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부슬부슬 비 내리던 날 공포의 곤지암 정신병원 가보니…

정신병자에 인체실험…원장도 정신병 앓다 자살?

[일요시사 사회팀] 김지선 기자 =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은 약 20여 년 전 이미 문을 닫아버린 폐병원으로,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오싹하기 짝이 없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무속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흉가체험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이곳이 최근 CNN에서 꼽은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하나로 소개돼 새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신병을 앓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는 이곳. 곤지암 정신병원을 취재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구 새텃말) 161-1번지에 위치한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의 원래 명칭은 남양신경병원이다. 약 20년 전 병원장이 이곳을 폐업한 이래로 건물과 잔여물들이 아직까지 그대로 방치돼있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수년 전 한 케이블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대한민국 3대 흉가로 꼽힌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영 후 많은 이들이 흉가체험을 위해 정신병원을 찾았고, 영가가 많이 보인다는 무속인들의 언급에 일반인들도 하나둘씩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섬뜩한 바람소리
찝찝한 습한 기운

3대 흉가로 유명세를 탄 곤지암 정신병원은 화제의 장소인 만큼 소문도 무성하다. 원장이 정신병을 앓아 자살했고, 그의 두 아들도 잇따라 자살했다, 혹은 형무소처럼 이곳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끔찍한 고문과 실험, 사형을 집행했다는 소문 등이었다. 더욱이 이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근거 없는 설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을 보기위해 곤지암 정신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7곳 중 하나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 이곳에 따른 괴소문들은 과연 사실일까.

강남역에서 출발했을 때만해도 화창했던 날씨는 신대리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는 날씨로 돌변했다. 기자는 사전에 곤지암 정신병원의 정확한 위치와 가는 방법 등을 수첩에 상세히 적어왔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던 기대와는 달리 곤지암 정신병원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허기를 달래려 잠깐 들른 한 식당의 종업원 아주머니로부터 위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거기 지금 못 들어 갈텐데…. 지금은 정신병원이 위치한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를 공사하고 있기 때문에 빙 돌아서 가야해요. 그곳에 사람들 많이 죽었다던데 왜 가려해요?”라며 “기가 약한 사람들은 그곳에 다녀온 후 귀신도 씌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조심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로 거센 비바람을 뚫고 정신병원 근처만 대여섯 바퀴 정도 헤매다 마을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정신병원이 있다는 마을은 맞은편 마을과는 달리 조용했다. 이상하게 그 마을만 가면 비바람이 거세졌고, 하늘도 어둑어둑해졌다. 오후 2시라는 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문에 다다를 때쯤 두 개의 경고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3대 흉가
세계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선정

경고문에는 “이곳은 관리되고 있는 사유지이므로 허락 없이 들어오는 행위는 형법 제319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입니다.(중략) 적발 시 법적조치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아주머니의 말대로 그곳은 사유지로 지정돼 있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정문 위에는 넝쿨까지 쳐있어 담을 넘을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무조건 내부에 들어 가봐야겠다는 일념하에 모바일 인터넷 검색 결과 뒷산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조금만 뒤로 돌아가니 실제로 병원으로 향하는 뒷동산이 있었고, 무덤 2개를 지나고 나서야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내딛을 수 있었다. 양쪽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나무길을 오르는데 폐병원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건물은 아주 오래되고 낡아보였다.

건물의 분위기는 주위를 감싸는 단풍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지하를 포함해 총 4층으로 지어진 곤지암 정신병원의 분위기는 깨진 창문들과 녹슨 철문, 건물을 통과하는 바람소리 때문인지 더욱 을씨년스럽고 섬뜩했다. 큰 건물 양 옆에는 마치 요양원같이 보이는 별관이 자리해 있었고, 내부에는 4시를 가리키는 괘종시계와 텅 빈 방들이 나란히 이어졌다.

사유지로 지정
모든 입구 닫혀

병원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 입구 앞으로 다다랐다. 그러나 그 역시 철문으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었다던 병원 내 모든 입구는 현재 모두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다행이도 철기둥으로만 돼있어 1층 내부는 대충 짐작이 가능했다. 왼편에는 곧 떨어질 것 같은 총무과 현판이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아이들의 낙서와 핏자국처럼 보이는 빨간 페인트 자국, 돌이나 못으로 긁은 자국 등이 어지럽게  있었다. 누군가가 내부로 들어갔던 증거로 보이는 우유 상자가 한 창문 앞에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병원 내부에 들어가기 전 수차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건물 안에는 세면실을 동반한 화장실과 보일러실,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다. 방 안에는 몇 개의 침대들이 이불과 함께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누군가 사용했을 것이라는 찝찝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침대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화장실은 예상 외로 깔끔했다. 수도만 연결된다면 당장 사용해도 될 정도였다. 1층 끝자락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을 보니 식당으로 짐작되는 큰 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병원서 죽어나간 사람 많아 각종 납량특집 소재거리로
녹슨 문짝과 깨진 창문…기록지·침대 등 그대로 보존

비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 내부는 외부보다 더 습하고 공기도 서늘했다. 병원 내 바닥은 물로 흥건했고, 굴러다니는 맥주 캔들, 담배꽁초와 옷가지, 신발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사람들의 방문이 잦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 넘어진 소파들, 바람에 못 이겨 깨져버린 창문 유리 조각과 창문틀 등은 얼마나 이곳을 오랫동안 방치해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었다.

흉가체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겁게 발걸음을 떼며 이곳저곳을 탐방하던 중 환자의 성명과 병명, 처방 등이 적힌 오래된 종이차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50∼60년대 출생인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 알코올 중독 또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영안실이 있을 것이라던 지하실 역시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들어 가보지 못했다. 과거 흉가체험으로 지하실을 방문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곤지암 정신병원 내 지하실이야말로 제대로 된 담력테스트를 체험해볼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은 여느 옥상과 다르지 않고 평범했지만 역시 추운 날씨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곳곳을 배회하다 혹여나 관리인이나 경찰이 올까 성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내려오던 도중 우연히 작업복을 입은 두 남성들을 만나게 됐다. 이 근처 회사에서 일한다는 그들은 “귀신 나온다는 폐병원이 있는 줄은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가보진 못했다”며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서 오늘 같이 비오는 날 귀신이라도 보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한번 와봤다”고 말했다.

마을로 다다를 때쯤 한 주민을 만나 정신병원에 대한 괴소문에 대해 물었다. 주민은 “그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던데…. 그런데 다 지어낸 이야기지. 그 헛소문 때문에 동네주민들 잠도 못자고 말도 아니야. 정문 막아놔도 샛길로 버젓이 들어가는데 뭐. 애들 와서 술 먹고 담배피우고 떠들고 난리도 아니야. 밤에 경찰이 순찰해봤자 별 도움도 안 되더라고…”라며 혀를 찼다.

괴소문은 단지
헛소문이었을 뿐

또 다른 주민은 “여기 문 닫은 지는 20년도 넘었지. 원장이 지병인가 노환인가로 죽고, 자식들은 외국에 가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상하수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닫았다던데…. 사람 죽고 그런 얘긴 들어본 적 없어”라며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기자는 곤지암 정신병원의 실체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곤지암읍사무소와 광주시청 등에 문의했다. 몇 차례의 전화연결을 통해 시청 관계자로부터 진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던 소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유주들, 십수년 전 미국으로 이민가고 없어
수도관 누수 문제로 불가피하게 병원 문 닫아

그는 “읍사무소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다 최근에 시청으로 발령났다. 곤지암 정신병원 원장이 정신병을 앓다 자살했다느니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냥 나이가 들어서 자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갔다는 것도 헛소문일 뿐이다.


지금 소유주는 원장의 두 아들이고, 그 건물은 아마 두 아들들이 반반씩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현재 미국인가 캐나다로 이민 가서 잘 살고 있다고 하던데 어느 나라인지 정확히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곤지암읍사무소의 한 직원은 “20년 전 병원 소유주인 원장이라는 사람이 지병으로 죽어 자식들이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운영 의지가 없었고, 하수처리시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 보낸 후 폐쇄했다.

괴소문 중 하나로 꼽혔던 정신병원 자리가 형무소였다는 이야기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무나 들락날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 사유지로 지정돼 들어가면 주거침입죄로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며 “원장의 처남 되는 사람이 그 땅과 건물을 대신 관리하고 있고, 주민들의 항의 쇄도에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곤지암지구대는 약 1년 전부터 이곳을 집중 관리지역으로 정해 하루 30분 단위로 순찰하는 한편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전의경 4명을 주변에 상주하도록 고정 배치하고 있다.  

유명세 좋지만…
주민 배려가 우선

세계의 가장 소름 돋는 혹은 혐오스러운 장소 7곳 중 하나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의 실체는 헛소문만 무성한 오래된 건물일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더욱이 원장 일가가 자살하거나 피폐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던 설도 완벽하게 와전된 소문이었다.

어쩌면 높은 시청률을 꾀한 매스컴이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있다. 곤지암 정신병원과 관련된 오싹한 영상 또는 사진과 함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전파를 타고,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게재되면서 공포심만 더 커져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동네주민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병원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끊이지 않는 방문자들의 발길과 소음 때문에 곧 폐쇄할 예정”이라며 “체험이든 관광이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이래저래 참 씁쓸한 일”이라고 전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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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