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서부지법 폭동 사태…검·경 “엄정 처벌할 것”

법조계 “법치주의 부정 행위”
오늘부터 법원은 정상 운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 곳에서 발부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이자 헌법기관인 법원이 사실상 ‘ 폭동’으로 무너진 셈이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엄청 처벌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고, 법원은 해당 사태를 ‘참담한 중범죄’라고 규정했다.

 20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심사가 끝난 후에도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주변서 시위를 계속했고, 오전 3시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자 크게 흥분했다. 이들은 경찰의 장벽을 뚫고 법원 후문에 진입했다.

일부 시위대는 법원을 넘어 침입했고, 경찰들로부터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를 사용해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공격했다.

3시21분께 법원 안으로 들어간 지지자들은 경찰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관을 폭행했고, 담배 재떨이나 쓰레기 등을 던지기도 했다. 곳곳에선 “XX 다 죽여버려”와 같은 격렬한 욕설과 함께 경찰들을 밀치는가 하면, 소화기를 난사하기도 했다.

이후 셔터를 올려 난입한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지며 법원의 유리창과 집기 등을 마구 파손했다. 이들은 “판사X 나와라”고 외치며,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차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직후 바로 법원을 빠져 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분한 시위대는 법원 청사 외벽에도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외침도 울려퍼졌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시위대의 저항이 심해지자 경찰은 1400여명의 기동대를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진압복과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해 오전 6시경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건물 침입 등의 혐의로 47명의 지지자가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지난 18일 법원 담장을 넘는 등의 혐의로 체포된 40명을 포함하면 이틀 동안 총 87명이 체포돼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지지자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9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5명은 손가락 뼈가 부러지거나 이마가 찢어지는 등 중상을 당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지난 이틀간 서울지법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기동대 1개팀을 전담팀으로 지정해 채증자료 분석 등을 통해 추가 불법 행위자 및 교사·방조한 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불법 폭력 점거 시위와 관련해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전담수사팀을 꾸려 엄정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가담자들은 전원 구속수사하는 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중형을 구형하는 등 범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역시 이번 사태를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 행위이자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서부지법을 찾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도, 일어난 바도 없다”며 “법원 내 기물 파손 등 현장 상황이 TV로 본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참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 행위이자 형사상으로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비상계엄부터 탄핵 절차 이르기까지 국민의 의견이 여론이 많이 분열된 상황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은 헌법이 정한 사법절차 내에서 해소돼야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은 20일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고 이번 난동 사태와 관련해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서부지법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서부지법은 언론 공지를 통해 “예정된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다만, 차량을 통한 서부지법 출입은 불가능하고, 출입자는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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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