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이 답’ 스토킹 피해자 신고 후일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25 09:20:33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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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이사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스토킹 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찰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결국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쳐야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다”고 이구동성 할 정도다. 스토킹범이 쫓아와 불쾌하게 말을 걸거나 집 주변을 서성이더라도 요지부동이다. 피해자가 CCTV도 찾고 스토킹범 사진까지 찍어야 한다.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 법률상 스토킹 범죄의 성립 요건은 ▲상대방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면서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등 생활하는 장소에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의 주거지 근처나 그 부근에 놓여 있는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의 개인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 배포, 게시하는 행위 등이다.

신고해도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는 2021년 기준 1023건서 2022년 1만545건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토킹 실태조사 예비조사가 시작된다.

이처럼 스토킹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에 신고해도 안일한 대응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생 A씨가 겪은 일도 마찬가지다.

학교 근처서 자취를 하던 A씨는 귀가할 때마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지만 무시했다. 느낌상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스토킹 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학생이었던 A씨는 수업 시간이 매번 달랐고 등·하교시간도 일정하지 않았지만, 영어학원이나 운동하러 가는 시간은 일정했다. 사건은 그가 운동하러 집을 나섰을 때 발생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A씨는 비가 조금씩 내려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는데, 같은 방향서 걸어오는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이 뚫어져라 쳐다 보자 불쾌감을 느낀 A씨는 빠른 걸음으로 그를 지나쳤다. 이후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느낌이 돌아 뒤돌아보니, 가만히 서서 A씨를 쳐다보고 있었다.

주말 오후 2시, 인적이 드문 곳도 아니었고 차도 계속 지나다녔지만 A씨는 공포심을 느꼈다. 서둘러 운동센터로 발길을 옮기던 중 갑자기 남성이 A씨에게 말을 걸었다.

남성은 “저기요, 저기요”라고 여러 차례 A씨를 부르면서 “시간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시간 없어요”라고 한 뒤 길을 가려 하자 “그 바지 어디서 샀어요?”라고 소리치면서 다리를 빤히 쳐다봤다.

당시 A씨는 운동을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레깅스 차림이었다. 불쾌감을 느낀 A씨가 “시간 없어요. 말 걸지 말고 따라오지도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A씨를 따라오면서 “바지 어디서 샀어요?”라고 재차 물었다.

A씨는 계속 “따라오지 마세요, 말 걸지 마세요!”라고 소리쳤지만, 남성은 A씨를 쫓아왔다. 이때 A씨는 ‘운동센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도망쳐야겠다’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 어차피 운동할 기분도 아니었다.

운동 가는 길을 돌아 다시 집으로 향하자 남성은 쫓아오지 않았고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그런데 A씨가 집 입구로 들어오는 순간 골목길서 남성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집을 들킨 것이다.


남성은 A씨 집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집 앞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근처엔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했다.

소리쳐도 계속 쫓아다녀
경찰은 “또 오면 연락해”

“지금도 남성이 집 앞에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 “지금은 남자가 없다”고 대답하자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느냐”고 재차 물었다. A씨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동영상이나 사진이라도 찍어 놓을 걸 그랬다”고 하자, 경찰은 “사진이나 영상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인상착의를 알아야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보니 황당했다. 스토킹범의 인상착의를 알아야 수사할 수 있다는 경찰의 말은 이해하지만, ‘경찰이 직접 주변 CCTV를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 위치마저 들켰으니 스토킹범이 집으로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이 무서웠다. 학교나 영어학원, 운동하러 가는 길이 무서웠다.

경찰은 이후 5시간이 지날 무렵, A씨 집을 찾아왔다. 스토킹범의 인상착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우산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키나 인상착의 등을 설명했다.

이날 경찰은 “다음에 남성이 또 나타나면 바로 경찰서에 전화 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남성이 다시 A씨를 찾아오기 전에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A씨는 스토킹범이 상습범일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만큼 자연스러웠고 겁도 없었다.

다음 날 A씨는 경찰서에 찾아가 집 근처 편의점 CCTV를 열람하면 스토킹범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바로 경찰과 동행해 편의점을 방문했다. 경찰이 편의점 직원에게 CCTV를 봐야 한다고 설명하자, 그도 해당 남성의 스토킹 피해자라고 밝혔다.

범인은 A씨를 스토킹했던 남성으로 인상착의도 동일했다.

이후 스토킹범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편의점에 찾아가 직원들에게 “같이 밥 먹자, 한 번만 만나 달라, 이름이 뭐냐, 전화번호를 달라”고 말을 걸었다. A씨보다 훨씬 강도 높은 스토킹을 반복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A씨는 경찰에게 스토킹당했던 시간대를 알려줬지만, CCTV에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 시간을 착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은 해당 시간에 스토킹범이 나타나지 않자 또다시 “스토킹범이 찾아오면 연락을 달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다행히 A씨는 살고 있던 집 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계약 연장을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이사를 결정했다.


대응 없어

A씨는 “스토킹 피해가 나만 있었던 것도 아니라 편의점 직원도 겪고 있었다. 상습범인데 직접적 피해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경찰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 CCTV도 피해자가 먼저 보자고 해야 확인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결국 더 심한 피해가 나와야 대처할지 의문”이라고 호소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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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