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당하는’ 공모주 신종 사기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16 10:00:57
  • 호수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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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 유혹에 10억 묻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는 언제나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모주 사기’가 기승이다. 여느 사기와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이뤄지며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들은 앱 설치를 강요하고 돈을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원금도 찾을 수 없다는 식으로 협박한다. 신속한 경찰 신고로 통장 거래를 막는 게 중요하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세다. 올해 1분기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따블(공모가의 2배) 이상을 기록할 만큼 공모주 광풍이 불었다. 주로 중소형 종목들이 이끈 공모주 열풍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청약 대어들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경쟁률
2000대1

지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두 14곳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스펙, 이전상장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2곳이 상장 첫날 따블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 상장한 우진엔텍과 현대함스는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한 반면, 지난 2월에 상장한 이에이트와 유일한 코스피 상장 기업 에이피알은 따블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 1분기 공모주 열풍은 광풍 수준이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서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 초과 제출은 흔한 일이 됐으며 일반 청약서도 경쟁률 1000대1은 물론 2000대1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2월 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와 함께 증시가 오르면서 공모주의 열기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1분기 상장 기업 중 유일하게 따블 기록에 실패한 이에이트와 에이피알 모두 2월 말에 상장한 기업으로 이 같은 흐름이 3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달 상장한 기업 4곳(케이엔알시스템, 오상헬스케어, 삼현, 엔젤로보텍스) 모두 상장 첫날 따블을 기록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계는 공모주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역대 최대 규모인 77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달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13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 총액은 77조5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처음으로 7000만개를 넘었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지난 13일 기준)는 7068만1101개로 집계됐다. 1년 전(6423만1970개)에 비해 10%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간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말한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관심도를 반영한 지표다.

증권가는 IPO(신규 상장) 시장에 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상승 폭 400% 확대와 신규 상장 종목의 쏠림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분위기가 올해도 지속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공모가 2배” 잇단 상장 투자 광풍
“입금 안 하면 원금도 못 찾아” 협박

말 그대로 공모주 열풍이다. 문제는 이런 빈틈으로 공모주 주식리딩 투자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 등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공모주 주식리딩을 통해 투자를 유도한 뒤 186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37·여)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외로 도주한 관리책 3명을 인터폴 적색 수배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SNS 등에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무료 주식 강의를 해준다는 광고를 올리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어 강의에 참여한 피해자를 단체 대화방 등 메신저로 끌어들인 뒤 투자 전문 교수를 자칭하며 ‘고수익 보장’ 등 투자를 유도했고, 11개 대포통장을 이용해 186억원을 받아냈다. 이들 범죄 피해자는 85명에 달한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려고 투자 관련 책자를 보내거나 가짜 해외 유명 증권회사 주식 앱을 이용해 실제로 수익금이 창출되는 것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사칭한 교수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검색되도록 허위 인터넷 기사 웹페이지까지 만드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4000만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금 인출이 계속해서 거부되자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체된 투자금이 인출된 후 백화점 상품권으로 세탁된 정황을 포착하고 점조직으로 이뤄진 인출책, 세탁책, 국내 총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국내 총책 A씨 등은 해외총책과 공모해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을 두고 피해자를 상대로 투자 권유 상담 등 업무를 담당할 역할로 고용해 해외총책 사무실에 파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직원 월급 지급과 근태 관리를 담당한 직원도 파악됐다.

이들은 자신들 사건이 뉴스에 나오자 해외총책과 영상을 공유,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를 토대로 A씨 등 해외 도주한 관리책 3명을 추적함과 동시에 해외총책과 추가 조직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나 못 믿어?”
유명인 사칭

이 같은 공모주 사기는 대체로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홍보한다. 최근 SNS에서는 유명 연예인 B씨를 앞세워 ‘경제학 수업’을 한다고 홍보한 사기 행각도 있었다. 유명 연예인 B씨는 “주식과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돈은 자유다! ○○○ 경제학 수업이 오늘부터 시작합니다!”라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그는 “2013년 나는 난소암을 진단받았다. 당시에 내 딸 ○○은 막 걷기를 배우는 나이였다. 나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직업이기에, 대중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가발을 썼다”며 “다양한 선택 중에 있었다. (투병생활 중에)나는 암 환자와 투자자가 매우 유사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난소암 치료를 마치고 나서 주식투자에 집중해 지난해 100억원 이상 벌었다. (돈을 벌고 난 뒤)나는 주식투자 교류 그룹을 만들어 승률이 98% 이상인 AI 주식 측정 도구를 도입했다”며 “여러분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 우리 함께 부의 자유를 실현하자. 혼자서 고군분투하지 마라.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투자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는 평생 무료로 신규회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간단히 말하면, 유명 연예인이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고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도 도용한 가짜 광고였다. 실제로 B씨 소속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광고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데, 딱히 해결 방안도 없다. 해당 연예인은 주식투자 및 어떤 리딩방과도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식의 가짜 광고 중에는 공모주 사기도 있었다.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로 유인해 ‘리딩방’에 입장을 유도한다. 

피싱범 일당은 친절하게 안부를 물으며 신뢰를 쌓는다. 그러면서 직업,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사기 금액을 측정해 투자를 종용한다. 처음에는 얼마나 벌었는지 내역을 보여주며 안심하게 만든 뒤, 피해자들에게 3~5배 넘는 이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소액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피해자들에게 대출까지 종용하며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피해자가 SNS 광고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오면 “100% 성장하는 비상장 주식이다. 올해 하반기에 상장 예정인데, 지금 공모주 청약을 해야 많은 주식을 배정받고 싼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다”며 바람을 넣는다. 이후 거짓말을 통해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고, 바람잡이를 동원해 투자자를 속여 투자하도록 만든다.

투자자가 출금을 요구할 경우 수수료·세금 등을 핑계로 추가 납입을 요구하거나 검찰·금융당국을 사칭해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노후 준비 
돈 다 날려

또 기관 계좌로 공모주 청약을 하면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권한다. 이후 가짜 주식거래 앱 화면에 공모주가 입고된 것처럼 꾸민 뒤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세금, 보증금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자금을 편취한다.

이들은 SNS로만 활동하는 특징이 있다. 또 환불을 요구하거나 더 이상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SNS 계정과 대화방을 폐쇄하고 바로 잠적하는 사기 행태를 보인다. 

피싱범들은 유명인을 도용한 광고를 통해 클릭을 유도한다. 업계에선 조회수와 노출빈도를 고려할 때 소요된 마케팅 비용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방송인 유재석 등을 앞세운 사기 광고 게시물의 조회수는 50만회를 육박했다.

공모주 사기 피해를 당한 C씨는 모친이 계속해서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평상시 엄마는 나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데, 며칠 동안 하루에 500만원씩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추궁해보니 공모주에 투자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친이 공모주 청약을 넣었는데 업체서 “돈을 더 넣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협박했다. 8000만원을 입금했는데, 같은 날 오후 4시까지 7000만원을 더 넣어야 수익금은 물론 원금도 되찾을 수 있다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C씨의 모친은 공모주 투자를 위해 자신의 자산뿐 아니라 딸, 외할머니, 여동생의 돈까지 빌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출까지 받지는 않았다.

“엄마가 단톡방서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는데 돈을 기한 안에 넣어야 회수할 수 있다고, 며칠 전부터 돈을 급하게 보내 달라고 한다”는 C씨 민원 전화에 금융감독원은 “이상한 것 같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애초에 공모주 청약은 이름 없는 작은 증권사에서 하는 게 불가능한 데다, 공모주 청약을 한다고 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금, 중국으로 흘러가면 못 찾아”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배정은 불법

C씨는 바로 112에 해당 업체를 피싱 범죄로 신고하고 계좌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경우는 단순한 보이스피싱이 아닌 경제범죄에 해당됐다. 보이스피싱은 계좌지급정지 조치를 바로 할 수 있는 반면, 경제범죄는 그렇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C씨 모친은 공모주 투자가 사기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C씨의 경찰 신고에 대해서도 주저했다. 

C씨 모친이 사기라고 인지한 것은 해당 업체의 “최근 해당 투자증권사로 속여 말한 피싱 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보고난 뒤였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회사는 개인과의 거래 및 공모주 청약을 하지 않고, 어플을 따로 관리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법적 강요 및 협박을 하지 않는다.

C씨 모친은 그가 “엄마는 어플을 통해 투자했고,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다고 했고, 기한 안에 돈을 넣지 않으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투자증권사에 해당되는 피해 사례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하자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누군가 신고해서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세금을 먼저 지불해야 원금을 뺄 수 있다” 등의 협박과 함께 해당 업체의 단체 카톡방은 난리가 났다.

C씨는 모친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모친은 불안한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에 투자한 것이었다. 밴드를 통해서 1대1로 대화를 건 ‘박 팀장’이란 사람에게 1000만원씩 무려 16번이나 돈을 보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담당 경찰은 “현재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사기 수법이라 사이버 수사대서 병합해 수사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보낸 돈을 찾기는 어렵다. 계좌 주인을 찾아도 00년생 이런 식인데, 중국으로 들어갔으면 더 찾기 힘들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씨는 “공모주 사기는 아직도 수사 중이긴 하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손 벌리기 싫어 투자한 것이다. 이런 마음을 이용하는 나쁜 사기는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분개했다.

발 빼기
어렵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개인투자자를 대신해 공모주를 배정받는 행위는 불법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제도권 내 금융회사는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지 않는다.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 업체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권 내 금융회사가 아닌 업체와의 거래 피해는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대상도 아니라, 피해 구제가 어렵다. 불법 주식거래 앱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신속한 사이트 차단이 매우 중요하므로 온라인상 게시물을 발견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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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