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작심 발언 그 후…

부처-협회 싸움 선수 등 터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 던진 작심 발언에 도리어 상처받는 모양새다.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가시를 세우는 상황이다. 진상규명과 수습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어 보인다.

지난 8월 국내를 뜨겁게 달군 파리올림픽서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금메달을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메달만 남겨둔 상태였다. 모두가 예상했고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로 보는 것은 달랐다. 28년 만에 나온 배드민턴 여자 단식 부문 금메달은 국민을 전율케 했다. 

점점 고립

스물두 살의 나이에 올림픽 시상대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반짝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목표를 모두 달성한 안세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말이 향한 곳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였다. 협회의 선수 관리와 훈련 방식 등이 비합리하다는 지적이었다. 

금메달리스트의 말에 정부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조사단을 꾸려 협회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점검, 협회 운영실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단 의견 청취를 통해 ▲부상 관리 ▲단·복식 맞춤 훈련 ▲후원 용품 사용 범위 ▲선수 연봉 및 국제대회 출전 제한 등의 내용이 쏟아졌다. 

문체부는 지난달 10일, 협회 조사와 관련해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먼저 유니폼, 라켓, 신발 등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을 일괄적으로 후원사의 것만 사용하도록 강제한 점을 지적했다. 또 후원사의 후원금을 배분하는 조항을 협회가 삭제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원래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서 배분하던 조항이 2021년 6월 삭제된 부분이다.


또 배분금과 별도로 국제대회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후원사가 선수 개인에게 보너스를 직접 지급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를 일괄 수령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 과정서 선수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의 공정성도 지적받았다. 100% 경기력으로 선발하는 단식과 달리 30% 평가위원 점수가 들어가는 복식이 문제로 떠올랐다. 또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5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남자는 만 28세, 여자는 27세 이상인 경우만 세계배드민턴연맹이 승인한 국제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이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배드민턴에만 있는 제한이다. 

중간발표 이어 국감에서도
인사 논란에 국회의원 질타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협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이다. 소위 말하는 ‘페이백’ 논란이다. 문체부 중간발표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승강제 리그, 유·청소년 클럽리그 등 정부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용품 업체와 1억5000만원 상당의 구두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품은 지역 협회로 임의 배분됐는데 이 중 약 3분의 1이 회장 등의 지역으로 배분됐다. 

또 올해는 1억4000만원 상당의 후원 계약이 서면으로 체결됐는데 역시 임의로 배부하거나 보조사업 목적과 관련 없는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일부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체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사항만으로도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며 “횡령 및 배임의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협회의 일방적인 상임심판 해고 ▲협회 임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수수료 지급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임원들이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하고 성공보수를 수령한 점, 2021년부터 지난 8월까지 40명에 달하는 배드민턴 임원의 후원액이 회장의 후원금 2300만원에 불과한 점, 그마저도 인센티브를 수령한 임원의 개인 계좌서 회장의 이름으로 대납한 점 등을 지적했다. 

협회는 문체부의 중간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명확한 근거 없이 한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향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후원 물품은 대부분 셔틀콕으로 생활체육대회와 승강제 참여율을 토대로 배분했다면서 회장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을 내놨다. 

또 후원 용품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후원사 용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정부 보조금 외 수입금을 받아 선수단의 대회 파견과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후원금 배분 규정이 삭제된 부분은 “당시 코로나19로 스포츠계가 전반적으로 정체 상태였고 후원사 계약금도 이전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잃은 것 얻은 것
흔들리는 경기력

협회와 문체부의 기싸움은 국회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이날 불거진 뜻밖의 ‘인사 논란’이다. 안세영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나 협회 운영 실태에 대해 공방이 오갔어야 할 자리가 선수의 인성 논란으로 변질됐다. 김택규 협회장이 꺼낸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됐다. 안세영이 선배와 코치진에게 인사를 안 한다는 내용의 발언이었다.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장은 해당 발언을 지적하는 문체위원들의 질타에 “저만 그렇게 느끼나 보죠” “제가 뭐를 왕따시켰나”라고 받아치는 등 논란을 부추겼다. 이들은 안세영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김 회장은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논란은 안세영이 한국 배드민턴계에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파리올림픽 이후 두 달 만에 복귀한 국제대회서 포착된 코치진과의 불편한 기류가 기름을 부었다. 

안세영은 지난 20일 덴마크 오덴세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 덴마크 오픈(수퍼750) 여자 단식 결승서 은메달을 땄다. 이날 경기서 관심을 끈 부분은 안세영과 코치진의 태도였다. 김학균 감독은 안세영과 멀찌감치 떨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안세영 역시 물을 마시거나 아예 등을 돌리고 있었다. 

성지현 코치가 짤막하게 몇 가지 지시를 전달한 게 대화의 전부였다. 해설진이 “또 반복된다. 성지현 코치가 아주 간단하게 작전을 전달한다. 피드백이 없다. 대부분의 작전 시간엔 안세영 혼자”라고 말할 정도였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9일 경남 밀양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단체전 예선을 마친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서 눈물을 흘렸다.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느냐” 질문에 대한 안세영의 답이었다. 안세영은 “저의 배드민턴을 많이 사랑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빛바랜 금

하지만 안세영의 시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협회 조사에 대한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고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짐작컨대 협회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최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주요 국제대회서 좋은 성과를 낸 국가대표 지도자의 경우 공개채용 없이 재임용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산하 단체에 내렸다. 이 기준에 따르면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유임될 수 있다. 배드민턴계 안팎의 상황이 안세영을 고립시키는 형국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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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