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산 수상한 예배당 실체

아무도 찾지 않는 국립공원 교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북한산국립공원 자락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호텔’이 있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호텔 아카데미 하우스’다. 하지만 호텔은 온데간데없이 ‘교회’와 ‘카페’만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지난달 19일, 버스를 타고 4·19 민주묘지를 지나 종점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는 “내리세요. 여기가 종점입니다”라고 말했다. 내린 곳은 차고지였다. 가파른 언덕을 한참 올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120억짜리
‘유령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호텔 아카데미 하우스’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간판 옆에는 금세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경비실이 있었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에는 누구도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붉은색 지붕의 주택이 보였다.

창문에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하얀 외벽을 따라 검은 물자국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십자가 두 개가 단상 위에 놓여있었고 양옆으로는 예배용 벤치가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예배 공간이었다.

그곳을 나와 위쪽으로 좀 더 걷자, 4층짜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1층에서는 인부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공사 중인 듯한 그 건물이 바로 호텔 본관이었다.

호텔 아카데미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이하 총회) 소유다. 총회는 2007년 무렵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국립공원 자락에 있던 호텔 아카데미와 주변 건물들을 12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총회는 자체 부동산을 처분하고, 교단 산하 여신도회·남신도회 등 여러 기관의 기금을 모아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어렵게 모은 재원으로 인수한 호텔 아카데미는 숙박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교단 재정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출발했다.

이후 총회 유지재단은 호텔 운영을 시작했다. 호텔 운영은 임차 업체 A사에 위탁을 맡겼다. 계약에 따라 호텔은 A사가 맡아 운영을 이어가고, 유지재단은 임대료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당시 총회는 “호텔 임대 운영을 통해 수익을 받아 각 기관에 배당하겠다”고 보고했다. 애초 계획은 객실 운영으로 기본 수익을 내고, 식당이나 부속 시설 등 부대 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운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계약 초기부터 9년간 호텔은 적자를 면치 못했고, 결국 임대계약이 해지됐다. 호텔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계약이 해지된 뒤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던 시공업체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나선 것이다. 유치권은 공사비 미지급 시 시공업체가 건물을 점유하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절차다.

적자 운영으로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이런 사태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총회가 인건비를 직접 부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애초 위탁 운영을 맡은 A사가 충당해야 할 인건비를 총회 유지재단이 수년간 대신 지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억원이 지출됐다는 사실이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호텔 무단 용도변경
10년간 카페로 사용

2017년, 총회는 이례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총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총회장이 직접 공인회계사를 내부 특별감사로 임명해 진행했다. 감사 범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의 총회 업무였고, 이 과정에서 호텔 아카데미 운영과 관련한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특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텔 운영 관련 전체 통장 잔액이 유지재단 결산보고서에서 누락된 점 ▲위탁 운영 과정에서 인건비 총액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점 ▲운영 인건비를 유지재단이 직접 지급한 점 ▲사용처와 상품권 구입 내역이 불분명한 점 등이 명시됐다.

<일요시사>가 만난 총회 소속 목사 이모씨는 “호텔에는 장로 출신 인사들이 재정부장으로 들어가 수천만원대 연봉을 받으며 근무했다”며 “운영이 적자인 상황에서도 두 명의 장로가 각각 4년씩 8년간 재직하면서 총회와 투자 기관에 손해를 끼쳤다.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드러났지만, 총회원들에게 공식 보고조차 되지 못했고, 결국 유인물 배포 수준에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위탁 운영을 맡았던 A사가 2014년 10월31일자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호텔 아카데미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무려 10년 가까이 호텔 영업을 하지 못했다. 호텔 임차인을 오랫동안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회 유지재단은 2015년 1차 임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새로운 임차인을 물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국립공원 내부라는 입지 조건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단점이 되기도 했다. 건물 자체가 노후화돼 대규모 개보수가 불가피했고, 그만큼 초기 투자비가 막대했다.

게다가 유치권 처리 문제까지 남아 있어, 운영에 나서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같은 악조건이 겹치면서 임대 협의는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호텔은 2014년 계약 해지 이후 2021년까지 약 7년 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지난 2021년, 총회 유지재단은 장기간 방치된 호텔 아카데미를 다시 정상화하겠다며 임차인 모집에 나섰다. 건물은 이미 폐허에 가까운 상태였고, 유치권 문제까지 얽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공개입찰 방식을 택했다. 입찰에는 다섯 개 업체가 응찰했다.

유지재단 소위원들은 단순히 서류만 검토하지 않고 직접 업체 현장을 찾아가 재정 상태와 사업 계획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한 ‘B사’가 최종 선정됐다.

그해 6월10일, 유지재단과 B사 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조건은 보증금 5억원, 월 임대료 5000만원(연간 6억원), 계약 기간 10년이었다. 특히 유치권 정리 비용은 임차인 부담으로 명시됐다. 계약 체결 직후 B사는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대금 미지급
유치권 행사

10개월에 걸친 공사에 투입될 추산 비용은 약 40억원에 달했다. 초기 투자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B사는 단기간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B사는 호텔 객실 52실을 대부분 철거하고, 1층부터 4층까지 대형 카페와 베이커리, 음료 판매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객실을 없애고, 새로운 용도로 전환한 것이다.

전면 개보수 공사를 마친 뒤 2022년 5월, 호텔 아카데미는 대형 카페로 업종을 전환해 다시 문을 열었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호텔 아카데미가 본래 허가받은 숙박업이 아닌 전혀 다른 목적 시설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이모씨는 “호텔 아카데미는 숙박업으로 등록돼있지만 실제로는 약 10년간 숙박 영업을 하지 않고, 카페로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즉, 허가받지 않은 무단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립공원 내에는 상업시설 허가가 제한된다. 자연공원법 제20조는 ‘국립공원 구역 안에서 건축물의 신축·증축·개축·용도변경 등을 하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상업시설이나 종교시설은 자연공원 보전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허가가 나는 경우가 드물다. 예외적으로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전 있던 기존 건물에 한에서만 허용된다.

호텔 아카데미 또한 국립공원이 조성되기 이전에 있던 건물로서 허가받은 것이지만, 이미 있던 건물이라도 허가 목적 이외로 쓰는 건 ‘용도 위반’에 해당하며 불법이다.

호텔 아카데미는 숙박시설로 등록된 만큼 관광진흥법과 숙박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숙박업법 제6조는 숙박자가 이용할 때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을 기재한 명부를 작성해 관계 기관의 요구 시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모씨는 “실제 투숙객을 받은 기록이 없다. 명부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제출도 불가능하다”며 “호텔 직원의 4대 보험 가입 내역이나 근무 기록도 없다”고 지적했다. 호텔 영업을 했다는 흔적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호텔 아카데미에서 카페가 아니라 호텔 객실을 이용했다는 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한 카페 이용자는 해당 기간 방문 시 호텔은 운영되지 않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배당금 ‘0원’
수익 행방 묘연

영업 초반에 카페 운영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월 매출 2억5000만원~3억5000만원 수준이 유지됐다. 그러나 초기 공사비가 예상 지출액보다 컸고, 금리 인상과 자재비 상승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며 B사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이로 인해 임대료가 연체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각종 공과금에 큰 규모의 공사비까지 미지급하게 됐다.

인테리어 공사 업체에서 또 한 번 유치권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했고, 2022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5개월간 연체가 이어져 연체금이 9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더해 ‘30객실 미설치’ 문제로 시정명령이 떨어졌다. 관광호텔업 등록 기준 기본 요건은 객실이 30실 이상이어야 하지만, 기존 객실을 철거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강북구청은 2022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다. 1차 시정명령 후 이행이 없자 2차로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어 3차 계고장이 발부됐으나 객실은 복원되지 않았고, 결국 4차 면허 취소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B사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2022년 하반기부터 제3자 양도를 모색했다. 운영권을 넘기려 했지만 권리금 조정에 어려움을 겪어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이후 결국 유지재단은 변호사를 선임해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카드 매출 계좌 가압류와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신청했다. 법원은 2023년 11월22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확정했다.

그러다 2024년 1월15일, B사는 돌연 임시 휴업을 선언하고 정문을 폐쇄했다. 강북구청에는 휴업 신청을 하며 행정처분을 유예받았다. 건물 곳곳에는 인테리어 업체가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고, 전기와 수도도 끊겼다.

유지재단은 다시 신규 임차인 모집에 나섰고, 세 곳의 업체가 응모했다. 그중 북카페와 미술관 카페 등 다수의 지점을 운영하며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C사가 선정됐다.

유지재단은 C사와 협의한 끝에 유치권 정리 비용 17억원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C사와 유지재단이 각각 8억5000만원을 내 유치권 문제를 해결했고, 이후 객실 30실도 복원해 행정처분을 취소시켰다.

수억 헌금으로 만든 산자락 ‘불법 채플’
‘호텔 아카데미’ 기금 모아 120억에 매입

하지만 이모씨는 이에 대해 “유지재단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유치권 비용을 대신 갚아준 셈”이라며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텔 인수 당시 투자했던 교단 산하 기관들에는 2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지재단은 2차 계약 당시 “월세 5000만원을 받는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수익은 기관에 배분되지 않았다. 이모씨는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만, 돈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회당 불법 개축’이다. 유지재단은 아카데미 하우스 내에 ‘채플’을 만들기로 했다. “북한산을 찾는 이들이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여기엔 약 4억원이 투입됐고, 개축 비용은 전국 교회에서 모은 헌금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자연공원법상 종교시설은 국립공원 내에서 허가되지 않는다. 문제의 채플은 ‘숙박시설 개축’으로 허가받았다.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했다는 뜻이다.

이모씨는 구청에 무단 용도변경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강북구청은 “2023년 숙박시설 용도로 허가했으나 현장 확인 결과 종교시설로 사용 중임을 확인했다”며 “무단 용도변경에 따른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모씨는 “이미 구청이 상황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2년 유지재단 이사장인 육순종 목사는 SNS에 “채플 공사에 도움을 준 전·현직 강북구청장, 구의원, 환경부와 국립공원 관계자, 서울시 총괄건축가 등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설계도면 자체가 교회 건축으로 진행됐고, 설계비만 1900만원이 집행됐다”며 “언론 보도에서는 2022년에 교회를 짓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구청은 2023년에 숙소로 개축 허가를 했다고 답했다. 이는 이미 교회 건물이 완공된 상태에서 숙소로 허가를 내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준공검사(사용승인) 과정에서 숙소로 허가를 내줬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강북구청의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육 목사의 SNS 글에 대해 “구청에서 종교시설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축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지만 “SNS 내용은 육순종 목사의 개인적인 사견일 뿐, 강북구청과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몰랐다?
자가당착

이모씨는 “호텔 운영 당시 총회가 누락한 통장 잔고와 인건비 지출 내역, 수익금의 행방 등을 명백히 밝히고 채플을 짓는 데 들어간 교인들의 헌금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며 “강북구청은 종교시설 개축을 허가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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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