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범죄도시 4’ 뉴 빌런 김무열

이번엔 이성적인 나쁜 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이름을 알린 김무열이 <범죄도시 4>로 돌아왔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지만 ‘1000만 배우’를 달성한 적은 없다. 배우 마동석과는 영화 <악인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여러 액션 영화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던 김무열이 <범죄도시 4>로 1000만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김무열은 2002년 <짱따>를 발판으로 <지하철 1호선> <쓰릴미> <김종욱 찾기>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 아이돌’로 떠올랐다. 본인은 이 표현을 상당히 쑥스러워한다. 그러나 2019년 칸에 오르며 그의 진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야누스 얼굴
실력파 배우

김무열은 지난 1999년 영화 <사이간>으로 데뷔,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 안방극장까지 모두 섭렵한 실력파 배우다. 특히 그는 연예계 대표적인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로, 다수의 작품서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신만의 입지를 굳혀왔다.

최근엔 넷플릭스 <스위트홈 2>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서 투철한 직업 정신의 캐릭터로 이목을 끈 반면, 악역도 어마무시하게 소화해내며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고 있다.

악역도 마냥 악랄한 게 아닌, 작품마다 변주를 주며 지켜보는 재미를 안겼다. 대표적으론 드라마 <일지매>의 얄미운 악역을 시작으로 영화 <은교>의 비열한 빌런을 거쳐 영화 <보이스>의 보이스피싱 범죄자 등이 있다. <보이스>는 스스로도 “나도 때려죽이고 싶은 악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악무도한 변신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바 있다.

김무열은 <은교>서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승이 질투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젊은 작가 지우역을 맡았던 그는 기자와 한 인터뷰서 “일상 자체를 시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품 준비를 위해 일상서도 캐릭터에 푹 빠지는 그의 패턴은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연평해전> <기억의 밤> <머니백> <인랑>을 비롯해 TV 단막극 등 크고 작은 작품을 두루 경험하며 그는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서 최선을 다했다. 

김무열은 “<은교>를 통해 배운 건, 배우로서 내 한계점이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발버둥을 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 순간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연기에 만족하는지 못하는지는 다음 문제 같다. 결국은 정공법밖에 답이 없더라”며 “대본을 여러 번 읽고, 다른 배우와 호흡하며 감독님과 그때그때 얘기하며 잡아갔다. 대사가 입에서 잘 안 나올 때마다 물어봤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짚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이 칸영화제 초청 소감에 대해 재치 있게 말할 때도 그는 “영화를 존중하는 관객을 보며 나 역시 그 이상으로 제 작품을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내이자 동료 ‘윤승아와 함께 칸에 왔느냐’는 다른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래도 영화로 여기에 왔고, 저 혼자가 아닌 팀으로 다 함께 왔으며, 이곳에 오지 못한 <악인전> 스태프 분들도 계시다”며 “함께 이곳에 있지 못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인 만큼 영화가 더 조명받길 원한다. 와이프에 대해 길게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답했다. 

1999년 데뷔 뮤지컬·안방극장 활약
<악인전> 호흡 맞춘 마동석과 재회

김무열은 <악인전>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실제 형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운동으로 예쁘게 가꾸는 몸이 아닌 치열한 삶이 빚어내는 ‘생활형 근육’을 만드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태석을 한결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축해냈으며 마동석과 함께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무열은 영화, TV, 뮤지컬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넓은 활동 영역을 토대로 캐릭터 표현의 진폭이 큰 배우로서 그 입지를 굳혔다. 특히 한 가지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변주하며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소화해내 업계와 대중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악인전>의 첫 공식 상영이 있던 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고 재치 있게 심경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그는 어머니를 언급했다. 

김무열은 “어찌하다 보니 생일날 상영하게 됐는데 누가 마이크를 들이대면 뭐라 말할까 고민도 했는데 제 생애 최고 생일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더라. 생일은 제가 축하받기보다는 어머니께 더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성인이 되자마자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그는 너무 힘들었던 심경을 기자에게 고백하며 “돈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때 의지했던 유일한 존재가 어머니였다. 대학로서 연극할 때 어머니가 옆집서 차비를 꿔서 주시곤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연기할 수 있던 건 어머니 덕이다. 날 그나마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든 게 어머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열의 모친은 소설가 박민형씨. <은교> 당시 김무열은 어머니와 시를 문자로 주고받으며 문학의 힘에 대해 새삼 체감했다고 회상했다. 

<악인전>도 그렇다. 설정만 놓고 보면 그간 한국영화서 무수히 재생산된 누아르 및 범죄물이지만 깡패 같아 보이는 형사 태석역을 그가 맡으며 질감이 달라졌다. 체중도 15kg 늘렸다. 김무열이 체중을 늘렸다면 김성규는 10kg 감량했다. <악인전>서 그가 맡은 연쇄살인범 K는 극 초반부터 등장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 4>서 김무열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역을 맡았다. 김무열과 마동석은 영화 <악인전>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번 <범죄도시4> 출연도 마동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무열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서 “<범죄도시>가 시리즈화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나도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쉬웠는데, 마동석 형의 선구안과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4편 제안이 왔을 때 무슨 역할을 주든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답은 안 했지만, 내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창기는 오히려 대본을 보니까 어렵더라.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막막했다. 행동은 분명한데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형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함께한 마동석에 대해선 “훌륭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됐고 상대 배우로 연기할 때 느껴지는 것도 훌륭하다. 배우 외에도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아이디어도 많고 끊임없이 탐구한다”며 “작가들을 만나서 늘 소재거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촬영할 때도 한두 시간 자고 나온다. 다음날 찍은 장면을 고민해서 나온다. <범죄도시> 시리즈 장점 중 하나가 애드리브인지 아닌지 선이 모호한 대사들인데, 늘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해서 온다. 새벽 3시 반쯤에 다음 날 찍을 장면에 대해서 문자가 온다.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분을 많이 못봤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전 빌런들이 악으로 깡으로 분노했다면 백창기는 최대한 감추고 억누르는 인물 같았다. 그동안 빌런 가운데 가장 이성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생존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본 지인들이 살쾡이 같은 형형한 눈빛이 좋았다고 하더라. 사선을 넘나들면서 살아남았고, 이 사람 입장서 기회라고 포착되는 장면들서 그런 느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고 그건 성공했구나 싶다”고 평가했다.

<범죄도시>
세계관으로

그러면서 “20대 때 단검을 쓰는 칼리아르니스란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상태였다. <범죄도시 4> 촬영 전에 <스위트홈> 시리즈를 촬영했는데 거긴 특수부대 중사 역할을 해서 근접 격투 세미나도 받고 훈련도 했다. 의도치 않게 맥락이 맞아떨어져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김무열은 “이전 빌런들과 차별점을 당연히 생각했는데, 그것에 매몰되면 안 된다. 좋은 걸 가져갈 수도 있고 단점은 배제할 수도 있고 영리하게 해보려고 했다. 그런 데이터가 있다는 건 제게 좋은 거지 않나. 그래서 장점으로 가져오려고 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매몰되기보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지환, 이동휘, 김민재, 이지훈 등 같이 한다고 해서 제가 하는 작업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건 맞는데 더 중요한 건 공동 작업이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캐릭터에 매몰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엇나갈 수 있다. <범죄도시> 세계관을 지키면서, 그 세계관 안에 녹아들어야 하고 기존 배우들과 호흡도 중요했다. 그런 배우들과 호흡, 상대와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갈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동석도 김무열에 대해 언론 인터뷰서 “그만큼 액션을 난이도 있게 동작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이 없다. 배워서 하는 것과 몸을 잘 쓰는 사람과 하는 게 다르다”며 “김무열은 연기도 훌륭하고 그런 액션도 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하고 있었고 너무 고맙게 해준다고 해서 굉장히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마동석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실 모든 배우를 캐스팅할 때 모든 다양한 방면의 우려가 있었다. 1편 윤계상의 캐스팅도 말이 많았고 2편의 손석구는 더 많았고, 3편은 이준혁이 할 때도 많았고 그런데 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렇게 하면 이 역할이 새로운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배우들을 시도하고 접촉하는 거라, 그 앞에 전에 있는 배우나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앞서 윤계상을 호랑이, 손석구를 사자, 이준혁을 늑대 등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김무열에 대해서도 비유해달라는 말에 “굉장히 날렵하고 검은, 다크한 느낌이 난다. (김무열은)표정도 별로 없다. 그렇게 느끼니까 흑표범 같은 느낌이 있었다. 실제 액션할 때 찍은 거 보고 흑표범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역

그러면서 “굉장히 날렵하고 파워있고 그런 동작을 한 테이크로 해내고 본인이 직접 날아다니기 쉽지 않은데 제가 무열이 잘하는 거 알고 캐스팅했으니 내가 잘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한편 김무열은 배우 윤승아와 결혼 8년 만인 지난해 6월 건강한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것 같다. 아들이 자는 모습만 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누구를 더 닮았는지 묻자 “제가 아침에 잘 붓는 스타일인데, 아들도 아침에 일어나면 부어 있다(웃음). 엎드려서 자다 보니 더 붓는 것 같다. 오전에 보면 저를 닮았고, 오후에는 아내와 더 닮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빠가 된 소감을 묻자 “현장서 일할 때 아들이 보고 싶고 생각이 난다. 이전에는 내가 하는 연기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못했다. 최근 뉴스에 나간 적이 있는데, 어머님이랑 장모님이랑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아들도 같이 봤다고 하더라”며 “생애 첫 TV 시청이었다. 아빠 목소리가 나오니까 신기해했다고 하더라. 그때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나갈지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잘될 것 같다고 해주더라. 저도 잘됐으면 좋겠다”면서도 “1000만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입에 오르는 것도 그렇고 조심스럽다. 요즘 날씨도 좋고 힘든 분들도 많은데, <범죄도시>를 보는 동안이라도 마석도 등에 엎혀서 그런 걸 잠깐이나마 잊었으면 좋겠다. 마동석 형님이 <범죄도시>는 ‘엔터테이닝’이라고 말한 것처럼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무열과 윤승아의 연애 스토리는 유명하다. 시작은 윤승아였다. 김무열이 2009년에 출연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 윤승아는 “엄청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며 지인인 배다해에게 김무열에 대한 호감을 표하며 “혹시 그가 싱글이면 소개시켜달라”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윤승아가 자신에게 관심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무열도 인터넷에 그녀를 직접 검색했다가 한눈에 반했고, 윤승아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해외 일정을 앞두고 출국 직전에 만난 두 사람. 김무열은 실제로 윤승아를 만난 뒤 미모에 반했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됐다.

지금은 
육아 중

비밀스럽게 연애를 이어갔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무열의 트위터 글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무열이 새벽에 술에 취해 윤승아에게만 보내려던 메시지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보내고 만 것이다. 김무열의 감성 가득한 고백은 큰 화제를 모았고, 촬영 중이던 윤승아는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실수로 사귄다는 게 알려졌지만, 윤승아는 쿨하게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연인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결혼한 후 알콩달콩 잘살고 있는 이들은 많은 이의 워너비 부부로 손꼽히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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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