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타는’ 경계선 지능인의 삶

지적장애인보다 많은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떤 사람은 삶 자체가 외줄에 서 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 위에 놓인 인생이다. 남들은 한두 번에 쉽게 해내는 일도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삶에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경계선 지능인’의 일상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다른 사람은 손쉽게 하는 단순 업무가 도무지 손에 익질 않는다. 몇 번을 들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생소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도와주던 주변 사람도 이제는 지친 기색이다. ‘일머리가 없다’는 수군거림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남들과 어떤 부분서 다른 걸까?

늦었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에 해당하면서 인지·정서·사회 적응 능력이 낮은 사람을 뜻한다. 현재까지 경계성 지능인의 수를 파악한 국가통계는 없다. 다만 전체 인구의 약 13.6%가 70~85의 지능지수라는 정규분포도에 따라 약 700만명(지난해 5월 인구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경계선 지능인의 현황과 향후 과제> 자료에 따르면 학급별 인원이 30명일 경우 아동과 청소년 3~4명은 경계선 지능인일 가능성이 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아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장애정도판정 기준에서는 지능지수 70 이하를 지적장애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중간 지점에 걸쳐 있다. 의사소통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는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학습이나 사회생활서 다른 부분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학습능력이 떨어져 학업성적이 좋지 못할 수 있고 성인이 돼서는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직장서 업무능력으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체 인구서 지적장애인의 비율은 0.38%(2017년 기준), 18만7300명(추정)이다. 추정치만 놓고 봤을 때 전체 인구서 경계선 지능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적장애인보다 훨씬 큰 셈이다. 문제는 경계선 지능인의 위치가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조기진단 시스템 마련 ▲특성에 맞는 교육 ▲자립을 위한 지원 등 경계선 지능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 언급했다. 또 이를 위해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복지 욕구를 반영해 전반적인 지원을 규정한 법률 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통계 없어 700만명 추정
하반기, 정부 차원 첫 실태조사

이어 “전체 인구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계선 지능인이 제도적 지원 밖에서 계속 방치된다면 사회적 비용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므로 국가적 차원서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경계선 지능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가적 지원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현황 파악, 실태조사, 법안 발의 등의 방식으로 경계선 지능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경계선 지능인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종합 대책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계선 지능인이 교육, 고용, 사회 참여, 가정생활 등 일상생활의 각 영역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하는 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에게 필요한 정책 수요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학령기 경계선 지능인을 파악하기 위한 학부모용 경계선 지능 선별도구도 개발한다. 매년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 정서 행동 특성 검사’와 연계될 예정이다. 검사는 학부모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실시된다. 연구를 거쳐 2026년에 시범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성인기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직업 훈련 과정 설계, 실적 관리 등 전 과정서 한국폴리텍대학,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년지원센터 등 관계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또 경계선 지능인과 부모·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 소모임,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대인관계 형성과 사회적 기술 함양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홍보·캠페인도 추진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경계선 지능인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계선 지능인의 진단·교육·고용·자립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통 구직활동 어려움
직장선 업무능력 지적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이 상이하고 아예 조례가 없는 지자체도 많은 상황이다.

또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의도 통일된 상태가 아닌 것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법안서 경계선 지능인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발달장애인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인지능력 등의 부족으로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교육과 자립 등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했다. 

안 의원은 “경계선 지능인은 충분히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인적자원인데 사회복지사 사례 관리 등 사회서비스 지원이 부족해 고용과 자립이 힘든 상황”이라며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경계선 지능인의 인적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채 복지의존자로 방치할 경우 복지 비용만 폭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도 지난달 21일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 의원의 법안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수요에 따른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센터를 통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허 의원은 21대 국회서도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허 의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던 내용의 상당 부분이 7월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지원대책에 반영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며 “정책이 현실에 온전히 구현돼 삶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려면 정부 행위의 근거가 될 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이어 “경계선 지능인은 충분한 반복학습과 보조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상당수가 충분히 자립할 수 있지만 너무 오래 방치돼 왔다”며 “일시적인 혜택으로 끝나는 지원이 아닌 삶의 모든 과정 내내 동행하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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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