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부실 수사 막전막후

물러터진 문어발식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 대대적인 문어발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이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시작으로, 코바나컨텐츠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정치자금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앞으로 남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결론은 정치권의 공방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일부 관련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있었다. 김씨 본인에 대해서는 기소로 이어지지 않거나, 공소가 기각되는 예상 밖 결론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잇단 기각
예상 밖 결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2012년 사이 이른바 ‘선수’들과 회사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 법원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정매매, 가장매매, 허수성 주문 등을 통한 인위적 주가 부양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해서는 별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장기간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했으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범죄는 고의가 핵심이다. 단순히 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에 대한 인식 ▲기능적 행위 지배 공동 ▲가공의 의사 등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주가를 올리기 위한 조직적 행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봤다. 계좌 명의인이 시세조종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거래가 실질적으로 누구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의) 계좌가 수차례 동원됐고, 시세조종 구간과 겹친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명’이다.

대법원 판례상 “공동정범은 단순한 동시 행위가 아니라 기능적 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소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검찰 내부 판단의 핵심 논리로 알려졌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기업들이 전시에 후원금을 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사안이다.

검찰은 협찬 기업과 검찰 수사 사이의 대가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검찰은 개별 기업의 협찬이 형법상 뇌물이나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 ▲대가성 ▲금품수수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다수 사건 형사재판 문턱도 못 넘어
김예성·김상민 공소기각 충격 불가피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묵시적 대가 관계’다.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포괄적 직무 관련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 직무와 금품 사이의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기업이 문화 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뇌물로 전환되기 어렵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형사 처벌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디올백 수수’ 의혹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영상에서 출발했다. 영상에는 김씨가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을 수수하는 장면이 담겼고, 이를 둘러싸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는가, 그것이 처벌 대상인가 하는 문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일정 부분 적용된다. 다만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처벌 구조는 다층적이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인지했는지 ▲인지 후 반환 또는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금품 제공자가 직무 관련자인지 등이 충족돼야 형사 책임이 구체화된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수수 자체를 폭넓게 규율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검찰이 소극적으로 보였다는 비판은 존재한다. 그러나 형사 재판의 문턱은 정치적 책임과 다르다. 이 간극이 논란의 핵심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씨 일가의 해당 지역 토지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노선이 변경되면서 토지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은 뇌물죄나 직권남용죄와는 구조가 다르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한다.

노선 변경이 정책 판단의 영역이라면, 이를 형사 범죄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행정 재량의 범위 내 결정인지, 특정인을 위한 편의 제공인지가 구별돼야 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

정책 결정 과정은 다단계적이다. 국토교통부 내부 검토, 용역 보고서, 지자체 협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정 개인의 영향력을 형사적으로 입증하려면 명확한 개입 증거가 필요하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공통적으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충분했는가”를 묻는다. 반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는 오히려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형사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죄추정과 엄격한 증명 책임이다. 정치적 파급력이 클수록 수사 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정치권의 쟁점이다. 그러나 법정은 다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는 공모 입증의 벽이, 코바나컨텐츠 사건에서는 대가성 입증의 한계가, 명품백 의혹에서는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양평고속도로 논란에서는 정책 재량과 형사범죄의 경계가 각각 쟁점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증명’이다. 형사 재판은 의혹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한다.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추가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항고·재수사 요구, 특검 추진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씨 관련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왜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가장 큰 장벽은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이었다.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통화 녹취, 문자, 자금 흐름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김씨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수준의 직접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역시 판례 구조와 맞물린다. 기업이 문화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무상 편의 제공과 연결되기 어렵다. 실제로 특정 기업에 유리한 처분이 있었는지, 그 시점과 협찬이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등이 입증돼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과, 애초에 형사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반론이 맞선다.

안 풀린
의혹들

명품백 수수 의혹도 마찬가지다. 청탁금지법은 비교적 광범위한 금품수수를 금지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려면 공직자의 직무와 제공자의 이해관계가 교차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 수수 사건의 경우, 공직자가 인지했는지 여부와 반환·신고 의무 이행 여부가 추가 쟁점이 된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지만 기소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예성씨에게 무죄 및 공소 기각 판결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약 46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그중 김씨가 24억 3000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횡령했다는 혐의만 특검팀의 수사 범위로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24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은 최초의 의혹과 전혀 다른 개인 횡령 의혹이고, 체포영장 등에도 기재되지 않았다”며 “특검팀은 피고인과 관련 있는 사람 또는 법인 계좌와 관련 거래를 토대로 범죄를 인지했다지만 이는 의혹과 무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예성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공소 기각을 주장해 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특검팀이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도 지난달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모씨의 개인 비위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김모씨의 뇌물 혐의 사건이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인 양평고속도로 사건과는 범행의 시기, 종류, 인적 연관성 등 여러 측면에 봤을 때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뇌물 혐의 중 일부 유죄 판단해 징역형
남은 의혹 산더미…종합특검에도 부담?

재판부는 “2025년 9월 특검법 개정으로 관련 사건의 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된 상황에서 이 사건 공소 사실이 수사 및 공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해졌다”며 “적어도 2025년 9월 이후에 관련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을 수사 권한을 넘어서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까지 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임을 인정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특검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크게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통일교 청탁 관련 뇌물 수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 등 세 가지 수사를 진행해 김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 중 통일교 뇌물 혐의 중 일부만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총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공소 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시효가 남은 부분도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여론조사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김씨의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샤넬 가방 1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선거 차량 대납비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핵심 의혹이었던 ‘매관매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씨 측에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증명에 의해 인정되는 정황들은 모두 2023년 2월쯤 김씨 또는 진우씨에게 이 사건 그림을 교부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정황일 뿐”이라며 “김건희 특검팀은 이 사건 주요 공소 사실인 김 전 검사가 이 사건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심까지
커진 부담

집사 게이트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조영탁 IMS 모빌리티 대표도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정치적 미래 보장이라는 이익을 제시하면서 허위 자백을 종용했다”며 위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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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