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만드는 ‘비급여’ 딜레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24 15:25:47
  • 호수 1485호
  • 댓글 0개

손가락 치료에 60만원 훌쩍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의사가 성형외과로 쏠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성형외과가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문제 외에도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문제가 의료계엔 끊이지 않는다. 보험회사와의 소송,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높은 병원비 등이 있다.

병원을 다녀온 후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볼 수 있다. 급여는 보험이 적용되는 걸 말하고, 비급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급여는 일부 본인 부담과 전액 본인 부담으로 나뉜다. 전액 본인 부담이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용의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진료비가
다른 이유

진료의뢰서 없이 대학병원을 가거나 응급상황이 아닐 때 응급실을 이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부 본인 부담은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으로 나뉜다. 비급여는 항목별로 선택진료비와 이외 금액으로 이뤄져 있다.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진료비용,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차액, 미용 목적의 각종 성형수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상황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국민 중심 의료’로 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비급여 관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는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마저 손해율이 올해 1분기 130%를 넘는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가운데, 비급여 항목 지급액이 전년 대비 특히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가 대비 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낮은 상황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수익을 늘리고자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받게끔 유도해 왔다. 특히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후로는 수입을 늘리려는 병·의원과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만큼 환자 부담이 불어났고,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특정 진료과에 대한 ‘의사 쏠림’도 늘어났다.

이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결과, 의원급을 중심으로 2022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 대비 1.2p% 상승한 65.7%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환자의 총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의 비중(건강보험 보장률)을 파악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등 2521개 기관을 대상으로 2022년 6월과 12월 중 외래 및 입원환자의 진료비 내용을 지난해 1~10월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수치로만 보면 1.2p% 상승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62.0~63.8%로 6년이나 지났지만 1.9%밖에 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보장률 80%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비급여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급여 비용을 검토한 결과 전체 또는 비급여 비용을 지급한 일부가 요양급여 대상으로 전환된다. 요양급여 대상자는 비급여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환불받게 되는데, 이 경우는 비급여로 지급한 비용도 비급여로 반영하지 않아서 실제 비급여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처방하고 부작용 발생하면…
OECD국가 보장률 80% 한국은 65%


비급여 진료는 외래가 72.90%, 입원이 38.71%로 나타났다.

진료 과목에 따른 비급여 비율의 평균은 정형외과 50.35%, 신경외과 51.95%, 내과 36.43%, 외과 49.27%, 산부인과 62.03%, 응급의학과 57.28%, 안과 70.08%, 소아청소년과 54.39%, 성형외과 70.36%, 비뇨의학과 57.80%, 재활의학과 36.26%, 이비인후과 57.06%, 피부과 80.33%, 흉부외과 32.54%였다.

이런 상황이니 비급여 진료가 비싸서 치료하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직장인 A씨도 이런 일을 겪었다. A씨는 엄지손가락이 저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엄지손가락에 초음파 검사부터 하더니 0.1㎜짜리 물혹이 보인다면서 주사를 놨다.

이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체외충격파 치료, 냉각치료 등 물리치료 2~3가지를 권했다. A씨가 1시간30분 동안 치료를 받은 뒤 확인한 진료비 내역서에는 60만원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다. 값비싼 치료 후에도 차도가 없어 A씨는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비급여 진료로 비싼 치료비를 내도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급여로 치료받길 원하는데 이런 경우 또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법원이 80대 환자를 상대로 ‘맥페란정’을 처방한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보건소 등에서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최근 80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정을 처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증상을 나타나게 한 혐의로 의사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정은 구역, 구토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치료제다.

이 같은 사법부 판단에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 제한 공지를 냈다. 이번 창원지법 판결로 인해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약물은 처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발생하는
부작용은?

A 보건소는 공지를 통해 “창원지법은 80대 파킨슨 병원 환자에게 맥페란정 주사를 사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파킨슨병의 일시적 약화 등 부작용을 일으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환자는 의사에게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병력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건소는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해 부작용 발생 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발생함에 따라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보건지소 및 전문과목 특성을 고려해 상당한 사유 없이는 일부 약물들을 처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서 밝힌 향후 처방이 제한되는 약물은 ▲감기약 코푸시럽, 진통소염제, 항히스타민제 등 ▲무좀약 플루코나졸, 다나졸 등 ▲피부질환 스테로이드 연고 ▲비뇨기과 전립선비대증 약물 등이다. 해당 약물 외에도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대처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약물의 처방이 제한될 예정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라.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다”고 썼다.

임 회장은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있는 맥페란정, 온단세트론 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서 구토 증상에 쓸 수 있게 허가받은 약은 맥페란정뿐이다.

결국, 의료계의 비급여·급여 문제가 보험회사와 의료계의 소송으로 번지는 실정이다. 그 예로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 주사 사건이 있다. 법령에 따르면, 트리암시놀론 주사는 관절염 치료로 사용 시 요양급여 항목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한 병원서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처방했다. 주사 성분 중 알레르기성 비염 염증을 억제해 코막힘, 재채기, 비강 가려움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주사가 비염 환자에게 쓰여서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 것이었다.

진단서 및 진단서 영수증에는 ‘비염’ ‘비급여 주사제’로만 기재돼있었다. S 보험회사는 환자에게 보험급을 지급했고, 후에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인 것을 알게 되면서 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해당 의료기관은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의료기관이 위법한 진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설령 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 법령상의 요양급여 기준을 위배했어도 이는 보험계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툭하면
소송전

이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설명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것에 동의를 받았다면 이는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 측은 “트리암시놀론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기에 비염 환자에게 주사한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이것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무효다.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은 충족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하급심 판결에서는 의료기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서 결과는 뒤집혔다. 13명의 대법관 중 5명만 반대 의견을 내 다수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에 따라 원심 판단을 취소하고 각하 결론을 내렸다.

김명수 대법관은 “실손의료보험 계약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사에 환자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해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는 환자 의사에 달렸다. 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비염 환자에게 썼지만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맘모톰 절제술’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맘모톰은 음압을 이용한 진공장치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종양의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의료기구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은 조직검사 용도를 넘어 초음파 유도하에 맘모톰 장비를 이용해 유방 양성종양 환자에 대해 종양 절제술을 실시한 후에 ‘비급여 유도 초음파’ 비용과 ‘1회용 진공 보조 흡입생검용 침’ 비용을 영수증 상 비급여 항목에 기재해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았다.

맘모톰 생검술은 병변 조직 일부의 진단을 위해 4~5회 정도 맘모톰 장비를 작동해 조직 일부를 채취하는 것으로 사용 범위가 제한돼있다. 반면, 맘모톰 절제술은 병변을 전부 제거하는 목적으로 맘모톰 장비를 수십회 작동하는 것으로 사건 발생 당시 맘모톰 절제술은 신의료 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보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자율성과 안전장치가 필요해”

환자는 병원서 발급한 영수증 등 서류를 첨부해 H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회사는 맘모톰 절제술이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또는 법정 비급여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다만 이 사건에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해외서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양성 유방 종양 제거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고, 국내서도 2006년 1월 맘모톰 장비를 유방 양성종양 절제술에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입 허가 내용이 변경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맘모톰 절제술에 대해 과거 3차례 신의료 기술평가를 신청했는데 2017년 제1차 때 초기기술로, 2018년 제2차 때는 연구단계 의료기술로 평가받았다. 2019년 10월24일 이후부터는 비급여 목록에 기재됨으로써 법정 비급여가 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법정 비급여가 되기 이전 시점이었다.

의료기관은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정하지 않은 진료행위는 비록 보건복지부령에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 기준을 정하지 않았어도 원칙적으로 요양급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유방 양성종양을 제거할 당시 맘모톰 절제술이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있지 않았지만, 이 같은 절제술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돼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목록이 의학의 진보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의료기관은 맘모톰 절제술을 요양급여·비급여 목록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여러 차례 해왔다. 먼저 환자의 동의가 있었고, 예외적으로 임의 비급여를 허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맘모톰 절제술은 메스를 이용한 절제술에 비해 신체 침습 부위가 작고 회복 속도가 빠르며 별도의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는 당시 신의료 기술평가 승인 이전이었기 때문에 해당 진료행위는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명백한 임의 비급여로서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2심, 대법원 모두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서 치료기관이 임의 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설령 치료행위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도, 그 잘못이 보험회사의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손해와는 상관없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맘모톰 시술 비용을 청구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해도, 보험사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비급여와 관련해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료계에 ‘맥페란정이 파킨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의학적 사실이니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온세란정이라는 구토 방지약이 있는데, 이 약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의사는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온세란정은)부작용도 비교적 적은데, 항암제 사용자가 아니면 급여가 안 된다. 이걸 임의 비급여식으로 본인 부담으로 사용하면 보험회사에서 과잉진료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해결법은?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다. 결국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런 식의 판결이 계속 발생하면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의 몸은 변수가 많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적인 판단을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율성과 안전장치를 줘야 국민이 다양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