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코너 몰린 윤석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진짜 큰일났다. 22대 총선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5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식물’이 될 처지가 됐다. 문제는 아직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이라는 것이다. 위기를 돌파할 돌파구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단 책임론을 피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앞으로 추락하는 일만 남은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끝을 여소야대 정국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서 참패한 탓이다. 여소야대 정국이었던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지방선거에서는 윤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승리했지만, 이번 총선은 달랐다. 

그의 얼굴은 총선서 사라졌고, 대통령실의 물밑 지원도 유야무야했다. 윤석열정부 중간 평가격인 총선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등판시켰으나, 역부족이었다. 총선 참패로 인해 윤정부의 국정운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설마하다…
무서운 민심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은 무서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범야권은 192석을 확보한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을 가져오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늘었지만 한강 벨트 등 수도권을 지키지 못해 사실상 완패다. 서울은 의석수가 늘었으나 경기도 60개 지역구 중 7곳에만 깃발을 꼽았다. 인천도 14곳 중 단 2곳만 얻었다. 

지난 20대 대선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충청 민심도 철저하게 국민의힘을 외면했다. 충북·충남 19곳 중 6곳, 대전·세종 9곳 중 1곳만 가져오며 체면치레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총선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외신들 역시 윤 대통령이 낙제점을 받아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와 이번 승리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문재인정부 당시 야당은 국민의힘이었던 반면,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은 여당인 상황서 패배했다는 점이다. 패배 원인으로는 ▲대통령실의 과도한 정무 개입 ▲황상무 전 민정수석 막말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수사외압 논란 등이 지목됐다. 

보스형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윤 대통령에게는 어느덧 오만과 불통, 그리고 독선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을 주무르려는 정황도 다수 포착돼 왔다. 이런 부분들로 하여금 중도층이 등을 돌린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모두 허상이었다. 소통하겠다고 옮긴 대통령실서 시행됐던 도어스테핑은 폐지를 선언한 뒤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며, 기자회견은 항상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식이다.

거세지는 용산 책임론
대통령실·내각 개편

앞서 이미 민심은 윤정부를 향해 한 차례 경고를 날렸던 바 있다. 지난해 10월11일,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등판시켰다. 김 전 구청장 후보는 막대한 지원 속에서도 17%p가 넘는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국민의힘 위기론이 불붙었다. 이런 탓에 총선 패배의 원인이 윤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결과가 참패로 발표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총선 참패의 여파는 대통령실도 비켜갈 수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1일, 대통령실 소속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줄줄이 물러났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의 대거 사의 표명은 윤정부 들어선 이후 최로로, 용산 역시 상당한 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후 내각 개편 및 새 참모진을 꾸려 사태를 하루 발리 수습하는 게 관건이다. 

내각 구성은 엄선해야 한다.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으로도 인사동의안 처리가 가능하다. 어떤 인사를 데려오든 인사청문회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인사청문회 부담이 낮은 ‘차관 정치’를 실행해 온 이유다. 

윤 대통령도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국정기조 변경을 시사했다. 

스피커들
대기 중

총선 기간 정권 심판론이 먹혀 들어간 탓에 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총선 지원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국 ‘민생 토론회’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탓에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탄생 이후 2년 동안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보다 의석수를 늘린 민주당은 추후 윤정부를 한층 더 압박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대립각을 세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생환에 성공했다.

민주당 당선인들은 즉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하겠다고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김 여사 특검법을 통해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사건 등의 리스크를 더욱 키워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정 동력이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레임덕을 지나 데드덕까지 빠져들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채 상병 특검법까지 발의된다면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던 한 비대위원장과의 대결서 승리하면서 거칠 게 없어졌다. 당은 비명횡사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특정 인사들을 공천해 잡음이 일었지만, 결국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불편한 관계 대거 생존
남은 3년 국정운영 험로


이 대표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껏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단 한 번도 갖지 않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윤 대통령이다. 만약 만나지 않는다면 야당과의 불통 이미지가 커질 수도 있다. 

부활한 조 대표도 윤 대통령 압박 대열에 합류했다. 창당 두 달 만에 비례대표 12명 당선이라는 쾌거와 함께 원내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은 추후 패스트트랙 지정 국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가능해졌다. 

조 대표와 윤 대통령은 상당한 악연 관계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맡았을 당시 조국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두 인물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자녀 입시 비리 수사건으로 얽혀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김 여사 특검법과 각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복수 의지를 대놓고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이 손을 잡는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달리 막아낼 방법이 없다. 사실상 거야 주도의 특검 정국이 시작되는 셈이다.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가졌던 추 당선인도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6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힘겹게 거머쥐었다. 추 당선인과 윤 대통령의 관계 역시 상당히 불편하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추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처분했던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추 장관 처분에 맞서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검찰총장직서 물러나 대선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여론은 추 당선인이 윤 대통령의 대선행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해 국회의장 몫을 차지하게 된 상황서 그의 국회의장행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꿈틀대는
비윤계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적을 갖지 않도록 돼있다. 실제로 현행 국회법 제20조의2엔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의장에게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서 벗어나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해 ‘국민의 국회’로 만들라는 책무 때문이다.

하지만,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이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중립은 아니다”라며 “중립은 가만히 있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개혁 입법이 좌초되거나 알맹이가 빠지는 일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신당 이 대표도 상대해야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에 맞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친윤(친 윤석열)계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징계를 받고 대표직서 물러났던 그는 개혁신당을 꾸렸다. 비교적 오랜 기간 잠행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젊은 층 이탈을 노렸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금배지를 달게 됐다. 

“(윤 대통령이)내가 왜 당을 옮겨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 곱씹어봤으면 좋겠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던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야당인 이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더 많았다. 

윤, 당무 개입도 사실상 어려워져
인청·특검 정국서 권력 누수 불가피

보수당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이 각종 내분으로 흔들릴 경우, 개혁신당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윤 대통령을 엄호할 ‘빅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다. 한 전 비대위원장도 상당히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평가다. 

황태자로 불린 그가 윤 대통령을 버리는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면 윤 대통령은 적잖은 위기를 맞게 된다. 실제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이상 국민의힘서 8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오게 될 경우, 탄핵 국면도 마주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저지선을 막아달라고 읍소해 겨우 급한 불은 껐다. 다행스러운 지점은 권성동, 이철규 등 현역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상당수 생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핵심 친윤 그룹으로 윤 대통령을 엄호해 왔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윤 대통령의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게다가 대구·경북(TK) 및 부산·경남(PK)은 선거 막판에 결집하면서 ‘전통적인 보수 텃밭’임을 증명해냈다.

국민의힘 곳곳에선 이미 친윤, 친한(친 한동훈)의 대결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차기 당권 싸움서 승리하는 그룹만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현재는 비윤(비 윤석열)계에게 유리한 구도다. 그간 국민의힘서 당내 실세였던 친윤 그룹은 이번 총선 참패로 인해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비윤 세력은 개인기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냈다. 윤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꾀하려는 인물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전당대회서 비윤 세력서 당 대표, 원내대표가 탄생할 경우, 당정 관계서 불리한 쪽은 윤 대통령이다.

반면, ‘당무 개입’도 어려워졌다. 이미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당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시 야당에
공격의 빌미

여기에 더해 윤정부의 나라 살림 적자 규모는 87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예산보다 무려 29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세수 펑크로 인해 지출 규모도 줄였지만, 재정 수지는 목표보다 악화됐다.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윤정부는 나라살림 규모 발표를 국가재정법상 발표 시한 날짜를 하루 넘겨 발표하면서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내각 구성에 따른 인사청문회 및 특검 정국 돌입 시 본격적인 권력 누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포스트 한동훈’ 누구? 버려진 사람들 급부상?

이번 4·10 총선서 개인의 능력을 앞세워 살아 돌아온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다.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던 두 인물은 출구조사 개표 결과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당선됐다.

안 의원과 나 당선인은 과거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만큼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도 분류된다.

실제로 친윤·비윤계 인사가 대거 탈락한 상황인 만큼 이들은 당권 전쟁서 유력한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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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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