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전세 사기’ 그후…먹튀 집주인의 이중생활

돈 없다면서 해외에 공장?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50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정모씨는 현재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이제 곧 몽골에 공장을 차린다. 피해자 A씨는 정씨가 돌려줘야 할 ‘내 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몽골에 공장을 차릴 수 있었던 걸까? 반성 없이 자기가 사는 게 중요한 그는 악성 임대인이다. 

여전히 나아진 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 여전히 악성 임대인 정모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중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변한 게 있다면 슬프게도 이제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다 됐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배 째라”

결국 피해자 A씨는 직접 발로 뛰면서 정씨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 찾기에 나섰다.

앞서 <일요시사>는 ‘<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을 통해 임대사업자 정씨의 행태에 관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정씨는 분명히 “현금으로 돈을 지급받는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A씨는 정씨가 소유한 인천시 일대의 집을 한 곳 한 곳 방문했다. 엑셀로 정리해 갔던 집들을 체크하고 해당 장소에 사람이 살면 문을 두드려 전세 사기 피해자라고 설명하면서 임차인들에게 계약 방식을 들었다.


전세 사기가 발생했던 집들을 여전히 버젓이 월세를 내놔 일부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어떤 곳은 비어 있었다. A씨는 퇴근 후 매일 2시간에서 3시간씩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 쏟는다. 

한 집이라도 더 돌기 위해 동선을 짰다. 세탁소 옆, 역 근처, 성당 등등 근처 아는 곳의 지명을 적어 내려갔다. 협조해주는 임차인도 있었고, 도와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기가 불리한 상황에 처할까 봐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증보험이 든 집을 한 곳 한 곳 체크했고, 입주는 언제 했는지 언제 나가는지 세세하게 엑셀로 만들어 적어뒀다. 수도, 가스, 전기 등 계기판을 확인하면서 사람이 있는지도 체크했다.

보증보험을 들었던 임차인도 있었고, 언제 입주했는지, 언제 나가는지에 대한 내용까지 기록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임차인들에게도 많은 문의가 온다. 경매 개시 서류를 보고 A씨에게 여러 가지를 묻는 경우도 많다. 

A씨는 “보증보험을 들어 사는 분도 계시고, 월세 사시는 분도 계셨다. 정씨의 집에서 살고 있는 임차인에게 계약서도 받았고, 계좌이체 내역까지 보여주셨다. 가령 월세가 55만원이라면 부동산이 15만원, 정씨가 40만원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보증금은 부동산서 관리하고 있다. 한 분의 경우는 임차인의 돈을 정씨와 부동산이 반반씩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임차인이 보여준 계약서에는 정씨의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정씨의 계좌 대부분은 압류 상태였는데, 여전히 그의 계좌 중 하나는 이용 가능했다. A씨는 이런 증거를 모으기 위해 무작정 정씨 집을 찾아가 아침 일찍부터 근처서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정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는 편의점으로 향했다고 한다. 곧장 ATM기로 향한 정씨는 계좌서 돈을 인출했다. 인출 계좌는 계약서에 명시된 계좌번호와는 달랐다. 이체하거나 돈이 흘러간 흔적은 정씨에게 치명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계좌를 통해 현금을 뽑아 보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A씨는 “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압류 추심도 진행했다. 채권 압류를 신청했더니 정씨의 계좌에는 5000원이 있었다. 누군가 입금하면 바로 뺐다. 문자 내역을 보면 세입자에게 부동산들이 당일 입금을 강조한다. 그래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현금을 보유해서 어디에 쓰는지 의심스럽다. 투자하거나 제3자에게 맡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돈 있는’ 정황 넘치지만 돌려받기 힘들어 
9월부터 몽골에 건식 온돌 공장 지을 예정

그 외에도 정씨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A씨가 찾아 헤맨 방법은 한둘이 아니었다. 직접 찾아나선 방법 외에도 강제집행 면탈죄, 강제관리, 사해 취소 소송 등 여러 법적인 조치를 알아봤다.

강제집행 면탈죄는 형법 327조에 규정돼있다.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 양도 또는 허위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한다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는 발로 뛰고, 아는 사람들에게 하나 하나 물어가며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진행되기 어렵다. 정씨가 재산을 은닉했다는 것은 정황상 증거뿐이지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제관리는 법원이 선정한 관리인이 채무자 소유 부동산을 관리, 해당 부동산서 나오는 수익을 변제에 충당하는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 방법이다. 정씨가 소유한 250채에 관해 강제관리 신청을 하면 A씨가 정씨 대신 임대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강제관리를 마냥 진행할 수는 없다. 막대한 비용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해 취소 소송 역시 진행이 어렵다. 해당 소송은 채무자가 자신의 책임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진행이 가능하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책임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정씨와 관계 또는 관련이 있는 제3자가 취득한 증거가 없어 진행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A씨는 “모든 게 답답하다. 수사도 진행되지 않고, 피해자에게 증거를 모아 오라는 부분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전세 사기가 아니라면 정씨가 입증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 고통스럽다. 강제관리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씨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정씨는 조만간 몽골에 공장을 차릴 예정이다. 그의 메신저를 살펴보면 몽골인 사업자와 MOU를 체결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에 협의를 체결했고, 함께 찍은 사진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조만간 공장을 차리는 일은 실제로 진행될 예정으로 보인다. 그는 임대사업과 함께 다른 대표를 두고, 건식온돌 사업을 하던 사업가다. 

정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MOU를 맺었다. 오는 9월부터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며 “임대사업은 부수적으로 하는 일이다. 원래 온돌 사업을 20년 전부터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씨는 세금이 체납돼있고, 건강보험료도 미납 중이다.

<일요시사>는 정씨에게 ‘돈이 없는데 어떻게 사업이 가능하느냐?’고 묻자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성질나게 만든다”고 화를 낸 뒤 끊어버렸다. 

반성 없어


이후 보증금 반환 여부를 묻자 그는 “이미 무죄를 받았고 사기꾼이 아니다. 남의 일에 신경꺼라. 고발한 사람들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하는데 내가 집을 팔아먹고 안 주는 게 아니다. 집값이 정상적으로 오르거나 전세 거래가 되면 내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야, 이 X끼야. 집 주소 알려줄테니 찾아와라. 호X새X야”라는 욕설이 돌아왔다. 정씨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만간 경찰에서는 그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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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