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터지는’ 지역축제 비결

‘물 들어왔다’ 노 젓는 K-분식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지역 먹거리 축제가 성황이다. 매년 지역마다 의례적으로 열리던 행사였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이전 축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문객이 몰리며 “뭔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 시작된 변화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축제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경북 김천의 김밥축제가 15만명 넘는 인원 방문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축제에 다녀온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올해 축제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달라진
분위기

2025년 김천시가 개최한 김밥축제는 운영 방식이 기존 지역축제와 확연히 달랐다. 축제에 불필요한 구성은 제외하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김천시는 축제 시작 전 진행하던 내빈 소개, 축사, 환영사 등을 공연으로 대체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조치였다. 개막식이 사라지면서 지역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지역 정치인의 의전도 함께 없앴다. 이번 에는 ‘김밥’ 노래를 부른 자두 등이 공연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전 김천지역의 가을 축제는 주로 시청이 주도하는 문화예술제 형태였다. 당시 행사는 시청과 중심으로 운영됐고, 행사 참여 인원이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었다. 김천시는 축제 운영 구조를 과감히 바꿨다. 기존에는 외주 기획사와 행정 부서가 기획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지역 상인회와 청년 창업인 모임,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청소, 교통, 안내를 분담했다.

제품 가격 면에서는 칼을 뽑아 들었다. 매년 축제 때마다 나오는 바가지 요금 문제를 바로 잡기로 한 것이다. 바가지 요금 방지를 위해 비교적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이런 방식은 판매 신뢰도를 높이고 상인 간 가격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환경 관리체계도 만들었다. 김밥축제에서는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했다. 이에 더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할인을 해주거나 일회용기 접시 대신 뻥튀기를 접시로 활용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영했다.

김밥 축제에 이어 지난 7일 구미시에서 진행한 라면축제도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17만명으로 곱절 가까이 늘어, 올해에는 30만명대에까지 도달했다. 이는 지역 대형 축제 가운데 역대 상위권에 해당한다. 구미시가 라면을 축제 소재로 선택한 배경에는 농심이 있다.

김밥축제부터 라면축제까지
줄줄이 터지는 먹거리 축제

1990년 준공된 농심 구미공장은 국내 라면 생산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시는 이를 축제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갓 튀긴 라면’ 콘셉트였다. ‘갓 튀긴 라면’이 축제의 핵심 콘텐츠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장에서 방금 튀긴 라면을 현장에서 구매하고 맛보는 체험은 다른 지역 행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축제가 진행된 3일간 ‘갓 튀긴 라면’이 약 48만개가 판매됐다. 셰프들이 직접 선보인 25가지의 창의적인 라면 메뉴는 5만4000여그릇이 팔리며 두 매출의 합계액은 10억원을 웃돌았다. 축제 전용 메뉴로 구성된 라면 요리 부스에서는 국물 라면뿐 아니라 볶음류, 튀김류, 퓨전 메뉴 등 라면을 활용한 20여종류 이상의 요리가 제공됐다.

농심은 축제 기간 동안 자사 라면을 공급했고 이를 조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지역 상권 매출 증가 역시 뚜렷했다. 축제의 시그니처 콘텐츠인 농심 ‘갓튀긴 라면’은 이틀간 32만4000개가 판매돼 지난해 축제 기간 총판매량인 25만8000개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긴 475m ‘라면 레스토랑’은 축제 첫째날에만 2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축제 기간의 총 매출인 2억53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운영 방식의 변화도 올해 축제 특징 중 하나다. 라면축제 현장은 400m가 넘는 라면 거리 형태로 구성했고, 부스별 운영 표준을 통일했다. 결제는 QR 주문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곳곳에 배치된 키오스크가 이를 보조했다. 주문 방식이 동일화되면서 부스별 대기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회전율도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방문객 편의 체감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환경도
챙기고

가격 정책 역시 축제의 신뢰도를 높인 요소 중 하나다. 구미시와 농심은 축제 준비 과정에서 판매 가격을 사전에 조율해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했다. 실제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라면이 9000원을 넘지 않게 조치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벌어지기 쉬운 가격 혼선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과 지자체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축제를 후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기업이 축제를 새로운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강화됐다. 농심은 올해 축제에서 수출 전용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시식 행사와 팝업 전시가 함께 구성되면서 방문객이 제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직접 홍보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었고, 시 입장에서는 축제의 독창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이번 라면 축제는 방문객 중 외국인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 K-푸드 인기와 더불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주효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나와 화제였는데, 영화의 흥행으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증가하자, 일부 관광객들은 축제를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방문객 동선 역시 올해 대폭 개선됐다. 라면 거리 한쪽은 ‘라면 레스토랑’ 콘셉트로 꾸며 지역 식당들이 라면을 활용한 특화 메뉴를 판매했고, 다른 한쪽은 체험존과 전시존으로 구성했다. 라면 제조 과정 소개, 라면 역사관, 퓨전 라면 레시피 체험 등 콘텐츠가 구역별로 나뉘어 방문객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대구 북구의 떡볶이 축제는 지역 먹거리 축제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특히 올해 5회를 맞은 떡볶이 축제는 단기간에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3만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올해 33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브랜드 참여
기업이 홍보

특히 5월 행사 취소 후 일정이 10월로 옮겨지면서 기온이 안정됐고, 야외에 머무르기 적합한 날씨가 유지됐다. 연기된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누적되면서 주말을 중심으로 외지 방문객이 대폭 늘었다. 축제가 열린 iM뱅크파크 일대는 사흘 내내 붐볐고, 지역 방문객과 외부 관광객이 거의 반반 비율로 나타났다.

서울·경기권에서만 10%가 넘는 인파가 찾아왔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떡볶이라는 음식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의 기획 방식 변화에 있었다. 대구 북구는 2021년 처음으로 떡볶이 페스티벌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떡볶이는 지역 특산물이 아니었다. 기존 지역축제가 대부분 특산물이나 고유 문화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적이지만 전국적 공감대가 있는 음식’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올해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의 운영 방식은 김천과 구미가 보여준 운영 방식과 닮아있다. 북구청은 올해 처음으로 전 테이블에 QR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관람객은 줄을 서지 않고 자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고, 음식 부스마다 실시간 대기 시간과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지난해 혼잡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었고, 결과적으로 회전율이 크게 높아졌다. 좌석 수도 지난해 1700석에서 2700석으로 늘렸다. 늘어난 좌석 배치는 공간 혼잡도를 줄였고, 특정 공간에 인파가 몰리는 현상도 줄였다.

운영 방식에서 달라진 점은 또 있다. 김천이 ‘의전·개막식·바가지’를 없앴다면, 대구는 여기에 더해 ‘입점비 폐지’를 단행했다. 축제 초기에 지적됐던 바가지요금 문제는 입점비 부과 구조와 연결돼있었고, 북구청은 이를 없애는 대신 사전 오리엔테이션에서 판매 가격 기준선을 마련했다.

의전·무대·바가지 없애고
‘미니멀리즘’ 체험형 대세

이 방식은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유지하는 데도 효과를 냈다. 축제장 내 음식 가격이 명확하게 공개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브랜드 전략이다. 김천 김밥축제가 지역 이미지를 ‘김천=김밥’으로 재구성했다면,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떡볶이의 수도(떡볶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도시 이미지를 재정비했다. 전국 28~29개 브랜드가 참여해 각 지역의 떡볶이 조리법을 보여주는 방식, 조선시대 궁중 떡볶이부터 분식집 스타일·퓨전 레시피까지 다양한 조리법을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했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게 늘었다. 대구 북구는 올해 축제가 275억원 이상의 직접 경제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도시 이미지 개선, SNS 노출, 지역 상권 확산 등을 포함하면 간접효과는 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기간에 수십만 명의 외부 인구를 끌어올 수 있는 지역축제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떡볶이 축제가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전국 참여형 축제’라는 성격이다. 그동안 지역축제는 지역 내 상인이 운영을 맡는 경우가 많아, 참여 업체 폭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에는 전국 각지의 떡볶이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경기·인천·충청·강원 등 전국 29개 브랜드가 한 곳에 모였고, 이 과정에서 체계적 심사를 통해 입점 기준을 강화했다.

안정적 운영
긍정적 반응

시민 동선도 안정적이었다. 올해 행사에는 명절·연휴 수준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고, 그에 맞춘 동선 관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방문객은 “이전 축제보다 즐길 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지난해보다 사람은 많지만 체감상 혼잡도는 덜한 것 같다. 내년에도 방문 예정”이라고 전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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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