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52)죽음보다 더한 절망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5.19 02:00:00
  • 호수 1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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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떤 영감의 말을 들어 보면, 옛날에 거지 사회에는 단기대라는 것이 있었다고 해. 거지들이 도둑질을 하거나 나쁜 짓을 저지르면 나라의 법이 손을 대기도 전에 단기대 내에서 처리했다는 거야. 도둑질을 한 거지가 단기대에 잡혀 오면, 우선 땅바닥에 엎어놓고 찬물을 끼얹은 후 납작하게 자른 고무 타이어로 온몸을 1백 대씩 사정없이 후려갈겼대.” 

원초적 절규

“그리고 도둑질한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렀고, 그래도 다시 도둑질을 하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기도 했다더라. 그걸로 끝이 나는 게 아니었대. 구정물에 밥을 말아 넣고 모래를 한 움큼 집어넣은 벌밥을 먹어야만 했어. 만일 벌밥을 먹지 않고 버티면 광대라는 벌을 내렸대. 힘센 단기대원 두 명이 도둑질한 거지의 팔다리를 잡아 들어올려 알몸을 이리저리 힘껏 흔들다가는 멀찍이 던져 버렸대. 까딱하면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

캄캄한 밤바다 위에 둘의 원초적인 절규와 신음소리만 교차하며 떠돌았다.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던 용운은 문득 입을 다물었다.

짠물이 입과 코 속으로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왠지 이상한 느낌이 엄습했던 것이다. 옆에서 살려 달라고 기도하고 애걸하던 피에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형, 뭐해? 계속 엉터리 기도라도 해야 돼.”

역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피에로 형! 정신 차려! 여기서 포기하면 우린 죽고 만단 말야!”

그 소리는 메아리도 없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넓은 고해(苦海) 속에 혼자뿐이라는 고독감이 죽음보다 더한 절망을 시린 가슴으로 느끼게 했다.

용운은 눈을 꼭 감아 버렸다. 어둠 속에 하얀 박꽃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차가운 파도에 쓸려 사라져 버렸다. 용운은 애써 그 얼굴을 붙잡으려고 해보았으나 허망감만 남았다.

두려움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너무 괴롭고 공포스런 나머지 용운은 예전에 고생스럽던 시절도 떠올려 보곤 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박꽃 누나가 준 종이 속의 글귀를 떠올려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의 손과 무릎과 발은 피투성이로 변했다. 피와 기력과 의식을 조금씩 잃어 가며 그는 벌레 같은 끈기로 버텼다. 넘어지면 마지막 남은 기운을 모아 헐떡거리며 일어섰다. 차가운 백설 위에 엎어져 버리면 다시는 고향을 보지 못할 테니까. 그는 고향의 초원과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그런 유혹을 견뎌냈다. ‘아! 저 산을 넘어야 하는데…… 이젠 더 어쩔 도리가 없어.’ 모든 고난을 잊고 편안해지려면 그냥 눈을 감기만 하면 되었다.”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는 순간 험준한 바위산도, 얼음도, 살을 짓뭉개는 듯한 동상도, 빈 몸으로 끌고 가야 할 육중한 삶의 무게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리. 그는 이 거친 세상과는 다른 안락한 천국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려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눈앞을 바라보았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내가 나라는 의식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그냥 걸을 뿐이다. 한 발짝씩 내딛는 것…….’ 시체가 일어난다는 기묘한 무의식 속에서 그는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얼마 후부터 물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그는 인지하지도 못했다.

해는 아직 보이지 않았으나 새벽빛이 여리게나마 비쳐 오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다 빠져 나가 버린 해변이 여명 아래 희미하게 드러났다. 바위 옆의 십자가 기둥에 매달린 두 소년의 머리는 푹 수그러져 있어서 마치 시체처럼 보였다.

시체 일어난다는 기묘한 무의식
원생들 앞 왕거미 사장의 완장질

한참 후에 왕거미 사장이 완장을 찬 원생들을 거느리고 기둥 앞에 나타났다. 그의 지시대로 원생들이 양동이에 물을 퍼담아 기둥을 향해 뿌렸다. 먼저 용운의 몸이 조금씩 꿈틀거렸다.

사장이 대나무 회초리로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 가며 후려치자 용운의 눈이 겨우 뜨였다. 사장의 눈짓으로 원생들이 기둥에 묶인 줄을 풀고 두 개의 알몸뚱이를 모래사장 위에 눕혔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은 두 얼굴은 지난밤의 고통을 잊은 듯 평온해 보였다. 푸르딩딩하던 입술에도 핏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왕거미 사장은 그들의 평온한 휴식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억센 손바닥으로 뺨을 철썩철썩 쳐대자 용운과 피에로는 두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어나, 반역자 새끼들아!”

사장이 구둣발로 차자 둘은 상을 찡그리면서도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들이 놓인 현실을 알아채자마자 동작이 좀더 빨라졌다.


“지금부터 운동장까지 토끼뛰기를 해서 달려간다. 실시!”

사장이 앞서 나갔다. 그는 옥사로 향하는 도중 길섶의 버들가지 하나를 꺾어 들었다. 손가락 굵기의 낙신낙신한 것이었다.

겨우 몸을 추스른 그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토끼뜀을 시작했다. 거리가 제법 멀어서 과연 그렇게 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왕거미 사장의 매운 회초리질과 원생들의 구령 아래서 둘은 점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운동장에 닿아 헐떡이는 두 죄인에게 왕거미 사장이 설교를 늘어놓았다.

“대체 네놈들이 가면 어디로 갈 거야? 바닷물도 못 건너겠지만, 설사 건넜다고 해도 전국에 수배해서 단 하루면 네놈들을 다시 잡아 올 수 있어. 네놈들 명단이 전국 경찰서에 안 깔려 있는 줄 알아? 맘만 먹으면 잡는 그 자리에서 총살시킬 수도 있어, 이놈들아!”

이어서 찬바람을 일으키며 말했다.


“자, 시범을 보여 주겠다. 알몸뚱이로 엎드려 뻗쳐!”

사장은 팬티까지 벗으라고 명령한 뒤 참나무 몽둥이로 마구 두드려팼다.

“모두 잘들 보았겠지? 모두 반성과 각오를 하면서 세 대씩 쳐라. 힘껏 치지 않으면 대신 맞는다는 걸 명심해라. 알았나?”

“예!”

원생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시작하라.”

참나무 몽둥이

한 사람씩 차례로 나가 몽둥이를 들었다. 그리고 자기가 대신 맞지 않으려고 악을 긁어모아 힘껏 두드려팼다.

평소 용운을 형이라 부르는 아이의 차례가 왔다. 그는 몽둥이를 받아 치켜들긴 했으나 차마 내리치지 못한 채 팔을 떨고 있었다.

“어서 쳐, 새캬!”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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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