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팽팽한 ‘비동의간음죄’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09 09:02:47
  • 호수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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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못 만지는 뜨거운 감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폭행이냐, 협박을 당했느냐? 이는 피해자가 강간을 당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통한다. 지금은 이런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 흐름으로, 강압적인 상황에서는 협박이나 폭행이 아니더라도 강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간은 사람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제297조(강간)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기재돼있고, 제297조의2(유사 강간)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잠재적 피해자
잠재적 가해자

즉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들어가야 성립되며, 성범죄 중에서 가장 중한 범죄다. 5대 강력 범죄기도 하며 살인죄를 제외하고 강도와 동급으로 죄질이 나쁘게 취급된다. 정신적, 신체적 피해가 막대하고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강간죄에 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바로 ‘비동의간음죄’다. 비동의간음죄는 ‘성폭행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비동의간음죄는 2011년 유럽연합의 EU 이사회서 ‘이스탄불 협약’으로 불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 및 가정폭력방지협약’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보도록 권고한 이후 시작됐다. 2020년 기준 34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다.


또 2010년 유엔 여성지위향상국(DAW)은 여성폭력 입법권고안을 담은 핸드북을 통해 ‘명백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강간 판단 기준으로 삼고 ‘강압적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 강간이라고 봤다. 2017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성범죄는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기준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내서도 비동의간음죄가 주목받았다. 국회에서는 정의당을 주도로 비동의간음죄 신설 입법 움직임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총선 정책공약집에는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삶의 질 수직 상승을 위한 민주당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4년 전 총선서도 이를 10대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민주당이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발표하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로 범죄 여부를 결정하면 입증 책임이 검사에서 혐의자로 전환된다. 그렇게 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성관계 후 나중에 한쪽이 ‘사실은 나 그때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한 거야’라고 주장하고, 보통의 성관계가 그렇듯 상호 동의를 입증할 특별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으면 결국 강간으로 규정될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며 “민주당은 비동의간음죄서 도대체 어떤 경우가 비동의고 어떤 증거가 있어야 동의가 입증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들어 보시라”고 지적했다.

녹음, 녹화, 목격자 없다
기획·조작되는 성폭행은?

그러자 민주당 정책실장은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비동의간음죄는 공약 준비 과정서 검토됐으나 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실무적 착오로 선관위 제출본에 검토 단계의 초안이 잘못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 과정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당내 이견이 상당하고, 진보·개혁 진영 또는 다양한 법학자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검토는 하되 이번에 공약으로 포함하기에 무리가 아니냐는 상태로 정리됐는데 실무적 착오로 취합·제출 단계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서 비동의간음죄가 이슈인 만큼 시민들에게도 논란인 가운데, 여성계는 찬성 입장이다. 여성계는 “비동의간음죄는 성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행 강간죄는 성폭력 피해자의 항거 여부에 따라 죄의 경중을 물어 피해 유발의 책임을 물어보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비동의간음죄에 찬성하는 직장인 A씨는 “영미법 국가의 강간죄 관련 정의 중 ‘동의’란 당사자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며, 관련된 행위와 속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완전한 인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의한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은 무조건 강간죄로 인정되는 이유다. 당사자의 동의가 없다는 말은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폭행·협박의 기준은 명확하지만, ‘동의’는 판단 기준이 불분명하고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직장인 B씨는 “비동의간음죄는 성관계할 때마다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나중에 상대방이 ‘사실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면 졸지에 범죄자가 되는 것 아니냐. 무수한 무고를 만들 수 있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34개국
사례는?

논란이 일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동의간음죄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섹스 신청서’ 양식이 확산됐다. 실제로 2021년에는 성관계 당사자들이 서로 동의를 기록·보관하는 애플리케이션 ‘그래그래’가 출시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무고로 남성을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소속사 대표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무고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아이돌 출신 BJ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지난달 21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사건 당시 CCTV 영상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태도와 입장에 비춰보면 신빙성이 낮다. 범죄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씨가 소속사 사무실의 문 근처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진술하면서도 문을 열고 도망칠 시도를 하지 않은 점, 범행 장소를 천천히 빠져나온 뒤 회사를 떠나지 않고 소파에 누워 흡연하고 소속사 대표와 스킨십을 하는 등 자유로운 행동을 보인 점 등을 토대로 C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간미수는 피해자를 폭행 등으로 억압한 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서 일부 의사에 반하는 점이 있었다고 해서 범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시에 상대방에게 이끌려 신체접촉한 뒤 돌이켜 생각하니 후회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고소했다면 허위고소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인에게 즉석만남을 가장해 ‘가짜 성폭행’을 기획한 뒤 거액을 뜯어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 일당은 대부분 20대였으며, 범행에 가담한 여성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무엇이
다를까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년7개월에 걸쳐 미리 여성들을 섭외한 후 즉석만남을 가장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이때 지인들을 불러 성관계를 유도했다. 성관계 후에는 회사에 성범죄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식이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대로 적게는 수백만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일당은 성관계를 유도하는 유인책, 실제 성관계를 하는 여성, 여성의 보호자로 사칭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인물 등 다양한 역할을 나눠 의심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마약류인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몰래 먹여 정신을 잃게 해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하게 하는 수법으로도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선배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일당에 당한 피해자는 28명에, 피해 금액은 총 3억여원에 달했다.

경찰은 금융계좌 분석, 휴대전화 포렌식, 압수수색 등 3개월 수사 끝에 피해자를 모두 특정했다.

한 명의 여성이 여러 명의 남성을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목적은 합의금이었고, 60대 여성은 1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정재익 부장판사)은 무고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D씨는 2019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남성 5명을 강간·준강간·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허위 신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주로 생활정보지에 ‘결혼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광고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남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남성과 합의 후 성관계하거나 신체접촉을 한 뒤 경찰 등 수사기관에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남성들이 합의를 시도하면 신고를 취하하고,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을 했다. D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남성 2명에게 각각 30만원과 7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동의의 구체적인 기준이 뭔지?
“피해자 거부해도 협박 없으면?”

그는 ‘돈을 잘 벌어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함께 산 사실혼 관계의 남성을 강간 혐의로 신고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남성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무고 행위를 반복했으므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무고한 남성들이 처벌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성폭행 피해를 당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허위신고했다고 가짜 증언을 시키고 직접 증거까지 위조한 남자친구가 재판에 넘겨졌다. 일반적으론 여성 쪽이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허위신고하지만, 이 건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

이 남성은 5000만원 때문에 성폭행 가해자와 짜고 이 같은 짓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과 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화를 내기보다는 돈을 벌 기회로 삼았다.

검찰에 따르면,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 측은 “여자친구의 진술을 번복하게 해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5000만원이 탐났던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허위로 신고했던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자고 설득했고, 구체적인 허위 진술 내용을 읽도록 연습을 시키면서 녹음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허위 진술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자, 녹음본을 편집해 진술이 바뀐 것처럼 꾸며 증거로 제출했고, 직접 법정에 출석해 녹음한 경위 등에 대해 거짓말까지 했다. 그래도 검사를 속일 수는 없었다. 제출된 녹취록과 피해자 증언이 엇갈리면서 남자친구와 가해자의 범행이 탄로 났고, 검찰은 그를 증거 위조와 위증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거부 표현해도
폭행 없으면…

이런 이유로 비동의간음죄는 뜨거운 감자다.

한 성범죄 관련 변호사는 “현재 한국에서는 성관계 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했어도 폭행이나 협박이 없으면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강간 사건서 당시의 폭행이나 협박이 녹음, 녹화, 목격자 등 직접적인 물증으로 입증되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현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과 피의자의 협박이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게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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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