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군사기밀 유출 미스터리

군무원 혼자? 윗선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다. 중요한 군사정보가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서 국가안보에 구멍이 생겼다. 정부 부처를 비롯해 정보기관까지 싹 다 뒤집혔다. 누구의 소행인가? 목적은 무엇인가?

군사기밀이 유출됐다. 음지서 일하던 이들의 정보가 누구인지 모를 사람 손에 넘어갔다. 당장 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유출된 정보의 범위와 규모, 유출 시점, 유출한 인물 등이 의문으로 떠올랐다. 

누구에게…
어떻게 왜?

지난달 30일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가 구속됐다. A씨는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은 지난달 29일 군검찰이 청구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보사 해외 공작 담당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A씨는 대북 정보수집을 맡는 정보사 요원들의 개인정보 등 수천건의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는 지난달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한 강제수사를 진행해 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개인 노트북에 저장돼있던 대북요원 현황을 중국인에게 파일 형태로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파일에는 각국 대사관의 외교관 등 합법적 신분으로 상대국 정보를 수집하는 ‘화이트요원’과 사업가 등으로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의 신상정보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개인 노트북 해킹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인 점으로 봤을 때 고의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범이나 조력자 여부, 정보거래 가능성 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유출된 2, 3급에 해당하는 기밀이 중국인을 통해 북한으로 향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국인은 북한 정찰총국 첩보원일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 대북 첩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블랙요원은 신분 노출 우려에 따라 현지 활동을 급히 마무리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재파견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보망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블랙요원 신상정보 등 수천 건
중국인 통해 북한으로 간 정황

정보사는 “사건 인지 시점은 6월께로 유관 정보기관으로부터 통보받아 알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회 비공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서 나온 발언이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이 한 브리핑에 따르면, 정보사는 이번 기밀 유출이 해킹에 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사 군무원의 군사기밀 유출 의혹은 정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중국 국적 동포 등이 대한민국 정보요원 기밀 파일을 유출했다”며 “황당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죄로 처벌 못한다. 우리나라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국가기밀 정보를 ‘적국’에 넘길 때에만 간첩죄를 적용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면서 “저걸(기밀유출 사건) 간첩죄로, 중죄로 처벌해야 맞나, 안 해야 맞나”라며 “이런 일이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간첩죄나 그 이상의 죄로 중형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지만 무산된 점도 언급했다. 

한 대표는 “당시 4건 중 3건을 민주당이 냈다. 그런데 정작 법안 심의 과정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22대 국회 개원 이후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도 소개했다. 해당 개정안은 해외 국가‧개인‧단체의 간첩행위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휴민트 박살
가능성 제기

그는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외국과 적국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구분일 뿐”이라며 “이번에 꼭 간첩법을 개정해서 우리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한 대표의 발언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반발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법안(간첩법 개정안)이 추진되지 않은 것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 회의록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적었다. 

박 의원이 언급한 회의록은 21대 국회였던 지난해 9월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 내용이다.

박 의원은 “한 분께서는 새로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뒀을 때 특별법 규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분도 국가기밀의 범위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신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소위서 ‘적국’을 ‘외국’으로 넓힐 경우 일명 ‘산업스파이’ 같은 사례도 간첩죄로 처벌한 것인가 등의 논의가 이어졌고 결론 내지 못하고 계속 심의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을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하기엔 자당 의원님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의 가짜뉴스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당시 개정안을 완강하게 반대한 건 법원행정처였다. 개정안을 심사한 속기록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소위 위원들도 입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니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간첩법 논란
입장 엇갈려

이어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우리당 의원들은 개정안 심사와 통과를 위해 수년 동안 거듭 노력해 왔다. 19대, 20대, 21대 국회 매 임기마다 발의해 왔다”며 “미비한 법률 개정을 위해 법무부에 도움을 구했을 때 한동훈 (당시)법무부 장관은 그때 매듭을 지었어야 한다. 장관일 때 놓치더니 왜 애먼 책임을 이제 와서 민주당에게 떠넘기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의 반발에 한 대표는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은 지난 21대 국회 법사위 제1소위서 3차례나 논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막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법원행정처가 강력하게 반대해서 여야 의원들이 공히 법 보완을 주문했던 정황이 국회 속기록에 다 나와 있다”며 “책임이 있다면 본인이 더 크고 그리 통과시키고 싶었다면 본인이 장관 시절 노력했어야 할 일”이라고 공격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에도 “이 사건을 단순한 기밀보호법으로 처벌하기에는 대단한 중죄”라며 “이 정도로 간첩이 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는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서 “문재인정부는 국군 기무사령부를 안보지원사로 바꾸면서 요원의 30%를 감축했다”며 “민주당은 2020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국정원의 방첩 역량을 무너뜨렸다”고 문정부를 겨냥했다. 

한 대표의 주장에 민주당이 반발하고 또다시 한 대표가 재반박하면 민주당이 입장을 내는 양상이 계속되면서 정작 사건의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20~30년 동안 구축한 휴민트(인적 네트워크)가 붕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책임 공방만 벌이는 정치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킹 주장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책임 공방 중


특히 앞서 ‘수미 테리 사건’으로 이미 한 차례 정보 구멍이 드러난 시점에 또다시 군무원의 군사기밀 유출 의혹이 일어난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정보위서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수미 테리 사건에 이어 해외 정보수집 부문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보 역량을 복구해야 한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보위가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 미 연방 검찰은 중앙정보국(CIA) 출신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를 기소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연방 검찰의 소장을 인용해 한국계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고가의 저녁 식사와 명품 핸드백 등을 대가로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수미 테리는 2013년부터 10여년간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파견관과 만나 비공개 정보 등을 제공했다. 뉴욕 연방 검찰은 그 대가로 수미 테리가 루이비통 핸드백, 3000달러 상당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3만7000달러 상당의 금전 등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미 테리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언론 기고나 발표, 접근이 쉽지 않은 인사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한국 정부를 위해 활동한 행위를 지적했다.

미 정부 관료와의 비공개 모임 등에서 획득한 정보를 한국 정부에 넘긴 부분도 기재했다. 또 뉴욕 연방 검찰은 수미 테리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등록하지 않은 채 사실상 한국의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규정했다. 

미국은 외국대리인등록법에 따라 외국 정부나 정당, 회사 등의 정책 및 이익을 대변하거나 홍보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신고해 활동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미 테리는 2016~2022년 사이 최소 세 차례 의회 증언을 위해 선서하는 자리서 자신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정보 구멍
국정원도?

이 문제에 대해 국정원은 “한미 동맹의 훼손은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정보 협력에도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현안 보고서 “안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면 협력이 축소·파기될 수 있는데 전혀 그런 점이 없다”며 “이 건을 양국 안보 협력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제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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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