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과 현실 월급 오버랩

직장인 실수령액 감소? 이유 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저시급 인상에도 월급은 오히려 줄어들게 생겼다. 새해부터 오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때문이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보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가계의 체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율 조정이 적용되면서, 직장인들의 생활 여건은 한층 더 팍팍해질 모양이다.

새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직장인의 실수령액이 줄어들 전망이다. 두 보험료 모두 개편에 따라 보험료율 조정이 예정돼 있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인상은
불가피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지난 1일부터 이미 적용이 시작됐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2026년 9.5%로 상향 조정된다. 이후 내년 0.5% 포인트씩 인상될 예정이다.

이번 보험료율 인상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조정이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보험료율은 여러 차례 인상돼 왔다.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율은 3%였으며, 1993년 6%, 1998년 9%로 상향됐다. 이후 장기간 9%를 유지해 왔으며, 이번 개정으로 인상이 확정됐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했다. 이유는 연금 재정의 고갈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된 기금을 활용해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수급자는 제한적이어서 재정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입자와 수급자 간의 비율이 변화했고, 이에 따라 연금 재정에 대한 장기적 부담이 커졌다.

국민연금은 법에 따라 5년마다 장기 재정 추계를 실시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재정 추계에서는 연금 기금 수지가 일정 시점 이후 적자로 전환되고, 이후 적립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률, 고용 상황 등이 복합적인 상황이 얽혀 기존 보험료율로는 유지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사회보험료
국민연금·건보료 동시 인상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민연금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출산율 하락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기대수명 증가로 연금을 받는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 명의 수급자를 여러 명의 가입자가 떠받치던 구조가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됐다는 점도 인상 결정의 이유가 됐다. 그 사이 인구구조와 경제 환경은 크게 변화했지만, 보험료율은 같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보험료율이 장기간 동결되는 동안 소득대체율은 낮아졌고, 따라서 급여 수준 조정을 통해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보험료율 조정 없이 급여 구조만 변경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와 국회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논의해 왔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여러 차례 나왔고, 한번에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식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이런 논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소득대체율 조정, 지급 보장 명문화 등 국민연금 전반에 대한 개혁이 이뤄졌다.

내는 돈만
대대적 인상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건강보험료 역시 내년부터 인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도 건강보험료율을 7.19%로 결정했다. 올해 적용된 7.09%에서 인상된 수치로,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동결 이후 3년 만의 조정이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올해 15만8464원에서 내년 16만699원으로 약 2200원가량 증가한다.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역시 올해 8만8962원에서 내년 9만242원으로 약 1200원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역시 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재정 문제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적자 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중반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수조원대 적자가 난 것으로 집계됐으며, 준비금 역시 중장기적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행 구조가 유지될 경우 향후 보험료율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건강보험료율은 2022년 7.09%로 인상 결정된 이후 국민 부담을 고려해 2년 연속 동결돼 왔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여건과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보험료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재정 여건 변화로 다시 인상이 결정됐다.

여기는 적자
저기는 고갈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 인상 배경으로 건강보험 재정 수요 확대를 들었다. 보험료율 동결이 이어지는 동안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화됐고, 지역·필수의료 강화 정책에 따라 지출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당초 2% 안팎의 인상안을 검토했으나,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 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올해부터 직장인의 급여 실수령액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율은 월 소득의 4.75%가 된다. 기존 4.5%에서 0.25%포인트 늘어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월 급여가 3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국민연금 근로자 부담분은 기존 월 13만5000원 수준에서 인상 이후에는 약 14만2500원으로 늘어난다. 급여에 변동이 없다는 전제하에 국민연금 항목에서만 월 수천원 수준의 공제 증가가 발생한다.

건강보험료 역시 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급여 실수령액에 영향을 미친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확정됐다. 직장가입자는 건강보험료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 부담분은 급여의 3.595%가 적용된다.


국민연금 9.5%·건보료 7.19%
결국 가계 부담 증가로 이어져

예컨대 세전 월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가입자의 경우 올해는 월 10만6350원을 부담했으나, 내년에는 약 10만7850원을 부담하게 된다.

여기에 장기요양보험료 인상분도 더해진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된다. 내년 건강보험료 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3.14%로 결정됐다.

건강보험료가 오르면 이에 연동되는 장기요양보험료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앞선 예시와 같은 월 급여 300만원 직장인의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장기요양보험료 역시 수백원 단위로 늘어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와 별도 항목으로 표시되지만, 실제 부담은 건강보험료 인상과 동시에 발생한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인상분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 직장인의 실수령액은 월 기준으로 수만원 수준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연봉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연봉 3000만원 수준의 직장인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인상분을 합산하면 연간 10만원 안팎으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연봉 4000만원 이상 구간에서는 급여 규모에 비례해 공제액 증가 폭도 커진다.


한숨만
푹푹∼

지역가입자의 경우 구조가 다르다. 지역가입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부담한다. 동일한 보험료율 인상이라도 직장가입자보다 체감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실직 상태인 경우 보험료 부담이 실수령액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5년 차 직장인 A씨는 새해를 앞두고 한숨이 늘었다. 그는 “물가도 계속 오르는데 보험료까지 오른다니 걱정이 많다”면서 “당장 큰 문제는 없어도 해마다 인상이 된다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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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