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평론가가 본 급성장 케이팝의 그늘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03 16:43:42
  • 호수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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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이젠 시각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케이팝이 급성장하면서 그늘도 그만큼 커졌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으로 일반 사람들까지 케이팝에 대해 상세하게 알게 됐으니, 이제는 고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임희윤 대중문화 평론가의 말이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끝나지 않고 있다. 결국 양측의 팬들까지 싸우는 모양새로,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9일, 임희윤 대중문화 평론가를 만나 하이브-어도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임 평론가와의 일문일답. 

-하이브와 어도어를 두고 ‘권력투쟁’ ‘집안싸움’이라고들 한다.

▲추정이지만, 내부의 문제가 드러난 것 같다. 여기엔 굉장히 케케묵은 감정이 있다. 곪은 상처가 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어떤 것을 말하나?

▲케이팝의 큰 줄기를 보면 지금까지는 청각 크리에이터(작곡가, 가수 등)들이 지배했다. 제왕적 리더십 시대였다. 예를 들면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등은 전부 작곡가거나 가수 출신이다. 음악 자체가 핵심 콘텐츠고 이 사람들이 회사 운영을 하는 과정서 부작용이 있었다.


이때 소외된 게 뮤직비디오 안무, 비주얼 콘셉트 디자이너 등 시각 크리에이터들이다. 물론 이 사람들이 노동의 대가는 일시금으로 끝나지만 청각 크리에이터들은 저작권료 등을 매달 받는다.

-얼마나 차이가 나나?

▲어마어마하다. 멜론 탑 100에 들어가 있는 곡 몇 개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많이 번다. 협업하는 데 이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불만이 기저에 상당히 깔려 있지 않았을까? 민희진 대표가 부자라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매달 어마어마한 돈을 버니까.

게다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시각 크리에이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어느 때는 음악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케이팝은 시각적 영역이 너무 중요한 장르다. 이 와중에 민 대표는 자신의 독창성이 뺏기는 느낌이 더해진 것이다.

게다가 어쨌든 하이브 내부 문제인데, 조사·감사 결과가 보도자료로 뿌려졌다. 포렌식하고 클라우드, PC 카톡까지 따서 언론에 뿌리게 됐으니까. 이런 상황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경영자와 제작진의 싸움이다.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법 전문가가 아니라서 단언할 순 없지만, (독립하는 것은)엄청나게 큰 카드가 나오지 않는 이상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자본을 갖고 있는 하이브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이브와 멀티레이블 간 아이돌 그룹 콘셉트가 비슷한 것을 지적했었는데?

▲해외에선 멀티레이블의 출발점이 큰 회사가 레이블을 사들이거나, 레이블이 큰 회사에 흡수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구 선진국은 특히 특정 장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 특화된 레이블이 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레이블을 사들여 합병돼 큰 회사가 된 형태다. 그러니 당연히 개성과 독자성이 있지만, 계속 유지되다 보면 흐려지는 경우도 많다.

“더 이상 ‘다양성’ 찾을 수 없어”
“자본 가진 하이브 유리할 수밖에”

“아이돌? 향후 AI로 대체될 수도”

그런데 한국은 시작부터 자기 색을 가진 레이블이 없다. YG가 그나마 색깔이 보이지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고, 제작사만 갖고 있는 특성은 없다. 케이팝엔 공식이 있어서 그렇다. 멤버, 칼군무, 음악 스타일, 멤버가 돌아가면서 나눠 부르는 노래, 하이 텐션 같은 것이다. 특성이 없는데, 케이팝 아이돌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묶일 정도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한다는 논쟁이 의미 없는 건가?

▲그래도 다른 회사인데 다른 게 좋다. 뉴진스가 워낙 독창성 있기도 하고, 민 대표가 중점을 둔 것은 결과물보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서 표절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애매하긴 하다. 하이브가 차라리 주식가치를 올리려고 멀티레이블을 한다고 이야기하면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린 다양한 음악을 하니 주주님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뉘앙스를 풍겨야 되는 거니까. 만약 하이브가 멀티레이블에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면, 민 대표가 제기한 문제가 말이 된다.

-멀티레이블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어떤 아이돌이 나왔어야 하는지?

▲하이브 멀티레이블 빌리프랩서 아일릿을 만들었고, 빌리프랩은 기존에 남자 아이돌 엔하이픈을 갖고 있다. 아일릿이 엔하이픈의 여동생 그룹인데, 엔하이픈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 특이한 게 많다. 아일릿이 엔하이픈과 비슷한 색깔로 나왔으면, 하이브가 말하는 멀티레이블의 결과물이 된다.

그런데 뉴진스와 너무 비슷했다. 그러니 민 대표가 볼 때는 표절로 보일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 표절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이번 사태가 하이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일릿의 후속 그룹이 나왔을 때 또 다른 누군가와 비슷하다면 문제가 되니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니 최소한 하이브 안에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올 수 있다. 


-케이팝 문화 중 바뀌어야 하는 게 있나?

▲요즘은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데 음원에 팬미팅 쿠폰을 넣어서 음원 사재기를 시킨다. 당연히 CD는 다 버리게 돼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청소년 인권 문제도 있다. 특히 아이돌 연습생한테는 ‘너네가 하고 싶은 거 하잖아’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4~5년 갇혀 지내면서 매달 평가받고 경쟁한다.

데뷔해서 성공해도 SNS 시대라 계속 자체 콘텐츠를 찍어야 하니 감정노동이 너무 심각하다.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원하는 것인데, 현재 케이팝 아이돌들은 버추얼 휴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매 순간 예쁘고 나만 바라보면서 춤도 완벽하게 춰야 한다. 이대로라면 인간 아이돌을 AI 아이돌이 대체하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 문제를 진지하게 보고 이제부터라도 개선 노력을 했으면 한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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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