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망령 '유신마케팅'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1 1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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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박정희 숭배' 전국서 돈질

[일요시사=사회팀] 경상북도를 기준으로 MB정부 5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에 사용된 국고는 모두 1270억원이다. 민간 출자는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18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이라는 관광 코스가 개발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대통령 박근혜'의 탄생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는 잔치판이 벌어졌다.

새해 첫날 오전 11시 경기 안성 영평사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신년 차례제'가 열렸다. 궂은 날씨 탓에 많은 인파는 모이지 않았지만 몇몇 스님들과 참가자들이 '박정희 추모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평사 주지인 정림스님과 신도들이 돈을 모아 건립했다는 '박정희 추모관'은 건립 대지 1만3200㎡(약 4000평), 총건평 1120㎡(약 340평) 규모다. 건립비용은 약 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상 3층인 이 추모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등 유품 2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50억
땅 사는데도 70억

이 '박정희 추모관'을 건립한 정림스님은 "내가 좋아서 진행한 사업이며 절대로 정치권의 돈은 받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추모관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박정희 추모관' 개관식에는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재가 참석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특보단장을 지낸 박창달 전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영남학원 이사진이자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낸 박재갑 교수, 황은성 안성시장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추모관을 둘러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시주를 받은 스님도 벽에 걸린 육영수 여사의 영정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반년이 흐른 구랍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각 일간지 머릿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육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은 "육영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옥천군은 다가올 2017년까지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 여사 생가 앞에 '육영수 기념관'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부지 규모 5만㎡(약 1만5000평)에 이르는 이 사업은 대지매입까지 포함해 모두 14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옥천군 측은 이중 절반인 70억원을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옥천군의 관광개발사업 담당자는 "오래 전부터 기념관 건립계획이 있어왔다"면서 "아직 계획서만 갖고 있고 올해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정도면 대지 문제가 해결되고 기념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육영수 기념관' 건립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는 건립 예정 대지의 용도변경이다. 20명 남짓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땅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개발제한구역이다.

박 당선되자 곳곳에서 '잔치판'…일가 기념사업 봇물
생가 관광코스·기념관·추모관·테마공원 건립 추진

그러나 옥천군 측은 "올해 안에 토지 용도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 대지에 대한 실사나 농부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단계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옥천군은 이미 지난 2011년 37억원을 투입해 육 여사의 생가를 복원했다. 조선 전통한옥으로 꾸며진 이곳은 충청북도기념물로도 지정돼있다.


특히 육 여사의 생가는 대선을 앞두고 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대선 기간 전국 곳곳에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이 단돈 1만원'이라는 전단이 나붙었다. 대구에서는 관광 가격이 5000원까지도 내려갔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선심성 관광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당시 선관위는 "의혹만으로는 조사할 수 없다"며 뒷짐을 지었다.

비슷한 시기 옥천군은 육 여사의 전기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와 관련된 소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직 대선이 치러지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에 옥천군은 "금전적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다. 옥천군의 문화사업 담당자는 "영화 제작사 측과 몇 차례 통화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리고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의 제작사 '드라마뱅크(대표 주기석)'는 지난해 11월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기획 단계부터 '유신 마케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라는 지적부터 '정치권이 돈을 댄 영화'라는 풍문까지 돌았다. 드라마뱅크 측이 밝힌 예상 제작비는 66억원, 이 영화의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김용대 PD는 최근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 "순제작비 46억원에 마케팅 비용이 20억원 정도 들어가며 현재까지 목표액의 절반 정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유신 향기 솔솔
당선 특수 노려

지난해 사전 입수한 이 영화의 '투자 유치 파일'에 따르면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의 주 타깃은 40∼50대, 목표 관객은 1천만명 이상이다. 영화 관람료와 판권 등을 포함하면 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특히 드라마뱅크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를 소개하면서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세대가 이 영화를 통해 향수를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이 영화는 대선 바람을 타며 지난해 12월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크랭크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당시 투자자에게 "올해(2012년) 안에 무조건 개봉합니다"라고 말하며, 대선 특수를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메인 투자사인 제일진흥주식회사를 제외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이었다.

이처럼 '유신 마케팅'을 노리는 건 비단 영화계뿐이 아니다. 영화와 동명의 뮤지컬인 <퍼스트레이디>는 '스타앤미디어(대표 박근태)'라는 제작사가 투자를 맡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서울메트로 인재개발원에서 제작발표회를 연 <퍼스트레이디>는 연극 <육영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80.14%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대구도 '유신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대구 소재 한 민간 호텔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박 전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는 객실을 '박정희 테마룸'으로 개조했다. 대구시도 이에 가세했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에 안내표지석 등을 설치, 박 당선자를 대구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은 현재 대구 최고의 번화가로 그 흔적을 찾기 쉽지 않지만 대구시는 '박 당선인 기념사업'에 집념을 보이고 있다. 한 대구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살았던 곳에 생가가 남아 있으면 그곳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데 일단은 대지 매입 없이 안내표지석 등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요구도 있었고, (박 당선인이) 당선됐을 때 현수막도 걸고 한 것을 보면 사업의 의미가 없지 않다"면서 "대통령 탄생지에 안내 표식을 하는 건 우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당선인이 정확히 어디서 태어났는지 조사 단계에 있고, 현재 있는 '대구 도심 골목투어 코스'에 박 당선자 탄생지를 포함하게 되면 일정 부분 추가 경제 이득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구시가 '유신 마케팅'의 일환으로 박 당선자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입수한 구미시의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실시설계 용역 요청서'에 따르면 구미시는 지난달 7일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상모동 151번지 공원화 사업부지 내에 실시설계 용역 공개입찰을 공고했다. 생가 주변 1만5400㎡(약 4650평) 대지 규모로 35억원의 시 예산을 들여 시작된 이 공사는 13일 적격 심사를 마친 건설사를 상대로 개찰을 시작했으며, 현재 입찰이 끝나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아침이 밝았네
홍보관이 열렸네

이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사업은 인접 지역에서 진행 중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과는 별도로 관리된다. 각 사업마다 따로 예산이 배정돼있다. 최근 구미시가 입찰 용역 업체로 발송한 '과업 요청서'에 따르면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기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박정희 홍보관'이라고 불리는 이 시설에는 유품 전시실과 기념품 판매소 등이 들어선다. 구미시는 착공일로부터 75일 이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박정희 홍보관' 주변을 관광특구로 개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에는 도비 25억원이 지원됐으며 시비는 261억원이 집행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박정희 홍보관' 주변에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새마을 테마공원 프로젝트에는 '박정희 동상' 주변 시설을 포함한 26만3553㎡(약 7만9000평) 대지에 총 792억원의 예산이 배정돼있다.

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내에는 근면·자조·협동 이념관, 새마을운동 연수시설 등이 들어서며, 1960∼70년대 농촌마을이 재현된다. 구미시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정수정학회와 함께 '대한민국정수대전'을 주최하고 1억7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정수대전'은 구미시에 위치한 '박정희 체육관'에서 개최되며 박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로 96번째를 맞는 '박정희 탄신제'에는 매년 7500만원의 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박정희 탄신제'는 말 그대로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을 기념하면서 열리는 행사로 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그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육영수 전기영화 개봉 임박
비슷한 내용 뮤지컬도 제작

그러나 구미시는 2013년에도 탄신제 지원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오히려 매해 700만원 규모로 지원되던 박 전 대통령 추모제 예산을 1500만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그리고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지난 2일 남유진 구미시장과 심학봉 의원, 김태환 의원 등은 새해 첫 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생가 방문을 선택했다. 이날 오전 생가를 찾은 남 시장 등은 헌화를 분향하며 박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박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향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만큼 박정희 복원사업도 다시 활개를 찾지 않겠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당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주민들은 이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988년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에서 '군탄공원'으로 개명된 갈말읍 군탄공원은 최근 옛 명칭인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으로 개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몇몇 '박정희 추앙 단체'를 중심으로 획책되고 있는 이 운동은 박 당선인의 강원도 방문과 함께 탄력을 받고 있다.

군탄공원은 지난 1963년 박 전 대통령이 퇴역하면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우한 군인이 되지 마라"라는 말을 남긴 곳으로 1969년 육군 5군단이 박정희 정권 당시 '박정희 장군 전역비'를 세우면서 공원화가 추진됐던 곳이다. 1976년 전역비를 중심으로 공원화가 조성될 당시의 대지 규모는 2만2845㎡(약 6900평)였다.

떴다 하면 유적
역시 유신스타일

지난 7월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 신분으로 강원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던 중 선친이 전역을 맞이한 육군 5군단을 찾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과 동행하던 정호조 철원군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전해졌다.
"철원에 전역비가 지금도 있어요?"
박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구랍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 때 <월간 박정희>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손에 꼭 쥐고 있던 건 우연이 아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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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