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검찰발 통신 조회 후폭풍

“검찰에 당했다, 그대로 돌려준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통신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며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민간인의 통신정보까지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일요시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요시사>에 ‘조용래의 머니톡스’를 기고하는 조용래 작가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통신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고객 돈으로 운영되는 통신사가 어째서 사용자의 정보를 고스란히 검찰에 넘겼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조 작가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검찰 콜센터인 1301. 그 밑으로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이용자의 정보를 받았으니, 법에 따라 이를 통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거미줄

이날 검찰은 유사한 내용의 문자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추미애 의원 등 정치권 전방위에 걸쳐 전송했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인과 관련 단체들도 통지 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이들과 통화한 적 있는 일부 민간인까지 검찰의 감시망에 포함됐다.

문자 내용을 살펴보면 통신 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였다. 따라서 이번 통신 조회는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의 배후를 밝히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해당 의혹은 20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를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보도를 허위로 보고 있으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들어 김만배·신학림과 <뉴스타파> 기자를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피고인뿐만이 아니라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참고인의 신원을 조회해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문자를 받은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대부분 1월 초쯤에 통신정보를 조회했는데 7개월이나 지난 최근에서야 해당 사실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검사는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통지해야 한다.

고객 통신정보 검 손바닥 안에?
통신 3사 대상 집단소송 예고

문자를 받은 한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을 경우 6개월까지(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확한 혐의도 없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며 “4·10 총선서 정부여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까 봐 통보를 미룬 게 아니겠느냐. 검찰과 정부가 손을 잡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 등 수사 관련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되는 해당 전화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를 확인하는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것”이라며 “통화기록을 살펴본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통신사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일요시사>에 칼럼을 기고하는 조 작가는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관련된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와 몇 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검찰이 해당 기자의 번호를 조회하던 중 자신과 통화한 사실을 알게 됐으니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요시사>가 조 작가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내역에 따르면, 그가 사용 중인 통신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고객명 ▲주민등록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을 검찰에 제공했다.

제공 요청 사유로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법원/수사기관 등의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명시됐다.

조 작가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탈세를 하거나 수사, 재판의 대상도 아닌데 ‘국가안전보장 위해 방지’를 이유로 정보를 조회했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통신3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소장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통신 조회가 검찰의 영장에 의한 것이 아닌 협조 공문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협조 의무가 없는 통신사가 고객정보를 고스란히 국가기관에게 넘겼고, 이는 신의성실 원칙(민법 제2조)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조 작가에 따르면 통신사는 “현행법상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이 부분 역시 위헌 요소가 상당하므로 법원서 따져봐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몇 명을 대상으로 통신 조회를 했는지, 그 숫자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통신자료 조회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현직 국회의원 19명 ▲전직 국회의원 2명 ▲보좌진 68명 ▲당직자 43명 ▲전직 보좌진·당직자 7명 등 민주당 내에서만 139명의 통신 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숫자는 어디까지나 여의도에 국한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언론계를 포함시키면 적게는 3000명부터 많게는 10만명까지 조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우후죽순 쏟아지는 제보
“10만명 거뜬?” 커지는 불안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기자가 하루에 10명과 통화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300명, 이 중에서 겹치는 이들을 제외하면 석 달에는 450명”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어디까지나 기자 한 명을 놓고 봤을 때 나오는 숫자”라며 “기자 10명을 각각 조회했다고 치면 4500명은 우습게 넘어간다. 검찰은 1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한 것 같은데 취재 목적을 제외하고 통화한 민간인까지 조회 대상이 됐으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정보가 제공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 공익단체 등의 피해자를 모을 생각이다. 집단 고발이나 민사소송 같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몇 개월 동안 검찰이 우리를 탈탈 털었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 단체는 이번 사건을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 사찰’로 규정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이 정보를 제공받은 시기는 김만배 녹취 기사를 빌미로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사를 진행하던 때”라며 “윤 대통령 한 사람의 심기 경호를 위해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는 국민 수천명의 기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의도는?

조 작가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찰은 언론인 개인에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무분별한 통신 조회를 해왔다. 나와 한 번이라도 통화했던 사람의 정보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이는 인권을 침해하는 아주 무서운 이야기”라며 “그 자료를 열람해준 통신사에도 법적 책임을 따져볼 필요성이 드러났다. 검찰을 상대로 소송하는 건 정치권의 영역이니, 나는 나대로 총대를 메려고 한다. 함께할 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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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