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②여름엔 역시 동해!

어달해변과 대진해변에서 즐기는 푸른 바다

피서가 당장의 숙제가 되는 때가 왔다. 행여 더운 기운이 밀고 들어올까 싶어 문이든 창이든 꽁꽁 닫아둔 채로 에어컨에 의지하지만 밀폐된 실내서 느낄 답답함까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위를 피할 여행지로 바다만 한 곳이 또 있을까? 광활한 바다 앞에서라면 맹렬한 더위도 힘을 잃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래 해변서만 누릴 특별한 체험까지 할 수 있다면 닫힌 공간서 느끼던 갑갑함 따위 모두 잊을 것만 같다.

강원도 동해시에선 바다 풍경을 무시로 접한다. 짙푸른 수면과 하얀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불볕더위의 계절을 무사히 보낼 기운을 얻는다. 남쪽으로 묵호항과 북쪽으로 대진항 사이에 자리하는 어달해변은 여름 휴가철에도 피서객들이 크게 붐비지 않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 좋은 여행지다.

어달항

여행의 시작점을 어달항으로 삼았다. 어달해변서 지척에 있는 항구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어선들이 수시로 입출항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식당과 편의점, 숙소가 영업 중이다. 일과를 마치고 들어오는 배들을 품에 안기라도 하듯 방파제가 바다 쪽으로 길게 두 갈래로 뻗어 있다. 그 끝에 고깃배들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서 있어 평화로운 정감을 자아낸다.

어달항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있는데 파스텔색으로 칠한 테트라포드(tet -rapod 방파제 앞에 설치하는 원추형 네 개 발이 달린 콘크리트 블록)다. 거센 파도로부터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대형 시설물에 색으로 멋을 내니 항구에 활기찬 분위기가 돈다. 해안도로 바로 옆에도 테트라포드와 짝을 이룬 듯 빨간색, 녹색, 노란색의 작은 건물들이 줄을 섰다.

다름 아닌 샤워시설과 화장실이다. 어달항의 남다른 색감이 어느새 입소문을 탔는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단을 따라 아침햇살정원으로 오르게 된다. 항구 주변과 방파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어달항을 꾸민 이들의 색깔에 대한 고급스러운 취향이 또 한 번 반짝이는 초승달 조형물도 있다. 초승달 위에 단순한 선으로 새겨 넣은 등대와 별, 물고기 문양까지 보고 있으니 영락없는 포토존이다.

언제 밤하늘에 걸린 달 위에 앉을 기회가 있을까? 어달항에 뜬 고운 색깔의 초승달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때마침 먼 바다로 나갔던 어선이 항구의 품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어달항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카페어달이다. 초승달 조형물을 지나면 바로 나온다. 카페 인테리어를 꾸밀 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형서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 실내로 들어가자 세 개 면으로 둘러싸인 통창 너머로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향해도 시원한 동해 경치에 풍덩 마음을 던질 수가 있다. 카페어달은 어달동 어촌계서 운영을 맡은 곳이다. 메뉴 중에는 카스텔라가 특히 맛이 좋다. 빨간 등대가 보이는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으면 항구의 여름 경치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음으로 어달해변으로 향했다. 어달항서 걸어서 10여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동해안에 있는 많은 해변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름이면 내세우는 어달해변만의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이곳에 오는 여행객들을 위해 약 300m 거리 모래사장에 설치하는 테이블 120여개다.

테이블 설치한 ‘어달해변’
서퍼들의 천국 ‘대진해변’

지난해까지 포차해변으로 운영하던 방침을 일부 변경해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피서객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저녁 시간에는 마을서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음식을 배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해수욕장 개장 시간(7월10일~8월18일, 09:00~ 18:00)에 테이블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주변 환경 정리를 위해 이용요금을 받을 예정이다.

어달해변서 대진해변까지 도보로 30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깝다. 갯바위 주변으로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어달해변이 순한 바다라면 대진해변은 훨씬 더 많은 이들을 품어주는 넉넉한 바다다. 특히 파도가 적당히 쳐야 재미를 느끼는 서핑을 하기에 좋다.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렸다는 듯 전국의 서퍼들이 동해로 모이는데 그중 대진해변도 손꼽힌다. 서퍼들은 서프보드를 타고 파도 위에서 여름을 보내고, 서핑을 하지 않는 이들은 모래 위에서 푸른 바다를 보며 휴가를 만끽하는 곳이 바로 대진해변이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봤다면 이제는 멀찍이 떨어진 자리서 망망대해를 보기 위해 묵호등대로 향했다. 동해시 곳곳을 지그시 살펴보듯 논골담길 마을 정상에 하얀색 등대가 듬직하게 서 있다. 등대를 처음 설치한 1963년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아득한 바다로 향하던 뱃사람들의 무사한 귀항을 보장해주던 존재다.

묵호등대를 나오면 다음 코스인 도째비골스카이밸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0 21년 개방한 이후 동해시의 떠오르는 여행지가 된 곳이다. 밤이면 마을 주변에 푸른색 도깨비불이 보였다고 전하는데, 여기서 착안해 도깨비의 방언인 ‘도째비’를 이름에 붙였다. 

해발 59m 높이에 설치한 길을 걷는 스카이워크와 케이블 와이어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스카이사이클, 약 27m 아래로 원통형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 등 하나같이 아찔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로 채워져 있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는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특히 멋진 야경으로도 유명해 밤바다를 보며 산책하다 이곳에 들러도 좋겠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 쪽으로 성큼 나가 있는 해상 전망대가 나온다. 넘실대는 파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는 도째비골해랑전망대다. 강화유리로 만든 바닥을 지날 때면 아슬아슬한 느낌에 절로 발걸음이 멈칫해진다. 마음속까지 후련해지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가까이서 느낄 장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대진항→어달해변→도째비골스카이밸리→묵호항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대진항→어달해변→도째비골스카이밸리→묵호항
-둘째 날 논골담길→묵호등대→도째비골해랑전망대→바닷가책방마을→연필뮤지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동해시 동해관광 https://www.dh.go.kr/tour/index.do

운영 정보
-묵호등대 운영시간: 09:00~18:00,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도째비골스카이밸리 운영 시간: 하절기(4~10월) 10:00~18:00,  동절기(11~3월) 10:00~17:00,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어른 2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600원, 자이언트슬라이드 3000원, 스카이사이클 15000원
-도째비골해랑전망대 운영 시간: 10:00~21:00,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어달해변 033)530-2272
-묵호관광안내소 033)534-8012
-동해시청 문화관광과 033)530-2116
-묵호등대 033)531-3258
-도째비골스카이밸리 033)534-6955
-도째비골해랑전망대 033)534-6955

대중교통
기차 서울-묵호(KTX이음) 평일·주말 4회 운행, 2시간27분~2시간33분 소요

*문의: 철도공사 1544-7788, https://www.lets korail.com/ebizprd/prdMain.do 묵호역서 어달항까지 택시 이용, 약 2.5㎞ 버스 서울-동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7회(06:20~22:30) 운행, 약 3시간5분 소요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에서 어달항까지 택시 이용, 약 5.5㎞.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경부 영동선)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해시종합버스터미널 033)532-3800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망상IC→묵호항·망상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진출, 983m→7번 국도 직진, 33m→동해대로 강릉 방면으로 좌회전, 330m→일출로 어달항 대진 묵호항 방면으로 우회전, 2.6㎞→어달해변

숙박 정보
-망상오토캠핑리조트: 동해대로 6370, 033)539-3600 https://www.campingkorea.or.kr/main/
-피카소: 동굴로, 033)533-2500 https://picaso-dh.jalib.site
-동해한옥동안재: 천곡1길, 010-2974-3007 http://www.donganjae.com

식당 정보
-일출곰치국(곰치국·홍합탕·성게비빔밥): 일출로 131, 033)532-7272
-숟가락젓가락(쌈밥정식·고갈비정식·김치찌개): 감추 7길 18, 033)531-5318
-동해횟집(모듬회·생선구이): 촛대바위길 22, 033)521-3250

주변 볼거리
천곡황금박쥐동굴, 한섬감성바닷길, 해암정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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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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