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서워하는 국산 미사일 열전

‘김정은 타깃’ 세계 최강 벙커버스터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최근 남북 간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무인기를 빌미로 군사 도발 감행에 앞서 명분을 쌓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간 무력충돌 시 우리 군이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는 전략무기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북이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및 전단 살포 사건 이후 강대 강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 외무성 성명에 이어 다음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밤늦게 담화를 발표해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평양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강경 발언
갈등 격화

이에 국방부는 지난 13일 ‘북한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을 내고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올리는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라고 경고했다. 

남북 당국 간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아슬아슬한 심리전 공방을 벌이면서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바로 북쪽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남북 연결도로·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지 엿새 만이다.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작업이라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해 MDL 남측 지역을 향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남북 연결도로 폭파까지 감행하고 나서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무엇보다 북한은 평양 상공이 무인기에 뚫린 것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위를 위협하는 중대 사건으로 간주해 이를 빌미로 실질적인 도발 명분 쌓기에 이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형국인 가운데 우발적 무력충돌 시 우리 군이 강경 대응에 맞서 북한군을 잠재울 수 있는 미사일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뜻한다. 

3축 체계 중 하나인 킬 체인에 있어 핵심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타우러스’ 미사일은 북한 방공망의 사거리를 벗어난 후방 지역서 발사해 적의 주요 목표를 즉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꼽힌다.

스텔스 기술 적용으로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는다. 덕분에 북한의 도발징후가 포착되면 적 방공망 밖에서 적 도발 원점과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와 전투기의 생존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특히 군용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장착해 전파교란 상황서도 목표물 반경 3m 이내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두께 3m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등 북한 지하 벙커 파괴에 최적화됐다. 최대 사거리는 약 500km에 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116km로 서울 인근서 발사하면 15분 안에 북한 전역 주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최근 타우러스 미사일의 실사격 훈련을 7년 만에 실시해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지난 11일 공군에 따르면 지난 8일과 10일, 두 차례 걸쳐 F-15K 전투기서 발사된 타우러스는 약 400km를 날아가 서해상 사격장 표적에 명중했다. 타우러스 미사일은 지난 2016년 전력화됐고 약 260발이 도입됐다.


군사적 도발 대응에 3축 체계 구성
전술 핵무기와 맞먹는 미사일 위력

북한의 6차 핵실험 강행 직후인 2017년 9월 실사격이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이후 남북 정세 관리 차원서 실사격이 없었다. 

타우러스를 포함한 공중 정밀타격 무기는 그동안 외국서 들여오는 방식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체계 개발을 진행하게 되면서, 킬 체인 전략의 일부인 ‘천룡’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한국형 타우러스’라고도 불리는 천룡은 향후 2028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 수백km 떨어진 적의 핵심표적을 정밀 공격할 수 있고, KF-21 전투기의 핵심 무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천룡은 타우러스처럼 복합적인 정밀 유도가 가능하게 설계된다.

따라서 영상·지형 대조 및 종말 유도 기능을 갖춰 오차범위 1~2m 이내 족집게 정밀타격을 가할 수 있다. 낮은 고도로 저공 비행하기 때문에 적 레이더가 찾아내기 어렵다. 더 많은 표적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해 조종사가 공중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이 늘어나 작전 융통성도 커진다.

타우러스의 개량형이지만 사거리 500km 이상, 관통력은 기존 대비 90% 수준이다. 개전 초기부터 북한군 지휘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 가능한 수단인 천룡은 우리 군의 미래 핵심전력이다.

3축 체계 중 핵·WMD 대응 2번째 단계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L-SAM’이 있다.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고도 40~70㎞ 상공서 요격할 수 있는 고고도 지대공 미사일로 L-SAM은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린다. 

수도권서 북한 방어 시 허점으로 언급됐던 상층 미사일 방어에 L-SAM이 배치되면서 촘촘한 ‘거미줄 방공망’이 완성됐다. L-SAM은 정사각형 형태를 하고 있는데 최대 150도 범위에서 회전이 가능한 형태로 광범위한 면적을 커버한다. 실전 배치 시 항공기 수백 대, 탄도탄 수십 기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레이더가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면 요격탄을 발사해 적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요격탄은 1·2단 추진체와 직격 비행체로 구성돼있으며, 직격 비행체가 적 탄도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L-SAM이 요격하지 못하는 미사일은 고도 40km 안팎서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개량형인 천궁-Ⅱ가 요격한다.

핵무기 견제
압도적 대응

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무기로는 KAMD의 요격미사일 중 지대공 방어용 요격 체계 핵심 무기로도 꼽히는 천궁-Ⅱ가 있다. 천궁-Ⅱ는 위력증강형 탄두를 탑재해 적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한다. 


고도 40km 이하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항공기를 함께 요격하는 방어체계로 ‘한국형 패트리엇’이라고 불린다. 천궁-Ⅱ 포대는 발사관 8개를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을 갖췄다. 15~20km 고도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하층 방공망의 핵심이다. 

마하 4.5(시속 5508km) 속도의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 가능하다.

천궁-Ⅱ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과 다기능 레이더의 추적 기술, 다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를 비롯해 유도탄의 빠른 반응시간 확보를 위한 전방 날개 조종형 형상 설계 및 제어기술 등이 적용돼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주요 무기다. 

지난 1일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세계 최대 벙커버스터인 탄두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북한 김 부부장이 극도의 불쾌감을 내비쳤던 무기가 있다. 3축 체계의 마지막 단계로 대량 응징보복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현무-5’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으로 대남 기습 공격에 나설 경우 이에 대응해 평양 지휘부를 초토화하는 미사일이다. 

현무-5의 탄도 중량은 약 8t으로 전 세계 재래식 미사일 중 최고 수준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위력은 전술핵무기와 맞먹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하 100m 깊이의 지하 벙커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5의 사거리는 탄두 8t 기준 약 300km로, 서울서 평양까지 약 195km 거리를 넉넉히 날아간다. 미사일 속도는 마하 10(시속 1만2240km) 정도로, 1초에 약 3.4km를 날아갈 수 있다. 탄두 무게를 1~2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수준인 3000~5500km로 늘어난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량 응징보복의 주요 무기체계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북한의 방사포에 효과적인 대응 무기로 불리는 ‘천무’가 있다. 순수 한국 기술로 개발된 다연장로켓 천무는 유사시 북한의 방사포와 장사정포의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 대화력전의 핵심 전력이다. 최대사거리 80km로 고폭유도탄과 분산유도탄 발사가 가능하다. 

천무의 고폭 유도탄은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관성항법시스템(INS)을 탑재하고 있어 표적지 탄착 오차가 불과 15m로 신속하고도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화력전을 위한 천무는 한번에 300개의 자탄으로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괴물 미사일
평양 초토화

또 천무의 사격시스템은 높은 자동화율을 자랑한다. 군단 및 사단서 포병대대(사격대)로 표적정보를 전송하면 천무의 사격통제장치가 사격제원을 자동으로 산출하고 발사대를 작동해 신속히 사격을 준비한다. 사격 후에는 자체 포드 재장전 기능을 활용한 빠른 재장전이 가능하며, 차량에 발사대와 포드를 장착한 상태로 기동할 수 있어 신속히 사격 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

아울러 적의 화생방 및 소총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호력을 갖추고 있으며, 타이어 펑크 시에도 자동으로 공기압을 조절해 계속 이동이 가능하다. 

3축 체계의 주무기인 미사일 외에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군 포병 전력의 주력 장비 ‘K-9 자주포’가 있다. 최근 북한의 국경선 부근 포병 연합부대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하자 우리 군도 즉각 맞불 대응으로 화력 대기 태세를 높여 K-9 등의 전투 대기포를 운용하기도 했다.

K-9은 세계서 가장 촘촘한 포병 전력을 갖춘 북한군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무기체계다. 적의 포병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대포병사격 능력도 갖췄다.

실제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서 해병대의 K-9은 적에게 기습을 받고도 생존한 4문이 80발을 발사하면서 대응사격에 성공한 바 있다. 길이가 무려 8m에 이르는 K-9은 155mm 52구경 장곡사포를 사용한다. 여기에 K307 항력감소고폭탄(BB/HE)을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40km에 달한다.

K315 로켓보조추진탄(HE-RAP)을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54km까지 늘어난다. 

또 사격통제장치가 자동화돼있어 타격 장소를 확인한 뒤 30초 이내에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K-9 자주포엔 1000마력 상당의 디젤 엔진이 실려 있어 최대시속 67km로 주행이 가능하다. 1분에 9발을 쏠 수 있어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 시 즉각 맞대응이 가능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향해 지속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할 토대를 마련한 가운데 러시아까지 끼어들 명분이 생기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지난 17일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폭파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헌법에 한국을 적대 국가로 명시했다고 공개했다. 

대한민국 철저한 적대국가 규정
“반통일·반민족적 행위에 규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주장한 남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북한 대외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15일 남부 국경의 동서부 지역서 한국과 연결된 우리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 불능의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는데, 남북관계 및 통일 등에 관한 조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헌법을 개정해 ‘통일’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는 지시를 연초에 내리면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교육한다는 내용도 반영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난 15일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으나, 도로와 함께 철도까지 폭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성 대변인은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히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조치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른 것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이었다”며 “폭파가 주변의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고 이번 조치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연결통로가 철저히 분리됐다”고 강조했다.

단절된 소통
통일 미지수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라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8·15 통일 독트린’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yuncastl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