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풀스토리>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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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 서서히 죽인 냉혹한 패륜아

[일요시사=사회팀] 전주에서 일가족 4명이 가스에 질식했다. 처음에는 생활고로 인한 자살 시도로 추정됐다. 아버지와 어머니, 큰 아들이 죽고 작은 아들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 작은 아들의 정체는 존속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 전북소방안전본부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빨리 와요. 그전에도 119에 신고한 적이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는 곧 끊겼고, 119구조대는 곧 사건 현장으로 급파됐다.

사건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곳에 살던 일가족 4명은 일산화탄소 가스에 질식하면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자살로 알았더니…


발견 당시 집주인 A(52)씨와 A씨의 아내 B(55)씨, 이들 부부의 큰 아들 C(27)씨 모두 의식이 없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모두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일한 생존자인 박모(25)씨 역시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여 전북대병원에 입원했다.

A씨 자택은 큰 방과 작은 방 거실로 이뤄져 있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원인으로 지목된 번개탄은 A씨 부부가 있던 안방과 C씨 형제가 있던 작은방 이렇게 두 곳에 피워져 있었다. 그리고 번개탄을 피운 화덕은 A씨 가족의 자살을 암시하듯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는 이미 지난달 8일에도 있었다. A씨 부부와 박씨가 가스 사고에 노출됐었던 것이다. 당시 A씨는 전북대학교의 한 연구센터에 사고 조사를 의뢰했다. 출타 중이라 사고를 피했던 C씨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 내부 가스 시설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디선가 가스는 유출됐는데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던 상황. 분명한 건 보일러나 가스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20여 일 뒤 똑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가스에 의한 질식 사고가 발생했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사건 현장은 의심할 나위 없는 '자살 현장'이었다. 번개탄과 화덕은 가족의 자살을 가리키는 듯 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통상 가족이 동반 자살을 꾀하는 경우 유서는 남기기 마련인데 A씨 가족 주변에서는 어떤 메모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A씨 가족은 지난달 8일 신고 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약국이 어디 있느냐"고 119에 물었다. 질식사건이 있던 날의 신고까지 합치면 올 들어 4번이나 119에 신고한 것이다. 석연찮은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이와 관련 정확한 증언을 듣기 위해서는 유일한 증인인 박씨가 의식을 회복해야했다. 전북대병원에 누워있던 박씨는 담당 수사관을 만나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새벽 5시까지 형과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형이 준 우유를 마시고 곯아 떨어져 일어나보니 집 안에 연기가 자욱해 119에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박씨는 "형 C씨가 사업과 여자 문제로 고민하던 중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C씨의 여자친구는 "사건 당일 오전 3시까지 C씨와 함께 있었는데 차 안에서 연탄과 번개탄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즉 박씨의 진술에 따르면 C씨는 자살을 결심한 오전 3시 이후 남은 술과 번개탄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져다 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번개탄을 피우고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이처럼 연결고리가 약한 박씨의 진술을 경찰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박씨는 실제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A씨 가족은 자살을 결심할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A씨는 시가 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콩나물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에도 막힘이 없었다. 사건 당일에도 A씨의 휴대폰에는 제품을 주문하는 바이어들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 사고 며칠 전에는 지인을 통해 땅도 알아봤다.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A씨의 아들 C씨 역시 체인점 형태의 떡갈비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찰은 생활고로 인한 동반 자살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 내렸다.

탐문을 이어가던 중 경찰은 박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C씨의 차량으로 번개탄을 가져다 놓은 정황을 포착했다. 박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세차했는데 이게 거꾸로 범행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이다.

3명 가스 질식사 알고 보니 작은아들 범행
치밀한 계획 세워 살해…경찰 삼촌이 조언

박씨에게 세차를 조언한 건 다름 아닌 현직 경찰관이었다. 박씨의 외삼촌인 D경사(42)는 박씨를 전북대병원에서 만났고 박씨의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D경사는 박씨에게 현장의 유류품을 치우라는 등의 조언을 했다. 이후 D경사는 박씨의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4일 경찰은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박씨를 긴급 체포했다. 지난달 31일 장례식장에서 상주 노릇을 하며 눈물까지 흘리던 박씨는 경찰에 구속되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박씨의 침묵에도 범행 흔적은 속속 드러났다.

전주 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박씨는 매우 치밀하게 이번 범행을 계획했다. 올해 초 박씨는 보일러가 있는 베란다와 작은 방 사이의 벽에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구멍을 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 구멍에 가스 연기를 주입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형인 C씨를 해치기 위한 사전 준비였던 셈. 뿐만 아니라 박씨는 지난달 8일 보일러 연통을 20cm 정도 뜯어내고 가스 연기를 부모가 있는 방 안으로 강제 유입했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가스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깼다. 박씨의 첫 살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계획이 무산되자 박씨는 자신의 집과 비슷한 구조의 오피스텔을 월세로 얻었다. 그리고 번개탄 10여 개와 화덕을 구입해 원룸에서 모의실험을 감행했다. 실험이 성공으로 끝나자 박씨는 병원을 찾아가 불면증을 호소했다. 그리고는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모두 살인을 위한 사전 준비였다.

사건 당일인 30일 오전 1시께. 박씨는 A씨와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넸다. 음료수를 마신 A씨 부부는 잠들었다. 이후 박씨는 이들 부부가 있는 방 안에 화덕을 가져다 놓고, 가스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문을 닫았다. A씨 부부는 서서히 일산화탄소에 질식했다. 그리고 박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형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게 거짓말

C씨와 오전 3시20분께 만난 박씨는 C씨의 승용차 안에서 맥주를 나눠 마셨다. 그리고 오전 4시30분께 귀가해 수면제가 든 우유를 C씨에게 건넸다. 쓰러진 C씨는 A씨 부부와 같은 방법으로 박씨에게 살해됐다. 박씨는 범행 1시간30분 뒤 C씨의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행복해. 잘 살아"란 내용이었다. 자살극으로 위장하기 위한 고도의 연출이었다.

박씨는 체포된 뒤 "여자친구를 만나고 자백하겠다"고 하는 등 죄책감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사이코패스'라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같은 계획적인 존속살해는 본 적이 없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박씨의 범행 동기는…

보험금? 성격장애?

A씨 부부와 C씨가 남긴 사망 보험금은 25억원. 여기에 A씨가 남긴 부동산은 수십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경찰은 박씨가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죽은 일가족 3명의 보험 개수는 모두 30여 개에 달하며, 납입 보험금은 월 3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박씨가 육군 소령이었던 아버지 A씨와의 불화 등으로 인해 성격 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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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