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팽팽한 ‘비동의간음죄’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09 09:02:47
  • 호수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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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못 만지는 뜨거운 감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폭행이냐, 협박을 당했느냐? 이는 피해자가 강간을 당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통한다. 지금은 이런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 흐름으로, 강압적인 상황에서는 협박이나 폭행이 아니더라도 강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간은 사람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제297조(강간)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기재돼있고, 제297조의2(유사 강간)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잠재적 피해자
잠재적 가해자

즉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들어가야 성립되며, 성범죄 중에서 가장 중한 범죄다. 5대 강력 범죄기도 하며 살인죄를 제외하고 강도와 동급으로 죄질이 나쁘게 취급된다. 정신적, 신체적 피해가 막대하고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강간죄에 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바로 ‘비동의간음죄’다. 비동의간음죄는 ‘성폭행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비동의간음죄는 2011년 유럽연합의 EU 이사회서 ‘이스탄불 협약’으로 불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 및 가정폭력방지협약’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보도록 권고한 이후 시작됐다. 2020년 기준 34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다.


또 2010년 유엔 여성지위향상국(DAW)은 여성폭력 입법권고안을 담은 핸드북을 통해 ‘명백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강간 판단 기준으로 삼고 ‘강압적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 강간이라고 봤다. 2017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성범죄는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기준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내서도 비동의간음죄가 주목받았다. 국회에서는 정의당을 주도로 비동의간음죄 신설 입법 움직임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총선 정책공약집에는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삶의 질 수직 상승을 위한 민주당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4년 전 총선서도 이를 10대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민주당이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발표하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로 범죄 여부를 결정하면 입증 책임이 검사에서 혐의자로 전환된다. 그렇게 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성관계 후 나중에 한쪽이 ‘사실은 나 그때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한 거야’라고 주장하고, 보통의 성관계가 그렇듯 상호 동의를 입증할 특별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으면 결국 강간으로 규정될 심각한 위험성이 있다”며 “민주당은 비동의간음죄서 도대체 어떤 경우가 비동의고 어떤 증거가 있어야 동의가 입증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들어 보시라”고 지적했다.

녹음, 녹화, 목격자 없다
기획·조작되는 성폭행은?

그러자 민주당 정책실장은 지난달 27일,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비동의간음죄는 공약 준비 과정서 검토됐으나 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실무적 착오로 선관위 제출본에 검토 단계의 초안이 잘못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 과정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당내 이견이 상당하고, 진보·개혁 진영 또는 다양한 법학자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검토는 하되 이번에 공약으로 포함하기에 무리가 아니냐는 상태로 정리됐는데 실무적 착오로 취합·제출 단계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서 비동의간음죄가 이슈인 만큼 시민들에게도 논란인 가운데, 여성계는 찬성 입장이다. 여성계는 “비동의간음죄는 성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행 강간죄는 성폭력 피해자의 항거 여부에 따라 죄의 경중을 물어 피해 유발의 책임을 물어보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비동의간음죄에 찬성하는 직장인 A씨는 “영미법 국가의 강간죄 관련 정의 중 ‘동의’란 당사자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며, 관련된 행위와 속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완전한 인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의한다”며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은 무조건 강간죄로 인정되는 이유다. 당사자의 동의가 없다는 말은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폭행·협박의 기준은 명확하지만, ‘동의’는 판단 기준이 불분명하고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직장인 B씨는 “비동의간음죄는 성관계할 때마다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나중에 상대방이 ‘사실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면 졸지에 범죄자가 되는 것 아니냐. 무수한 무고를 만들 수 있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34개국
사례는?

논란이 일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동의간음죄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섹스 신청서’ 양식이 확산됐다. 실제로 2021년에는 성관계 당사자들이 서로 동의를 기록·보관하는 애플리케이션 ‘그래그래’가 출시된 바 있다.

문제는 이미 여성이 성폭행당했다고 무고로 남성을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소속사 대표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며 무고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아이돌 출신 BJ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지난달 21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사건 당시 CCTV 영상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태도와 입장에 비춰보면 신빙성이 낮다. 범죄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씨가 소속사 사무실의 문 근처서 범행이 이뤄졌다고 진술하면서도 문을 열고 도망칠 시도를 하지 않은 점, 범행 장소를 천천히 빠져나온 뒤 회사를 떠나지 않고 소파에 누워 흡연하고 소속사 대표와 스킨십을 하는 등 자유로운 행동을 보인 점 등을 토대로 C씨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간미수는 피해자를 폭행 등으로 억압한 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서 일부 의사에 반하는 점이 있었다고 해서 범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시에 상대방에게 이끌려 신체접촉한 뒤 돌이켜 생각하니 후회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고소했다면 허위고소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인에게 즉석만남을 가장해 ‘가짜 성폭행’을 기획한 뒤 거액을 뜯어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 일당은 대부분 20대였으며, 범행에 가담한 여성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무엇이
다를까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년7개월에 걸쳐 미리 여성들을 섭외한 후 즉석만남을 가장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이때 지인들을 불러 성관계를 유도했다. 성관계 후에는 회사에 성범죄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식이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대로 적게는 수백만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일당은 성관계를 유도하는 유인책, 실제 성관계를 하는 여성, 여성의 보호자로 사칭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인물 등 다양한 역할을 나눠 의심을 피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마약류인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몰래 먹여 정신을 잃게 해 당시 상황을 기억 못하게 하는 수법으로도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선배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일당에 당한 피해자는 28명에, 피해 금액은 총 3억여원에 달했다.

경찰은 금융계좌 분석, 휴대전화 포렌식, 압수수색 등 3개월 수사 끝에 피해자를 모두 특정했다.

한 명의 여성이 여러 명의 남성을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목적은 합의금이었고, 60대 여성은 1심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정재익 부장판사)은 무고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D씨는 2019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남성 5명을 강간·준강간·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허위 신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주로 생활정보지에 ‘결혼할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광고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남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남성과 합의 후 성관계하거나 신체접촉을 한 뒤 경찰 등 수사기관에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남성들이 합의를 시도하면 신고를 취하하고,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을 했다. D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남성 2명에게 각각 30만원과 7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동의의 구체적인 기준이 뭔지?
“피해자 거부해도 협박 없으면?”

그는 ‘돈을 잘 벌어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함께 산 사실혼 관계의 남성을 강간 혐의로 신고하기도 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남성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무고 행위를 반복했으므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무고한 남성들이 처벌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성폭행 피해를 당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허위신고했다고 가짜 증언을 시키고 직접 증거까지 위조한 남자친구가 재판에 넘겨졌다. 일반적으론 여성 쪽이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허위신고하지만, 이 건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

이 남성은 5000만원 때문에 성폭행 가해자와 짜고 이 같은 짓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과 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화를 내기보다는 돈을 벌 기회로 삼았다.

검찰에 따르면,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 측은 “여자친구의 진술을 번복하게 해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5000만원이 탐났던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허위로 신고했던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자고 설득했고, 구체적인 허위 진술 내용을 읽도록 연습을 시키면서 녹음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허위 진술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자, 녹음본을 편집해 진술이 바뀐 것처럼 꾸며 증거로 제출했고, 직접 법정에 출석해 녹음한 경위 등에 대해 거짓말까지 했다. 그래도 검사를 속일 수는 없었다. 제출된 녹취록과 피해자 증언이 엇갈리면서 남자친구와 가해자의 범행이 탄로 났고, 검찰은 그를 증거 위조와 위증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거부 표현해도
폭행 없으면…

이런 이유로 비동의간음죄는 뜨거운 감자다.

한 성범죄 관련 변호사는 “현재 한국에서는 성관계 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했어도 폭행이나 협박이 없으면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강간 사건서 당시의 폭행이나 협박이 녹음, 녹화, 목격자 등 직접적인 물증으로 입증되기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현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과 피의자의 협박이나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게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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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