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민의힘 참패 예견한 유준상 상임고문

“결국 대통령이 풀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100일 앞두고 쓴소리를 쏟아냈던 정치 원로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후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고 선거전략도 부족했다. 공당의 자산으로 여겼던 인물은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고 물러났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상태다.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은 국민의힘 원로들은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 정부여당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당의 무능, 국민의 정권 심판 등 총선 참패의 배경을 두고 상임고문단의 성토가 이어졌다. 당의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총선 승리를 노렸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국민 호감도가 높은 인물로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야당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기세를 보여준 것은 선거 초반뿐이었다. 대통령실발 악재 등이 거듭되면서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는 ‘읍소’만이 남았다. 

결국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을 합해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92석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궤멸에 가까운 수치다. 국민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낙제점을 매겼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개헌과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범야권 200석을 저지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은 “선거는 바람이다. 총선 기간 내내 정권 심판의 바람이 세게 불었다. 채 상병 사건, 황(상무) 수석 발언, 대파 사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 등이 거듭 불거지면서 정권에 대한 분노가 커졌고 심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15일과 26일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그는 이번 총선서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물론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이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민의힘 공천 과정서 영남권의 다선 중진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는 등 혁명에 가까운 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인터뷰 당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한 전 장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한 전 장관이)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다.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갔으면 하지만 총선서 패배할 경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정치 원로의 진단은 족집게처럼 맞아 떨어졌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은 정권 심판 바람에 밀렸고 대통령실 등에서 터진 각종 악재들은 유권자의 표심은 물론, 보수 지지자들의 투표 의욕까지 갉아먹었다.

유 상임고문은 지난달 4일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을 당시를 총선 참패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그때 제가 상임고문단 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정의화 의장한테 요청했어요. 대통령이 대사 임명을 취소하도록 성명서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됐습니다. 그때 ‘선거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100석 이하로 봤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카페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마친 직후였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해결책 제시도 늦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채 상병 사건이 터졌을 때 빠르게 해명하고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또 의정 갈등을 추진하는 과정서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한 면도 감표의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여당의 선거 전략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대통령실서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즉시 내놓지 못하면서 일을 키운 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서 야당의 선거전략인 정권 심판이 국민의 분노와 맞물려 폭발력을 갖게 됐습니다. 또 지난 대선서 윤 대통령을 선택했던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더해지면서 투표장에 나오지 않게 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결정적 순간
6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 열고 수습

-‘한동훈 비대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사력을 다했다고 평가합니다. 한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에 임명되기 전 ‘공공선을 추구하고 개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힘이 키워야 할 큰 자산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번 총선 참패로 상처를 입은 부분은 안타깝지만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윤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셨습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려 했다면 국무위원을 상대로 한 국무회의가 아니라 기자회견, 대국민 담화 등의 방식을 취했어야 합니다. 내용 또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움츠러들 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진행해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야 합니다. 

-국무총리에 어떤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까지 국무총리는 모두 관료 출신이었습니다. 이제는 윤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정무적 판단 능력으로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세를 말해줄 수 있고 여야 간 소통으로 협치를 이끌어내고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빠르게 임명해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합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하거나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국회 동의가 가능한 인물로 지명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비서실장으로 정진석 전 의원을 발탁했습니다.

▲신임 정진석 비서실장은 언론계,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의원 5선 중진,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국회부의장 등을 두루 역임한 분입니다. 충청도 출신이고 폭넓은 소통과 화합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서실장직을 잘 수행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상황은 어떻게 수습될 것으로 보십니까?


▲2년 동안 비대위만 3번 구성됐습니다. 더 이상 비대위 체제로 가서는 안됩니다. 6월 안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 정비는 물론 여야 간 소통, 당정 대화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원과 국민에게 새롭게 변모한 집권당으로서의 모습을 빠른 시일 안에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두 번 연속 대패했습니다.

▲총선 기간 내내 주말을 이용해 전국의 선거현장을 다녔습니다. 민심은 정말로 무섭다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했습니다. 이번 선거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민주당이 교만과 오만, 불통의 정치를 한다면 삽시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낮은 자세로 정말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국민의힘과 함께 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생긴다’는 구호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힘에는 국민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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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