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당하는’ 공모주 신종 사기 피해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16 10:00:57
  • 호수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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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블 유혹에 10억 묻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는 언제나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모주 사기’가 기승이다. 여느 사기와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이뤄지며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들은 앱 설치를 강요하고 돈을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원금도 찾을 수 없다는 식으로 협박한다. 신속한 경찰 신고로 통장 거래를 막는 게 중요하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세다. 올해 1분기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따블(공모가의 2배) 이상을 기록할 만큼 공모주 광풍이 불었다. 주로 중소형 종목들이 이끈 공모주 열풍은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청약 대어들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경쟁률
2000대1

지난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두 14곳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스펙, 이전상장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2곳이 상장 첫날 따블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 상장한 우진엔텍과 현대함스는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한 반면, 지난 2월에 상장한 이에이트와 유일한 코스피 상장 기업 에이피알은 따블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 1분기 공모주 열풍은 광풍 수준이었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서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 초과 제출은 흔한 일이 됐으며 일반 청약서도 경쟁률 1000대1은 물론 2000대1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 2월 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와 함께 증시가 오르면서 공모주의 열기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1분기 상장 기업 중 유일하게 따블 기록에 실패한 이에이트와 에이피알 모두 2월 말에 상장한 기업으로 이 같은 흐름이 3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달 상장한 기업 4곳(케이엔알시스템, 오상헬스케어, 삼현, 엔젤로보텍스) 모두 상장 첫날 따블을 기록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업계는 공모주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역대 최대 규모인 77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달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13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 총액은 77조5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처음으로 7000만개를 넘었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지난 13일 기준)는 7068만1101개로 집계됐다. 1년 전(6423만1970개)에 비해 10%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간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말한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관심도를 반영한 지표다.

증권가는 IPO(신규 상장) 시장에 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상승 폭 400% 확대와 신규 상장 종목의 쏠림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분위기가 올해도 지속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공모가 2배” 잇단 상장 투자 광풍
“입금 안 하면 원금도 못 찾아” 협박

말 그대로 공모주 열풍이다. 문제는 이런 빈틈으로 공모주 주식리딩 투자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 등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공모주 주식리딩을 통해 투자를 유도한 뒤 186억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국내 총책 A(37·여)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외로 도주한 관리책 3명을 인터폴 적색 수배했다.

지난 3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SNS 등에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무료 주식 강의를 해준다는 광고를 올리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어 강의에 참여한 피해자를 단체 대화방 등 메신저로 끌어들인 뒤 투자 전문 교수를 자칭하며 ‘고수익 보장’ 등 투자를 유도했고, 11개 대포통장을 이용해 186억원을 받아냈다. 이들 범죄 피해자는 85명에 달한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려고 투자 관련 책자를 보내거나 가짜 해외 유명 증권회사 주식 앱을 이용해 실제로 수익금이 창출되는 것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사칭한 교수 이름이 포털사이트에 검색되도록 허위 인터넷 기사 웹페이지까지 만드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4000만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투자금 인출이 계속해서 거부되자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체된 투자금이 인출된 후 백화점 상품권으로 세탁된 정황을 포착하고 점조직으로 이뤄진 인출책, 세탁책, 국내 총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국내 총책 A씨 등은 해외총책과 공모해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을 두고 피해자를 상대로 투자 권유 상담 등 업무를 담당할 역할로 고용해 해외총책 사무실에 파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직원 월급 지급과 근태 관리를 담당한 직원도 파악됐다.

이들은 자신들 사건이 뉴스에 나오자 해외총책과 영상을 공유, 경찰 수사에 대비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를 토대로 A씨 등 해외 도주한 관리책 3명을 추적함과 동시에 해외총책과 추가 조직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나 못 믿어?”
유명인 사칭

이 같은 공모주 사기는 대체로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홍보한다. 최근 SNS에서는 유명 연예인 B씨를 앞세워 ‘경제학 수업’을 한다고 홍보한 사기 행각도 있었다. 유명 연예인 B씨는 “주식과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돈은 자유다! ○○○ 경제학 수업이 오늘부터 시작합니다!”라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그는 “2013년 나는 난소암을 진단받았다. 당시에 내 딸 ○○은 막 걷기를 배우는 나이였다. 나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직업이기에, 대중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가발을 썼다”며 “다양한 선택 중에 있었다. (투병생활 중에)나는 암 환자와 투자자가 매우 유사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난소암 치료를 마치고 나서 주식투자에 집중해 지난해 100억원 이상 벌었다. (돈을 벌고 난 뒤)나는 주식투자 교류 그룹을 만들어 승률이 98% 이상인 AI 주식 측정 도구를 도입했다”며 “여러분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기꺼이 돕겠다. 우리 함께 부의 자유를 실현하자. 혼자서 고군분투하지 마라.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투자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는 평생 무료로 신규회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간단히 말하면, 유명 연예인이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고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도 도용한 가짜 광고였다. 실제로 B씨 소속사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광고 게시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데, 딱히 해결 방안도 없다. 해당 연예인은 주식투자 및 어떤 리딩방과도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식의 가짜 광고 중에는 공모주 사기도 있었다.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로 유인해 ‘리딩방’에 입장을 유도한다. 

피싱범 일당은 친절하게 안부를 물으며 신뢰를 쌓는다. 그러면서 직업,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사기 금액을 측정해 투자를 종용한다. 처음에는 얼마나 벌었는지 내역을 보여주며 안심하게 만든 뒤, 피해자들에게 3~5배 넘는 이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소액을 투자하라고 권유한다. 피해자들에게 대출까지 종용하며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피해자가 SNS 광고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오면 “100% 성장하는 비상장 주식이다. 올해 하반기에 상장 예정인데, 지금 공모주 청약을 해야 많은 주식을 배정받고 싼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다”며 바람을 넣는다. 이후 거짓말을 통해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고, 바람잡이를 동원해 투자자를 속여 투자하도록 만든다.

투자자가 출금을 요구할 경우 수수료·세금 등을 핑계로 추가 납입을 요구하거나 검찰·금융당국을 사칭해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노후 준비 
돈 다 날려

또 기관 계좌로 공모주 청약을 하면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권한다. 이후 가짜 주식거래 앱 화면에 공모주가 입고된 것처럼 꾸민 뒤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세금, 보증금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고 자금을 편취한다.

이들은 SNS로만 활동하는 특징이 있다. 또 환불을 요구하거나 더 이상 추가 입금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SNS 계정과 대화방을 폐쇄하고 바로 잠적하는 사기 행태를 보인다. 

피싱범들은 유명인을 도용한 광고를 통해 클릭을 유도한다. 업계에선 조회수와 노출빈도를 고려할 때 소요된 마케팅 비용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방송인 유재석 등을 앞세운 사기 광고 게시물의 조회수는 50만회를 육박했다.

공모주 사기 피해를 당한 C씨는 모친이 계속해서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평상시 엄마는 나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데, 며칠 동안 하루에 500만원씩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추궁해보니 공모주에 투자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친이 공모주 청약을 넣었는데 업체서 “돈을 더 넣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협박했다. 8000만원을 입금했는데, 같은 날 오후 4시까지 7000만원을 더 넣어야 수익금은 물론 원금도 되찾을 수 있다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C씨의 모친은 공모주 투자를 위해 자신의 자산뿐 아니라 딸, 외할머니, 여동생의 돈까지 빌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출까지 받지는 않았다.

“엄마가 단톡방서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는데 돈을 기한 안에 넣어야 회수할 수 있다고, 며칠 전부터 돈을 급하게 보내 달라고 한다”는 C씨 민원 전화에 금융감독원은 “이상한 것 같다.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애초에 공모주 청약은 이름 없는 작은 증권사에서 하는 게 불가능한 데다, 공모주 청약을 한다고 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금, 중국으로 흘러가면 못 찾아”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배정은 불법

C씨는 바로 112에 해당 업체를 피싱 범죄로 신고하고 계좌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 경우는 단순한 보이스피싱이 아닌 경제범죄에 해당됐다. 보이스피싱은 계좌지급정지 조치를 바로 할 수 있는 반면, 경제범죄는 그렇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C씨 모친은 공모주 투자가 사기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C씨의 경찰 신고에 대해서도 주저했다. 

C씨 모친이 사기라고 인지한 것은 해당 업체의 “최근 해당 투자증권사로 속여 말한 피싱 사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보고난 뒤였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회사는 개인과의 거래 및 공모주 청약을 하지 않고, 어플을 따로 관리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법적 강요 및 협박을 하지 않는다.

C씨 모친은 그가 “엄마는 어플을 통해 투자했고, 공모주 청약에 당첨됐다고 했고, 기한 안에 돈을 넣지 않으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투자증권사에 해당되는 피해 사례다.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조언하자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누군가 신고해서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세금을 먼저 지불해야 원금을 뺄 수 있다” 등의 협박과 함께 해당 업체의 단체 카톡방은 난리가 났다.

C씨는 모친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모친은 불안한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에 투자한 것이었다. 밴드를 통해서 1대1로 대화를 건 ‘박 팀장’이란 사람에게 1000만원씩 무려 16번이나 돈을 보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담당 경찰은 “현재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사기 수법이라 사이버 수사대서 병합해 수사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보낸 돈을 찾기는 어렵다. 계좌 주인을 찾아도 00년생 이런 식인데, 중국으로 들어갔으면 더 찾기 힘들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씨는 “공모주 사기는 아직도 수사 중이긴 하지만, 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손 벌리기 싫어 투자한 것이다. 이런 마음을 이용하는 나쁜 사기는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분개했다.

발 빼기
어렵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개인투자자를 대신해 공모주를 배정받는 행위는 불법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제도권 내 금융회사는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지 않는다. 금융회사를 사칭한 불법 업체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권 내 금융회사가 아닌 업체와의 거래 피해는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 대상도 아니라, 피해 구제가 어렵다. 불법 주식거래 앱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신속한 사이트 차단이 매우 중요하므로 온라인상 게시물을 발견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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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