21일 이 후보자는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뻣뻣한 자세를 취했던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쏟아지는 추궁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질의 중인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 이 후보자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시종일관 진정성 없는 답변에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고 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에게 '이돈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쯤이다. "재판관으로서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돈만 밝힌다"는 네티즌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돼야 했지만 야당 측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위장전입, 공금횡령, 정치적 편향성 등 청문회서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 내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이 후보자를 옹호하던 여당 측 일부 의원들도 등을 돌렸다. 강제로 보고서를 채택했을 경우 돌아올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처럼 모두가 등을 돌릴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자진사퇴 해야
인신공세 중단

박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관련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가 자꾸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냐"고 일갈했다. 이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이 무렵 이 후보자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청문회 이후 긴 잠행에 들어간 상태였다. 잠적을 앞두고 이 후보자는 몇몇 언론을 통해 "청문회서 드러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만 계속 반복했을 뿐이다.


사실상 부적격자로 판명난 이 후보자였지만 박 당선자의 입김은 무서웠다. 지난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정현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 후보자 선임에 대한 국회 표결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동흡 후보자 구하기'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 후보자는 청문회 15일 만에 잠행에서 돌아와 KBS 등과 지난 5일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들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던 이 후보자는 이날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퇴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 사퇴설을 일축했다. 표결 전까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오히려 "현재 인사청문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빗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할까 겁난다”면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을 다 변명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문회 때보다는 자세를 낮춘 모습이었다.

다음 날인 6일 박 당선자는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와 '표결처리'를 언급하며 사실상의 이 후보자 지원군을 자처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만큼 표결을 통해서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론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밀어붙이면 박근혜도 정치적 타격 불가피
"얼굴에 철판 깔았다"

며칠 전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이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이었다. 결국 여당 내의 반대파가 얼마나 응집력을 발휘할지가 표결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까지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대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표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 동의가 부결된다면 당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야당 측은 표결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강창희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에도 여론은 선임 반대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결국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민주통합당은 우선 '돌아온 탕아'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변인실은 지나 5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즉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부천사 돈흡
참여연대 고발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 후보자는 또 한 번의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재임 중 받았던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현재 횡령 의혹이 있는 3억원이라는 돈을 도로 토해내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회사 공금을 내 마음대로 쓰고 다시 돌려놓겠다는 꼴"이라며 "한 마디로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6일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횡령(배임)죄를 범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동흡은?>

▲1968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197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 합격
▲197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민사법 석사 
▲1978년 부산지방법원 판사 임용
▲1998년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2000년 수원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우
▲2000년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 부장판사
▲2003년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 부장판사
▲2005년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2005년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2005년 수원지방법원 법원장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2013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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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