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N잡러’ 세계

먹고살려고…두 번 출퇴근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고물가·고금리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퇴근 이후에도 다시 출근하러 가는 'N잡러'들이 급증하고 있다. 복수 일자리 종사자들이 불안정한 곳에 분포해 있어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점심값마저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N잡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업 외에 1개 이상의 부업을 하는 N잡러가 급증하고 있다. N잡러의 부업 형태는 상대적으로 시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고 기존 일자리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배달 라이더와 플랫폼 일자리 등 PC만 있으면 가능한 일부 정보통신업 관련 일자리도 대표적인 부업 일자리 중 하나로 꼽힌다.

몰리는 알바

지난달 29일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분기(월평균 45만1000명)보다 22.4%(10만1000명) 늘어난 5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중 N잡러 비중은 2019년 1분기 1.34%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97%를 기록하며 4년여 사이 0.63%p 상승했다.

전 연령층의 N잡러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청년층과 40대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청년층 부업자는 1년 전보다 30.9%(1만2400명)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두 번째로 40대 부업자가 같은 기간 27.7%(2만5000명) 늘었으며 이후 차례대로 60대 이상 25.1%(3만9000명), 30대 14.9%(9300명), 50대 14.7%(1만5000명)가 뒤를 이었다.

청년층뿐 아니라 40~50대 이상도 부업 전선에 적극 뛰어들면서 중장년층이 20대 중심의 아르바이트 시장에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N잡러 급증 현상은 고물가·고금리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의 삶을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알바천국이 N잡 경험이 있는 40대 이상 회원 53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8%가 N잡을 하는 이유에 대해 “금리와 물가 인상 등으로 지출이 대폭 늘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본업 소득이 감소해서, 임금 인상 폭이 저조해서”라고 답한 이들도 26.4%나 됐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제 상황이 여유롭다면 굳이 N잡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66.7%나 됐다.

고물가·고금리…점심값마저 부담
부업 경험 취업자 크게 늘어 55만명

문제는 N잡러들의 근로 여건이 단독 일자리 종사자들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이다. 부업자의 증가로 노동시간도 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소득 개선 정도는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복수 일자리 종사자의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N잡러들의 본업과 부업을 합친 월평균 소득은 294만7000원으로 단독 일자리 종사자보다 21만원 많았지만 시간당 소득은 1만3000원으로 본업 종사자들보다 3000원 적었다.

복수 일자리 종사자 중에는 단독 일자리 종사자와 비교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많았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2022년 기준 37.4%와 49.2%로 단독 일자리 종사자의 가입률인 64.6%와 76.3%보다 턱없이 낮았다.

N잡러의 근로 여건이 좋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업을 하는 비자발적 부업자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점차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앞으로도 N잡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부업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선옥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복수 일자리 종사자의 주된 일자리뿐 아니라 두 번째 일자리 또한 전반적으로 근로 여건이 좋지 못하고 불안정한 곳에 분포해 있다”며 “근로자들의 노동 이동 특성을 분석하고 적절한 안전망과 사각지대 보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직장에 다니면서 별개의 프로젝트 또는 사업을 시도할 때 겸업 금지조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취업규칙에 ‘재직하는 동안 다른 사업을 영위하거나 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겸업으로 인해 기업 질서를 해치거나 업무의 지장을 초래할 경우 회사는 근로자의 겸업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

강제 다이어트 시작
일 끝나면 또 일하러

하지만 겸업 그 자체가 전부 금지는 아니다. 법원에서는 노동시간 외에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자유고 노동자가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은 자신의 개인 능력에 따른 사생활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고물가 탓에 직장인들은 점심값마저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이고, 가계 사정도 고물가와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경제 활동자 1만명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발간한 ‘2024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38.7%)은 올해 소비가 더 늘었다고 답했다.

소비가 증가한 사람뿐만 아니라 감소한 사람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에 69.6%의 직장인은 올해 도시락을 싸거나 약속이 없는 날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점심값을 줄이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었다. 점심값 긴축에도 여전히 밥값이 비싸다고 생각한 22.6%는 5000원까지 더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직장인 10명 중 2명(16.9%) 가까이는 본업 외에 다른 일도 하고 있었다. N잡러 절반에 해당하는 49.9%는 본업 취직 3년 차 이전에 N잡을 결심했고 직장인 10명 중 2명은 취업하자마자 부업을 생각했다. 부업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응답으로는 생활비, 노후 대비 등 경제적인 이유(61.9%)가 가장 컸다.

밥값 전쟁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두 달 연속 3.1%대를 이어가다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연 2%대로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여전히 3%대로 여전히 높았다.

생활물가지수에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144개 품목이 포함되는데 9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 간 간격이 크다. 지난달 4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3.5%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를 상회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 기간 생활물가 품목은 과일, 채소 등을 중심으로 약 80%가 올랐다. 외식물가 역시 전체 소비자물가를 3년 가까이 웃돌았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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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