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청년 변호사 생존전략

사건 수임 위해 이것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국내 변호사 수는 점차 급증해 왔다. 하지만 법무법인에서는 신입 변호사 채용을 줄이고 있다. 변호사 시험만을 보고 달려온 신입 변호사들은 실무적인 조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사건을 수임하고 개업한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재판 승리를 위해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 혹은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열중이다. 이런 상황에 신입 청년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호사
3만명

법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변호사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2일 기준 등록 변호사 수는 3만5983명이며 개업 변호사는 2만9687명에 달한다.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지난 2006년 1만명을 돌파해 8년 만인 2014년 9월 2만명을 돌파한 후 지난 2019년 3만명을 돌파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증했다. 매년 평균 1400~1700여명이 로스쿨을 졸업한 지 3년 이내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의 급증은 변호사 시장에 양극화를 불러왔다. 연차를 쌓으며 전문성을 키웠던 변호사와 검사 및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수월하게 사건을 수임하고 있지만 저연차의 변호사들은 한 달에 한 건의 사건을 수임하기도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저연차(1~3년 차) 개업 변호사들의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1.1건이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 수임료가 5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송 과정서 사용되는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한 약 300만원가량이 이들의 한 달 수입인 셈이다.

전체 변호사 시장의 평균 수입인 2억4600만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개업 변호사 A씨는 “일반적으로 사무실을 한 달 사용하는 데 200만원서 250만원이 든다”며 “한 달에 한 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만으로는 사무직을 고용할 수도 없고 사무실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사무실이 없으면 의뢰인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빚을 내서 사무실을 운영한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 로펌의 경우 기업 관련 사건을 맡거나 수임료가 큰 형사 사건을 맡다 보니 변호사에게 돌아가는 수입도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거대 로펌인 김앤장의 지난 2022년 매출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김앤장의 1인당 변호사 매출로 환산하면 13억원에 달한다.

중소형 로펌서 근무하는 신입 변호사들도 4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10대 로펌서 신입 변호사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등록변호사 3.5만명, 개업 변호사 3만명
“한 달에 사건 하나 수임하기도 어려워”


올해 10대 로펌서 법조 경력을 시작한 신입 변호사는 총 255명으로, 지난해 278명보다 23명(8.3%) 감소했다. 2022~2023년 감소폭(18명, 6.1%)보다 커졌다. 10대 로펌 신입 변호사 수는 2022년 296명에서 계속 줄고 있다.

올해 로펌별로는 ▲김앤장 54명 ▲태평양 42명 ▲광장 39명 ▲세종 38명 ▲율촌 31명 ▲화우 23명 ▲바른 12명 ▲지평 10명 ▲대륙아주 6명 순으로 채용했다. 법무법인 동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대형 로펌에서는 신입 변호사를 채용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교육하더라도 다른 경쟁 로펌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차라리 건설 부동산, 자본시장 등 특정 업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경력 변호사들을 집중 영입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채용을 담당하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예전처럼 신입 변호사를 뽑아서 로열티가 있는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방식에 한계가 생긴 것 같다”며 “로펌에서는 통상 팀별 수요를 고려해 2년 전에 미리 뽑았는데 요즘은 시장 트렌드가 빨리 변해서 중대재해 등 사건이 터지면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설 자리가 없는 신입 변호사들은 개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합격 후 단 6개월의 실무 경험만으로 사무소를 온전히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뢰인들은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법무법인이 ‘성범죄 전문’ ‘성범죄센터’ ‘성범죄 전담’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호사법 제23조 제2항은 변호사 광고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변협은 이에 근거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4조에 14가지 조항으로 광고 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비자인 의뢰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광고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개업 변호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 수임 후 경험을 쌓기 위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 개업 변호사는 법원과 경찰에 거의 상주하고 있다. 변호사를 수임하지 않고 고소를 진행하거나 재판을 진행하는 의뢰인을 포섭하기 위함이다.

신입 변호사
생존전략

서초동에 사무소를 개업한 지 2년이 지난 변호사 B씨는 “개업 초기에는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법원과 경찰서에 머물렀다”며 “그곳에서 고소하러 온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무료로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연이 닿은 의뢰인의 소송을 잘 마무리하자 조금씩 입소문을 탔고 이제야 개인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명함을 돌리고 다닐 당시 ‘변호사가 앵벌이를 하냐’ ‘자존심도 없냐’ 등 같은 변호사에게도 비난받기도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직업인데 폼 잡으려다 굶어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업 변호사 C씨는 남들이 맡지 않는 사건을 수임하다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로 취급받고 있기도 하다.

C씨는 “개업 초기 4달 동안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그저 법률 상담만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았다”며 “그러던 중 성범죄 가해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겠다’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재판을 미루고 연락이 왔다. 죄질이 너무 나빠서 사건을 수임하지 않으려는 고민도 했지만 결국 그 사람을 변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의 재판을 마무리하고 나니 다른 변호사들이 꺼리는 사건들에 대한 수임 요청을 많이 받게 됐다”며 “이후 ‘돈에 미쳐서 성범죄자만 변호한다’는 눈총을 받으며 많은 사건을 수임하다 보니 정말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사람들도 사건을 의뢰하러 왔고 결국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취급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수임료를 대폭 낮춘 변호사도 있었다. 그는 개업 후 형사사건 수임료를 300만~40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의뢰인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유튜브나 개인 SNS에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변호사도 늘었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함은 물론 온라인에 법률 상식을 담은 웹툰이나 카드 뉴스를 게재하고 있다.

한 유튜브를 운영 중인 2년 차 변호사는 “최근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 등 변호사나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드라마서 나온 장면에 대해 법률 상식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 역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후 ‘유튜브 보고 연락드린다’ ‘유튜브서 설명해 주신 상황이 제 상황과 유사한데 어떡하죠’라며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전에는 의뢰인들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력만 갖고 ‘내 사건을 잘 해결해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접근을 못했다면 유튜브 등으로 친밀감을 먼저 쌓아 더 쉽게 상담을 진행하거나 수임을 요청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성문
대필도

열심히 노력해 사건 수임을 하는 변호사들도 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을 이용한 수입을 거두는 변호사도 있다. 대표적으로 반성문을 대필해 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형량을 깎아보려는 의도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다. 물론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감형이 되진 않지만 대부분 형사 사건의 피고인들은 반성문을 제출하기에 판결문에는 적시되지 않지만 부정적인 요소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에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은 의뢰인 상황에 맞는 반성문 작성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성문을 대필해 주는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그저 반성문을 대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반성문을 대필해준다는 광고를 내건 법무법인 소속의 한 저연차 변호사는 “탄원서와 반성문 각각 5만원가량을 받고 대필을 진행 중”이라며 “한 사건을 수임하게 될 경우 길면 1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반성문의 경우 상황에 맞는 반성문 포맷이 있기에 하루도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한 동료는 사건 수임은 전혀 하지 않고 반성문과 탄원서 대필만 한 달에 100부서 200부 정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가 한 부에 5만~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필만으로 1000만원서 1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도 있는 셈이다. 

이어 “대필 의뢰인에게 질문을 하고 상황에 맞게 쓰는 거라 대필이라는 것이 티가 날 수 없다”며 “우리가 써준 반성문을 의뢰인이 다시 옮겨 적어달라는 안내만 지킨다면 5만~6만원에 과태료나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반성문을 대필하거나 법적 상식으로 드라마를 리뷰하는 행위 모두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라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너무 많아진 변호사 수로 법률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서비스의 질 양극화는 로스쿨 양극화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곳은 30%대 합격률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학교별로 군을 나눠 경쟁시키고 평가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활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앵벌이부터 반성문 대필까지...
“로스쿨 이후 법률 서비스 하락해”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 노동법 등 굉장히 중요한 과목들도 변호사 시험 선택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생들이 거의 안 듣는다. 기초 법학이 죽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무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중요하게 쓰일 법적 윤리나 관련 과목들이 시험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폐강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당초 도입 취지를 넘어 법학이라는 학문을 유지하려면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성 교수는 “현행 3년의 교육 기간이 짧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어 “예전에는 법대 4년에 사법연수원 2년을 공부하고 훈련받았는데 지금은 6년치를 3년 안에 욱여넣다 보니 교육적인 포화가 이뤄진 것 같다. 3년 공부하고 합격하면 1년 정도는 따로 연수원서 교육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법학전문대학원은 수업서 판례 하나만 갖고도 한 시간 동안 난상 토론을 하는데, 우리는 변호사시험 대비용 암기 위주의 수업만 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로스쿨 제도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입학 정원에 대한 결원보충제 연장 문제, 입학 전형의 공정성 문제, 변호사시험 5회 탈락자에 대한 구제 문제, 6개월 실무 수습의 문제 등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로스쿨 제도 도입 시 논의됐던 유사법조직역 통폐합 문제, 변호사 과다 배출 문제 등이 있다”며 “이 같은 문제들은 상호 간 연결돼있으며 국민을 위한 로스쿨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기태 변호사는 신입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사건을 수임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낼 수 없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변호사 업계
근본적 문제”

그는 “의뢰인을 대하는 방법,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법, 광고나 블로그, 유튜브를 사용하는 방법 등 신입 변호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나눠 주는 사람이 없다”며 “예전에는 사법연수원을 통해 선후배 관계가 생길 수 있었고, 현직 법조인인 교수들이 조언을 주기도 했으나 사법연수원 제도가 로스쿨 제도로 변화하면서 정보가 공유되는 범위가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믿을 만한 멘토도 없고, 변호사로서 알아야 할 정보가 부족한 채로 사건을 수임하기 급급한 신입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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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