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망령 '유신마케팅'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1 1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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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박정희 숭배' 전국서 돈질

[일요시사=사회팀] 경상북도를 기준으로 MB정부 5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에 사용된 국고는 모두 1270억원이다. 민간 출자는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18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이라는 관광 코스가 개발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대통령 박근혜'의 탄생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는 잔치판이 벌어졌다.

새해 첫날 오전 11시 경기 안성 영평사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신년 차례제'가 열렸다. 궂은 날씨 탓에 많은 인파는 모이지 않았지만 몇몇 스님들과 참가자들이 '박정희 추모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평사 주지인 정림스님과 신도들이 돈을 모아 건립했다는 '박정희 추모관'은 건립 대지 1만3200㎡(약 4000평), 총건평 1120㎡(약 340평) 규모다. 건립비용은 약 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상 3층인 이 추모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등 유품 2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50억
땅 사는데도 70억

이 '박정희 추모관'을 건립한 정림스님은 "내가 좋아서 진행한 사업이며 절대로 정치권의 돈은 받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추모관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박정희 추모관' 개관식에는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재가 참석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특보단장을 지낸 박창달 전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영남학원 이사진이자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낸 박재갑 교수, 황은성 안성시장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추모관을 둘러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시주를 받은 스님도 벽에 걸린 육영수 여사의 영정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반년이 흐른 구랍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각 일간지 머릿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육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은 "육영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옥천군은 다가올 2017년까지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 여사 생가 앞에 '육영수 기념관'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부지 규모 5만㎡(약 1만5000평)에 이르는 이 사업은 대지매입까지 포함해 모두 14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옥천군 측은 이중 절반인 70억원을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옥천군의 관광개발사업 담당자는 "오래 전부터 기념관 건립계획이 있어왔다"면서 "아직 계획서만 갖고 있고 올해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정도면 대지 문제가 해결되고 기념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육영수 기념관' 건립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는 건립 예정 대지의 용도변경이다. 20명 남짓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땅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개발제한구역이다.

박 당선되자 곳곳에서 '잔치판'…일가 기념사업 봇물
생가 관광코스·기념관·추모관·테마공원 건립 추진

그러나 옥천군 측은 "올해 안에 토지 용도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 대지에 대한 실사나 농부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단계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옥천군은 이미 지난 2011년 37억원을 투입해 육 여사의 생가를 복원했다. 조선 전통한옥으로 꾸며진 이곳은 충청북도기념물로도 지정돼있다.

특히 육 여사의 생가는 대선을 앞두고 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대선 기간 전국 곳곳에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이 단돈 1만원'이라는 전단이 나붙었다. 대구에서는 관광 가격이 5000원까지도 내려갔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선심성 관광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당시 선관위는 "의혹만으로는 조사할 수 없다"며 뒷짐을 지었다.

비슷한 시기 옥천군은 육 여사의 전기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와 관련된 소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직 대선이 치러지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에 옥천군은 "금전적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다. 옥천군의 문화사업 담당자는 "영화 제작사 측과 몇 차례 통화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리고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의 제작사 '드라마뱅크(대표 주기석)'는 지난해 11월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기획 단계부터 '유신 마케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라는 지적부터 '정치권이 돈을 댄 영화'라는 풍문까지 돌았다. 드라마뱅크 측이 밝힌 예상 제작비는 66억원, 이 영화의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김용대 PD는 최근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 "순제작비 46억원에 마케팅 비용이 20억원 정도 들어가며 현재까지 목표액의 절반 정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유신 향기 솔솔
당선 특수 노려

지난해 사전 입수한 이 영화의 '투자 유치 파일'에 따르면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의 주 타깃은 40∼50대, 목표 관객은 1천만명 이상이다. 영화 관람료와 판권 등을 포함하면 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특히 드라마뱅크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를 소개하면서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세대가 이 영화를 통해 향수를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이 영화는 대선 바람을 타며 지난해 12월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크랭크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당시 투자자에게 "올해(2012년) 안에 무조건 개봉합니다"라고 말하며, 대선 특수를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메인 투자사인 제일진흥주식회사를 제외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이었다.

이처럼 '유신 마케팅'을 노리는 건 비단 영화계뿐이 아니다. 영화와 동명의 뮤지컬인 <퍼스트레이디>는 '스타앤미디어(대표 박근태)'라는 제작사가 투자를 맡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서울메트로 인재개발원에서 제작발표회를 연 <퍼스트레이디>는 연극 <육영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80.14%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대구도 '유신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대구 소재 한 민간 호텔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박 전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는 객실을 '박정희 테마룸'으로 개조했다. 대구시도 이에 가세했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에 안내표지석 등을 설치, 박 당선자를 대구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은 현재 대구 최고의 번화가로 그 흔적을 찾기 쉽지 않지만 대구시는 '박 당선인 기념사업'에 집념을 보이고 있다. 한 대구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살았던 곳에 생가가 남아 있으면 그곳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데 일단은 대지 매입 없이 안내표지석 등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요구도 있었고, (박 당선인이) 당선됐을 때 현수막도 걸고 한 것을 보면 사업의 의미가 없지 않다"면서 "대통령 탄생지에 안내 표식을 하는 건 우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당선인이 정확히 어디서 태어났는지 조사 단계에 있고, 현재 있는 '대구 도심 골목투어 코스'에 박 당선자 탄생지를 포함하게 되면 일정 부분 추가 경제 이득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구시가 '유신 마케팅'의 일환으로 박 당선자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입수한 구미시의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실시설계 용역 요청서'에 따르면 구미시는 지난달 7일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상모동 151번지 공원화 사업부지 내에 실시설계 용역 공개입찰을 공고했다. 생가 주변 1만5400㎡(약 4650평) 대지 규모로 35억원의 시 예산을 들여 시작된 이 공사는 13일 적격 심사를 마친 건설사를 상대로 개찰을 시작했으며, 현재 입찰이 끝나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아침이 밝았네
홍보관이 열렸네

이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사업은 인접 지역에서 진행 중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과는 별도로 관리된다. 각 사업마다 따로 예산이 배정돼있다. 최근 구미시가 입찰 용역 업체로 발송한 '과업 요청서'에 따르면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기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박정희 홍보관'이라고 불리는 이 시설에는 유품 전시실과 기념품 판매소 등이 들어선다. 구미시는 착공일로부터 75일 이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박정희 홍보관' 주변을 관광특구로 개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에는 도비 25억원이 지원됐으며 시비는 261억원이 집행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박정희 홍보관' 주변에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새마을 테마공원 프로젝트에는 '박정희 동상' 주변 시설을 포함한 26만3553㎡(약 7만9000평) 대지에 총 792억원의 예산이 배정돼있다.

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내에는 근면·자조·협동 이념관, 새마을운동 연수시설 등이 들어서며, 1960∼70년대 농촌마을이 재현된다. 구미시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정수정학회와 함께 '대한민국정수대전'을 주최하고 1억7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정수대전'은 구미시에 위치한 '박정희 체육관'에서 개최되며 박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로 96번째를 맞는 '박정희 탄신제'에는 매년 7500만원의 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박정희 탄신제'는 말 그대로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을 기념하면서 열리는 행사로 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그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육영수 전기영화 개봉 임박
비슷한 내용 뮤지컬도 제작

그러나 구미시는 2013년에도 탄신제 지원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오히려 매해 700만원 규모로 지원되던 박 전 대통령 추모제 예산을 1500만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그리고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지난 2일 남유진 구미시장과 심학봉 의원, 김태환 의원 등은 새해 첫 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생가 방문을 선택했다. 이날 오전 생가를 찾은 남 시장 등은 헌화를 분향하며 박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박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향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만큼 박정희 복원사업도 다시 활개를 찾지 않겠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당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주민들은 이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988년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에서 '군탄공원'으로 개명된 갈말읍 군탄공원은 최근 옛 명칭인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으로 개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몇몇 '박정희 추앙 단체'를 중심으로 획책되고 있는 이 운동은 박 당선인의 강원도 방문과 함께 탄력을 받고 있다.

군탄공원은 지난 1963년 박 전 대통령이 퇴역하면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우한 군인이 되지 마라"라는 말을 남긴 곳으로 1969년 육군 5군단이 박정희 정권 당시 '박정희 장군 전역비'를 세우면서 공원화가 추진됐던 곳이다. 1976년 전역비를 중심으로 공원화가 조성될 당시의 대지 규모는 2만2845㎡(약 6900평)였다.

떴다 하면 유적
역시 유신스타일

지난 7월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 신분으로 강원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던 중 선친이 전역을 맞이한 육군 5군단을 찾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과 동행하던 정호조 철원군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전해졌다.
"철원에 전역비가 지금도 있어요?"
박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구랍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 때 <월간 박정희>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손에 꼭 쥐고 있던 건 우연이 아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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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