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함형선 대표

“구조한 개들이 행복했으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처를 주는 것도, 치유해주는 것도 모두 인간이다. 말 못하는 동물은 학대하는 자와 구조하는 자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인간을 사랑하는 이상한 존재들.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동물이 ‘반려동물’이 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사랑을 배운다.

지난달 14일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경기 김포의 한 빌라서 한 남자가 2층 높이서 개를 던진 것이다. 당시 이 장면을 10세 자녀가 보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바닥으로 떨어진 개는 오른쪽 앞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제보받으면
일단 현장으로

이 같은 사실은 동물 구조단체 ‘위액트’에 의해 알려졌다. 위액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누군가가 작은 강아지를 건물 2층 창밖으로 던져 구급차가 출동했다. (동물)학대는 오랜 시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들어왔다.

바깥으로 던져진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는 “학대한 적 없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위액트가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부부가 다툼을 벌이다가 개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성이 개의 목덜미를 잡아 올리자 남성은 개를 확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다.

현장에 있던 아이는 부모가 집으로 들어가자 서둘러 1층으로 향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학대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확인한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함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학대 의혹을 부인하는 부부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기 위한 대치에 들어갔다. 그의 요청에 활동가들은 늦은 시간에도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결국 부부는 소유권을 포기했고 개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4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서 만난 함 대표는 구조한 개의 상태를 보기 위해 동물병원에 들렀다가 온 참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순간부터 구조한 개를 동물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대받은 개를 학대자와 분리하고 병원서 치료가 시작되자 한숨 돌린 모양새였다.

함 대표는 “아이가 보고 있는 상황서 개를 2층에서 집어던진 것은 동물 학대이면서 아동 학대다. 위액트는 (학대자에 대한)고소‧고발을 진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고 관련 민원이 제기돼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 대표와 마주 앉은 중랑구의 사무실에는 ‘네팔’이라는 개가 있었다. 김혜미 위액트 업무지원팀장이 입양한 개로 2019년 속초서 일어난 산불 현장서 구조됐다. 검은색 발바리종의 네팔이는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도 짖지 않고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2015년 자원봉사 하다가
2018년 단체 만들어 활동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반려인인 김 팀장을 눈으로 좇을 뿐 입질 한번 없이 사진기자의 주문에 따랐다.

김 팀장은 “검정 개는 한국서 입양이 잘 안 되지만 발견 당시에는 작고 귀여워서 충분히 입양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내게 와 있는 거지?”라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네팔이는)개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나? 생각이 드는 아이에요.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책하게 만들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함 대표도 네팔이를 바라보면서 “눈이 그윽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함 대표는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서 시원하고 거침없는 언변을 보여줬다. 무슨 질문에도 망설임 없는 대답이 나왔다. 2018년 위액트를 시작할 때, 그보다 더 전인 2015년 개인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부터 고민한 흔적이 답변에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내용은 곧은 직선이었지만 표현은 둥글었다.

함 대표와 위액트는 같이 성장했다. 마치 게임서 ‘퀘스트’를 깨듯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조금씩 진화했다. 함 대표는 2015년 ‘보초 봉사’를 시작으로 이 세계(반려견 구조)에 발을 들였다. 경기 하남시 개 농장 구조 활동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보초 봉사를 하고 집에 갔다가 그 개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찾아간 게 시작”이라고 회상했다.

함 대표는 “한 동물 구조단체가 개 농장주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다. 그런데 개장수들이 개를 자꾸 훔쳐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NS에 보초를 서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현장으로 갔다”며 “개 짖는 소리는 들리는데 불빛이 없어 개를 볼 수 없었는데, 다음날 다시 찾아가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환한 낮에 개를 보니 정이 들었다. 함 대표는 개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해외 입양을 떠올렸다.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았지만 일정 기간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시 동물 구조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함 대표는 “당연히 국가가 얘네(개)를 다 살릴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일반인이 학대받는 개를 보면서 하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던 셈이다. 그때부터 이 개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것 이상으로, 얘네한테 그 하루 말고 그 이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해외 동물 입양 단체를 찾아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단계적 도약

함 대표는 당시 같이 봉사하던 교포 친구 한 명과 ‘animal rescue organization’이라는 검색어를 쳐서 나온 모든 단체에 연락했다. 그중 10%나 연락이 왔을까? 개인이 연락하니 사기꾼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팀 혹은 단체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바로 위액트의 시작이다. 이후 위액트는 단체의 성격을 덧입으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초반에는 사비로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조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사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후원 요청이 필요해 단체 등록을 진행했고 간간이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 후원에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주기 위해 사단법인을 발족했다.

“구조 활동 과정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기반)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만드는 식이었다. 순서가 좀 거꾸로 됐다”며 웃음 짓는 함 대표는 “말 그대로 제약이 걸릴 때마다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자평했다.


위액트가 단체의 성격을 띠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시기는 2021년이다. ‘남양주 개 농장’ 구조가 있던 때로 위액트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기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남양주의 악몽’으로 부르는 사건으로 2021년과 2023년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동물 구조 활동을 뜻한다.

동물 학대를 바라보는 함 대표의 인식이 ‘사람’에서 ‘제도’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함 대표는 “처음에는 방치된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간 것이었다. 개 농장, 번식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개를 구조하는 내내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며 “한두 마리가 아닌 최소 수십 마리가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뒤졌더니 비닐하우스가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개로 가득찬 곳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함 대표는 비닐하우스 시작부터 끝까지 달리면서 영상을 촬영했다. 1분 남짓한 영상에 담긴 개의 숫자는 어림잡아 100마리 정도였다. 문제는 이런 비닐하우스가 또 있었다는 점이다.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위액트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4명의 번식업자가 모여 만든 곳으로 5개 비닐하우스에 300마리가량의 개가 사육되고 있었다.

사람에 분노
제도 개선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위액트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방치견을 구조하러 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인원도 적었다. 당장 개 농장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는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300마리의 개를 돌볼 방법이 없었다. 입양이나 임시 보호는 둘째치고 당장 밥과 물을 주고 주변을 청소할 일도 깜깜했다.


함 대표는 “도움이 필요했다. ‘우리가 감히 시작도 하면 안 되는 곳에 들어왔는데 어쩌다가 소유권 포기를 다 받아버렸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얘네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누구든 이 아이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제발 현장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과 다른 동물 구조단체가 위액트의 SOS에 응답했다. 수백명의 시민이 6주에 걸쳐 현장을 찾아 개를 돌봤다. 그 사이 300여마리의 개가 차례로 입양처, 임시 보호처로 가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개를 보호할 공간이 필요했다. 개 농장 인근서 2~3주를 버텼지만 농장주들이 물과 전기를 끊으면서 갈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 사람의 제안으로 인근 공터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60여마리의 개를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축사를 찾았다. 이것이 위액트 용인센터의 시작이다. 함 대표는 “구조한 개를 보호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니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3년 남양주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위액트 활동가들은 아예 ‘남양주 번식 마을’이라고 명명하고 구조 활동에 나섰다.

함 대표는 “2021년에 그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찾지 못한 개 농장이 발견됐다. 2021년 발견된 개 농장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아예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섹션이 있었다. 그때도 200~300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동물 구조단체 전부가 나서서 개를 구조하는 속도보다 개가 유기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그 수도 많다. 개 농장서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새끼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 처음 예상한 두수보다 20~30%는 더 늘어난다. 수컷은 5~10% 정도고 나머지는 전부 모견이다. 수컷은 강제로 교배하고 암컷은 끊임없이 새끼를 낳는다”고 부연했다.

2021년 남양주 개 농장 사건
단체와 함 대표의 ‘터닝포인트’

이어 “이 개들이 경매장으로 가고 펫숍으로 간다. 장애가 있거나 아픈 개들, 즉 인기가 없는 애들은 죽을 때까지 번식장서 새끼를 낳아야 한다. 펫숍서 개를 사면 안 되는 이유”라면서도 “개 농장이나 번식장서 구조된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펫숍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함 대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개를 괴롭히는 등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금은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 이들에게로 그 화가 옮겨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를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강해진다면, 개가 펫숍 등을 통해 유통되는 환경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대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펫숍서 개를 구매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건 맞다. 일반인에게 물어봐도 10에 7~8명은 펫숍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른 듯하다. 본인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학대당하는 동물의 가치를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함 대표가 꾸준히 주장하는 건 ‘루시법’의 도입이다. 어린 동물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으로 영국의 한 번식장서 구조된 강아지 ‘루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영국에선 2018년 제정됐고 우리나라서도 지난 21대 국회서 발의됐지만 통과까진 이뤄지지 못했다.

함 대표는 “우리나라는 동물권이나 동물 관련 법 자체가 외국과 비교해 너무 늦다. 일단 ‘한국판 루시법’이라도 제정돼야 앞으로 생길 문제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함 대표는 “아무도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 답변에 대해 지금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위액트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말에는 한참 망설였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고도 했다. 생각 끝에 나온 함 대표의 대답은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했던 기자의 머리를 두드렸다.

인식과 행동
괴리 안타까워

“우리가 구조한 동물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주고, 먹고 싶은 걸 먹게 해주고, 놀고 싶은 걸 놀게 해주고 싶어요. 위액트가 구조한 동물들이 끝내 입양 가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반려견들이 누리고 있는,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구해온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구조한 아이들에게 잘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구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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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