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00m 금빛 레이스 서민준·조엘진·이재성·김정윤

한국 계주 영광의 첫 골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 육상이 세계 종합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금빛 질주는 0.3초의 극적인 차이로 이뤄졌고, 한국 육상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27일 독일 보훔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남자400m 계주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38초50이라는 기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38초80)을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대표팀은 서민준(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김정윤(한국체대)으로 구성됐다.

스타터
서민준

이번 경기는 시작 전부터 유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39초14로 전체 7위를 기록하며 결선 막차를 탔다. 하지만 결승전에서의 경기력은 완전히 달랐다. 첫 주자인 서민준 선수가 안정적인 출발을 끊었고, 이어 나마디 조엘진 선수가 예선보다 한층 공격적인 질주로 흐름을 바꿨다.

세 번째 주자 이재성 선수는 격차를 줄였고, 마지막 주자 김정윤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0.3초의 차이는 숫자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기적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한국이 국제 종합대회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2019년 나폴리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약 6년 만에 이룬 최고 성적이자, 한국 육상이 단거리 릴레이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결과였다.


현지 중계진은 경기 직후 “한국이 놀라운 배턴 워크로 전력을 다했다”며 “매 구간마다 균형 잡힌 스피드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육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상 처음 세계 종합대회에서 계주 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입국했던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이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현장에서 나마디 조엘진 선수는 “우리가 1위를 차지했을 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2번 주자는 내 강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정윤 선수는 “예선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분석하고 팀 전체가 전술을 다시 맞췄다”며 “결승은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의 우승을 언급하며 “끈끈한 팀워크가 만든 감동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육상이 유니버시아드 등 세계 종합대회 릴레이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으로, 더욱 뜻깊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없이 흘린 땀과 오랜 인내의 시간이 마침내 빛나는 결실로 이어졌다”며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당당히 도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번 400m 계주의 첫 주자는 서민준 선수였다. 서천군청 소속인 그는 계주의 출발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출발로 팀의 흐름을 주도했다.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릴레이 경기 특성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지만, 0.3초 차 승부였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민준 선수는 실전에서 차분히 제 몫을 해내는 유형의 선수로, 전국 단위 대회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 왔다. 경기력의 기복이 적고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거리 계주 종목에서 안정적인 주자로 주목 받아왔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육상에 대해 “나는 재능형보다는 노력형”이라고 말하곤 했다. 서민준 선수의 성장에는 많은 훈련과 반복, 그리고 경기 경험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 학교 운동부 시절부터 기본기 훈련에 충실했고, 대학 무대와 실업 무대를 병행하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성장을 이어왔다.

‘0.3초’ 차이로 역전승
남아공 제치고 결승 통과

특히 주종목인 100m와 200m 개인 종목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계주에서의 역량이 돋보이면서 대표팀 내 핵심 멤버로 발탁됐다. 결승전 1번 주자로 나선 서민준 선수는 순간 반응 속도에서 밀리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주자 조엘진 선수에게 원활한 배턴 패스를 성공시켰다.

경기 직후 서민준 선수는 “우리 팀의 호흡이 이뤄낸 결과”라며 “1번 주자로 부담은 컸지만 나를 믿고 있는 팀원들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고 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기록보다 중요한 건 팀의 완성도”라며 “국제대회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팀의 일원으로 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2번 주자로 나선 조엘진 선수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빠른 속도와 강한 추진력으로 계주의 중심 구간을 맡아 상대를 압박했고, 특히 서민준 선수와의 배턴 패스, 이어 이재성 선수에게 연결되는 흐름 모두 안정적이었다.

조엘진 선수는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그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일과 함께 취미생활을 하며 이를 극복했다. 특히 조엘진 선수는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엘진 선수가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건 트랙 위에서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6년 KBS2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이다. 극 중 우르크 지역의 한 소년으로 등장해, 의료 봉사 중이던 온유(치훈 역)에게 “이거 말고 염소 사줘, 염소 키우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분쟁과 가난 속에서도 생존을 갈망하던 소년의 대사는 극의 감정을 이끄는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됐다. 드라마 출연 당시 그는 짧은 머리에 귀여운 이목구비로 등장했다. 촬영장에서 송혜교와 온유 등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며 잠시나마 연기자로서 활동했다. 그러나 연기를 이어가지 않고, 육상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염소 소년
조엘진

조엘진 선수가 육상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육상 멀리뛰기 선수 출신의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운동 감각과 신체조건이 어릴 때부터 뛰어났고, 특히 하체 근력이 두드러졌다. 어릴 적부터 “체격이 좋아 뭐든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실제로도 빠른 스피드와 좋은 신체조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육상에 뛰어든 이후, 그는 각종 청소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체육대회, 전국육상경기대회 등에서 100m, 200m, 400m를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휩쓸었다. 2024년에는 최고 수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육상선수권대회 20세 미만 남자 100m 부문에서 10초35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전국 단위 대회인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100m와 2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제105회 대회에서는 18세 이하부 400m 금메달까지 추가해 전 종목 석권을 이뤘다. 전국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도 100m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실상 단거리를 휩쓸었다.


실업팀 예천군청에 입단한 이후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2024년에는 성인 무대 데뷔전인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표 선발전 남자 1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구미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 결선에서도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38초49의 역대급 기록을 올리며 대회 최초 금메달을 가져왔다.

특히 그는 2025년 중국 광저우 세계릴레이선수권대회에서도 연일 기록을 경신했다. 예선에서 38초56, 패자부활전에서 38초51을 기록하며 계주팀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이는 대표팀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예천군청 소속 실업팀에서 훈련을 이어가면서 국가대표 단거리 계주 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업계에서는 조엘진 선수에 대해 “신체조건과 기술적 균형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한다. 특히 단거리에서 드물게 100m, 200m, 400m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탄력성과 지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심축
이재성

훈련 태도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기술보다 멘털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감독님과 함께 훈련하며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후배들과의 훈련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철저한 선수로 알려졌다.

3번 주자는 바통을 이어받은 뒤 코너를 돌아 마지막 주자에게 연결하는 핵심 구간을 책임진다. 속도와 기술, 체력의 균형이 필요한 자리다. 이재성 선수는 이 구간을 안정적으로 책임졌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광주광역시청 소속 이재성 선수는 오랜 기간 국내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해 온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체전과 전국육상경기대회 등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렸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100m와 200m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스프린터로 평가받아왔다.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도 이재성 선수는 400m 계주 멤버로 출전해 한국 신기록 수립에 기여했다. 당시에는 ‘고승환-서민준-조엘진-이재성’으로 구성된 팀이 38초49의 기록으로 아시아선수권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계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U대회에서는 고승환 대신 김정윤이 마지막 주자로 배치됐고, 이재성은 다시 3번 주자로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해냈다.

한국체육대학교 소속인 김정윤 선수는 대표팀의 막내 주자이자 마지막 주자인 앵커 역할을 맡았다.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승부를 결정짓는 자리다. 그는 이번 결승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지막 주자와 접전을 펼친 끝에 0.3초 차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김정윤 선수는 대표팀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선수 중 하나다. 대학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온 그는 단거리 전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보이며 계주 멤버로 낙점됐다. 앞선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에서도 대표팀으로 출전해, 연달아 한국 기록을 경신한 경력도 있다.

세계 대회 뜻깊은 성과
금메달 들고 금의환향

특히 그는 올해 들어 체중과 근육량을 조절하며 후반 스퍼트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마지막 주자로 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정윤 선수는 인터뷰에서 “결승선 직전까지 승부가 확실치 않았지만,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마지막 힘을 짜냈다”며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직후, 금빛 질주를 마친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이 엿보였다. 믿기지 않는 결과 앞에서 벅찬 환희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2번 주자로 뛰었던 조엘진 선수는 “처음에는 우리가 1위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2번 주자는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번 주자로 안정적인 출발을 이끈 서민준 선수는 “계주는 혼자 뀌는게 아닌 팀 경기다. 흐름을 잘 이어주는 데 집중했다”며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해줬고, 앞으로도 국제대회에서 이 팀으로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번 주자 주장 이재성 선수는 “예선에서 기록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결승에서는 모두가 하나 되어 뛰자는 생각만으로 임했다”며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피니시를 책임진 마지막 주자 김정윤은 “배턴을 받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절대 뺏기지 말자,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렇게 큰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계주팀은 내년 2026 아이·나고야아시안게임, 2027년 세계선수권, 그리고 2028년 LA올림픽까지, 향후 3년간 굵직한 국제 무대를 앞두고 있다.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뿐 아니라, 현재의 팀워크를 유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표팀을 꾸려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피니셔
김정윤

육상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드디어 한국도 계주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관리와 장기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 개인의 체력 관리, 부상 방지, 심리적 컨디션 유지 등이 향후 대회를 앞두고 핵심 과제로 꼽힌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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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