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00m 금빛 레이스 서민준·조엘진·이재성·김정윤

한국 계주 영광의 첫 골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 육상이 세계 종합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금빛 질주는 0.3초의 극적인 차이로 이뤄졌고, 한국 육상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27일 독일 보훔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남자400m 계주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38초50이라는 기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38초80)을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대표팀은 서민준(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김정윤(한국체대)으로 구성됐다.

스타터
서민준

이번 경기는 시작 전부터 유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39초14로 전체 7위를 기록하며 결선 막차를 탔다. 하지만 결승전에서의 경기력은 완전히 달랐다. 첫 주자인 서민준 선수가 안정적인 출발을 끊었고, 이어 나마디 조엘진 선수가 예선보다 한층 공격적인 질주로 흐름을 바꿨다.

세 번째 주자 이재성 선수는 격차를 줄였고, 마지막 주자 김정윤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0.3초의 차이는 숫자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기적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한국이 국제 종합대회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2019년 나폴리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약 6년 만에 이룬 최고 성적이자, 한국 육상이 단거리 릴레이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결과였다.


현지 중계진은 경기 직후 “한국이 놀라운 배턴 워크로 전력을 다했다”며 “매 구간마다 균형 잡힌 스피드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육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상 처음 세계 종합대회에서 계주 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입국했던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이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현장에서 나마디 조엘진 선수는 “우리가 1위를 차지했을 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2번 주자는 내 강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정윤 선수는 “예선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분석하고 팀 전체가 전술을 다시 맞췄다”며 “결승은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의 우승을 언급하며 “끈끈한 팀워크가 만든 감동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육상이 유니버시아드 등 세계 종합대회 릴레이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으로, 더욱 뜻깊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없이 흘린 땀과 오랜 인내의 시간이 마침내 빛나는 결실로 이어졌다”며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당당히 도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번 400m 계주의 첫 주자는 서민준 선수였다. 서천군청 소속인 그는 계주의 출발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출발로 팀의 흐름을 주도했다.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릴레이 경기 특성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지만, 0.3초 차 승부였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민준 선수는 실전에서 차분히 제 몫을 해내는 유형의 선수로, 전국 단위 대회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 왔다. 경기력의 기복이 적고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거리 계주 종목에서 안정적인 주자로 주목 받아왔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육상에 대해 “나는 재능형보다는 노력형”이라고 말하곤 했다. 서민준 선수의 성장에는 많은 훈련과 반복, 그리고 경기 경험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 학교 운동부 시절부터 기본기 훈련에 충실했고, 대학 무대와 실업 무대를 병행하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성장을 이어왔다.

‘0.3초’ 차이로 역전승
남아공 제치고 결승 통과

특히 주종목인 100m와 200m 개인 종목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계주에서의 역량이 돋보이면서 대표팀 내 핵심 멤버로 발탁됐다. 결승전 1번 주자로 나선 서민준 선수는 순간 반응 속도에서 밀리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주자 조엘진 선수에게 원활한 배턴 패스를 성공시켰다.

경기 직후 서민준 선수는 “우리 팀의 호흡이 이뤄낸 결과”라며 “1번 주자로 부담은 컸지만 나를 믿고 있는 팀원들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고 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기록보다 중요한 건 팀의 완성도”라며 “국제대회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팀의 일원으로 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2번 주자로 나선 조엘진 선수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빠른 속도와 강한 추진력으로 계주의 중심 구간을 맡아 상대를 압박했고, 특히 서민준 선수와의 배턴 패스, 이어 이재성 선수에게 연결되는 흐름 모두 안정적이었다.

조엘진 선수는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그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일과 함께 취미생활을 하며 이를 극복했다. 특히 조엘진 선수는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엘진 선수가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건 트랙 위에서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6년 KBS2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이다. 극 중 우르크 지역의 한 소년으로 등장해, 의료 봉사 중이던 온유(치훈 역)에게 “이거 말고 염소 사줘, 염소 키우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분쟁과 가난 속에서도 생존을 갈망하던 소년의 대사는 극의 감정을 이끄는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됐다. 드라마 출연 당시 그는 짧은 머리에 귀여운 이목구비로 등장했다. 촬영장에서 송혜교와 온유 등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며 잠시나마 연기자로서 활동했다. 그러나 연기를 이어가지 않고, 육상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염소 소년
조엘진

조엘진 선수가 육상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육상 멀리뛰기 선수 출신의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운동 감각과 신체조건이 어릴 때부터 뛰어났고, 특히 하체 근력이 두드러졌다. 어릴 적부터 “체격이 좋아 뭐든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실제로도 빠른 스피드와 좋은 신체조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육상에 뛰어든 이후, 그는 각종 청소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체육대회, 전국육상경기대회 등에서 100m, 200m, 400m를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휩쓸었다. 2024년에는 최고 수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육상선수권대회 20세 미만 남자 100m 부문에서 10초35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전국 단위 대회인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100m와 2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제105회 대회에서는 18세 이하부 400m 금메달까지 추가해 전 종목 석권을 이뤘다. 전국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도 100m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실상 단거리를 휩쓸었다.


실업팀 예천군청에 입단한 이후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2024년에는 성인 무대 데뷔전인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표 선발전 남자 1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구미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 결선에서도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38초49의 역대급 기록을 올리며 대회 최초 금메달을 가져왔다.

특히 그는 2025년 중국 광저우 세계릴레이선수권대회에서도 연일 기록을 경신했다. 예선에서 38초56, 패자부활전에서 38초51을 기록하며 계주팀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이는 대표팀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예천군청 소속 실업팀에서 훈련을 이어가면서 국가대표 단거리 계주 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업계에서는 조엘진 선수에 대해 “신체조건과 기술적 균형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한다. 특히 단거리에서 드물게 100m, 200m, 400m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탄력성과 지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심축
이재성

훈련 태도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기술보다 멘털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감독님과 함께 훈련하며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후배들과의 훈련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철저한 선수로 알려졌다.

3번 주자는 바통을 이어받은 뒤 코너를 돌아 마지막 주자에게 연결하는 핵심 구간을 책임진다. 속도와 기술, 체력의 균형이 필요한 자리다. 이재성 선수는 이 구간을 안정적으로 책임졌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광주광역시청 소속 이재성 선수는 오랜 기간 국내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해 온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체전과 전국육상경기대회 등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렸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100m와 200m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스프린터로 평가받아왔다.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도 이재성 선수는 400m 계주 멤버로 출전해 한국 신기록 수립에 기여했다. 당시에는 ‘고승환-서민준-조엘진-이재성’으로 구성된 팀이 38초49의 기록으로 아시아선수권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계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U대회에서는 고승환 대신 김정윤이 마지막 주자로 배치됐고, 이재성은 다시 3번 주자로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해냈다.

한국체육대학교 소속인 김정윤 선수는 대표팀의 막내 주자이자 마지막 주자인 앵커 역할을 맡았다.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승부를 결정짓는 자리다. 그는 이번 결승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지막 주자와 접전을 펼친 끝에 0.3초 차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김정윤 선수는 대표팀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선수 중 하나다. 대학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온 그는 단거리 전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보이며 계주 멤버로 낙점됐다. 앞선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에서도 대표팀으로 출전해, 연달아 한국 기록을 경신한 경력도 있다.

세계 대회 뜻깊은 성과
금메달 들고 금의환향

특히 그는 올해 들어 체중과 근육량을 조절하며 후반 스퍼트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마지막 주자로 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정윤 선수는 인터뷰에서 “결승선 직전까지 승부가 확실치 않았지만,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마지막 힘을 짜냈다”며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직후, 금빛 질주를 마친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이 엿보였다. 믿기지 않는 결과 앞에서 벅찬 환희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2번 주자로 뛰었던 조엘진 선수는 “처음에는 우리가 1위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2번 주자는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번 주자로 안정적인 출발을 이끈 서민준 선수는 “계주는 혼자 뀌는게 아닌 팀 경기다. 흐름을 잘 이어주는 데 집중했다”며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해줬고, 앞으로도 국제대회에서 이 팀으로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번 주자 주장 이재성 선수는 “예선에서 기록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결승에서는 모두가 하나 되어 뛰자는 생각만으로 임했다”며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피니시를 책임진 마지막 주자 김정윤은 “배턴을 받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절대 뺏기지 말자,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렇게 큰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계주팀은 내년 2026 아이·나고야아시안게임, 2027년 세계선수권, 그리고 2028년 LA올림픽까지, 향후 3년간 굵직한 국제 무대를 앞두고 있다.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뿐 아니라, 현재의 팀워크를 유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표팀을 꾸려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피니셔
김정윤

육상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드디어 한국도 계주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관리와 장기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 개인의 체력 관리, 부상 방지, 심리적 컨디션 유지 등이 향후 대회를 앞두고 핵심 과제로 꼽힌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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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