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장순흥 수수께끼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30 14: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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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배후설부터 개신교 나팔수까지 '설왕설래'

[일요시사=사회팀] 장순흥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인수위에 합류하자 가장 먼저 들렸던 얘기는 "박정희 측근 장우주씨의 아들이 대를 이어 박근혜와 인연을 맺었다"였다. 장 교수와 관련된 CT&T 의혹, 창조과학회 논란까지 그의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장 교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평가를 비웃듯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전무후무한 거대 조직을 만들어냈다. 그를 둘러싼 소문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다음달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이 한창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과학기술 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부처로 예상 본부 인력만 1000여 명이 넘는 초대형 조직이다.

매머드 미래부
장순흥 미래는?

금융자산 100조원 규모의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예편됐으며 교육부가 관장했던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지원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로 그 기능이 이관됐다. 이밖에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편입됐다.

이처럼 미래창조과학부가 차기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설립을 주도한 장순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위 교육과학분과에서 과학 분야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장 위원은 이번 인수위에 합류하면서 '박정희 측근의 아들'로 소개됐지만 실은 '정몽준의 사람'에 더 가깝다.

미국 매사추세츠(MIT) 대학 동문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장 위원의 인연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통합21'이란 정당을 만들며 대권에 도전했던 정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 양 거대 정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다. 재계에서는 맞설 사람이 없던 정 의원이었지만 대선을 겪으면서 인맥의 부재를 실감한 정 의원은 이 무렵부터 각계를 망라한 인재 수집에 총력을 기울인다.


장 위원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도 이때쯤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 의원은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획처장으로 있던 장 위원에게 과학기술 관련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 2005년 8월 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28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 장 의원은 '원자력, 얼마나 안전한가?'란 주제로 연단에 섰다. 이로부터 2달 뒤 정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으로 KAIST를 방문했고 당시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현 스탠포드대 교수)을 만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조율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장 위원이 함께했다.

'뜨거운 감자' 초대형 미래부 주축멤버 관측
정몽준과 대학동문 친분…10년 전부터 교류

정 의원과 장 위원은 KAIST가 있는 대전 모처에서 사적으로 만나 강신옥 변호사와 함께 몇 차례 등산을 하고 저녁을 먹는 등 남다른 친분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 의원은 5년의 준비 끝에 지난해 대권에 도전했는데 이때 과학 분야 정책 자문을 담당했던 것이 장 위원이었다.

정 의원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을 방문해 장 위원과 회동을 가졌다. 원전 사업에 관심이 많은 정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실증시설'인 ACPF를 둘러봤다.

ACPF는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를 재활용하는 시험 시설로 사용후핵연료는 처리 과정에서 그 형질을 변경할 경우 핵무기급 물질로 전용될 수 있다. 서울로 돌아간 정 의원은 이로부터 약 2주 후 "북한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장 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전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UAE 원전 수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다. UAE로 직접 날아가 협상 대표단을 3차례나 만나는 등 '한국형 원전' 수출에 열의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UAE와 계약 체결 후 정부는 지난해 2월 터키와도 원전 수출 협상을 벌였는데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의 주축인 한국전력기술 지분 5%를 매입해 단숨에 한국전력기술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 의원과 장 위원은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망교회 집사인 정 의원은 교회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재 소망교회에는 박지만 EG 회장 내외가 출석하고 있으며 차기 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도 속속 눈에 띄고 있다.

그리고 장 위원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새누리교회에 출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장 위원은 자신의 아들 이름도 구약성경에서 따왔을 정도로 깊은 신앙을 갖고 있다. 장 위원의 아들은 지난해 교회 신도들의 축복 아래 대전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몽준의 사람
원자력에 올인

장 위원의 이 같은 이력은 인수위 합류 후 여론의 역풍과 맞부딪혔다. 장 위원이 활동했던 '창조과학회'가 기독교 원리주의를 근본으로 한 학회였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 소속 회원들의 논문 대부분은 학계의 가장 유력한 학설인 진화론(진화생물학)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개신교의 신이 우주와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으며, 나아가 진화론은 그릇된 학설이라고 논지를 핀다. 창조과학설을 신봉하는 회원들은 "결국 진화론은 모든 인간을 무신론자로 만들기 위한 사상 교육의 일환이며 기독교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회 대전지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전지부에는 유독 KAIST 교수가 많은데 초대회장이었던 김영길 한동대 총장(전 KAIST 교수), 권혁상 신소재공학과 교수, 노희천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최병석 화학과 교수 등이 그 면면을 차지하고 있다.

대전지부의 핵심 사업은 창조과학전시관 건립이다. 대전 엑스포가 열린 지난 1993년 8월 창조과학전시관은 엑스포 전시관 내에 첫 포문을 열었다. 이후 2001년까지 모두 6억6800만원의 운영비를 지출한 창조과학전시관은 2002년 5월 KAIST 대학 내로 전시관을 옮겼다.

지난 2001년 창조과학전시관 이전 논의가 있었을 당시 최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장소는 한남대였다. 하지만 장 위원과 전시관 업무를 도맡았던 노 교수 등은 창조과학전시관을 KAIST로 유치했다. 장 위원과 같은 학과인 노 교수는 이후 창조과학전시관장을 맡게 된다.

KAIST교회에 설립된 창조과학전시관은 매해 1만여 명 수준의 관광객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외부 교회 단위의 단체 관람객이었다. 창조과학전시관의 목적은 '잘못된 진화론'을 '창조론'의 관점에서 바로 알리는 것이었다. 일종의 선교사업인 셈이다.

창조과학전시관이 이전될 무렵 장 위원은 KAIST선교회를 세우고 선교회 회장을 맡았다. KAIST 내 포교 활동에 힘써 온 장 위원은 지난 2005년 KAIST교회에서 열린 한 포교대회에 참석해 "이슬람 세력이 교회 복음의 행로를 막고 있다"며 "미전도 종족들을 복음화할 일꾼들이 KAIST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설교했다.

이때 당시 장 위원은 몽골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 등 과학을 통한 비기독권 해외 포교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 위원은 선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2007년부터 명지대 대학원에서 문화교류선교학과 강의를 맡기도 했다.


KAIST교회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선교사업은 2008년부터 위기를 맞는다. 같은 해 7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김윤성 한신대 교수의 기고문(KAIST에 버젓이 '창조과학관'이 있다니…)이 게재되면서부터다.

김 교수는 해당 기고문에서 "국립 기관인 카이스트 측이 구내에 창조과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건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라고 적었다. 이 기고문을 기점으로 학계 내의 창조과학에 대한 '사이비과학' 논쟁이 불붙었고 창조과학전시관은 2010년 KAIST를 떠나 대전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게 된다.

KAIST 내 창조과학전시관의 개관부터 이전까지 지켜봤다는 익명의 조교는 "외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규모도 수십평 밖에 안 됐고 대부분의 KAIST 학생들은 그 전시관이 있는지도 모른 채 졸업을 하게 되는 그런 공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창조과학전시관이 KAIST를 떠날 당시 장 위원은 KAIST 부총장을 맡고 있었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전시관을 내줬지만 더 큰 그림을 갖고 있었다.

특혜는 없지만
위헌소지 있다

국내 기독교계의 오랜 숙원은 북한을 상대로 포교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북한은 신앙의 불모지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엘도라도'로 인식된다. 초기에 개척만 잘해놓으면 독점적인 선교 사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에 크리스천들이 뛰어든 것은 이 같은 교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2001년 정부의 승인을 얻어 시작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축 공사에는 약 4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남북협력기금에서 10억원이 지원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개신교도들의 후원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장 위원이 앉았다. 같은 해 1월 평양에서 열린 학사 조정 회의에는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학 총장(당시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 이장로 고려대 교수,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가 장 위원과 함께 참석했고, 이들은 모두 자비로 평양행을 선택했다.


장 위원이 다니는 새누리교회도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이사교회로 참여했다. 새누리교회는 1억원 규모의 모금을 목표로 하는 회의를 장 위원과 함께 진행했으며 2007년 평양과학기술대학에 대한 지원을 결의했다.

그리고 2010년 10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학부 과정 100명, 대학원 과정 60명 규모로 문을 열었다. 장기적으로는 학부 과정 2000명, 대학원 과정 6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5억∼10억원 규모의 추가 현금 지원과 600만달러 이상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먼저 국내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평양과학기술대학 내에 '김일성 영생탑'이 세워진 것에 이어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센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유일신을 믿는 개신교의 교리와 배치되는 '김일성 영생탑'이 공개되자 곧바로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냈고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센터'가 들어서자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까지 지원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계에서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의 최대 주주로 알려진 소망교회는 지원을 철회하지 않았고,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교육사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나님' 찬양하며 대학 내 선교사업 논란
"과학자가, 그것도 KAIST서…" 학계 반발

개신교 신앙을 가진 과학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크리스천 과학기술인 포럼' 설립에도 장 위원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게 복음 안에 균형 잡힌 가치관을 세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의 발기인 명단에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 윤맹현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장 위원은 이들과 나란히 이 단체의 고문으로 등록됐다.

이처럼 장 위원은 KAIST 교수로 임용된 후 창조과학회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개신교와 관련된 일에 손을 뻗어왔다. 아울러 장 위원은 자신의 창조과학론자로서의 입장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이 '창조과학'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 위원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과 인수위 업무는 다르다"는 입장을 인수위 출입 기자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과학기술 분야의 사업이 부진한 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의 상용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은 뭉쳐야 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장 위원의 의지에 따라 대통령 직속 장관급 독립기구였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구로 편입됐다. 장 위원은 그간 발표한 논문들을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은 실제 밝혀진 것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했으며 전기요금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원전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복음 전도사
원전 전도사

탈핵단체들은 이런 장 위원을 '원전 마피아'라고 부르며 반발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 확대를 반대하는 한 교수는 "인수위에서 장 위원을 선임한 것은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박 당선자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원전은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당장의 이득을 위해 핵안전에 대해 과장됐다고 얘기하는 건 학자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과 KAIST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 지인은 "장 위원이 기독교적인 색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KAIST에서 부총장까지 오르는 등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고 원자력 분야에서도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지 않냐"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대조직이 된 만큼 많은 국책 사업들이 몰릴 텐데 그때 가봐야 장 위원이 특정 종교를 대변한 정책을 만들었는지 혹은 모 기업의 이권에 개입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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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