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한국식품산업협회 복합적 비위 의혹

회장단 교체 앞두고 터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식품업계 회사 192개가 모여 만든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또 잡음이 생겼다. 올해 초 협회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이사회 정관을 마음대로 고치려고 했다는 논란에 이어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새로운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협회를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대한 회비 유용, 부정 청탁 채용, 노동법 위반 등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회장 선거 관련 이사회 정관 변경 논란에 이어 이번 논란이 겹치며 협회가 복마전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회비 걷어
사적 유용

<일요시사>가 확보한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회계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추진비로 1750만5000원을 사용했다. 품목은 ▲타월 100개 ▲양산 100개 ▲와인 120병 ▲골프공 100개 ▲청소기 100대 ▲기프트 카드 30개 등이다.

내부 관계자 A씨는 이중 80% 이상을 회장과 부회장이 사적으로 반출했다고 말했다. 회계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물품들은 회장 및 이사회 임원들이 외빈에게 선물하거나 이사회 임원들이 반출했다.

특히 와인 같은 경우 입고된 후 외빈 선물용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회장부터 부장까지 개인적인 용무로 와인을 반출을 했으며 심지어 회장단 회의에서 음용했다. 구체적으로 와인 92병 중 63병이 회장단 및 이사회 임원들이 유용했다. 120병을 주문하고 행사 등 공식 일정에서 28병만 사용한 셈이다.


A씨는 “행사 기념품 용도로 물품을 주문하면서 과도한 양을 주문했다”며 “이후 창고에 물품을 보관하다가 개인 소유 품목인 듯 회장단과 이사회 임원들이 이를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몇몇 물품들은 농림식품부 공무원 개인 주소와 한국식품과학회 소속 교수 개인 주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A씨는 이들이 받은 품목 중 차량용 청소기 같은 경우 가격이 6만2000원에 달해 이른바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꼬집었다.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협회는 사업추진비를 활용한 기념품 구매와 관련해 “이사회 및 총회를 거쳐 편성된 예산으로 기념품을 마련해 협회 창고에 보관하고 워크숍, 학술대회, 회원사 및 유관기관 방문, 내방객 응대 등에 사용했다”며 “개인적 유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업추진비로 산 물품 맘대로 반출
한 임원 예산으로 스마트워치 구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단순히 예산을 편성했다고 해서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며 “기념품이라는 용도의 모호성을 악용한 과다 지출 정황이 있고,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수불 대장·내역 공개는 물론 기념품 단가와 수량 등 예산 집행 세부내역 공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사들의 회비도 사업추진비로 사용되는데 이런 것을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 임원 B씨는 사적으로 사용할 갤럭시 워치를 협회 예산으로 구매했다.


B씨는 협회에 갤럭시 워치를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B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협회 회계팀과 이야기를 한 후 나온 방법이 한 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직원 C씨는 D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가 가능한 지 물었고 D업체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C씨는 D업체에 33만4900원짜리 갤럭시 워치 사진을 보냈고 업체는 이를 구매하고 삼성 ML-D115 토너 3개 구매대금으로 33만6000원을 요청했다. 이에 C씨는 컬러토너까지 포함해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에 따르면 B씨가 갤럭시 워치를 요청한 것은 두 번이다. 지난 2023년 10월경과 지난해 11월에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토너 결제대금으로 결제된 임원의 갤럭시 워치는 모두 협회 교육 회계에서 처리됐다. 교육 회계는 식품영업자 등의 교육 수입비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감독하는 예산이다. B씨는 해당 예산을 사적 유용했으며,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로 고발이 가능하다. C씨도 사문서 위조와 횡령 및 배임죄 공범에 해당한다.

지속된
인사 문제

또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는 전·현직 법령위원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자녀,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검사 관련 부서 소속 공무원 자녀, 한국강소기업협회 임원의 자녀를 채용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 일부는 면접 점수가 사후에 조정됐으며 일부는 평가표에 점수를 기입하지 않은 채 특정 지원자를 우선순위로 올렸다고 한다.

협회는 채용 과정에 대해서 “정관과 인사규정에 따라 대부분 공개 경쟁 전형을 통해 채용했으며,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별 채용을 했다”며 “2024년에는 국제박람회 준비와 운영에 필요한 전문가를 영어 능통자로 심의해 특별 채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공개경쟁 또는 인사위원회 심의로 특별채용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당시 특별채용 심사 대상자는 1명”이라며 “경쟁 없는 특별채용은 사실상 내정된 채용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해당 인물들의 이력서 수집 경위, 출처 등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채용에 대한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왜 그 지원자의 이력서를 추천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내부에서는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한 인사 지연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임원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부회장 후보자 미적격 판단 이후 후속 공고가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원들
임금체불


협회 내부에서는 그 이유로 현직 부회장의 장기 잔류를 위한 전략적 지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에 따르면 상근임원 후임자 선정을 위해 임기 만료 2개월 이전에 구성해야 하며, 예정되지 않는 결원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후보자 추천이 필요할 때에는 지체 없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회는 이에 대해 “현재 협회장 선출 절차를 다시 가동한 만큼 비상근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 선출하게 되면 부회장 선출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지도 점검에서도 협회는 다수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우선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93조를 위반했다. 노동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취업규칙 신고 및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협회는 지난 5월21일자로 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5개월간 총 5차례에 걸쳐 125~129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액은 총 3193여만원으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지급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협회는 지난달 24일 해당 기간 초과 근로자에 대한 수당을 재산정해 전액 지급했다고 밝혔다.


퇴직자 임금체불도 확인됐다. 협회는 퇴직한 직원 4명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6조(퇴직 시 14일 이내 금품 지급 의무)를 위반했다.

다수 노동법 위반 불거져
부처·협회 자녀 특채까지

또 퇴직자 3명에게는 초과근로수당을 반영한 퇴직금 차액 53만원가량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지적을 받은 뒤 지난달 18일자로 해당 금액을 정산해 지급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퇴직자 중 일부만 임금이 재조정돼 지급됐고, 나머지는 아무런 통보 없이 배제됐다”며 “단순 체불을 넘어 고의적 은폐이자 선택적 지급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2024년 12월 통상임금 기준 변경에 따라 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에 따라 추가 지급을 완료했으며, 고의로 은폐하거나 수당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024년 12월 대법원 판례와 2025년 2월6일자로 개정된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라,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명확하게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수개월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한 해석 오해가 아닌,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시정 지시까지 내려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지침 개정 당일에 협력 노무사에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물었고, 해당 노무사는 ‘기본 연봉의 15% 중 10%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통상임금은 상여금을 1/12로 나눠 매월로 적용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확정 시점부터 초과근로수당을 소급 지급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해당 사실을 지난 2월7일 인지하고도 수개월간 통상임금 적용을 지연한 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지적 후에야 시정 조치를 이행했다”며 “협회의 해명과 달리 의도적인 은폐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발칵
“조사 중”

협회의 해당 비위들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발된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9일 감사반을 협회에 투입해 정관 준수 여부, 예산·인사 집행의 적법성 등 전반을 점검했다. 감사는 ‘불시 점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목적사업 수행과 회비 운영, 조직·인사 등 법인 운영 전반이 대상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해당 민원을 청탁금지제도과로 이첩해 조사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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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