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을사년 국운 대예측

“어둠 후 곧 빛이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0년 전 을사년(1905년)에는 을사늑약이, 60년 전 을사년인 1965년에는 한일기본협약과 베트남 전쟁이 발발했다. 새로이 다가온 을사년도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어둡다. 이런 상황에 백운비 역리원장은 어둠 뒤 빛이 올 것이라며 올해 국운을 예측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장기화 등이 우리나라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는 지난 15일 기준 1달러당 1459.90원이며 수입물가지수도 폭등했다. <일요시사>는 이런 상황에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올해의 국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을씨년
스럽다

2025년은 푸른 뱀(청사)의 해, 을사년이다. 명리학적으로 을사년(乙巳年)이 시작되는 것은 오는 2월3일 22시49분이다.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의 유래가 되는 해인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았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가난과 비탄이 흘러 쓸쓸하고 매우 스산한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다. 대한제국의 국권이 일본제국에 넘어간 1905년 을사늑약이 을씨년이라는 표현의 유래인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만 그 이전에도 ’을씨년‘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볼 때, 1783년과 1784년 두 해에 걸친 대흉년으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던 1785년의 을사년이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을씨년의 유래가 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1785년의 을사년이든 1905년의 을사년이든, 을사년의 나라 상황은 어지럽고 스산했다. 더 올라가면 많은 사림 유학자들이 변을 당한 을사사화가 있었다. 최근의 을사년인 1965년에는 지금까지도 정치·외교적으로 논란되고 있는 한일기본협약과 청구권협정이 있었고, 부당한 베트남전쟁 파병이 있었다.


올해도 국내 상황은 암울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으로 자본이 이탈하면서 1400원 미만이었던 환율은 1460원에 달한다. 코스피 지수는 계엄 직전 2500.10에서 지난해 말 2399.49로 4.02% 하락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계엄 이후 증발한 시가총액만 82조9322억원에 달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인 12.3포인트(p) 하락했다.

“전화위복…원래대로 돌아가”
“국제 정세는 관리 집중해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에도 그에 대한 사법적 절차와 향후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위기감이 증폭됐다. 날이 갈수록 국회에선 여야 간, 거리에선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측 간 대립이 격화되고 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 작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되기도 했다.

명리학에서는 60갑자 그 어느 것에도 그 자체로는 길흉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것과의 관계서, 당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누적된 행위의 결과로 길흉이 나타나는 것뿐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의 행위들과 상황은 정해진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것들, 전제조건, 명제, 공리, 가설, 정의 등을 ‘명’이라고 한다. 정해진 것인 명을 가지고 논리적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리’라고 한다. 정해진 상황이라고 하지만 을사년의 대한민국은 암울, 흉조 그 자체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백 원장은 국운으로 봤을 때 나라는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봤다. 백 원장은 “사람 개인에게도 운이 있듯이 나라에도 운이 있다”며 “국태민안으로 나라가 편해야 백성이 편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라 상황이 어떻든 ‘운기상제’라고 운에 우선권이 있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백 원장은 암울한 현실에 빛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올해의 국운을 총평하자면 ‘암중생광 개국개운(暗中生光 改國開運)’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나 나라의 잘못된 게 고쳐지고 전화위복으로 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작은
암울·흉조

이어 “다만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하면 사방이 다 차단돼 경제 및 외환 등에 굉장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 빛이 들어오긴 하지만 2026년까지는 고비라고 볼 수 있다”며 “2027년이 돼서야 진정한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회복기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올해에 큰 운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을사년은 큰 나무의 기운과 큰 불의 기운이 같이 들어온다”며 “이런 큰 운으로 국제적인 측면서 우리나라는 해외 교류 등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큰 운이 들어와 더 큰 기회가 들어올 상황이지만 일을 더 늘리기보다 큰 운을 관리할 관리자가 부재한 상황이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시기”라고 부연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수입보다 수출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원장은 “달러가 오른다고 해도 수출은 변함없이 잘 될 것이지만 수입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는 새해에도 여전히 약진하는 발전 운이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K-콘텐츠는 2025년에도 세계적인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백 원장은 “해외 쪽으로 국위선양을 하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이 뛰어난 인재 발굴이 계속 이어져 내년까지 문화와 예술 부문은 우리나라가 주름잡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암중생광
개국개운

백 원장은 이처럼 국운이 좋을 때 국민들은 자신의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어느 정파나 개인의 신봉보다는 국가를 기준으로 잡고 애국의 중심을 바로 봐야 한다”며 “직분에 맞게 소신껏 자기 일을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을사년에 음기와 양기가 강하게 부딪히는 만큼 건조하다 갑자기 폭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기상이변이 종종 발생할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지금 설명한 모든 운들이 국가의 지도자 여부로 갈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 원장은 “탄핵이 인용된다, 안 된다 보다 국가 안위로 보면 복권이 그나마 답이지만 국운의 비운으로 볼 때 비망해 상반기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키어 여기저기서 한숨과 한탄만 들릴 것”이라면서도 “후반기에 전화위복의 길이 열려 구국이 소생하는 천혜의 국운”이라고 올해 국운을 총평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운을 이끌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5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3일 만에 체포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해 윤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놓고 심리 중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문화 측면서 호재”
“각자 맡은 일 최선 다해야”

이런 상황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눈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압도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가진 사법 리스크에 더해 ‘비토층’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 대표가 다시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기 시작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요시사>는 복권 여부와 관계없이 국운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각각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백 원장에게 물었다.

백 원장은 우선 윤 대통령에 관해 ‘인사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백 원장은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옳은 길로 가기 위해 사랑하는 신하도 처벌한다는 ‘읍참마속’의 다짐이 필요하다”며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해 과감한 정비를 하는 것이 본인 운세나 국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관해서는 ‘오월동주’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은 “운이 공동 운이므로 개인 독점욕이나 개인 위주의 생각과 행동은 낭패한다”며 “나라를 위함은 공동의식으로 운영한다면 후회없이 적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도자가
나타난다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다.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시작하듯 을사년에 국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아픔을 벗어던지고 새로이 다가오는 운을 받아들여야 한다. 백 원장의 예측처럼 어두운 상반기를 지나 빛이 있는 후반기가 기대되는 연초인 셈이다. 

<kcj5121@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 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불혹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 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의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으로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서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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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