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버티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속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3:26:25
  • 댓글 0개

까도 까도 꼿꼿…맷집 센 '양파남'

[일요시사=사회팀] '청문회 스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는 최근 '흡사마'라는 애칭이 붙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기저기서 돈을 빨아댄다"는 나름(?)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 후보자는 이번 헌법재판소장 청문회를 통해 일약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패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청문회 이후 한동안 잠적했던 이 후보자가 최근 언론을 통해 귀환했다. 인터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말 그대로 엘리트 출신이다. 적어도 드러난 경력으로는 실패를 모르는 삶을 살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치며 이듬해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그리고 1978년부터 판사 업무를 시작했다. 2006년 9월에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재판관에 선출됐다. 법조인으로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은 셈이다.

판사로 탄탄대로
06년 헌재 입성

그러나 이 후보자는 헌재 재직 시절 사회적 쟁점이 됐던 판결에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BBK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에서 7명의 재판관은 '참고인 동행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후보자는 당시 김희옥 재판관(현 동국대학교 총장)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된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야간옥외집회금지'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로 판정됐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정치인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헌법재판관 시절 소수의견이 굉장히 많았다"며 "구체적으로는 친일·친여·친재벌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2013년 1월 정부는 대한민국 헌재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 표면상으로는 현 정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추천한 형태였다.

그러나 후보자 선정과 동시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 31건에 달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건 위장전입이었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992년 경기 분당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1995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가족들과 세대분리를 했다. 그리고 이 후보자 본인만 위장전입했다.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 해명 미흡
자진사퇴 예상 뒤엎고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투기목적이 없었다"면서 "자녀교육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검증의 칼날은 이전보다 더 매섭게 이 후보자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이른바 '친일 판사' 논란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는 친일파 재산을 국가로 환수하는 법안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시 재판부가 5대 4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 점,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도 위헌 판결을 내린 점 등을 반박할 수 있었겠지만 '친일 판결'을 내렸다는 딱지는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더불어 이른바 '위안부 배상청구권' 판결에서도 이 후보자는 외교통상부가 위안부 배상 문제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행정부 소속인 외교통상부 고유 업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판결문은 그럴 듯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후보자는 '친일 판사'란 낙인을 벗지 못했다.


위장전입 시인
친일판사 낙인

이밖에도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드러난 편법과 부정은 이 후보자에게 '생계형 권력주의자'란 오명을 안겼다. 이 후보자는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취득하는가 하면 헌재 재임 시절 근무시간 중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2011년에는 부인과 함께 근무시간 중 싱가포르로 출국했는데 헌재 측에 휴가나 출장을 미리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 11월 독일과 체코에 11일간 체류하면서 항공비 412만원을 포함해 829만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신청했다. 이때 지급된 항공비는 이코노미좌석을 비즈니스좌석으로 교체하는데 쓰였다. 더 좋은 좌석을 이용하기 위해 출장비를 추가로 요청한 것. 반대로 일등석 항공권을 발급받은 뒤 그보다 값이 싼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변경해 차액을 챙겼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큰 이 후보자는 공무상 출장 중 부인과 함께 불법으로 해외경비를 지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셋째 딸의 유학비용 중 3만6000달러를 불법 송금해 외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의 장남에게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지워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자동차 홀짝제를 피할 수 있도록 "관용차를 더 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법원 송년회 때 "삼성의 협찬을 받아와라"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재판관으로 재임하면서 재산은 6억원이 늘었는데 재산 증식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와 함께 헌재에서 일했던 한 경리과 직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한 것은 부적절했다"고도 증언했다.

'표결반대' 새누리당 슬그머니 입장 선회
민주당 "가치도 없어…알아서 그만둬라"

불법 정치자금 후원에 집 근처서 업무 추진비 수백만원을 부당 사용한 전력 등 이 후보자에게 붙은 혐의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심지어 청문회 전부터 이 후보자 선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권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달 21일 이 후보자는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뻣뻣한 자세를 취했던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쏟아지는 추궁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질의 중인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 이 후보자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시종일관 진정성 없는 답변에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고 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에게 '이돈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쯤이다. "재판관으로서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돈만 밝힌다"는 네티즌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돼야 했지만 야당 측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위장전입, 공금횡령, 정치적 편향성 등 청문회서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 내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이 후보자를 옹호하던 여당 측 일부 의원들도 등을 돌렸다. 강제로 보고서를 채택했을 경우 돌아올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처럼 모두가 등을 돌릴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자진사퇴 해야
인신공세 중단

박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관련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가 자꾸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냐"고 일갈했다. 이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이 무렵 이 후보자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청문회 이후 긴 잠행에 들어간 상태였다. 잠적을 앞두고 이 후보자는 몇몇 언론을 통해 "청문회서 드러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만 계속 반복했을 뿐이다.


사실상 부적격자로 판명난 이 후보자였지만 박 당선자의 입김은 무서웠다. 지난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정현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 후보자 선임에 대한 국회 표결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동흡 후보자 구하기'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 후보자는 청문회 15일 만에 잠행에서 돌아와 KBS 등과 지난 5일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들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던 이 후보자는 이날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퇴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 사퇴설을 일축했다. 표결 전까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오히려 "현재 인사청문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빗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할까 겁난다”면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을 다 변명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문회 때보다는 자세를 낮춘 모습이었다.

다음 날인 6일 박 당선자는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와 '표결처리'를 언급하며 사실상의 이 후보자 지원군을 자처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만큼 표결을 통해서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론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밀어붙이면 박근혜도 정치적 타격 불가피
"얼굴에 철판 깔았다"

며칠 전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이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이었다. 결국 여당 내의 반대파가 얼마나 응집력을 발휘할지가 표결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까지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대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표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 동의가 부결된다면 당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야당 측은 표결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강창희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에도 여론은 선임 반대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결국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민주통합당은 우선 '돌아온 탕아'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변인실은 지나 5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즉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부천사 돈흡
참여연대 고발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 후보자는 또 한 번의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재임 중 받았던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현재 횡령 의혹이 있는 3억원이라는 돈을 도로 토해내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회사 공금을 내 마음대로 쓰고 다시 돌려놓겠다는 꼴"이라며 "한 마디로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6일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횡령(배임)죄를 범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동흡은?>

▲1968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197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 합격
▲197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민사법 석사 
▲1978년 부산지방법원 판사 임용
▲1998년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2000년 수원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우
▲2000년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 부장판사
▲2003년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 부장판사
▲2005년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2005년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2005년 수원지방법원 법원장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2013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