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풍 공작’ 노상원, 탈북민 휴민트 접촉 정황

‘용현파’ 북 원점 타격 조력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12·3 불법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임에도 정보사 안가서 군 간부들과 회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비상계엄 때 활동할 HID 요원 선발을 계획했다. 회의를 마친 노 전 사령관이 수시로 접촉한 이들이 있다.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이다. 노 전 사령관이 실제 북풍 공작을 실행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계엄 전부터 회의를 진행한 데 중 한 곳이다. 탈북민 출신 휴민트도 연루돼있다.” 한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주도한 이 모임의 장소는 대방아트센터로 알려진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중앙신문단 건물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12·3 불법 계엄과 관련된 회의를 진행했다.

계엄 전
적극 회의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군·정보사 관계자들은 노 전 사령관이 회의를 마치면 탈북민 출신 휴민트(Human Intelligence)와 접촉했다고 강조했다.

21세기의 대북 첩보는 HID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과 탈북민이 휴민트로 활동하며 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정성욱 대령과 김봉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과 회동한 이후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이 만난 휴민트들은 현직 군인이 아니다. 정보사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해 ‘민간인 블랙’이라고 하지만 현재 휴민트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과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안양과 신길동 인근서 만났고 불법 계엄 직전까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정보 소식통은 “노 전 사령관이 국정원 파견 근무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이들이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대북 첩보를 제공해 이쁨받을 때 이들의 공이 컸다. 노 전 사령관은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과 회의한 내용을 항상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탈북민 출신 휴민트는 휴민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북 첩보를 알고 있는 이들이다. 북한 현지서 활동하다 내려와 대북 교란 전략과 혼란 유도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정보사 중앙신문단 위장 ‘대방아트센터’ 회동
노, 탈북 출신 휴민트 미팅 후 김용현에 보고?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국정원이 관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육군 대북 첩보 공작 전문인 820(인간정보)병과에서 관리한다. 노 전 사령관은 150(일반정보) 출신이다 보니 대북 첩보 및 공작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일부 언론서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전문가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민 출신 휴민트라면 ‘북풍 공작’ 적임자라고 볼 수 있다. 속초서 교육받은 북파공작원들이 공작 행위에 뛰어나다고 하지만 탈북민 출신들을 능가할 순 없다. 군은 수십년간 탈북민 출신들을 휴민트로 적극 활용해 왔다. 이들이 있었기에 북한과의 ‘정보 전쟁’서 우위를 점해 왔다”고 단언했다.

 

노 전 사령관과 신길동 건물서 만난 인물은 총 3명이다. 김 대령과 노 전 사령관, 정승욱 대령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모인 장소는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대방아트센터다. 탈북민들은 이곳을 대성공사라는 국가정보원 안가로 알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도 왕래하긴 하지만 정보사 소속의 6073부대 겸 중앙신문단 건물이다. 과거에는 중앙정보부·정보사·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국방정보본부·경찰 등 5개 기관이 이곳에서 탈북민을 합동으로 신문했다.

중앙신문단으로 명칭이 바뀐 건 1994년 4월이다. 2008년에는 관련 업무를 모두 경기도 시흥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로 넘겼다. 합신센터는 국정원이 관리했다. 2010년 탈북민 급증으로 합신센터가 모든 인원을 수용하지 못하자, 중앙신문단은 2014년까지 4년 동안 다시 탈북민을 받았다.

중앙신문단장인 김 대령은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HID 파견을 주도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대방아트센터서 정 대령과 함께 불법 계엄 선포 3주 전부터 HID 요원 선발을 논의했다.

3주 전부터
HID 선발 논의

정 대령은 최근 공수처 소환조사에서 “중복되는 인원은 최종 조율했고, 김 대령이 노 전 사령관이 ‘인원들 중에서 전라도 출신은 제외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 조사를 받은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대방아트센터서 선발한 HID 요원들이 서울로 오면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회의한 내용을 노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HID 요원들이 체포한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을 수용할 방법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인 B1 벙커 외에도 추가적인 구금시설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방아트센터는 이미 장기간 수용과 심문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다. 공수처는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하는 수사2단이 이 건물을 본부로 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에 강하게 집착했다.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들을 고문할 물품까지 준비했다. 지난해 11월17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롯데리아서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다 나올 것”이라며 “야구방망이, 니퍼, 케이블 타이 등 물건을 준비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해서는 ‘직접 심문’ 의사를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달 1일 안산 롯데리아서 정 대령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노태악은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갖다 놓아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는 등 심문 과정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정 대령은 이때 노 전 사령관에게서 A4용지 10여장 분량의 문서를 전달받았다. 선관위 직원 체포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와 자료였다.

“북서 활동한 공작·대북 혼란 야기 전문가”
공조본, 노 진술 거부 사실관계 확인 못해


그중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이라고 적힌 명단엔 선관위 전산 직원 5명, 정보보호 직책 직원 2명, 선관위 산하기관인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직원 23명 등 모두 30명의 이름이 담겼다. 정 대령은 최근 공수처 조사에서도 “선관위 직원 30명 이름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해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선관위 개별 직원들의 직책과 이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 외 실무 직원들의 이름은 공개돼있지 않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수사2단은 모두 현역 군인으로 구성됐는데 선관위 직원 명단 확보는 군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함께 자리한 김 대령에게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 직원을 확보하고 ‘부정선거 자수 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 대령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20일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을 배포하고 ‘햄버거 회동’을 통해 “선관위 직원들을 사실상 자유를 박탈하는 수단(필요하면 케이블 타이 논의)까지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정보사 ‘체포조’의 구체적인 도구 사진까지 공개했다. 송곳, 망치, 야구방망이, 케이블 타이, 안대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사 간부는 30여명의 체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포승줄과 복면 등을 준비, 요원들에게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군 정보 소식통은 “검찰이 공개한 사진 속 도구들은 정보사 물품이 아니다. 비상계엄이 지속됐다면 수사2단서 쓸 물품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보사 내부는 현재 그야말로 아사리판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계엄에 개입되면서 존폐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다. 특히 대북 첩보·공작 비전문가들이 두루 요직을 차지하면서 문 사령관을 향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에 신임 100여단장으로 취임한 정모 준장은 문 사령관의 최측근이자 공작 비전문가”라며 “100여단장으로 150출신을 내세우는 건 간첩이 판치라는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보망
초토화

공작요원들과 HID로 이뤄진 100여단은 지금까지 820특기 출신이 여단장을 맡아왔고, 820 내부서 준장으로 임기제(2년) 승진을 해왔다. 820특기 내부서 준장 승진자가 없는 경우에는 100여단 내에 있는 최선임 대령이 여단장 직무 대리를 맡아 왔다. 공작요원, HID 등 인간정보를 주특기로 하는 이들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100여단장이 공작 업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 된 셈이다.

다른 군 고위 관계자도 “이미 정보사 간첩 사건으로 휴민트망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인데 비전문가가 여단장을 맡은 건 정보사 문 닫으라는 소리”라며 “내부서도 분노가 상당하다. 간부들이 내란범 최측근의 말을 듣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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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