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 화이트해커 10인에 물었다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되고 있다.”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반면 정보 유출에 대한 충격파는 작아졌는데 이는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큰 문제는 사고를 예방하기보다 수습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보안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10명의 ‘화이트해커’에게 물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하루에도 몇 통씩 오는 문자메시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고수익 보장’ ‘종목 추천’ 등 메시지의 내용도 다양하다. 오는 족족 삭제하고 번호를 차단했지만 다음 날이면 또 다른 번호로, 또 다른 내용의 메시지가 온다. 김씨는 본인 번호가 대체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궁금했다.

어디서 새서
어디로 가나

개인정보가 더는 ‘개인’의 것이 아니게 된 모양새다. 안전지대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방위로 털리고 있다. 이름, 나이,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민감한 정보도 예외는 없다.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한 이용자는 “(개인정보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서버 해킹 피해와 관련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서버 해킹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화이트해커로부터 LG유플러스에서 내부자 계정을 관리하는 APPM 서버 해킹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KISA가 관련 내용을 전달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미국 보안 전문 매체 <프랙>은 해커 집단이 외주 보안업체 시큐어키를 해킹해 얻은 계정 정보로 LG유플러스 내부망에 침투해 8938대의 서버 정보와 4만2256개의 계정, 167명의 직원 정보를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자체 점검을 벌인 뒤 8월 사이버 침해 정황이 없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했다.


앞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기술 분야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KISA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사이버 침해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 신고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여러 혼란과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LG유플러스가 비밀번호를 암호화하지 않고 소스코드 안에 그대로 노출했다는 것은 금고 바깥에 비밀번호를 써서 쪽지로 붙여 놓은 꼴”이라며 “기술적인 문제 이전에 심각한 보안 불감증”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자체적으로 계정 권한 관리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모바일로 시스템에 접속 시 2차 인증 단계에서 숫자 ‘111111’을 입력하고 특정 메모리값을 변조하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등 모두 8개의 보안 취약점이 드러났다.

또 웹페이지에는 별도 인증 없이 관리자 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가 있었고 소스코드에는 백도어에 접속할 수 있는 비밀번호 3자리, 계정 관리에 필요한 비밀번호가 암호화되지 않은 채 평문으로 노출돼있었다.

이 의원은 “LG유플러스가 서버 운영체계를 재설치하고 이미지를 뜬 것을 제출했는데 (재설치 전) 상황 그대로가 이미지에 담겼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보안 사고 매뉴얼대로 했는지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KISA에 해킹 피해 정황을 신고하면서 국내 통신 3사 모두 보안 문제를 노출했다. 지난 4월 SKT 서버에서 2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대형 해킹 사고가 일어났다. KT 역시 이용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 무단으로 소액 결제가 이뤄지고 2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통신3사 다 털렸다
이용자만 피해보는 구조


SKT 해킹 사고가 일어난 이후 KT와 LG유플러스 등은 보안을 강조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실제 SKT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이용자가 이탈하는 등 통신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보안 사고가 일어나면서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으로만 남았다.

일부 이용자는 SKT 해킹 사고로 통신사를 옮겼다가 피해를 당했다.

통신사에서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니었다. 카드사, 은행, 생명보험사 등도 해커의 표적이 됐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해킹 침해 사고는 총 31건, 전산장애는 총 188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8건, 2021년 5건, 2022년 1건, 2023년 5건, 지난해 4건, 올해는 9월까지 8건이다.

올해 발생한 해킹 건만 보면 IM뱅크(2월28일), KB라이프생명(5월16일), 노무라금융투자(5월16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5월18일), 하나카드(6월17일), 서울보증보험(7월14일), 악사손해보험(8월3일), 롯데카드(8월12일) 등이다.

해킹 사고로 유출된 정보는 총 5만10004건, 배상 인원은 172명, 배상금액은 2억71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하나카드, KB라이프, 악사손해보험 등은 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응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해킹 사고가 일어나면 업체는 보상, 정부는 징벌, 국회는 입법 등의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데 이미 민감한 개인정보는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뒷북’을 치는 방식으로는 피해에 대한 온전한 보전이 이뤄질 수 없고 재발도 막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전 국민의 절반에 이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유심이 해킹되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난 이후 SKT는 보상 명목으로 ‘고객 감사제’를 진행했다. 계약 기간 도중에 통신사를 이동하는 등의 상황에 부과되는 위약금을 면제하라는 이용자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SKT는 답변을 미루다가 국회가 나서자 떠밀리듯 결정한 바 있다.

정부는 SKT에 약 14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 금액이다. 지난 8월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전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SKT에 과징금 1347억9100만원과 과태료 96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SKT 해킹 사고 이후 KISA와 함께 3개월 간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그 결과 SKT 이용자 2324만4649명(알뜰폰 포함)의 휴대전화번호, 가입자식별번호, 유심인증키 등 총 25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위에 따르면 해커는 2021년 8월 SKT 내부망에 처음 침투해 다수 서버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했다. 2022년 6월에는 통합고객인증시스템에도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후 이들이 올해 4월18일 홈가입자서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이용자 개인정보 9.82GB를 외부로 유출한 것이 확인됐다.


국회 질타
떠밀리듯

개인정보보호위는 SKT 측이 기본 보안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SKT는 인터넷·관리·코어·사내망을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해 운영하면서 국내·외 인터넷망에서 SKT 내부 관리망 서버로 접근을 제한 없이 허용했다. 또 침입 탐지 시스템의 이상 행위 로그도 확인하지 않아 해킹 시도를 탐지하지 못했다.

국회는 통신3사의 수장들을 불러 모아 강하게 질타했다.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리면서 해킹 사고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맹공을 퍼부었다. 국회는 이번 국감을 통해 “데이터 해킹은 국가적 재난 수준”이라며 정부와 통신사 모두에 근본적인 체계 개선을 주문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켜내는 시스템을 강화하지 못하면 디지털 전환의 신뢰 기반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통신3사 대표들은 국회의원의 질타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단일 기업으로는 해킹 사고를 막기 어렵다는 의견을 토로했다.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21일 국감에서 해킹 사태를 겪은 소감에 대해 “사실 굉장히 힘들었다”며 “전체 대응도 대응이지만 원인 파악을 위해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에서 많이 도와주셨어도 아직까지 누가 이렇게 했는지 범인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것까지 치면 단일 기업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 대표에게 질의한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우리나라 기업을 해킹하는 조직들은 국가급 단체고 북한 해커들도 부대급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상대에 맞서 싸우는 것을 기업에만 맡겨서 되겠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가급 해커부대들을 상대해서 털리고 그게 발각되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받으니 기업들이 제대로 신고하겠나”라며 “기업이 신고하고 대응할 수 있는 예방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보안 전문가로 활약 중인 화이트해커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요시사>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의 화이트해커 양성 프로그램인 BoB(Best of the Best) 멘토들에게 의뢰해 국가 보안 현안에 관해 물었다. KITRI는 ‘정보 보안 우수 인재 양성을 통해 국가적 보안 난제 해소’를 목표로 2012년부터 Bo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3기까지 총 2014명의 보안 리더를 배출했고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방어대회로 알려진 ‘DEFCON CTF’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요시사> 인터뷰에 응한 화이트해커 10명은 차세대 보안 리더를 양성하는 이들로 국내·외 기업에서 사이버 보안을 위해 일하고 있다.

화이트해커는 해킹 기술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보안 전문가를 가리킨다. 이들은 기업이나 기관의 시스템을 합법적으로 공격해 보안 취약점을 미리 발견하고 이를 보완해 블랙해커의 공격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즉 공격자의 관점에서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내는 ‘착한 해커’인 셈이다.

한 전문가는 “화이트해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취약점을 찾고 이를 벤더나 제작자에 알린다. 때에 따라서는 해당 취약점에 대한 수정 방법이나 수정안을 같이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oB 등 전문 교육 과정을 통해 매년 수백 명의 화이트해커를 양성하고 있다”며 “화이트해커의 수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지만 1만명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화이트해커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규모가 커지고 빈도가 늘었다는 주장에 입을 모아 “아니”라고 답했다. 기존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사고가 일어났지만 통신사, 군, 정부가 대상이 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나 해킹 시도에 관한 내용을 숨기는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공유해 공격자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침투 경로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보상 부실
문화 경직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에 일어난 사고들이 이전보다 규모가 커지고 빈번해진 것도 있지만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SKT 해킹의 경우 해커가 장기간 시스템에 잠복해 활동한 것처럼 이미 알려지지 않은 위협이 내재해 있다가 최근에야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해커와 반대되는 개념인 블랙해커의 목적은 ‘돈’, 즉 금전적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탈취된 개인정보는 다크웹(특별한 소프트웨어나 설정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웹 공간) 등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에 판매된다.

범죄조직은 확보한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의 대포폰을 개설하고 소액 결제를 진행한다. 또 금융 정보를 빼내 자산을 탈취하는 등 2차, 3차 범죄를 저지른다.

한 전문가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는 스팸 문자나 광고 전화에 시달리게 되고 심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이나 금융 사기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의 보안 조치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들은 “데이터 암호화, 접근 제어, 침입 탐지 시스템, 방화벽, 정기적인 보안 감사 및 취약점 점검 등 기업은 다양한 보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또 직원 교육을 통해 사회공학적 공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완벽한 보안은 없다. 블랙해커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격 기법을 개발하고 있어 기업은 항상 최신 보안 기술과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하기 위해 상시 보안 관제, EDR, DLP, 정기적인 시스템 점검 및 감사 등을 통해 비정상적인 접근이나 데이터 유출 징후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다크웹에 대한 모니터링도 (정보 보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안에 관한 기업의 행보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나왔다.

화이트해커들은 “대부분 기업은 방화벽, 침입 탐지 시스템 같은 보안 설루션을 도입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는 등 법과 제도적 요구 사항을 이행하는 수준의 조치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방어 조치일 뿐 고도화되는 해킹 기술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최고경영자가 보안을 비용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보안 전문가 양성 등 정부의 보안 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화이트해커들의 개별 기술력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각종 국제 해킹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과 사회 전반의 보안시스템과 인식 수준은 이러한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그 배경으로 보안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문화와 경직된 규제 환경을 꼽았다.

이들은 “정부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 화이트햇 스쿨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항상 예산 삭감 및 소극적인 지원으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보상·과징금으로 ‘사후약방문’
“더 많은 보안 전문가 양성해야”

우리나라에서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묻자 “화이트해커의 역할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취약점을 찾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저는 미국에서 만든 주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대한 취약점을 찾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화이트해커가 보안 취약점을 찾았을 때 보상하는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운영하는 보상 프로그램은 굉장히 적다”며 “많은 보안 전문가들이 KISA를 통해 취약점을 알리고 보상을 받아왔지만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화이트해커들은 그 이유로 KISA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아니고, 권고만 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들은 “KISA는 취약점에 대한 사후 관리가 미흡하고 보상도 노력 대비 현저히 낮다”며 “KISA가 보상 프로그램에 예산을 쓸 게 아니라 관련 법안을 만들고 각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에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트해커들은 경영진의 낮은 보안 인식을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들은 “보안 투자는 당장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기에 비용으로 취급돼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망 분리와 같이 현실과 맞지 않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정부 규제가 변화하는 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짚었다.

또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보고해도 이를 해결하기보다 숨기기에 급급한 조직문화 역시 전문가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가장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한탄했다.

화이트해커가 힘들게 취약점을 찾아 알려줘도 담당자가 ‘괜히 일을 만들었다’고 말하거나 임원이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수정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한 화이트해커는 “우리는 의사처럼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IT 분야에서 병을 진단해주는데 환자가 진단을 거부하고 의사를 가볍게 여기는 케이스가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자조했다. 화이트해커들은 보안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과 제도적 지원을 늘려달라는 요구였다.

한 전문가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노트북의 성능이 매우 낮다. 최신 해킹 기술, 정보 보안 기술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데이터의 중요도와 흐름에 기반한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기업이 보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고경영자가 보안을 비용이 아닌 생존을 위한 투자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유능한 화이트해커를 고용하거나 버그 바운티(취약점 포상제)를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보안체계를 갖추고 취약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이트해커들은 “BoB와 같은 실질적인 정보 보안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해 국가 사이버 보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문가를 최대한 많이 양성할 수 있도록 예산 및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가적 노력을 요구했다. 또 “기업이 보안 사고를 냈을 때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공개하면 과징금을 감면하는 ‘자수 감면 제도’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지원 늘리고
환경 만들어야

아울러 “해킹당하고 싶어서 적당하게 일하는 보안 담당자는 없다. 그들도 최선을 다하지만 해킹 사고 발생에 따른 막대한 책임으로 다들 해당 직무를 기피한다”며 “보안 담당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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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