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㊶희망의 단절로 인한 아픔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5.03.03 04:00:00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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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이 직접 본 건 아니잖아 뭐.”

“나야 누에똥 치우느라 바빠서 그 멋진 러브 스토리의 일장면을 못 봤으니 억울한 노릇이지.”

“괜한 상상은 하지도 마. 아닌 밤중에 귀신을 봤다고 지어내는 애들인데 뭘 믿겠어.”

용운은 애써 반론을 폈다. 박꽃 같은 누나의 이미지와 으슥한 뽕밭은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용운의 머릿속엔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젖가슴이 자꾸 떠올랐다.

억누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용운은 야릇한 상상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그 뒤로 두 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소문은 공상의 가지를 계속 치며 입에서 입으로 번져 나갔다.


달라진 백곰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이 왔다.

백곰 반장은 몰라보리만치 달라져 있었다. 위악적인 살인미소도 전혀 짓지 않고 벙어리라도 된 듯 아예 입을 봉해 버린 것이었다.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거나, 혹은 밖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기가 일쑤였다. 원생들을 지휘 감독해야 할 직책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반원들에게 쌍욕을 하지도 않았고 구타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남에게 욕하는 자에게만 욕을 퍼붓고 남을 구타하는 자만 오달지게 때려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했다.

살도 좀 빠졌다. 원래 백곰은 일개 악한이면서도 자기 나름의 주관적인 정의감이랄까, 이른바 ‘깡패의 순정’을 지닌 왕초처럼 행세하길 좋아했었다. 주관이 너무 강해 유치해 보일 정도였다.

하긴 한 구역의 왕초니까 그것도 통했겠지만 말이다. 그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혁명 영웅이자 새 시대의 지도자’를 숭앙하면서 자신도 작은 영역에서나마 소영웅이 되길 바라는 듯 열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저렇게 이상해져 버렸을까? 용운은 그의 몰골을 보면서 한편으론 좀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왕거미 사장은 한동안 두고보다가 그에게서 반장직을 박탈해 버렸다. 대신 반장을 보좌하던 스라소니가 반장직을 승계했다.

겨울에는 공동작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각자 직업보도부에 들어가서 한 가지 기술을 익혔다. 용운은 목공부에 들어가 열심히 기술교육을 받았다.

희망의 단절로 인한 아픔을 잊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열심히 나무를 다듬고 나비장을 끼워 책상과 걸상을 조립했다.

큰 문짝도 만들었다. 날이 지나면서 담당선생도 용운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녀석, 보기보다 손끝이 매운걸?”

그러면서 그는 남보다 몇 배의 정성을 쏟아 가르쳤다. 실톱이나 애끌 같은 연장도 내주기를 꺼리지 않았다. 실습 시간 틈틈이 용운은 목각상 하나를 조각했다.

조그마한 엄마의 상반신 상이었다. 현실에서 엄마를 못 보는 대신 그 상징으로 삼아 분신처럼 지니고 다닐 생각이었다. 엄마의 실제 모습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조각해 나갔다.

얼굴의 선은 갸름하게 잡았고 콧날은 뾰족하게 살렸다. 눈에 쌍꺼풀도 새겨넣었다. 우아한 표정에 미소를 머금도록 했다.

그렇게 모상(母像)에 몰두할 즈음 원생들 사이에서 불길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백곰 반장이 조만간 딴 곳으로 옮겨진다는 것이었다. 전라도의 고하도 감화원으로 보내진다고도 했고 군에 입대한다고도 했다.

어느 쪽이 됐건 이별이었다.

급기야 죽음 초월한 삶
스르르 지워진 ‘엄마’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고 용운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어떤 어두운 예감이 마음 한구석에 걸려 오던 참이었다. 용운은 가슴속이 허전해지는 한편 왠지 시원스러워지기도 했다.

누나의 박꽃 같은 얼굴이 떠오르면서 어떤 안도감과 희열이 솟그치기도 했다. 그것이 질투의 감정임을 깨달은 용운은 스스로 좀 놀랐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백곰 반장의 표정에는 그 어떤 변화도 일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눈을 감고 벽에 기대 있거나 화단을 바라볼 뿐이었다.

목공실 벽면엔 작업대가 가설돼있고 그 위에 끌, 망치, 톱, 대패 따위가 놓여 있었다. 목공실에 들어가면 향긋한 나무 내음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내음은 오래 전에 고향의 학교에서 향나무 연필을 깎으며 맡았던 것이었다. 작업대 바닥에 떨어지는 톱밥에서도 구수한 냄새가 났다. 그건 어쩌면 나무 냄새라고 하기보다 나무 속살 내음이라고 해야 될 듯했다.

나무의 속살이 점점 더 드러날수록 향긋한 내음은 한결 그윽하게 풍겼다.


나무 속살은 향긋한 내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색깔도 너무 고왔다. 작업을 하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는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사람이 죽으면 그 육체는 썩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런데 나무는 죽어서 오히려 고상한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나무는 그 죽음을 초월한 삶을 얘기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속 깊이 나이테를 아로새기며 살아온 걸까?

용운은 나무를 매만지면서, 자신도 나무의 심성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어떤 고통스런 일이나 죽음 같은 생활에 억눌려 누추하게 변질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극복해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믿었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 그날은 엄마의 상이 마무리되는 날이기도 했다. 어쭙잖은 솜씨였지만 사포질을 말끔히 하고 나니 그런 대로 엄마다워 보였다.

용운은 그것을 가지고 창가로 갔다. 잔뜩 흐린 하늘이 창살 사이로 내다보였다.
“아, 엄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엄마의 목상

용운은 슬픈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유리창에 김이 서렸다. 용운은 그 위에 ‘엄마’라고 써 보았다. 잠시 후 그것은 스르르 지워져 버렸다.

첫눈이 희끗희끗 내리기 시작했다. 센 바람이 불어오는지 눈송이들은 바라던 자리에 내려앉지 못하고 어딘가로 훌쩍 날려가곤 했다. 그때였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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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br> 짬짜미 의혹

[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
짬짜미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못이 흙탕물로 변하기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을 맑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미꾸라지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 이제 연못은 바닥을 볼 수 없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힘은 엄청났다. 촌각을 다투는 일일수록 담당자의 재량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일단 진행하고 추후에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용인이 되는 일도 많이 있다. 시간 단위로 수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확산 방지 죽여서 처리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역학조사·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구제역, 돼지열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치사율이 높고 백신으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전파 속도가 빨라서 바이러스 숙주 자체를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가축전염병 매개체와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장소를 중심으로 확산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의 가축 소유자에게도 지체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진단부터 살처분까지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가량 가축 살처분 일을 해온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6만 마리 정도는 퇴비화 작업까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묻는 대신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루에 동물을 잡아 넣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처리한다. 살처분한 동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살처분에 참여한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 문제 때문에 1~2주는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긴급’ 이유로 입찰 없어 최저가 낙찰 안 하고 왜? 문제는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하는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업체에 연락을 돌린다. 연락을 받은 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업체를 선정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사업을 진행할 때 거치는 공고, 입찰, 평가, 선정 등의 절차가 전부 생략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에 의한 조치다.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 복구 등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불투명성 외에도 업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업체 상황을 훤히 알고 있다. 기계는 몇 대가 있는지, 인력은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거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비교할 건 가격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최저가 낙찰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 다른 지역에서 AI나 ASF가 발생해 살처분했다면 그 단가에 맞춰 견적을 넣거나 공무원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에 다 달렸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충북 음성군. 음성군청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1마리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을 선정한다거나 살처분 업무 경력이 적은 곳을 고르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잣대나 투명한 절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규칙이 다 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AI 등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선정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음성군청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지난해 11~12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 업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7일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졌다. 당시 살처분을 맡은 업체는 A사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당시 1마리당 가격을 3500원에 (견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1마리당 2000원에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처분 일을 맡은 건 A사였다. A사와 B사의 1마리당 단가 차이가 1500원에 달했지만 더 비싼 곳이 맡은 것이다. 당시 폐사한 오리 수는 5만7000여마리라고 한다.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8500여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닭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 일을 따낸 업체는 C사로, 1마리당 가격으로 2800원을 적어냈다. B사도 1마리당 가격을 1900원 견적으로 내 음성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마리당 가격이 900원 비싼 C사가 낙점됐다. 싸게 해도 안 줬다 당시 폐사한 닭 수는 4만3000여 마리로 전체로 보면 3800여만원 차이다. B사 관계자는 “심지어 C사는 원래 인력 업체다. 우리가 살처분 업무할 때 사람이 필요하면 C사에 연락해 공급받았다. 등기부등본에도 C사의 업종은 인력 공급업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살처분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업체다. C사와 비교해 살처분 업무 능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11월7일에 AI가 발생했을 때는 업체 3곳에만 전화했고 그중 A사의 가격이 가장 낮았다”고 해명했다. 12월30일 상황을 묻자 “B사가 견적을 늦게 냈다”고 답했다. B사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해명에 반박했다. B사 관계자는 “11월7일 우리가 AI 발생 소식을 알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단가를 말했다. 그런데도 1500원이나 비싼 A사에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성군청 공무원이 B사에 연락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알자마자 단가를 제시했는데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2월30일 AI가 터졌을 때는 C사 관계자와 군청에 함께 있었다”며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데 (단가가 더 비싼) C사가 일을 따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900원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음에서 음성군청 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B사 직원을 응대했다. 이미 업체가 정해졌다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말에 B사 직원이 “(해당 업체의) 단가가 더 싼가 보죠?”라고 물었을 때도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준도 잣대도 불명확 퇴직 공무원 연결고리? B사 관계자는 “보통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역학조사를 거쳐 실제 살처분에 돌입하는 건 다음 날부터다. 아무리 급해도 업체 간 가격을 비교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살처분 업체들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동물방역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한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서 이른바 업계에 ‘전관예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충북도청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을 영입한 이후 비싼 단가에도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도 충북도청에서 2023년까지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D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D씨는 와의 통화에서 “A사에 정식으로 소속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 같은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안다. 내가 그분께 말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A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데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견적서만 내는 것보다 (군청에) 찾아와서 일은 어떻게 하겠다, 뒤처리는 이렇게 하겠다 등 설명해주는 업체를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 공무원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일정 정도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만? 다른 데는? B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업계가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못했고 기사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공무원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