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④울산 진하해수욕장

얼음 없는 빙수를 상상할 수 없듯 바다 없는 여름도 감히 생각조차 하기 싫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서 여름을 맞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동해, 서해, 남해에 크고 작은 해변이 숱하게 늘어서 있고 여름이면 ‘어느 바다로 놀러 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올해는 전국구로 이름난 명소는 아니지만 해변서 누릴만한 즐길 거리는 죄다 갖춘 알짜배기를 찾아냈다. 나의 올여름 바다는 진하해수욕장으로 찜했다.

진하해수욕장은 부산 기장군과 맞닿은 울산 남단부의 울주군 서생면에 자리하며 한반도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일출 명소 간절곶과 가깝다. 물이 맑고 백사장이 널찍해 여름이면 피서 인파가 모여든다. 수심, 백사장, 편의시설 등 여러 면에서 피서지로 완벽한 조건을 갖췄는데 내세울만한 자랑거리가 더 있다.

피서지로 완벽한 조건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 파라솔, 구명조끼, 튜브, 샤워장, 주차장 이용이 모두 무료라는 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도 설치해 무료 운영한다. 따라서 피서객들이 바가지요금으로 얼굴 찌푸릴 일이 없다. 

진하해수욕장은 파도와 바람이 좋아 해양 레포츠 명소로도 유명하다. 형형색색의 서핑보드가 바다 위를 수놓고 윈드서퍼와 카이트서퍼들이 바다 위를 질주한다. 파도를 가르는 레포츠 행렬에 보는 이마저 덩달아 시원해진다. 

구경하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직접 도전해보자. 각종 해양 레포츠 강습 및 장비 대여가 가능한 업체들을 해수욕장 주변서 찾아볼 수 있다. 해수욕장 운영 기간에는 수상 레저 이용 구간과 유영 구간을 분리 운영하기 때문에 레포츠 체험객과 해수욕 인파가 서로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변 길이가 꽤 긴 편이며 해안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가볍게 걷기 좋다. 해변을 따라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설치돼 걷는 재미를 더한다. 진하해수욕장을 상징하는 ‘JINHA’ 조형물,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는 형태의 대형 조각품, 알록달록 채색된 팔각정 등이 있다.

‘진하 오면 무조건 [ ] 생긴다’라는 포토존도 흥미롭다. 아파트, 애인, 희망, 사랑, 꿈 등 다양한 손팻말 중 하나를 골라 문장을 완성하고 사진을 남기면 된다.

해변 남쪽 끝에는 진하출렁다리, 북쪽 끝에는 명선교가 연결돼 원하면 얼마든지 산책 코스를 연장할 수 있다.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다와 맞닿은 대바위공원이 나타난다. 동해를 향해 뻥 뚫린 공원은 전망이 일품이다. 쪽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치를 감상하고 유려하게 뻗은 진하해수욕장 해안선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번잡하지 않아 ‘바다 멍’ 하며 쉬어가기 좋은 명당이다.

해수욕 인파와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직접 해양 레포츠 이용해 볼 수 있는 곳

북쪽의 명선교는 진하해수욕장과 강양항을 연결하는 길이 145m의 인도교로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자 관광객을 위한 경관시설이다. 회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오르면 한쪽으로는 잔잔한 강이, 다른 한쪽으로는 웅장한 바다가 펼쳐져 이색적이다.

진하해수욕장을 찾았다면 명선도를 꼭 들러야 한다. 해변 앞바다에 오롯이 선 명선도는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15분 남짓 걸리는 아담한 규모지만 일출 명소, 전망 명소, 야경 명소라는 수식어가 두루 따라붙는다. 낮에는 초록빛 숲과 쪽빛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어둠이 내리면 영화 <아바타> 속 숲에 들어선 듯한 신비로운 감성에 빠져든다.

명선도에는 2022년 ‘태양이 잠든 섬, 명선도’라는 주제로 야간 경관 조명시설이 설치됐다. 섬 입구에는 오묘한 색감의 조명이 파도를 따라 일렁이고 산책로에는 몽환적인 불빛이 아른거린다. 바위 절벽 위로는 화려한 불빛이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다.


섬이 해변서 멀지 않고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려 걸어서 출입할 수 있다. 명선도 방문 시에는 물때를 확인해야 하며 야간 경관 조명은 월요일과 기상 악화 시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낮부터 밤까지 진하해수욕장의 매력을 100% 즐기려면 하룻밤 머물러도 좋다. 해변 남쪽 해송림에 울주해양레포츠센터 캠핑장이 조성돼있다. 키 큰 소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로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여름 캠핑지로 제격이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은 6월28일부터 8월31일까지며, 7월 말에 진하해변축제, 8월 초에 서머페스티벌, 8월10~11일에는 울주해양레포츠대축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울산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명소가 4곳이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관광 도시기도 하다.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장생포고래문화마을, 대왕암공원, 영남알프스가 한국관광 100선에 속한다.

울산 중심부를 관통하는 태화강은 한때 오염이 심했으나 수질 개선과 주변 환경개선을 통해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된다. 생태·대나무·계절·수생·참여·무궁화 등 총 6개 주제 아래 다채로운 테마 정원을 조성했다. 강을 따라 약 4㎞에 걸쳐 펼쳐진 십리대숲이 대표 명소로, 한여름에도 울창한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하다. 야간 경관조명이 대숲을 빛내는 은하수길도 명물이다.

장생포

우리나라 고래잡이 역사를 대변하는 장생포에는 옛 전성기 시절 생활상을 재현한 고래문화마을이 있다. 교복점, 학교, 중국집, 문구점, 오락실 등이 늘어선 1960~1970년대 마을 풍경이 정겹다. 당대 분위기에 제대로 스며들고 싶다면 교복점서 옛날 교복을 대여해 입고 관람하길 추천한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이 지역에는 고래문화마을 외에도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 고래를 테마로 한 여러 시설이 있으며 일대를 순환하는 모노레일을 운행한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대왕암공원 역시 울산의 자랑이다.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대왕암에는 신라시대 문무대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문무대왕처럼 호국룡이 되고자 묻혔다는 전설이 서렸으며 주변으로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 가득하다. 기암괴석 외에도 아름다운 해송림,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울기등대 구 등탑, 길이 303m의 출렁다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테마파크도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대왕암공원→장생포고래문화마을→진하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간절곶→진하해수욕장
-둘째 날 장생포고래문화마을→대왕암공원→태화강국가정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울주관광 www.ulju.ulsan.kr/tour/main.do
-울산관광 https://tour.ulsan.go.kr/kor/main.ulsan
-태화강국가정원 https://w ww.ulsan.go.kr/s/garden/main.ulsan
-장생포고래문화특구 https://www.whalecity.kr/
-대왕암공원 https://daewangam .donggu.ulsan.kr/


문의 전화
-진하해수욕장 052)204-0354(울주군 관광과 관광시설운영팀)
-울산종합관광안내소 052)258-8830
-태화강국가정원 안내센터 052)229-3147~8
-장생포고래문화마을 052)226-0980
-대왕암공원 관리사무소 052)209-3738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울산(통도사)역, KTX 하루 36~37회(05:13~22:28)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울산역 정류장서 1703·5004번 버스 이용, 공업탑 정류장서 715번 버스 환승, 진하 정류장 하차, 진하해수욕장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울산교통관리센터 https://its.ulsan.kr/

-버스 서울-울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0~13회(06: 30~22: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신세계안과의원 정류장서 307·401·432·492번 등 버스 이용, 공업탑 정류장서 715번 버스 환승, 진하 정류장 하차, 진하해수욕장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울산고속버스터미널 1688-7797 울산교통관리센터 https://its.ulsan.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언양분기점→울산고속도로→울산톨게이트→남부순환도로→갈티교차로서 우회전→이예로→문죽교차로서 온양 방면 오른쪽 방향→청량로→처용교차로서 부산·온산 방면 지하차도→강양교차로서 강양마을·진하해수욕장 방면 좌회전→서생삼거리서 부산·서생 방면 좌회전→진하해수욕장


숙박 정보
-울주해양레포츠센터 캠핑장: 울주군 서생면 해맞이로, 052)239-4700
-울주해양레포츠센터(xn--om2bi2o9qdy7a48ex zk3vf68fzzd.kr)
-미므미므: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변길, 010-58 18-5360, https://mimmim.co.kr/
-경원BIZ모텔: 동구 녹수7길, 052)233-2000, www.e-hotel.co.kr
-어련당: 중구 산전길, 052)297-5796, https://eld.jung gu.ulsan.kr/

식당 정보
-진하꽃게전문점(게장 세트 메뉴): 울주군 서생면 진하길, 052) 238-9725
-돈꽃 진하해수욕장점(한우차돌삼합): 울주군 서생면 진하길, 052)239-9288
-방가루(짜장면): 울주군 서생면 진하9길, 0507-1486-0292

주변 볼거리
일산해수욕장, 외고산옹기마을, 국립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울산대교전망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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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