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촌 비망록' 출간설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25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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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기업인·연예인…'형님수첩' 열면 여럿 다친다!

[일요시사=사회팀] '주먹계 거물' 고 김태촌씨가 지난 5일 생을 마감하면서 '김태촌 비망록' 존재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씨의 생전 인터뷰를 통해 비망록 출간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당시 김씨는 초대형 폭로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그렇다면 김씨의 비망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내가 입 열면 여럿 다쳐!"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씨가 지난해 1월 <일요시사>와의 병상 인터뷰 도중 꺼낸 말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최양석'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투병 중이던 김씨는 인터뷰 후 본지 기자에게 '비망록'의 존재를 털어놨다.

할 말 많은데
누군가 죽는다

고인이 된 김씨는 80년대 '양은이파' 조양은, 'OB파' 이동재와 함께 '어둠의 세계'를 호령했던 인물이다.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가 받은 형은 모두 33년 6개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그가 감옥 밖에서 쌓은 인맥은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1974년 상경해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전국구 조폭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1976년 5월 '신민당 전당대회 난입사건'에 관여하며 신민당으로부터 중앙당 노동부 차장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신민당 의원이자 당 총재 후보였던 이철승 의원의 사주를 받고 신민당 전당대회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정치깡패'로 악명을 떨쳤다.

'5월 전당대회'의 또 다른 총재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후보)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감시와 협박을 받고 있었는데 이때 김씨 조직을 실질적으로 움직인 배후가 청와대의 차지철 경호실장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난입사건을 빌미로 깡패들을 동원해 김 전 대통령을 제거하려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김씨를 피해 총재실 밖으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거사'를 이루지 못했다는 증언도 김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가 직접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행동대장'이던 그는 난입사건 전부터 국회의원의 사위, 정계 로비스트 등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었다. 난입사건 이후 김씨는 '서방파'라는 이름의 독자 세력을 구축했고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연예계 쪽과도 교류했다. 이처럼 정계의 내로라하는 '형님'들과 연예계 '아우'들을 거느린 김씨는 서울 중구 소공동과 명동을 중심으로 점차 세력을 넓혔다.

유신정권이 끝나고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0년 7월. 김씨는 폭력·공갈·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형이 감경됐다. 정계뿐 아니라 검·경과도 인연이 깊었던 김씨는 고위 공직자들을 회유하는 한편 측근들을 통해 검찰 쪽 인맥을 뚫었다.

김씨 출감 이후 서울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린 '새마을 축구대회'에는 서울고검 P모 부장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P검사와 함께 김씨에게 돈봉투를 건넨 인물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동생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 중앙본부장이었다. 이후 P검사는 김씨와의 부적절한 커넥션이 드러나 옷을 벗었다.

본지와 병상 인터뷰 당시 출간 의지 드러내
생전 "꼭 책 낸다" 장담…측근도 일부 인정

김씨는 재계에도 발을 걸쳤다. 1986년 3월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구단주 K씨와 나란히 앉아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며, 김씨 조직인 범서방파에 대기업 회장인 K씨가 5공 시절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소문도 재계에 파다하다.

이밖에도 김씨를 둘러싼 여러 소문들은 그의 사후에도 꼬리를 물고 있다. 한편에서는 김씨에 대해 "언론이 만들어낸 신화"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그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만약 내가 죽으면 일대기의 형태로 이 모든 것을 공개할 생각이다. (비망록을) 지인들을 통해 집필하고 있다"고 전했었다. 김씨가 병석에서 지난 사건들을 술회하면 지인들이 메모를 해 책으로 엮어내는 형식이다.

김씨 생애와 관련 이미 언론에 알려진 내용도 많기 때문에 그가 준비했던 비망록은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일례로 김씨가 지난 1985년 인천 뉴송도 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으로 있던 시절,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대에 섰던 이유가 비망록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다.

김씨 주변인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약 김씨가 일대기를 통해 새로운 '검은 커넥션'을 공개한다면 그 칼끝은 가장 먼저 연예계로 향한다는 것이 한 조직원의 설명이다.

김씨와 유착 관계에 있던 '형님' 정치인들 대부분이 현역을 은퇴한 '죽은 권력'인만큼 김씨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거나 김씨 후배들과 사업상으로 묶여 있는 연예계 실력자들이 새롭게 부각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한 익명의 조직원은 "연예인들과 건달은 서로 친할 수밖에 없다"면서 "옛날에는 우리들이 연예인들 뒤봐주고 그랬다"고 말했다.

조폭이 뒤봐주고
권력은 이용하고

현재와 같은 거대 연예매니지먼트사가 설립되기 전 조폭들은 연예인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스케줄 매니저를 조직원으로 관리하는 수법을 통해 연예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뜨는 여자 연예인의 경우는 조폭들의 집중관리 대상이 됐다. 김씨가 활동했던 70년대 무렵 당대의 스타였던 K씨는 김씨 조직과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유신정권 때부터 K씨를 포함한 숱한 여자 연예인들은 권력기관의 고위 관계자(대부분 남성)와 부적절한 관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중간 연락책이 바로 조폭이었다. 권력기관은 비선라인을 통해 조폭에게 연락을 취하고, 조폭은 고위 관계자가 찾는 여자 연예인을 물색해 만남을 주선하는 식이다.

이 같은 관행은 요정 등에서 빈번하게 벌어졌는데 취재 기자들의 접근을 막거나 정보 보안을 유지하는 건 늘 조폭의 몫이었다. 그리고 조폭이 지키는 밀실 안에서는 사회 고위층과 유명 연예인의 끈적한 관계가 맺어졌다.

이처럼 정·관계 고위 인사는 성욕을 채우고, 연예인은 사회 상류층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붙잡게 되는 거래가 뒷세계에서는 공공연히 일어났다. 그리고 이 모든 거래는 중간브로커인 조폭의 입막음 하에 벌어졌다. 이들은 침묵의 대가로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

유신정권이 막을 내리고 서울 도처에 나이트클럽이 성행한 뒤에는 조폭들이 '권력'보다는 '돈'을 취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세력 간의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80년대. 큼직한 조직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클럽에 유명 연예인을 세우기 위해 서로 이전투구를 벌였다. 업소마다 연예인 섭외를 위한 담당 연락책이 있었고 이들은 저마다 조직의 이름을 앞세워 연예인 출연을 종용했다.

또 지역 장터나 축제와 같은 이권이 개입된 행사에는 여지없이 조폭이 개입했다. 지역의 작은 조폭이지만 중앙의 '큰 형님'들과도 연락이 가능했던 지역 보스들은 서울에 전화를 걸어 "나 00형님 동생인데, 트로트 가수 누구누구를 불러 달라"고 부탁한 뒤 실제 연예인이 오면 행사를 준비한 업체로부터 관례적인 뒷돈을 챙겨 받았다.

많은 트로트 가수들이 조폭과 남다른 유착을 보이는 건 지역 행사 수입이 쏠쏠한 그들의 스케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6일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는 가수 L씨 등 트로트 가수의 화환이 줄을 이었다.

노태우 정권이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 이후 범서방파를 포함한 국내 3대 조직원 일부는 합법적인 연예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들과 형·동생하는 사이로 알려진 K씨는 걸그룹을 포함한 유명 아이돌을 여럿 발굴하며 2000년대 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조폭으로부터 피습당한 E씨도 조폭과의 커넥션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E씨 역시 젊은 조직원들로부터 '형님'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적으로는 거대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시장을 잠식하면서 '주먹'들의 조직적인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범서방파 출신 사업가 N씨가 검찰에 구속됐을 당시 개그맨 L씨, 가수 K씨 등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사례에서 보듯 개인과 개인 간의 '검은 커넥션'은 아직 유효하다.

비망록 칼날
연예계 조준

개인 사업자 형태의 '연예인 브로커' 행위도 아직 건재하다. 단골고객이 정·관계 인사에서 재계 인사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지금도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익명을 요구한 한 브로커는 '연예인 스폰서' 존재에 대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재벌 3세 A씨가 발라드 가수인 B씨와 만나다가 비서진을 통해 걸그룹 멤버 C씨와의 또 다른 만남을 요구했었다"며 "이들의 만남은 고급 가라오케나 호텔 스위트룸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재벌과 연예인의 만남을 개인 브로커가 주선한다는 것.

또 이 브로커는 "예나 지금이나 연예인 브로커 중에서는 조폭 출신이 많고, 이들이 조직 쪽에 흘리는 정보가 조폭들 입장에서는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에 악어와 악어새 같은 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뒷세계 생리를 잘 아는 김씨는 건강이 악화된 후에도 자신의 후배들을 통해 은밀한 정보를 모아온 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폭이 입수하는 고급 정보들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8년 전 조직폭력계를 떠난 한 전직 '주먹'은 "이 바닥은 엘리베이터로 일찍 뜬 만큼 일찍 간다(죽는다)"면서 "김씨처럼 라인을 잘 타 이쪽저쪽 다 막아두지 않으면 아무리 떠도 죽는 건 금방"이라고 먼저 운을 띄었다.

이어 "김씨는 내 직계 선배는 아니지만 사람을 잘 부렸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폭 생활이란 건 결국 밑에 애들 일 잘 시키고, 돈 좀 있고 힘 잘 쓰는 스폰서를 잡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 정도 위치쯤 되면 겉으로는 아무리 개과천선 했다고 하더라도 뒤로는 밑에 애들 만나서 사업 얘기도 하고, 잘 나갈 때 텄던 라인들을 통해 윗선의 정보도 듣고,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청탁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죽으면 모든 비밀 공개" 병석서 일대기 형태 집필 확인
각계 유명인사들과 친분, 부적절한 관계 폭로할까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실제 김씨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 서울시경으로부터 폭력배 단속 계획을 가장 먼저 입수할 정도로 정보전에 능했다. 살면서 그가 받았던 각종 청탁과 그 대가로 교환했던 정보들만 나열해도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다.

'머리 쓰는 조폭'이었던 그는 은퇴 후 자신의 후견인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를 선택하면서 로얄 인맥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조 목사와 김씨의 친분이 남달랐던 만큼 김씨가 직접 작성한 '비망록'의 칼끝이 종교계로 향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생전 김씨가 조 목사와의 친분을 자랑스러워했고 본인의 일대기를 쓰는 것에도 비상한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조 목사와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비망록을 작성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까지 김씨는 대외적으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정치인이나 검찰, 경제인들과 관련된 '큰 사건'이 지금 나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죽기 전까지 고수했다. 지난 1992년 일명 <김태촌 비망록>이 공개된 후 애써 다져 놓은 정·관계 라인이 한 순간에 무너진 상황을 김씨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운전사 겸 비서인 K씨가 폭로한 이 비망록에는 지난 1989년 6월부터 8월까지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돼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 검찰, 안기부, 경찰, 교도소 고위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김씨와 친분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건이 폭로되자 이들 대부분은 더는 김씨를 비호할 수 없었다.

1986년 민중민주당 창당대회에 부하 수십 명을 이끌고 나타나 국회의원들을 긴장시키던 김씨도 비호세력 없이는 한낱 폭력배나 수감자에 불과했다. 카지노 문제로 모 회장과 등을 돌린 뒤 그의 사돈이던 정치 거물에게 쓴 맛을 봤던 그였기에 "권력의 핵심과 관계된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김씨 사후 김씨의 최측근인 L씨는 비망록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나중에 정리가 되면 고인과 관련된 자료를 따로 모을 수 있겠지만 당장의 출간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비망록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셈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자를 둘러싼 산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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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