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북풍 공작’ 못 건드리는 내막

정황은 있는데 공소장에 빠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헌정사상 처음 개입된 정보사 전·현직 간부들까지 구속 기소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만 남은 상황이다. 검찰은 불법 계엄의 명분으로 꼽히는 ‘북풍 공작’ 의혹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계엄에 처음 개입됐다. ‘북풍 공작’ 의혹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베일에 싸여야만 하는 업무와 안가 위치까지 언급되고 있다. 검찰은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구속 기소했으나 북풍 공작 의혹에 대해선 규명하지 못했다. 수사할 단서가 부족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내용 전무
수사 못해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경 수뇌부는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뿐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12·3 계엄 사태 관련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NLL)서 북의 공격 유도’ 등 북풍 공작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를 시작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문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 전 사령관 등 군·경 지휘부 9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통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규정하고,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군·경 수뇌부 공소장서 윤 대통령을 내란 공범이자 우두머리로 규정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북방한계선서 북의 공격을 유도’ ‘오물 풍선’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 내용은 윤석열정부가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비상계엄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다.

이 내용이 김 전 장관을 필두로 한 지휘부서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면 외환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근거로 그가 사실상 김 전 장관에 이은 ‘계엄 2인자’라고 봤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기관서 파악한 근거와 증거만으로는 수첩에 적힌 내용이 군 수뇌부 논의 내용을 적은 것인지 노 전 사령관 혼자만의 생각이나 상상을 적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조사 과정서 관련 내용을 노 전 사령관에게 여러 번 물었으나 진술거부권 행사로 인해 진척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물적 증거 부족…노, 진술거부권까지 행사
계엄 당시 상황만 수두룩 “추가 수사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입증을 위한 ‘스모킹건(결정적 직접 증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노 전 사령관은 당시 김 전 장관에게 인사를 건의하고, 계엄 준비 과정서도 문 전 사령관 등에게 적극적으로 지시하는 등의 정황이 조사 과정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을 재판에 넘기긴 했으나 수첩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수사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아직 규명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규명하지 못한다면 야권서 재발의한 ‘내란 특별검사법’도 또 하나의 규명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풍 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자는 게 특검법 취지지만, 외환죄 적용이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 외환죄 역시 내란죄처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이 발의한 ‘윤석열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해외 분쟁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거나 야기하려고 한 혐의’가 수사 범위로 명시됐다.

야권에선 외환죄 중 이번 사안에 적용 가능한 혐의로 형법 제92조(외환유치죄) 또는 제99조(일반이적죄)를 꼽고 있다. 외국과 통모해 전투 행위를 개시하거나 항적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외환유치죄다.

일반이적죄는 우리나라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 이를 준비하거나 음모하는 단계에 그쳐도 처벌 대상이다.


빠졌나

문제는 외환죄 적용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다양한 데다 실제로 처벌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한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면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모의한 것으로 보고 일반이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북한을 외국 또는 적국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의 검찰 공소장을 보면 지난달 3일 오후 11시59분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조 청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서 한동훈 체포조 5명을 지원해 달라고 한다”는 내용 등을 보고했다. 윤 기획관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에게 “경찰청장에게 보고가 됐으니 방첩사에 (체포조)명단을 보내주라”고 지시했고,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에게도 전화해 조치 내용을 보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앞서 오후 11시32분 이 계장은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2차례 “방첩사 5명, 경찰 5명, 군사경찰 5명이 한 팀으로 체포조를 편성해야 한다. 경찰관을 국회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계장이 “도대체 누구를 체포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구 과장은 “이재명, 한동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은 이 계장의 보고를 받고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군과 합동수사본부를 차려야 하는데 국수본 자체적으로 인원이 안 되니 서울청 차원서 수사관 100명, 차량 20대를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체포 대상이 된 인원들을 납치한 후 사살하려 한 이른바 ‘백령도 작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회 봉쇄’라는 표현과 민주당 이성윤 의원 등 일부 대상자의 실명을 나열하고 정치인 등을 ‘수거 대상’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한 국방위원은 “계엄 계획 단계서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 6여단이나 서해 NLL을 맡은 평택 해군 2함대와의 협조 요청 문건 등이 발견되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백령도 작전
의혹 보니…

군은 NLL 일대서 재개된 포사격 훈련이 대남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최근 정례 브리핑서 “서해상의 대규모 훈련은 9·19 합의 효력정지 이후 계획된 정례적 훈련을 실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올해는 서해 NLL이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됐던 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합참의장도 지난 14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풍이나 외환유치라는 말을 하는데 군은 그렇게 준비하거나 계획한 게 절대 없다는 것을 제 직을 걸고 말한다”면서 “외환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해 김 의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비밀을 유지한 상태서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선택을 제한해 혼란을 주고, 그래서 이익을 얻는 전략”이라며 “누군가가 제가 카드를 뭘 들고 있는지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수사해서 정확하게 보겠다고 하면 이 게임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북풍 공작과 관련한 수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부승찬 의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로부터 ‘드론사 예하 101드론대대와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지난달 중순부터 활용 가능한 문서세단기를 모두 동원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드론교육연구센터가 최근 모든 컴퓨터를 포맷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드론사는 국군의 드론(무인기) 작전을 전담하는 국방부 직할부대다. 101드론대대는 김포와 백령도 지역의 드론 작전을 총괄한다. 드론교육연구센터는 드론 전문 인력 양성과 드론 전술 개발 등을 위해 드론사 산하에 설치한 교육기관이다.

검, 관련자 기소 후 보완 수사 중…특검 필요성도
군, 평양 무인기·드론사 은폐 의혹 확인 안 해줘

공수처는 드론사의 대규모 자료 파기 의혹 제보가 최근 불거진 평양 무인기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1일 북한 외무성은 남한서 보낸 무인기가 같은 달 3일과 9일, 10일 밤 평양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무인기가 백령도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백령도 지역을 관할하는 드론 부대는 101드론대대다. 공수처가 파악한 내용과 101드론대대의 대규모 문서 파기가 사실이라면 평양 무인기 사건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합동참모본부와 드론사는 관련 사실 일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김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윤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군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사 등의 문서 폐기 정황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증거 은폐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공수처가 가장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건 비상계엄 실행 과정서 윤 대통령의 역할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경고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계엄에 가담한 군·경 수뇌부 다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체포 등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공수처도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국회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엔 이 전 사령관에게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이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고 실제로 체포조가 운영된 사실도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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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