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데뷔 20주년 슈퍼주니어

지지고 볶고 싸워도 ‘끝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그룹 슈퍼주니어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5년, 정규 1집 <슈퍼주니어05>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이들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의 ‘레전드 아이돌’이 됐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팀의 이름을 지켜온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정규 12집 <Super Junior25(슈퍼주니어 이오)>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새롭게 컴백했다.

어느덧 20년
컴백한 슈주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소속사 인터뷰를 통해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리더 이특은 “슈퍼주니어가 20년을 함께했다. 저 역시 너무나 놀라운 시간이었는데,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더 놀라운 시간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전했고, 이어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싶지만 그래도 20주년이라는 건 대단한 의미다. 데뷔 초에는 한 해, 한 해가 버티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매 순간이 감사하다”고 감격을 표했다.

예성은 “아직 신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20주년에 정규 12집 가수가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런데 여전히 무대에 서면 긴장되고 설렌다”며 초심을 되새겼다. 시원은 “믿기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이었다”며 “지금까지 함께해준 멤버들,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분들 덕분에 이 앨범이 더욱 의미 있게 완성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동해는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슈퍼주니어라는 팀에 대한 마음이다. 멤버들 모두 팀을 함께 지키려는 생각들이 더 깊어졌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은 팬덤 ‘엘프(E.L.F)’를 향한 사랑”이라며 팀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희철은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나의 외모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다이어트도 했는데,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더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멤버들과 있으면 마음만큼은 20대 같다. 그게 슈퍼주니어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성은 “정신연령? 우리는 아직 20대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동해는 “엘프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햇빛과 물이 없으면 시드는 것처럼, 우리는 엘프가 없으면 내일 당장 시들어 버릴 것”이라며 팬들에게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시원은 “이번 앨범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저희가 걸어온 20년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여정이 누군가에겐 시작점의 작은 용기나 희망이 되고,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꾸준히, 진심으로 해 나가면 가능하구나’라는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특은 “한결같이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엘프! 이제는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늘 고맙고 사랑한다”며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12집 앨범명 <Super Junior25>는 데뷔 앨범이었던 <슈퍼주니어05>에서 착안해 지은 것으로, 데뷔 시절의 초심과 함께 여전히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타이틀곡 ‘Express Mode(익스프레스 모드)’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댄서블한 사운드가 특징인 업템포 클럽 팝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는 슈퍼주니어의 포부가 담겼다.

끊이지 않은 불화설
20년 변함없는 우정

컴백과 동시에 슈퍼주니어는 다시 한번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서클 주간 차트에서 <Super Junior25>가 6리테일 앨범 차트 1위, 타이틀곡 ‘Express Mode’는 다운로드 차트 1위를 기록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터 차트 기준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은 30만9959장을 돌파, 슈퍼주니어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만 최대 음악 플랫폼 KKBOX의 실시간 차트, K팝 신곡 일간 차트, K팝 싱글 일간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고,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도 전 세계 20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QQ뮤직과 쿠고우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음악 방송에서도 슈퍼주니어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를 비롯한 주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랜만에 뭉친 멤버들의 호흡과 노련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Express Mode’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데뷔 20주년이라는 시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넘쳤다. 신동은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예전처럼 체력으로 밀어붙이기는 힘들었지만, 디테일한 표현과 팀워크에 더 집중했다”며 준비 과정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끈끈한 유대감은 우여곡절 끝에 생겼다. 이렇게 돈독해 보이는 슈퍼주니어도 한때 불화설에 휩싸이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슈퍼주니어는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함께 과거 팀 내 불화설과 관련한 비하인드를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수근은 슈퍼주니어에게 “솔직히 20주년까지 올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감탄을 표했고, 이에 은혁은 “우리는 어떻게 보면 여기까지 순탄하게 왔다기보다 꾸역꾸역 왔다”며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그는 “데뷔할 때만 해도 ‘슈퍼주니어05’라고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멤버가 바뀌거나 졸업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돌아온
레전드

이특은 ‘변화’를 키워드로 팀의 과거를 회상하며 “20~30대에는 다툼이나 신경전이 생기면 주먹이 먼저 나갔다”고 말했다. 강호동 역시 “<스타킹>이나 강심장 녹화 때 보면 슈퍼주니어의 싸움 일화가 토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며 거들었다.

은혁도 “정말 어느 정도까지 싸웠냐면 해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당시의 심각했던 상황을 고백했다. 특히 그는 “특이 형(이특)이 진짜 미쳤나 싶었다”며 농담 섞인 회상을 덧붙였다.


이특은 과거 불화설에 대해 “사전 녹화를 끝내고 잠깐 쉬려고 빨간 이불을 덮었는데, 물이 두 번 떨어졌다. 장난인 걸 알고 참다 참다 ‘그만해’라고 했는데, 세 번째로 물을 뿌린 친구가 규현이었다”면서 “나는 은혁인 줄 알았고, 앞에서 웃고 있던 은혁의 뒷통수를 때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은혁이 억울해하며 아니라고 소리쳤고, 그때 식탁 밑에 있던 규현이 ‘형, 전데요’라고 해서 규현이도 때렸다”며 “규현이가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며 섭섭해했다. 그래도 규현이와는 금방 풀었는데, 은혁이랑은 풀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특은 화해의 제스처로 은혁에게 “만약 1위를 하면 수상 소감을 네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혁은 화가 안 풀린 채로 무대에 올라 ‘SM 감사하고 함께한 가수분들께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은혁 왕따설’ ‘슈퍼주니어 불화설’ 등의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신동은 당시를 떠올리며 “싸우더라도 무대에서는 티를 내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아쉬움을 전했고, 규현은 “대기실에 돌아가서 신동이 화가 나서 음료수가 담긴 박스를 찼는데, 그게 예성에게 터지면서 둘이 또 싸웠다”며 설명했다.

그날의 감정은 결국 과거 인기 예능이었던 <출발 드림팀> 녹화까지 이어졌다. 이특은 “싸운 상태로 강원도에 갔는데, 그때 ‘슈퍼주니어 팀 대 드림팀’ 구도로 대결을 펼쳤다”며 “우리끼리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경기하면서 은혁의 손을 잡고 ‘너라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은혁도 ‘형 내가 꼭 성공할게’라고 했다. 결국 우리가 이겼고, 그 자리에서 우리끼리 부둥켜안고 울면서 풀었다”고 회상했다.

첫 한류
아이돌


은혁 역시 “진짜 올림픽 금메달 딴 것처럼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그날의 감정을 되새겼다.

이날 방송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실세가 려욱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특은 “SM과 재계약할 때 려욱은 조건 없이 슈퍼주니어의 단체 활동 보장과 앨범 발매를 요청했다”며 그룹에 대한 려욱의 애정을 전했다. 이에 은혁은 “려욱이 리더가 되면 우리 개인 스케줄은 다 없어질 것”이라며 농담했고, 려욱은 “나는 단체 활동만 했으면 좋겠다”며 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밝혔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아시아의 등용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무대부터 무려 1000명이 넘는 팬들이 SBS 등촌동 공개홀 뒤뜰에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본래 팀의 이름은 ‘주니어’였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멤버들의 출중한 개인기와 실력을 보고 “그냥 주니어가 아니다, 슈퍼주니어다”라고 이름 앞에 ‘Super’를 붙이며 슈퍼주니어라는 팀명이 탄생했다.

당초 슈퍼주니어는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로테이션 그룹, ‘Super Junior05’로 기획됐다.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데뷔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은 멤버들과 팬들은 매년 멤버를 교체하는 방식을 반대했고, 결국 SM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로테이션 시스템을 폐기하고 마지막으로 규현을 영입, ‘슈퍼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확정했다. 이렇게 규현의 합류와 함께 슈퍼주니어는 완전체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데뷔 초 슈퍼주니어는 ‘Twins(Knock Out)’ ‘돈 돈!(Don't Don)’ 등 SMP(에스엠뮤직 퍼포먼스) 장르의 곡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쌓으려 했지만,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 후크송 열풍 속에서 발표한 ‘Sorry, Sorry’가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슈퍼주니어의 이름을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Sorry, Sorry’는 칼군무와 중독적인 멜로디, 그리고 특유의 세련된 퍼포먼스로 슈퍼주니어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곡이었으며, 이후 ‘Mr. Simple’ ‘U’ ‘너라고 (It’s You)’ ‘미인아(BONAMANA)’ ‘너 같은 사람 또 없어(No Other)’ 등으로 히트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후 슈퍼주니어는 ‘SJ Funky’라는 장르를 통해 중독성 강한 후크송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중성과 팀워크를 앞세운 콘셉트로 입지를 다졌다. 멤버가 많은 그룹 특성상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팀의 합과 칼군무가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수록곡은 발라드, 미디엄 템포, R&B,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멤버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2005년 1집 <슈퍼주니어05> 데뷔
멤버 탈퇴·사건 사고로 해체 위기

전성기를 지나며 슈퍼주니어는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스페셜 앨범 <Devil>에서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8집 <PLAY>에서는 타이틀곡 ‘Black Suit’와 동해의 자작곡이자 서브 타이틀곡 ‘비처럼 가지마요(One More Chance)’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또 ‘REPLAY’와 ‘One More Time’에서는 라틴팝에 도전하며 K팝 최초로 빌보드 라틴 차트에 입성했고, 9집 <Time_Slip>과 리패키지 <TIMELESS>에서는 뉴트로와 힙합 등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인기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슈퍼주니어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까지 진출하며 한류 열풍의 선봉에 섰다.

특히 월드투어 <SUPER SHOW>는 2019년 기준 140회 이상의 공연, 통산 20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날 도로 통제령이 내려질 정도였고, 대만에서는 ‘미인아’가 100주 넘게 차트 1위를 지키는 등 각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슈퍼주니어의 해외 성과가 저평가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 동안 해외 상을 6개나 받아도 보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SM엔터테인먼트조차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멤버들이 라디오에서 직접 언급해야 할 정도였다.

슈퍼주니어의 13인 완전체는 한경의 탈퇴, 강인의 자진 탈퇴, 기범과 성민의 활동 중단 등으로 점차 축소됐고, 현재는 이특, 희철, 예성, 신동, 은혁, 동해, 시원, 려욱, 규현 등 9명이 공식 활동 멤버로 자리 잡았다.

비록 완전체는 아니지만, 슈퍼주니어는 다양한 유닛 활동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 해피 바이러스 유닛 슈퍼주니어-Happy의 ‘요리왕 (Cooking? Cooking!)’ 슈퍼주니어-D&E의 ‘떴다 오빠(Oppa, Oppa)’ 등 유닛 활동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슈퍼주니어의 강점 중 하나는 탄탄한 보컬 라인이다. 예성, 려욱, 규현으로 이어지는 메인보컬 라인은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증명했고, MBC <복면가왕>에서도 활약했다. 슈퍼주니어가 퍼포먼스 그룹이 아닌 진짜 실력자들이라는 평가는 받는 이유다.

슈퍼주니어는 한때 ‘동방신기 데뷔 후 SM이 2군 정리용으로 만든 그룹’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한류의 최초이자 상징인 그룹이 됐다. 슈퍼주니어가 쌓아온 끈끈한 팀워크와 인내력, 그리고 팬덤 엘프와의 유대도 여전히 견고하다. 2006년 창단된 팬클럽 엘프 역시 16년 넘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다.

비하인드
대방출

슈퍼주니어는 데뷔 20주년인 지금까지도 새로운 유닛,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인 아이돌 콘셉트의 슈퍼주니어-L.S.S.를 선보이며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온 지금은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의 매력은 예능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스로를 ‘케이팝 최고의 비글돌’로 지칭하며 현재는 각자 예능에서 재치 있는 입담과 예능감을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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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