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찰 파문’ 타워팰리스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14:24:35
  • 호수 1489호
  • 댓글 3개

21년 만에 바꾸려다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서 “누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전 세대가 다 들리도록 방송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일까? 심지어 사실도 아닌 거짓말이었다. 여기엔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가 엮여 있었다. 해당 업체는 20년 넘게 독점으로 아파트를 관리했고, 아파트 대표가 관리업체를 바꾸려 하자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인해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시 중단돼 각종 공과금 납부 연체 및 주민의 관리비 납부 확인, 직원 급여 이하 보안 급여 지급 등 모든 관리업무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110억원이 해임된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체 중단되어…이미 사정당국에 고소·고발됐으나, 신속한 수사가 요청되기 위해 주민 여러분은 탄원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

누구가 
잘못했다?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2022년 2월7일 약 114억원이 예치된 타워팰리스 1차 관리비와 장기수선 충당금 통장을 독단적으로 재발급받고 인감, 비밀번호, OTP를 모두 변경했다.…이에 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2022년 2월경,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위탁관리업체 타워피엠씨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타워팰리스는 1499세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됐다. 해당 방송에 나온 ‘신정이 전 회장’ 역시 해당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2021년 10월경 동대표 및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다. 

방송뿐만이 아니었다. 관리업체는 ‘신정이의 거짓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타워팰리스 전 세대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신정이의 거짓말(강남구청 실태 조사 결과 2022년 2월23일~25일) 해임된 신정이 전임 회장의 해임된 사유는 ‘주택관리업자 사업자 선정 불법 입찰로 법령 제4조, 제5조, 제1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시행령 제23조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원 부과됨’이라고 기재돼있다.

또 “잡수입 소송 사용 관련 입주민께서 부동의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임 무효소송에 응소할 수 없어 패소해 신정이는 복귀하게 되며(본인이 복귀한다고 지라시에 밝히고 있음) 불법 입찰로 선정된 A 업체가 정말로 타워 1차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까지 적어놨다.

신씨의 당선 이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타워팰리스 관리업체 측은 이 같은 방송으로 신씨의 명예와 인격까지 훼손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해당 타워팰리스를 취재한 결과, 관리업체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먼저 신씨가 타워피엠씨의 표적이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당 타워팰리스는 2002년 10월에 입주한 주상복합아파트로, 타워피엠씨는 2002년부터 타워팰리스의 관리를 도맡아왔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타워팰리스의 관리업체가 바뀐 적이 없었다.

110억원 횡령한 아파트 동대표?
실상은 관리업체 독점 위해서?

타워피엠씨는 삼성물산 출신 강병찬 회장과 장세준 대표이사가 타워팰리스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한남더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비스타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의 관리를 맡아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76억원, 직원 수 3766명 기업으로, 해당 타워팰리스 관리업체가 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신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5조제2항 및 우리단지 관리규약 제58조 제1항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의 서면 이의가 없는 경우 의견청취 결과에 따라 재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시(2021년 10월20일) 1499세대 중 183세대(12.2%)가 타워피엠씨 재계약에 부동의해, 입찰을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타워피엠씨는 해당연도 11월24일에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무려 21년 만에 위탁관리업체의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이때부터 기존 타워피엠씨는 신씨에게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그가 110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까지 했다. 갖가지 구설수를 만들어냈고, 전 세대에 방송을 하거나 단지 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타워피엠씨는 신씨를 사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타워팰리스 입주민 중 한 명은 이 일을 두고 “사람 생명을 끊는 데 일조하고 주민을 사찰했다. (대표가)어디 업체한테 돈 받았다는 누명을 씌우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해 주민 간에 싸움을 붙였다. 타워피엠씨가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카카오톡 증거로도 남아 있다. 해당 업체 관리팀장이 업체 관계자와 “7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19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신정이 19:29분 B동 1층 주출입구, 19:30분 B동 저층부 승강기 이후 카드기록 없습니다”라고 나눈 대화가 기록돼있다. 

저녁 늦은 시각에는 “신정이 출입기록 특이사항 없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관리 업체
교체 갈등

이 같은 사찰은 신씨 가족에게도 행해졌다. 관리팀장은 “20:20분경 신정이 세대로 귀가한 것 같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관리팀장은 “신정이 출입기록 20:27분경 A동 2층 주출입구, 21:16 분경 B동 1층 저층부 승강기 세대 귀가/CCTV 확인→2층 응접실서 A동 ○○○○호 ○○○ 전 선관위원 만남”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관리팀장은 경찰서에서 신씨에게 보낸 등기물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며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가 있어서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이처럼 신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리업체에 의해 감시당했고, 신씨와 신씨 가족을 괴롭혔다. 여기에 강 회장의 사위인 홍종기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당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선거대책본부 미디어법률단장)은 강 회장을 신씨를 대표직서 해임시키는 데 손을 더했다.

관리업체 관계자가 홍 민정실장에게 3개의 플래카드 도안을 보여주면서 “현수막을 만들려고 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 3번을 ‘타워 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감옥으로~!!’에서 ‘타워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바꾸는게 어떨까”라고 물었다.

이에 홍 민정실장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하자, “감옥이 자극적인 것 같다”고 하니, 다시 “큰 문제는 없다. 그럼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고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씨가 우편함에 유인물을 넣어 놓은 것에 대해 업무방해 고소가 가능한지 등의 법적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가 선정되자 강 회장은 ‘누가 회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까지 했다.

“(신씨의 해임 소송이 진행되는)지금 상황서 ○○○이 회장을 맡는 건 타워피엠씨를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된다. 타워피엠씨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주민 여론이 좋으면 ○○○이 해도 무방하지만, 불리한 상황서 ○○○까지 합세하면 점입가경이다. 센터장이 누구 말을 듣고 전략을 짜는지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카카오톡을 받은 강 회장은 “잘 알겠다. 센터장에게 엄정 중립지키고 경찰서와 법원 판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어느 쪽을 편들면 큰일난다는 것을 저와 저희 직원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위 인사
이름 거론

그렇다면 신씨는 정말 110억원을 횡령했을까? 타워피엠씨 측의 주장처럼 신씨가 횡령을 했다면 법원 판결문에 해당하는 내용이 적시돼야 한다.

하지만 신씨가 제기한 ‘해임결의 무효소송’ 판결문에는 “이 사건 해임 결의에는 적법한 해임 요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의 위법이 존재하므로, 신씨가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에 대해 나아가 살펴보지 않더라도 무효임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다만, 동대표 자격 제한은 해임된 날부터 2년인데, 신씨의 결격사유가 해소되는 2024년 2월10일까지 신씨가 출마할 수 있는 동대표 선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의 제12기 동대표 선고에는 신씨가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어, 추후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 사건 해임결의의 무효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신씨가 횡령이나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해임 결의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야 맞지만, 판결문은 신씨가 동대표 선거 출마에 문제가 없으므로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타워피엠씨는 신씨가 해임됐다는 사유로 입찰로 당선된 관리업체를 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계속 아파트를 관리했다.

강 회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업체서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했는데 확인 후 조치 바란다. 우편물을 계속 넣는 것은 실효적 점유를 하기 위한 노력을 성의껏 하고 있다는 것. 재판서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타워피엠씨도 빨리 세대별 우편을 투입한 뒤 모아서 재판에 제출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씨와 가족은 이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업체 측은 횡령,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업무방해 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문서은닉, 업무방해 등 온갖 혐의를 씌워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고,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현 민정실장이 플래카드 코치까지
“정상적 법적 조언만 해줬다” 해명

반대로 신씨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폭행은 모두 법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신씨는 지난 2년간의 지리한 법적 공방 중이던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남편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워피엠씨는 지난 6일, 다시 해당 타워팰리스의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됐다. 해당 입주민은 이 과정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는 타워피엠씨를 포함해 5개 업체였지만, 4개 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한 4개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는데 어차피 타워피엠씨에 몰아주는 입찰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공고문에는 참가 자격으로 5년간 공동주택을 관리한 업체였는데, 적격 심사표에는 ‘커뮤니티 주상복합을 관리한 업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이들 5개 업체중 주상복합 커뮤니티를 관리한 업체는 타워피엠씨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 5월에 강남구청이 공고문을 내서 관리규약을 바꾸라고 했는데, 소장이 과거의 관리 계약표를 적격 심사표에 넣어 입찰공고를 끼워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은 개정된 관리규약이 아닌 과거 관리규약 배점표다 보니 ‘어차피 타워피엠씨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입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점수 배점표도 타워피엠씨만 입찰이 가능했는데, 또 적격 심사위원들은 전부 삼성 출신 원로라서 삼성 출신인 강 회장의 타워피엠씨가 되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 회장이 입찰공고문을 심의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입찰 후 입주자대표 5인의 의결이 필요한데 5인일 경우 전원이 찬성해야 하고, 6인 이상일 경우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한다. 당시 타워팰리스 입주자대표 6명 중 1명은 사퇴서를 낸 상황이었고, 1명은 불참했다. 하지만 이를 감추고 입주자대표가 모두 입찰에 동의했다고 한 것이다.

입주자 중 한 명은 “타워피엠씨가 다시 입찰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개했다.

“법대로
구두 자문”

한편, 홍 민정실장은 ‘타워피엠씨를 도와 신씨를 해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홍 민정실장은 <일요시사>에 “구두로 자문한 것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각각 변호사가 따로 있었다. 타워피엠씨 회장이 장인어른이라고 내가 그 활동만 한 것이 아니다”며 “신정이씨 해임에 관여한 적 없다. 그 동네 살아서 아는데, 맨날 현수막이 걸리고 그랬다. 법적인 정상적인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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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