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과 현실 월급 오버랩

직장인 실수령액 감소? 이유 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저시급 인상에도 월급은 오히려 줄어들게 생겼다. 새해부터 오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때문이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보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가계의 체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율 조정이 적용되면서, 직장인들의 생활 여건은 한층 더 팍팍해질 모양이다.

새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직장인의 실수령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두 보험료 모두 개편에 따라 보험료율 조정이 예정돼 있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인상은
불가피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지난 1일부터 이미 적용이 시작됐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26년 9.5%로 상향 조정된다. 이후 내년 0.5% 포인트씩 인상될 예정이다.

이번 보험료율 인상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조정이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보험료율은 여러 차례 인상돼 왔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율은 3%였으며, 1993년 6%, 1998년 9%로 상향됐다. 이후 장기간 9%를 유지해 왔으며, 이번 개정으로 인상이 확정됐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했다. 이유는 연금 재정의 고갈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된 기금을 활용해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수급자는 제한적이어서 재정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입자와 수급자 간의 비율이 변화했고, 이에 따라 연금 재정에 대한 장기적 부담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법에 따라 5년마다 장기 재정 추계를 실시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재정 추계에서는 연금 기금 수지가 일정 시점 이후 적자로 전환되고, 이후 적립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률, 고용 상황 등이 복합적인 상황이 얽혀 기존 보험료율로는 유지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사회보험료
국민연금·건보료 동시 인상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민연금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출산율 하락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기대수명 증가로 연금을 받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수급자를 여러 명의 가입자가 떠받치던 구조가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됐다는 점도 인상 결정의 이유가 됐다. 그 사이 인구구조와 경제 환경은 크게 변화했지만, 보험료율은 같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보험료율이 장기간 동결되는 동안 소득대체율은 낮아졌고, 따라서 급여 수준 조정을 통해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보험료율 조정 없이 급여 구조만 변경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논의해 왔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나왔고, 한번에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식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이런 논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소득대체율 조정, 지급 보장 명문화 등 국민연금 전반에 대한 개혁이 이뤄졌다.

내는 돈만
대대적 인상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건강보험료 역시 내년부터 인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도 건강보험료율을 7.19%로 결정했다. 올해 적용된 7.09%에서 인상된 수치로,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동결 이후 3년 만의 조정이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올해 15만8464원에서 내년 16만699원으로 약 2200원가량 증가한다.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역시 올해 8만8962원에서 내년 9만242원으로 약 1200원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역시 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재정 문제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적자 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중반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수조원대 적자가 난 것으로 집계됐으며, 준비금 역시 중장기적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 구조가 유지될 경우 향후 보험료율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건강보험료율은 2022년 7.09%로 인상 결정된 이후 국민 부담을 고려해 2년 연속 동결돼 왔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여건과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보험료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재정 여건 변화로 다시 인상이 결정됐다.

여기는 적자
저기는 고갈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 배경으로 건강보험 재정 수요 확대를 들었다. 보험료율 동결이 이어지는 동안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화됐고, 지역·필수의료 강화 정책에 따라 지출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당초 2% 안팎의 인상안을 검토했으나,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 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올해부터 직장인의 급여 실수령액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율은 월 소득의 4.75%가 된다. 기존 4.5%에서 0.25%포인트 늘어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월 급여가 3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국민연금 근로자 부담분은 기존 월 13만5000원 수준에서 인상 이후에는 약 14만2500원으로 늘어난다. 급여에 변동이 없다는 전제하에 국민연금 항목에서만 월 수천원 수준의 공제 증가가 발생한다.

건강보험료 역시 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급여 실수령액에 영향을 미친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확정됐다. 직장가입자는 건강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 부담분은 급여의 3.595%가 적용된다.


국민연금 9.5%·건보료 7.19%
결국 가계 부담 증가로 이어져

예컨대 세전 월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가입자의 경우 올해는 월 10만6350원을 부담했으나, 내년에는 약 10만7850원을 부담하게 된다.

여기에 장기요양보험료 인상분도 더해진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된다. 내년 건강보험료 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3.14%로 결정됐다.

건강보험료가 오르면 이에 연동되는 장기요양보험료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앞선 예시와 같은 월 급여 300만원 직장인의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장기요양보험료 역시 수백원 단위로 늘어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와 별도 항목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부담은 건강보험료 인상과 동시에 발생한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인상분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 직장인의 실수령액은 월 기준으로 수만원 수준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연봉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연봉 3000만원 수준의 직장인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인상분을 합산하면 연간 10만원 안팎으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연봉 4000만원 이상 구간에서는 급여 규모에 비례해 공제액 증가 폭도 커진다.


한숨만
푹푹∼

지역가입자의 경우 구조가 다르다. 지역가입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동일한 보험료율 인상이라도 직장가입자보다 체감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실직 상태인 경우 보험료 부담이 실수령액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5년 차 직장인 A씨는 새해를 앞두고 한숨이 늘었다. 그는 “물가도 계속 오르는데 보험료까지 오른다니 걱정이 많다”면서 “당장 큰 문제는 없어도 해마다 인상이 된다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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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