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산 수상한 예배당 실체

아무도 찾지 않는 국립공원 교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북한산국립공원 자락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호텔’이 있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호텔 아카데미 하우스’다. 하지만 호텔은 온데간데없이 ‘교회’와 ‘카페’만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지난달 19일, 버스를 타고 4·19 민주묘지를 지나 종점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는 “내리세요. 여기가 종점입니다”라고 말했다. 내린 곳은 차고지였다. 가파른 언덕을 한참 올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120억짜리
‘유령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호텔 아카데미 하우스’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간판 옆에는 금세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경비실이 있었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에는 누구도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붉은색 지붕의 주택이 보였다.

창문에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하얀 외벽을 따라 검은 물자국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십자가 두 개가 단상 위에 놓여있었고 양옆으로는 예배용 벤치가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예배 공간이었다.

그곳을 나와 위쪽으로 좀 더 걷자, 4층짜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1층에서는 인부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공사 중인 듯한 그 건물이 바로 호텔 본관이었다.


호텔 아카데미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이하 총회) 소유다. 총회는 2007년 무렵 서울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국립공원 자락에 있던 호텔 아카데미와 주변 건물들을 12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총회는 자체 부동산을 처분하고, 교단 산하 여신도회·남신도회 등 여러 기관의 기금을 모아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어렵게 모은 재원으로 인수한 호텔 아카데미는 숙박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교단 재정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출발했다.

이후 총회 유지재단은 호텔 운영을 시작했다. 호텔 운영은 임차 업체 A사에 위탁을 맡겼다. 계약에 따라 호텔은 A사가 맡아 운영을 이어가고, 유지재단은 임대료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당시 총회는 “호텔 임대 운영을 통해 수익을 받아 각 기관에 배당하겠다”고 보고했다. 애초 계획은 객실 운영으로 기본 수익을 내고, 식당이나 부속 시설 등 부대 사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운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계약 초기부터 9년간 호텔은 적자를 면치 못했고, 결국 임대계약이 해지됐다. 호텔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계약이 해지된 뒤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리모델링 공사를 맡았던 시공업체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나선 것이다. 유치권은 공사비 미지급 시 시공업체가 건물을 점유하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절차다.

적자 운영으로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이런 사태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총회가 인건비를 직접 부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애초 위탁 운영을 맡은 A사가 충당해야 할 인건비를 총회 유지재단이 수년간 대신 지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억원이 지출됐다는 사실이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호텔 무단 용도변경
10년간 카페로 사용

2017년, 총회는 이례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총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총회장이 직접 공인회계사를 내부 특별감사로 임명해 진행했다. 감사 범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의 총회 업무였고, 이 과정에서 호텔 아카데미 운영과 관련한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특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텔 운영 관련 전체 통장 잔액이 유지재단 결산보고서에서 누락된 점 ▲위탁 운영 과정에서 인건비 총액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점 ▲운영 인건비를 유지재단이 직접 지급한 점 ▲사용처와 상품권 구입 내역이 불분명한 점 등이 명시됐다.

<일요시사>가 만난 총회 소속 목사 이모씨는 “호텔에는 장로 출신 인사들이 재정부장으로 들어가 수천만원대 연봉을 받으며 근무했다”며 “운영이 적자인 상황에서도 두 명의 장로가 각각 4년씩 8년간 재직하면서 총회와 투자 기관에 손해를 끼쳤다.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드러났지만, 총회원들에게 공식 보고조차 되지 못했고, 결국 유인물 배포 수준에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위탁 운영을 맡았던 A사가 2014년 10월31일자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호텔 아카데미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무려 10년 가까이 호텔 영업을 하지 못했다. 호텔 임차인을 오랫동안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총회 유지재단은 2015년 1차 임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새로운 임차인을 물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국립공원 내부라는 입지 조건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단점이 되기도 했다. 건물 자체가 노후화돼 대규모 개보수가 불가피했고, 그만큼 초기 투자비가 막대했다.

게다가 유치권 처리 문제까지 남아 있어, 운영에 나서려는 업체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같은 악조건이 겹치면서 임대 협의는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호텔은 2014년 계약 해지 이후 2021년까지 약 7년 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지난 2021년, 총회 유지재단은 장기간 방치된 호텔 아카데미를 다시 정상화하겠다며 임차인 모집에 나섰다. 건물은 이미 폐허에 가까운 상태였고, 유치권 문제까지 얽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공개입찰 방식을 택했다. 입찰에는 다섯 개 업체가 응찰했다.

유지재단 소위원들은 단순히 서류만 검토하지 않고 직접 업체 현장을 찾아가 재정 상태와 사업 계획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고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한 ‘B사’가 최종 선정됐다.

그해 6월10일, 유지재단과 B사 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 계약 조건은 보증금 5억원, 월 임대료 5000만원(연간 6억원), 계약 기간 10년이었다. 특히 유치권 정리 비용은 임차인 부담으로 명시됐다. 계약 체결 직후 B사는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대금 미지급
유치권 행사


10개월에 걸친 공사에 투입될 추산 비용은 약 40억원에 달했다. 초기 투자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B사는 단기간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B사는 호텔 객실 52실을 대부분 철거하고, 1층부터 4층까지 대형 카페와 베이커리, 음료 판매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객실을 없애고, 새로운 용도로 전환한 것이다.

전면 개보수 공사를 마친 뒤 2022년 5월, 호텔 아카데미는 대형 카페로 업종을 전환해 다시 문을 열었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호텔 아카데미가 본래 허가받은 숙박업이 아닌 전혀 다른 목적 시설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이모씨는 “호텔 아카데미는 숙박업으로 등록돼있지만 실제로는 약 10년간 숙박 영업을 하지 않고, 카페로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즉, 허가받지 않은 무단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국립공원 내에는 상업시설 허가가 제한된다. 자연공원법 제20조는 ‘국립공원 구역 안에서 건축물의 신축·증축·개축·용도변경 등을 하려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상업시설이나 종교시설은 자연공원 보전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허가가 나는 경우가 드물다. 예외적으로 국립공원이 지정되기 전 있던 기존 건물에 한에서만 허용된다.


호텔 아카데미 또한 국립공원이 조성되기 이전에 있던 건물로서 허가받은 것이지만, 이미 있던 건물이라도 허가 목적 이외로 쓰는 건 ‘용도 위반’에 해당하며 불법이다.

호텔 아카데미는 숙박시설로 등록된 만큼 관광진흥법과 숙박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숙박업법 제6조는 숙박자가 이용할 때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을 기재한 명부를 작성해 관계 기관의 요구 시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모씨는 “실제 투숙객을 받은 기록이 없다. 명부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제출도 불가능하다”며 “호텔 직원의 4대 보험 가입 내역이나 근무 기록도 없다”고 지적했다. 호텔 영업을 했다는 흔적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4년 이후 호텔 아카데미에서 카페가 아니라 호텔 객실을 이용했다는 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한 카페 이용자는 해당 기간 방문 시 호텔은 운영되지 않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배당금 ‘0원’
수익 행방 묘연

영업 초반에 카페 운영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월 매출 2억5000만원~3억5000만원 수준이 유지됐다. 그러나 초기 공사비가 예상 지출액보다 컸고, 금리 인상과 자재비 상승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며 B사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이로 인해 임대료가 연체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각종 공과금에 큰 규모의 공사비까지 미지급하게 됐다.

인테리어 공사 업체에서 또 한 번 유치권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했고, 2022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5개월간 연체가 이어져 연체금이 9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더해 ‘30객실 미설치’ 문제로 시정명령이 떨어졌다. 관광호텔업 등록 기준 기본 요건은 객실이 30실 이상이어야 하지만, 기존 객실을 철거해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강북구청은 2022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내렸다. 1차 시정명령 후 이행이 없자 2차로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벌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어 3차 계고장이 발부됐으나 객실은 복원되지 않았고, 결국 4차 면허 취소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B사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2022년 하반기부터 제3자 양도를 모색했다. 운영권을 넘기려 했지만 권리금 조정에 어려움을 겪어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이후 결국 유지재단은 변호사를 선임해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카드 매출 계좌 가압류와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신청했다. 법원은 2023년 11월22일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확정했다.

그러다 2024년 1월15일, B사는 돌연 임시 휴업을 선언하고 정문을 폐쇄했다. 강북구청에는 휴업 신청을 하며 행정처분을 유예받았다. 건물 곳곳에는 인테리어 업체가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고, 전기와 수도도 끊겼다.

유지재단은 다시 신규 임차인 모집에 나섰고, 세 곳의 업체가 응모했다. 그중 북카페와 미술관 카페 등 다수의 지점을 운영하며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C사가 선정됐다.

유지재단은 C사와 협의한 끝에 유치권 정리 비용 17억원을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C사와 유지재단이 각각 8억5000만원을 내 유치권 문제를 해결했고, 이후 객실 30실도 복원해 행정처분을 취소시켰다.

수억 헌금으로 만든 산자락 ‘불법 채플’
‘호텔 아카데미’ 기금 모아 120억에 매입

하지만 이모씨는 이에 대해 “유지재단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유치권 비용을 대신 갚아준 셈”이라며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텔 인수 당시 투자했던 교단 산하 기관들에는 2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지재단은 2차 계약 당시 “월세 5000만원을 받는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수익은 기관에 배분되지 않았다. 이모씨는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만, 돈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회당 불법 개축’이다. 유지재단은 아카데미 하우스 내에 ‘채플’을 만들기로 했다. “북한산을 찾는 이들이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여기엔 약 4억원이 투입됐고, 개축 비용은 전국 교회에서 모은 헌금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자연공원법상 종교시설은 국립공원 내에서 허가되지 않는다. 문제의 채플은 ‘숙박시설 개축’으로 허가받았다.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했다는 뜻이다.

이모씨는 구청에 무단 용도변경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강북구청은 “2023년 숙박시설 용도로 허가했으나 현장 확인 결과 종교시설로 사용 중임을 확인했다”며 “무단 용도변경에 따른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모씨는 “이미 구청이 상황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2년 유지재단 이사장인 육순종 목사는 SNS에 “채플 공사에 도움을 준 전·현직 강북구청장, 구의원, 환경부와 국립공원 관계자, 서울시 총괄건축가 등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설계도면 자체가 교회 건축으로 진행됐고, 설계비만 1900만원이 집행됐다”며 “언론 보도에서는 2022년에 교회를 짓기 시작했다고 했는데, 구청은 2023년에 숙소로 개축 허가를 했다고 답했다. 이는 이미 교회 건물이 완공된 상태에서 숙소로 허가를 내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준공검사(사용승인) 과정에서 숙소로 허가를 내줬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강북구청의 답변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육 목사의 SNS 글에 대해 “구청에서 종교시설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축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지만 “SNS 내용은 육순종 목사의 개인적인 사견일 뿐, 강북구청과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몰랐다?
자가당착

이모씨는 “호텔 운영 당시 총회가 누락한 통장 잔고와 인건비 지출 내역, 수익금의 행방 등을 명백히 밝히고 채플을 짓는 데 들어간 교인들의 헌금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며 “강북구청은 종교시설 개축을 허가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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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