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버티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속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3: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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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 까도 꼿꼿…맷집 센 '양파남'

[일요시사=사회팀] '청문회 스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게는 최근 '흡사마'라는 애칭이 붙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기저기서 돈을 빨아댄다"는 나름(?)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 후보자는 이번 헌법재판소장 청문회를 통해 일약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패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청문회 이후 한동안 잠적했던 이 후보자가 최근 언론을 통해 귀환했다. 인터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말 그대로 엘리트 출신이다. 적어도 드러난 경력으로는 실패를 모르는 삶을 살았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경북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치며 이듬해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그리고 1978년부터 판사 업무를 시작했다. 2006년 9월에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재판관에 선출됐다. 법조인으로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밟은 셈이다.

판사로 탄탄대로
06년 헌재 입성

그러나 이 후보자는 헌재 재직 시절 사회적 쟁점이 됐던 판결에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BBK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에서 7명의 재판관은 '참고인 동행명령'을 제외한 나머지 법률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후보자는 당시 김희옥 재판관(현 동국대학교 총장)과 함께 위헌 의견을 냈다.

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된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야간옥외집회금지'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로 판정됐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정치인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헌법재판관 시절 소수의견이 굉장히 많았다"며 "구체적으로는 친일·친여·친재벌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2013년 1월 정부는 대한민국 헌재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이 후보자를 낙점했다. 표면상으로는 현 정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추천한 형태였다.

그러나 후보자 선정과 동시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 나왔다. 언론에 보도된 의혹만 31건에 달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건 위장전입이었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992년 경기 분당에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1995년 6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가족들과 세대분리를 했다. 그리고 이 후보자 본인만 위장전입했다.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 해명 미흡
자진사퇴 예상 뒤엎고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이 후보자는 "투기목적이 없었다"면서 "자녀교육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검증의 칼날은 이전보다 더 매섭게 이 후보자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이른바 '친일 판사' 논란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는 친일파 재산을 국가로 환수하는 법안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시 재판부가 5대 4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 점,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도 위헌 판결을 내린 점 등을 반박할 수 있었겠지만 '친일 판결'을 내렸다는 딱지는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더불어 이른바 '위안부 배상청구권' 판결에서도 이 후보자는 외교통상부가 위안부 배상 문제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행정부 소속인 외교통상부 고유 업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판결문은 그럴 듯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후보자는 '친일 판사'란 낙인을 벗지 못했다.


위장전입 시인
친일판사 낙인

이밖에도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드러난 편법과 부정은 이 후보자에게 '생계형 권력주의자'란 오명을 안겼다. 이 후보자는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취득하는가 하면 헌재 재임 시절 근무시간 중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2011년에는 부인과 함께 근무시간 중 싱가포르로 출국했는데 헌재 측에 휴가나 출장을 미리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 11월 독일과 체코에 11일간 체류하면서 항공비 412만원을 포함해 829만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신청했다. 이때 지급된 항공비는 이코노미좌석을 비즈니스좌석으로 교체하는데 쓰였다. 더 좋은 좌석을 이용하기 위해 출장비를 추가로 요청한 것. 반대로 일등석 항공권을 발급받은 뒤 그보다 값이 싼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변경해 차액을 챙겼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큰 이 후보자는 공무상 출장 중 부인과 함께 불법으로 해외경비를 지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셋째 딸의 유학비용 중 3만6000달러를 불법 송금해 외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의 장남에게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지워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자동차 홀짝제를 피할 수 있도록 "관용차를 더 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법원 송년회 때 "삼성의 협찬을 받아와라"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재판관으로 재임하면서 재산은 6억원이 늘었는데 재산 증식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와 함께 헌재에서 일했던 한 경리과 직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한 것은 부적절했다"고도 증언했다.

'표결반대' 새누리당 슬그머니 입장 선회
민주당 "가치도 없어…알아서 그만둬라"

불법 정치자금 후원에 집 근처서 업무 추진비 수백만원을 부당 사용한 전력 등 이 후보자에게 붙은 혐의는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심지어 청문회 전부터 이 후보자 선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권으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달 21일 이 후보자는 전 국민적인 관심 속에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뻣뻣한 자세를 취했던 이 후보자는 의원들의 쏟아지는 추궁에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질의 중인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의 마이크가 꺼지자 이 후보자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시종일관 진정성 없는 답변에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고 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후보자에게 '이돈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쯤이다. "재판관으로서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돈만 밝힌다"는 네티즌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돼야 했지만 야당 측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위장전입, 공금횡령, 정치적 편향성 등 청문회서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고 판단 내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이 후보자를 옹호하던 여당 측 일부 의원들도 등을 돌렸다. 강제로 보고서를 채택했을 경우 돌아올 민심의 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처럼 모두가 등을 돌릴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손을 잡았다.

자진사퇴 해야
인신공세 중단

박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관련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가 자꾸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냐"고 일갈했다. 이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이 무렵 이 후보자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청문회 이후 긴 잠행에 들어간 상태였다. 잠적을 앞두고 이 후보자는 몇몇 언론을 통해 "청문회서 드러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만 계속 반복했을 뿐이다.


사실상 부적격자로 판명난 이 후보자였지만 박 당선자의 입김은 무서웠다. 지난 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이정현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 후보자 선임에 대한 국회 표결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동흡 후보자 구하기'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 후보자는 청문회 15일 만에 잠행에서 돌아와 KBS 등과 지난 5일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들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던 이 후보자는 이날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퇴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 사퇴설을 일축했다. 표결 전까지는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오히려 "현재 인사청문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는 검증 과정에서 자신이 아닌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 그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빗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할까 겁난다”면서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을 다 변명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청문회 때보다는 자세를 낮춘 모습이었다.

다음 날인 6일 박 당선자는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와 '표결처리'를 언급하며 사실상의 이 후보자 지원군을 자처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만큼 표결을 통해서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론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밀어붙이면 박근혜도 정치적 타격 불가피
"얼굴에 철판 깔았다"

며칠 전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이 후보자) 본인이 스스로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이었다. 결국 여당 내의 반대파가 얼마나 응집력을 발휘할지가 표결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까지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대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표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만약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 동의가 부결된다면 당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야당 측은 표결도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강창희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경우에도 여론은 선임 반대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결국 새누리당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민주통합당은 우선 '돌아온 탕아'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변인실은 지나 5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즉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부천사 돈흡
참여연대 고발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 후보자는 또 한 번의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재임 중 받았던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현재 횡령 의혹이 있는 3억원이라는 돈을 도로 토해내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회사 공금을 내 마음대로 쓰고 다시 돌려놓겠다는 꼴"이라며 "한 마디로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6일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횡령(배임)죄를 범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동흡은?>

▲1968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197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 합격
▲197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민사법 석사 
▲1978년 부산지방법원 판사 임용
▲1998년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2000년 수원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우
▲2000년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 부장판사
▲2003년 서울고등법원 특별6부 부장판사
▲2005년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2005년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2005년 수원지방법원 법원장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2013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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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