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서워하는 국산 미사일 열전

‘김정은 타깃’ 세계 최강 벙커버스터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최근 남북 간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무인기를 빌미로 군사 도발 감행에 앞서 명분을 쌓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간 무력충돌 시 우리 군이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는 전략무기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북이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및 전단 살포 사건 이후 강대 강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 외무성 성명에 이어 다음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밤늦게 담화를 발표해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강경 발언
갈등 격화

이에 국방부는 지난 13일 ‘북한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을 내고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올리는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라고 경고했다. 

남북 당국 간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아슬아슬한 심리전 공방을 벌이면서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바로 북쪽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남북 연결도로·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지 엿새 만이다.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작업이라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해 MDL 남측 지역을 향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남북 연결도로 폭파까지 감행하고 나서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무엇보다 북한은 평양 상공이 무인기에 뚫린 것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위를 위협하는 중대 사건으로 간주해 이를 빌미로 실질적인 도발 명분 쌓기에 이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형국인 가운데 우발적 무력충돌 시 우리 군이 강경 대응에 맞서 북한군을 잠재울 수 있는 미사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뜻한다. 

3축 체계 중 하나인 킬 체인에 있어 핵심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타우러스’ 미사일은 북한 방공망의 사거리를 벗어난 후방 지역서 발사해 적의 주요 목표를 즉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꼽힌다.

스텔스 기술 적용으로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는다. 덕분에 북한의 도발징후가 포착되면 적 방공망 밖에서 적 도발 원점과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와 전투기의 생존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특히 군용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장착해 전파교란 상황서도 목표물 반경 3m 이내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두께 3m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등 북한 지하 벙커 파괴에 최적화됐다. 최대 사거리는 약 500km에 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116km로 서울 인근서 발사하면 15분 안에 북한 전역 주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최근 타우러스 미사일의 실사격 훈련을 7년 만에 실시해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지난 11일 공군에 따르면 지난 8일과 10일, 두 차례 걸쳐 F-15K 전투기서 발사된 타우러스는 약 400km를 날아가 서해상 사격장 표적에 명중했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지난 2016년 전력화됐고 약 260발이 도입됐다.


군사적 도발 대응에 3축 체계 구성
전술 핵무기와 맞먹는 미사일 위력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직후인 2017년 9월 실사격이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이후 남북 정세 관리 차원서 실사격이 없었다. 

타우러스를 포함한 공중 정밀타격 무기는 그동안 외국서 들여오는 방식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 개발을 진행하게 되면서, 킬 체인 전략의 일부인 ‘천룡’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국형 타우러스’라고도 불리는 천룡은 향후 2028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 수백km 떨어진 적의 핵심표적을 정밀 공격할 수 있고, KF-21 전투기의 핵심 무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천룡은 타우러스처럼 복합적인 정밀 유도가 가능하게 설계된다.

따라서 영상·지형 대조 및 종말 유도 기능을 갖춰 오차범위 1~2m 이내 족집게 정밀타격을 가할 수 있다. 낮은 고도로 저공 비행하기 때문에 적 레이더가 찾아내기 어렵다. 더 많은 표적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 조종사가 공중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이 늘어나 작전 융통성도 커진다.

타우러스의 개량형이지만 사거리 500km 이상, 관통력은 기존 대비 90% 수준이다. 개전 초기부터 북한군 지휘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 가능한 수단인 천룡은 우리 군의 미래 핵심전력이다.

3축 체계 중 핵·WMD 대응 2번째 단계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L-SAM’이 있다.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고도 40~70㎞ 상공서 요격할 수 있는 고고도 지대공 미사일로 L-SAM은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린다. 

수도권서 북한 방어 시 허점으로 언급됐던 상층 미사일 방어에 L-SAM이 배치되면서 촘촘한 ‘거미줄 방공망’이 완성됐다. L-SAM은 정사각형 형태를 하고 있는데 최대 150도 범위에서 회전이 가능한 형태로 광범위한 면적을 커버한다. 실전 배치 시 항공기 수백 대, 탄도탄 수십 기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레이더가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면 요격탄을 발사해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요격탄은 1·2단 추진체와 직격 비행체로 구성돼있으며, 직격 비행체가 적 탄도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L-SAM이 요격하지 못하는 미사일은 고도 40km 안팎서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량형인 천궁-Ⅱ가 요격한다.

핵무기 견제
압도적 대응

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무기로는 KAMD의 요격미사일 중 지대공 방어용 요격 체계 핵심 무기로도 꼽히는 천궁-Ⅱ가 있다. 천궁-Ⅱ는 위력증강형 탄두를 탑재해 적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한다. 


고도 40km 이하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항공기를 함께 요격하는 방어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이라고 불린다. 천궁-Ⅱ 포대는 발사관 8개를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을 갖췄다. 15~20km 고도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하층 방공망의 핵심이다. 

마하 4.5(시속 5508km) 속도의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 가능하다.

천궁-Ⅱ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과 다기능 레이더의 추적 기술, 다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를 비롯해 유도탄의 빠른 반응시간 확보를 위한 전방 날개 조종형 형상 설계 및 제어기술 등이 적용돼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주요 무기다. 

지난 1일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세계 최대 벙커버스터인 탄두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북한 김 부부장이 극도의 불쾌감을 내비쳤던 무기가 있다. 3축 체계의 마지막 단계로 대량 응징보복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현무-5’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으로 대남 기습 공격에 나설 경우 이에 대응해 평양 지휘부를 초토화하는 미사일이다. 

현무-5의 탄도 중량은 약 8t으로 전 세계 재래식 미사일 중 최고 수준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위력은 전술핵무기와 맞먹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하 100m 깊이의 지하 벙커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5의 사거리는 탄두 8t 기준 약 300km로, 서울서 평양까지 약 195km 거리를 넉넉히 날아간다. 미사일 속도는 마하 10(시속 1만2240km) 정도로, 1초에 약 3.4km를 날아갈 수 있다. 탄두 무게를 1~2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수준인 3000~5500km로 늘어난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량 응징보복의 주요 무기체계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북한의 방사포에 효과적인 대응 무기로 불리는 ‘천무’가 있다. 순수 한국 기술로 개발된 다연장로켓 천무는 유사시 북한의 방사포와 장사정포의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 대화력전의 핵심 전력이다. 최대사거리 80km로 고폭유도탄과 분산유도탄 발사가 가능하다. 

천무의 고폭 유도탄은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관성항법시스템(INS)을 탑재하고 있어 표적지 탄착 오차가 불과 15m로 신속하고도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화력전을 위한 천무는 한번에 300개의 자탄으로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괴물 미사일
평양 초토화

또 천무의 사격시스템은 높은 자동화율을 자랑한다. 군단 및 사단서 포병대대(사격대)로 표적정보를 전송하면 천무의 사격통제장치가 사격제원을 자동으로 산출하고 발사대를 작동해 신속히 사격을 준비한다. 사격 후에는 자체 포드 재장전 기능을 활용한 빠른 재장전이 가능하며, 차량에 발사대와 포드를 장착한 상태로 기동할 수 있어 신속히 사격 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

아울러 적의 화생방 및 소총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호력을 갖추고 있으며, 타이어 펑크 시에도 자동으로 공기압을 조절해 계속 이동이 가능하다. 

3축 체계의 주무기인 미사일 외에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군 포병 전력의 주력 장비 ‘K-9 자주포’가 있다. 최근 북한의 국경선 부근 포병 연합부대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하자 우리 군도 즉각 맞불 대응으로 화력 대기 태세를 높여 K-9 등의 전투 대기포를 운용하기도 했다.

K-9은 세계서 가장 촘촘한 포병 전력을 갖춘 북한군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무기체계다. 적의 포병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대포병사격 능력도 갖췄다.

실제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서 해병대의 K-9은 적에게 기습을 받고도 생존한 4문이 80발을 발사하면서 대응사격에 성공한 바 있다. 길이가 무려 8m에 이르는 K-9은 155mm 52구경 장곡사포를 사용한다. 여기에 K307 항력감소고폭탄(BB/HE)을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40km에 달한다.

K315 로켓보조추진탄(HE-RAP)을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54km까지 늘어난다. 

또 사격통제장치가 자동화돼있어 타격 장소를 확인한 뒤 30초 이내에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K-9 자주포엔 1000마력 상당의 디젤 엔진이 실려 있어 최대시속 67km로 주행이 가능하다. 1분에 9발을 쏠 수 있어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 시 즉각 맞대응이 가능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향해 지속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할 토대를 마련한 가운데 러시아까지 끼어들 명분이 생기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지난 17일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폭파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헌법에 한국을 적대 국가로 명시했다고 공개했다. 

대한민국 철저한 적대국가 규정
“반통일·반민족적 행위에 규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주장한 남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북한 대외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15일 남부 국경의 동서부 지역서 한국과 연결된 우리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 불능의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는데, 남북관계 및 통일 등에 관한 조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헌법을 개정해 ‘통일’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는 지시를 연초에 내리면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교육한다는 내용도 반영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15일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으나, 도로와 함께 철도까지 폭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성 대변인은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히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조치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른 것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이었다”며 “폭파가 주변의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고 이번 조치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연결통로가 철저히 분리됐다”고 강조했다.

단절된 소통
통일 미지수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라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8·15 통일 독트린’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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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