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만드는 ‘비급여’ 딜레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24 15:25:47
  • 호수 1485호
  • 댓글 0개

손가락 치료에 60만원 훌쩍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의사가 성형외과로 쏠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성형외과가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문제 외에도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문제가 의료계엔 끊이지 않는다. 보험회사와의 소송,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높은 병원비 등이 있다.

병원을 다녀온 후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볼 수 있다. 급여는 보험이 적용되는 걸 말하고, 비급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급여는 일부 본인 부담과 전액 본인 부담으로 나뉜다. 전액 본인 부담이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용의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진료비가
다른 이유

진료의뢰서 없이 대학병원을 가거나 응급상황이 아닐 때 응급실을 이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부 본인 부담은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으로 나뉜다. 비급여는 항목별로 선택진료비와 이외 금액으로 이뤄져 있다.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진료비용,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차액, 미용 목적의 각종 성형수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상황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국민 중심 의료’로 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비급여 관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는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마저 손해율이 올해 1분기 130%를 넘는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가운데, 비급여 항목 지급액이 전년 대비 특히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가 대비 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낮은 상황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수익을 늘리고자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받게끔 유도해 왔다. 특히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후로는 수입을 늘리려는 병·의원과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만큼 환자 부담이 불어났고,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특정 진료과에 대한 ‘의사 쏠림’도 늘어났다.

이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결과, 의원급을 중심으로 2022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 대비 1.2p% 상승한 65.7%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환자의 총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의 비중(건강보험 보장률)을 파악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등 2521개 기관을 대상으로 2022년 6월과 12월 중 외래 및 입원환자의 진료비 내용을 지난해 1~10월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수치로만 보면 1.2p% 상승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62.0~63.8%로 6년이나 지났지만 1.9%밖에 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보장률 80%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비급여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급여 비용을 검토한 결과 전체 또는 비급여 비용을 지급한 일부가 요양급여 대상으로 전환된다. 요양급여 대상자는 비급여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환불받게 되는데, 이 경우는 비급여로 지급한 비용도 비급여로 반영하지 않아서 실제 비급여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처방하고 부작용 발생하면…
OECD국가 보장률 80% 한국은 65%


비급여 진료는 외래가 72.90%, 입원이 38.71%로 나타났다.

진료 과목에 따른 비급여 비율의 평균은 정형외과 50.35%, 신경외과 51.95%, 내과 36.43%, 외과 49.27%, 산부인과 62.03%, 응급의학과 57.28%, 안과 70.08%, 소아청소년과 54.39%, 성형외과 70.36%, 비뇨의학과 57.80%, 재활의학과 36.26%, 이비인후과 57.06%, 피부과 80.33%, 흉부외과 32.54%였다.

이런 상황이니 비급여 진료가 비싸서 치료하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직장인 A씨도 이런 일을 겪었다. A씨는 엄지손가락이 저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엄지손가락에 초음파 검사부터 하더니 0.1㎜짜리 물혹이 보인다면서 주사를 놨다.

이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체외충격파 치료, 냉각치료 등 물리치료 2~3가지를 권했다. A씨가 1시간30분 동안 치료를 받은 뒤 확인한 진료비 내역서에는 60만원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다. 값비싼 치료 후에도 차도가 없어 A씨는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비급여 진료로 비싼 치료비를 내도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급여로 치료받길 원하는데 이런 경우 또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법원이 80대 환자를 상대로 ‘맥페란정’을 처방한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보건소 등에서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최근 80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정을 처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증상을 나타나게 한 혐의로 의사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정은 구역, 구토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치료제다.

이 같은 사법부 판단에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 제한 공지를 냈다. 이번 창원지법 판결로 인해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약물은 처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발생하는
부작용은?

A 보건소는 공지를 통해 “창원지법은 80대 파킨슨 병원 환자에게 맥페란정 주사를 사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파킨슨병의 일시적 약화 등 부작용을 일으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환자는 의사에게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병력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건소는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해 부작용 발생 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발생함에 따라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보건지소 및 전문과목 특성을 고려해 상당한 사유 없이는 일부 약물들을 처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서 밝힌 향후 처방이 제한되는 약물은 ▲감기약 코푸시럽, 진통소염제, 항히스타민제 등 ▲무좀약 플루코나졸, 다나졸 등 ▲피부질환 스테로이드 연고 ▲비뇨기과 전립선비대증 약물 등이다. 해당 약물 외에도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대처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약물의 처방이 제한될 예정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라.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다”고 썼다.

임 회장은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있는 맥페란정, 온단세트론 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서 구토 증상에 쓸 수 있게 허가받은 약은 맥페란정뿐이다.

결국, 의료계의 비급여·급여 문제가 보험회사와 의료계의 소송으로 번지는 실정이다. 그 예로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 주사 사건이 있다. 법령에 따르면, 트리암시놀론 주사는 관절염 치료로 사용 시 요양급여 항목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한 병원서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처방했다. 주사 성분 중 알레르기성 비염 염증을 억제해 코막힘, 재채기, 비강 가려움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주사가 비염 환자에게 쓰여서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 것이었다.

진단서 및 진단서 영수증에는 ‘비염’ ‘비급여 주사제’로만 기재돼있었다. S 보험회사는 환자에게 보험급을 지급했고, 후에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인 것을 알게 되면서 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해당 의료기관은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의료기관이 위법한 진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설령 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 법령상의 요양급여 기준을 위배했어도 이는 보험계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툭하면
소송전

이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설명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것에 동의를 받았다면 이는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 측은 “트리암시놀론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기에 비염 환자에게 주사한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이것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무효다.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은 충족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하급심 판결에서는 의료기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서 결과는 뒤집혔다. 13명의 대법관 중 5명만 반대 의견을 내 다수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에 따라 원심 판단을 취소하고 각하 결론을 내렸다.

김명수 대법관은 “실손의료보험 계약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사에 환자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해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는 환자 의사에 달렸다. 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비염 환자에게 썼지만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맘모톰 절제술’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맘모톰은 음압을 이용한 진공장치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종양의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의료기구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은 조직검사 용도를 넘어 초음파 유도하에 맘모톰 장비를 이용해 유방 양성종양 환자에 대해 종양 절제술을 실시한 후에 ‘비급여 유도 초음파’ 비용과 ‘1회용 진공 보조 흡입생검용 침’ 비용을 영수증 상 비급여 항목에 기재해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았다.

맘모톰 생검술은 병변 조직 일부의 진단을 위해 4~5회 정도 맘모톰 장비를 작동해 조직 일부를 채취하는 것으로 사용 범위가 제한돼있다. 반면, 맘모톰 절제술은 병변을 전부 제거하는 목적으로 맘모톰 장비를 수십회 작동하는 것으로 사건 발생 당시 맘모톰 절제술은 신의료 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보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자율성과 안전장치가 필요해”

환자는 병원서 발급한 영수증 등 서류를 첨부해 H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회사는 맘모톰 절제술이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또는 법정 비급여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다만 이 사건에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해외서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양성 유방 종양 제거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고, 국내서도 2006년 1월 맘모톰 장비를 유방 양성종양 절제술에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입 허가 내용이 변경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맘모톰 절제술에 대해 과거 3차례 신의료 기술평가를 신청했는데 2017년 제1차 때 초기기술로, 2018년 제2차 때는 연구단계 의료기술로 평가받았다. 2019년 10월24일 이후부터는 비급여 목록에 기재됨으로써 법정 비급여가 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법정 비급여가 되기 이전 시점이었다.

의료기관은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정하지 않은 진료행위는 비록 보건복지부령에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 기준을 정하지 않았어도 원칙적으로 요양급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유방 양성종양을 제거할 당시 맘모톰 절제술이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있지 않았지만, 이 같은 절제술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돼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목록이 의학의 진보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의료기관은 맘모톰 절제술을 요양급여·비급여 목록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여러 차례 해왔다. 먼저 환자의 동의가 있었고, 예외적으로 임의 비급여를 허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맘모톰 절제술은 메스를 이용한 절제술에 비해 신체 침습 부위가 작고 회복 속도가 빠르며 별도의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는 당시 신의료 기술평가 승인 이전이었기 때문에 해당 진료행위는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명백한 임의 비급여로서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2심, 대법원 모두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서 치료기관이 임의 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설령 치료행위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도, 그 잘못이 보험회사의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손해와는 상관없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맘모톰 시술 비용을 청구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해도, 보험사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비급여와 관련해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료계에 ‘맥페란정이 파킨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의학적 사실이니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온세란정이라는 구토 방지약이 있는데, 이 약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의사는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온세란정은)부작용도 비교적 적은데, 항암제 사용자가 아니면 급여가 안 된다. 이걸 임의 비급여식으로 본인 부담으로 사용하면 보험회사에서 과잉진료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해결법은?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다. 결국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런 식의 판결이 계속 발생하면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의 몸은 변수가 많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적인 판단을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율성과 안전장치를 줘야 국민이 다양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