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탄소 제로 전략 나선 영산그룹 박종범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1.24 14:47:09
  • 호수 1559호
  • 댓글 0개

“명품도 친환경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제23대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취임 직후 박 회장은 ‘탄소 제로화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 에콜그린텍(이재식 대표) 생산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4일 박종범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 번 더 월드옥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지난 2년간의 발전을 토대로 750만 재외동포와 전 세계 한인 경제인을 아우르는 협회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48만km 소통

월드옥타 44년 역사상 첫 유럽 출신 회장이자 첫 연임 회장인 그는 “이중국적 제도 개선, 국제통상전략연구원의 싱크탱크 전환 등으로 협회를 전략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23대 집행부의 비전 발표도 진행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재외동포 투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발의 TF 구성 ▲이중국적 제도 개선과 글로벌 한민족 권익 증진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 신설 ▲국제통상전략연구원의 싱크탱크 전환 등 협회를 전략적으로 이끌 방침이 포함됐다.

박 회장은 지난 2년간 지구 12바퀴에 해당하는 약 48만km를 이동하며 전 세계 지회를 직접 찾아 회원들과 소통했다. 월드옥타는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를 통해 협회의 품격과 외연을 확장시킨 점이 회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차량 부품 제조, 플랜트, 무역 등을 업종으로 하는 유럽의 대표 한상(韓商)으로 평가된다. 현재 20개국에서 28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오스트리아 법인장을 거쳐 1999년 영산을 설립했다. 2008년에는 연 매출 1조원의 성과를 올려 ‘오스트리아 올해의 고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월드옥타는 1981년 수출 증대를 통한 모국 경제의 기여를 핵심 가치로 재외동포 무역인들이 창립한 단체다. 전 세계 75개국 154개 도시에 지회가 설립돼있다. 7000여명의 CEO와 2만6000여명의 차세대 경제인으로 구성됐다. 제23대 수석부회장은 제22대 정책기획 부회장을 역임한 천주환(필리핀 마닐라), 수석부이사장은 유대진(중국 후룬베이얼)이 임명됐다.

지난 15일 박 회장은 월드옥타 연임 후 첫 행보로 친환경 소재 연구·개발 기업인 에콜그린텍의 평택 생산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핵심 배경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ESG 전략을 위한 실질적 시장조사로 파악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규제와 함께 제조기업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사업 전환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다.

박 회장은 기존의 전통 제조 및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2030년까지 그룹 전체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신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콜그린텍 방문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첫 단추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 이후 매년 2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니기로 유명한 박 회장은 이날도 수행비서 없이 김성진 신사업 개발팀 상무만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의 경영이념은 ‘세계 경영’ ‘사회 경영’ ‘인간 경영’ ‘예술 경영’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선봉에 서 있는 박 회장은 ‘한국인의 정신’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산그룹의 시작은 화학제품 무역업이었다. 2004년 한국 자동차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중계무역에 뛰어들며 자동차와 부품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2007년부터는 슬로바키아에 자동차 반제품 생산과 포장 사업을 확장하면서 2009년 전주에 공장을 설립했다.

연간 10만대 처리 능력을 갖춘 슬로바키아 공장을 필두로 체코·터키·인도·전주 공장을 통해 러시아, CIS,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반제품 차량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서아프리카 말리, 니제르 같은 미래 시장인 아프리카에 일찌감치 진출하게 됐다.


2019년 전북 완주군 테크노밸리 산업단지에 전주 2공장을 설립해 아프리카 현지 맞춤형 트럭 기반 버스 개발을 포함해 각종 특장·개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 설립한 기술연구소는 반제품 포장 공급 기술 개발과 플랜트 건설, 엔지니어링을 주관하며 전주 공장에서 생산 중인 특수 차량 개발과 친환경 연료 차량 관련 기술 제휴,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기존 실적에 만족하지 않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또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 등 인류 공동의 과제 해결에 기여한 박 회장은 비영리 공익법인 UN피스코(한반도평화번영재단)가 선정한 ‘2025년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 에콜그린텍과 맞손
버섯 커피 대나무로 실용 가죽 25년 외길

박 회장과 만난 이재식 에콜그린텍 대표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비건 에코 가죽 제품을 개발한 업계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순환형 PLA 소재를 기반으로 한 버섯 가죽과 대나무 가죽, 커피 가죽, 선인장 가죽을 25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해 미국과 이탈리아, 호주, 덴마크, 일본, 홍콩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인장 강도와 내마모성, 신율 등의 물리·화학적 특성은 기존 비건 가죽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고 비건 에코 가죽으로서의 완성도 또한 잘 갖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식물 유래 소재는 3년 이상의 경시 변화를 지켜봐야만 부패와 물성 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개발이다. 가죽 소재 특성상 내구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내구성이 약한 면(Cotton) 대신 결정화 소재인 PLA 레진(Resin)으로 개발했다.

최근에는 버섯 가죽이 단순히 동물 가죽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90% 이상의 물 사용량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는 친환경 소재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오염된 지구 환경 개선과 지구 온난화 극복에 도움이 되며 가방, 신발, 유아 매트, 사무용 가구, 소파 등에 적용되고 있다. 기존 인조 가죽과 비교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절감함은 물론, 섬유·패션 분야 공인 시험 인증기관인 FITI시험연구원과 협력해 내열·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시험 결과를 받았다.

무게도 타 가죽 대비 30% 이상 가벼워 신발, 가방 제품에 실용성을 더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식 에콜그린텍 대표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서 바이오매스(Biomass) 함량이 기술의 척도가 될 만큼 중요시되고 있으며 에콜그린텍 제품의 바이오매스 함량은 80~95%로 비건 에코 가죽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에콜그린텍은 친환경 명품을 지향하는 ‘비반트코리아’와 대외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반트코리아는 에콜그린텍의 독립 법인이다. 에콜그린텍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비반트코리아는 일상에서 사용 가능한 제품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브랜드인 ‘에비반트(EVIVANTE)’를 지난 9월 출시했다.

에비반트는 프랑스어로 ‘생동감 있는’ ‘살아있는’이라는 의미로 자연에서 발굴한 친환경 소재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박 회장과 이 대표와 경기 평택에서 만난 최정숙 비반트코리아 대표는 “친환경 제품을 세계적 명품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로 친환경과 명품의 융합을 지향한다”며 “에콜그린텍의 자연 순환형 PLA 소재를 기반으로 한 버섯, 대나무, 커피 가죽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콜그린텍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행사에 참여해 협력 기업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구매 의사를 얻어냈다. 최근 가구회사 코아스가 개발한 ‘마루온(MARUON) 체어’의 겉감인 대나무 가죽(BAM-P Leather)을 납품한 후 이 재료로 만든 의자가 ‘2025 APEC 정상회의’에서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머리 맞대다

각국의 정상들이 앉은 ‘마루온’은 안동 산불 피해목과 에콜그린텍의 대나무 가죽으로 완성한 친환경 제품이다. 겉감의 80% 이상을 바이오 기반 소재로 구성해 ‘지속 가능한 내일’이라는 APEC 정상회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의 에콜그린텍 방문은 단순한 비공식 일정이 아닌 영산그룹의 사업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