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2위를 유지하며,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포트2’ 배정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본선 조별리그에서 껄끄러운 강호들을 피하고 16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20일(한국시각) FIFA가 발표한 11월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과 동일한 22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 A 매치에서 미국(2-0 승), 멕시코(2-2 무)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10월 랭킹에서 23위에서 22위로 한 계단 올라선 한국은, 이번 11월 A 매치 기간에 치른 볼리비아(2-0 승), 가나(1-0 승)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순위를 굳건히 지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FIFA 랭킹 22위를 기록하면서 포트2 마지노선인 2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게 됐다”며 “아직 FIFA로부터 포트 관련 공문은 받지 않았으나 현재 포트2 배정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포트2에 포함되는 건 이번이 최초다.
2026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은 오는 12월6일 미국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부터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남에 따라, 11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48개팀을 4개 포트로 나눠 조를 편성한다.
포트2 확보가 갖는 의미는 크다. 같은 포트에 속한 팀끼리는 한 조에 묶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배정으로 크로아티아(10위), 모로코(11위), 콜롬비아(13위), 우루과이(16위), 스위스(17위)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아시아 라이벌인 일본(18위), 이란(20위)과 호주(26위) 역시 포트2에 속해 조별리그에서 만나지 않는다.
포트1에는 공동 개최국인 미국(14위), 멕시코(15위), 캐나다(27위)를 포함해 FIFA 랭킹 최상위권인 스페인(1위), 아르헨티나(2위), 프랑스(3위), 잉글랜드(4위), 브라질(5위), 포르투갈(6위), 네덜란드(7위), 벨기에(8위), 독일(9위)이 포진돼있다.
유럽 플레이오프(PO)에 나서는 이탈리아(12위)와 덴마크(21위)의 본선 진출 여부가 변수지만, 이들이 합류하더라도 한국의 포트2 지위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포트2 진입으로 최악의 조 편성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만은 없다. 포트3에 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가 버티는 노르웨이(29위)는 유럽 예선에서 이탈리아를 연파하는 저력을 보여주며 가장 위협적인 '지뢰'로 꼽힌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오마르 마르무시(맨체스터시티)가 이끄는 이집트(34위), 전통의 강호 알제리(35위), 스코틀랜드(36위) 등도 포트3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죽음의 조’가 탄생할 수도 있다.
포트4에는 요르단(66위), 카보베르데(68위) 등 상대적 약체들이 포함되지만, 처음 출전하는 팀들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다. 대륙별 안배 원칙에 따라 유럽을 제외한 같은 대륙 국가는 같은 조에 편성될 수 없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돼 진행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4팀씩 12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며 각 조 1, 2위팀과 3위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기존 32개국 체제의 16강 토너먼트보다 관문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홍명보호는 역대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인 16강(2010 남아공, 2022 카타르)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이어 사상 첫 포트2 확보라는 유리한 고지까지 점령한 한국 대표팀이 다가올 조 추첨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