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처마가 문제? 귀촌 막는 황당 조건

개집도 건물이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농촌의 한 작은 집, 그 안에서 삶을 새로 시작하려던 꿈은 ‘연면적’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은 고요한 산골서의 삶을 꿈꿨지만, 불합리한 도시의 기준에 좌절됐다. 귀촌을 장려한다던 정부는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도시의 잣대를 들이댔다. 도시의 기준이 갈라놓은 길 위에서, 귀촌의 꿈은 멈춰서야만 했다.

귀촌 혜택을 받지 못해 귀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부는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취득세 감면 ▲재산세 면제 또는 경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등이 있다. 귀촌 혜택은 초기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도시민의 지방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부터 마련됐다.

진입의 벽

문제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연면적 150㎡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기준은 본래 도시 중산층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국민주택 규모’ 기준으로,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다 많은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도시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기준으로 정해진 면적이 농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 주택은 구조가 다르다.

창고, 나무 저장소, 비가림 시설, 우물 덮개 같은 부속 공간은 생활과 농업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도시 기준으로는 모두 ‘거주 가능한 구조물’로 간주돼 연면적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실제 거주 공간은 소형이라도 형식상 면적 초과로 혜택 대상서 제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요시사>가 만난 50대 A씨는 귀촌을 준비하던 와중 난데없는 벽에 부딪혔다. 소형 농가 주택을 매수해 귀촌하려던 계획이, 정부의 귀촌 지원 혜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해당 주택은 방 하나와 거실, 주방, 화장실이 전부인 소형 주택으로, 누구나 ‘작은 집’이라고 느낄만한 구조다. 상수도도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나 우물에 의존하며, 택배조차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다. A씨는 “고급 주택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의 불편한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택은 건축물대장상 약 45평(148㎡ 이상)으로 등록돼있으며, 부속 창고나 나무를 쌓아둔 임시 구조물 등이 포함되면서 연면적이 150㎡를 초과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농어촌주택 세제 감면 혜택은 연면적 150㎡ 이하 주택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으려면 연면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세제 혜택 도시 기준?
귀촌 희망자들 좌절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연면적’의 해석이다. A씨는 “벽도 없이 기둥과 지붕만 있는 임시 창고, 땔감을 쌓아둔 나무 천장 같은 구조물까지 연면적에 포함됐다”며 “누가 봐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인데도, 건축물로 간주됐다”고 주장했다.

담당 공무원은 항공 사진상으로 지붕과 기둥이 보이면 건축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A씨는 “지붕만 있어도 건물이라면 개집도 건물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군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실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건축사가 제출한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뿐이었다. 군청은 현장 확인 없이 항공사진과 서류만으로 연면적을 판단했고, 민원 처리 기한이 지나서야 “회의 중이라 답변을 연장하겠다”는 공지만 전달됐다.

더 큰 문제는 부속 창고를 연면적서 제외하려면 철거와 재등기 등의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A씨는 “그 창고는 20만원 정도의 자재로 만든 비가림 구조물일 뿐인데, 그것을 철거하고 건축물서 제외하려면 최소 35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며 “나무를 덧댄 정도의 구조물이 도시식 건축 잣대로 평가받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건축사에게 항의했지만 돌아온 말은 “법적으로 문제 없고, 도면대로 신고했을 뿐”이었다. A씨는 “건축사가 임시 창고까지 신고한 건 과잉이며, 그 때문에 혜택서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책임 회피성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귀촌 예정자나 농촌지역 주민들 사이서도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형 건축 기준’이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다 보니, 농촌 특유의 주거문화와 농사 기반의 주택 구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 커뮤니티와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부속 건물 때문에 귀촌 혜택에서 탈락했다’ ‘창고가 포함돼 연면적이 초과됐다고 통보받았다’는 사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특히 건축물대장과 실사용 면적 사이의 괴리, 항공사진만을 근거로 한 면적 산정, 구체적인 법령 기준의 부재 등에 대한 혼란은 지역을 불문하고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자체마다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어떤 지역에서는 비슷한 구조물이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포함되는 식이다. 결국 동일한 기준에 따라 운영돼야 할 국가 정책이,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은 형평성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면적’에 막힌 제2의 삶
지붕만 있어도 건물 취급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에 “정책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지방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은 ‘정책을 신뢰하고 시골로 이주’를 결심했지만, 막상 현장서 마주하는 행정 절차는 예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건축사나 공무원의 해석에 따라 혜택 여부가 갈리는 구조는 귀촌 정책의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자치연구소 관계자는 “현재의 연면적 기준은 도시형 주택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골 지역 특유의 생활 구조나 전통적 건축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며 “시골서 거주하거나 귀촌을 시도하는 시민들을 위해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를 운용하는 지자체와 그것을 감독하는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한다면, 정책은 현실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귀촌·귀농 정책의 근본적인 제도 설계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귀촌 장려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실제 행정적 기준이 도시 중심으로 설계돼있어 시골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농촌의 주택 구조는 도시와 달리 부속 건물이나 임시 가설물이 많다.

이 때문에 서울식 연면적 계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 왜곡을 부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형 연면적 계산 방식은 불법 증축과 과밀 주거를 막기 위해 엄격히 계산되지만 시골에선 생활 필수시설일 뿐, 거주 공간도 아닐뿐더러 주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한 건축 관련 전문가는 “건축법상 연면적 기준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적용되면, 실제 거주 면적이 작더라도 제도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 판단에 유연성을 두거나, 비거주용 부속 공간을 별도 구분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실제로 내가 살고자 하는 공간은 작은 방 하나, 거실 하나일 뿐이다. 나무 쌓아둔 곳이나 플라스틱 판을 덧댄 비가림 공간까지 집이라고 우기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정부는 귀촌을 장려한다고 광고하지만, 막상 제도는 귀촌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상행정

현재 A씨는 귀촌 계획을 보류한 채 답답한 마음으로 행정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군청은 민원 처리기한을 넘긴 뒤 답변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을 살 수도, 안 살 수도 없는 채로 몇 주째 발이 묶였다”며 “정부 정책이 사람을 도와야지, 가로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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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