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 공개의 양날

범인이 부인하면 땡?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딱 맞다. 2022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상황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정보공개청구도 허용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지금도 공범들이 피의자신문조서를 거부하며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데, 재판 전에 미리 조서를 파악하고 부인하며 상황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사나 재판에 영향이 없다면 피의자신문조서 등 내부 문건도 검찰이 형사 고소인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로 인해 이미 증거능력을 부인받고 있는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법조계서 나오기도 한다.

증거능력 부인

A씨는 2019년 B사의 허위·과대 광고에 속아 회원비를 내고 불법 주식투자자문 등으로 손실을 봤다며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실질적 운영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9월 횡령·사기 혐의는 불기소 처분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일부 혐의만 약식 기소하고 불기소 처분 등을 내리자 A씨는 같은 해 서울고등검찰청(이하 서울고검)에 항고를 제기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주민등록번호나 직업 등 인적 사항을 뺀 B사 직원 등의 피의자신문조서·수사보고·변호인 제출 자료 등을 달라고 서울고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비공개로 결정했다.


이후 서울고검은 항고를 기각하면서 사건 기록을 서울남부지검으로 반환했고, A씨는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두 차례 더 했으나 이 역시 비공개 결정을 받자 행정소송에 나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A씨가 서울남부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A씨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향후 범죄 예방이나 정보수집 등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의 심리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재판서 “공개를 요구하는 자료는 개인의 내밀한 비밀이 포함된 자료가 아니며, 불법행위 피해자로서 권리 구제를 위해 취득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 정보 중 일부는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사항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지가 드러나 있다”며 “혐의자들이 이를 이용해 법정 제재를 회피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수사·재판 영향 없으면 공개해야”
“피고인 재판 대비도 수월해져 난감”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피의자신문조서 부인 시 증거능력이 없는 지금 고소인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피의자신문조서를 미리 파악하고 부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많은 증거 중 피의자신문조서는 특히나 공범 등의 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지만 2022년 시행된 형사소송법 개정과 이번 판결로 증거능력이 완전히 부인된 셈”이라며 “피고인도 공범 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정보공개 청구하고 재판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만든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가 복기한 조서가 공범 압수수색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2022년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으로 거의 증거능력을 잃었다.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했을 때에 한해 증거능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서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었다. 

진술한 내용이 맞으며 영상 녹화물 등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되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피고인이 조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의자진술조서가 증거능력을 잃으면서 공범이 많은 사건의 재판서 다시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상황도 많아졌으며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구속된 피고인이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는 사례도 다수 생겼다. 

이화영·신성식 등 다수 사례
“재판 지연·실체 규명 힘들어”

수사기관서 자백한 뒤 법정서 이를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꼽힌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및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북한서 방북 의전 비용을 요구하는데 비즈니스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처리할 거라고(도지사에게) 보고했고, 이재명 도지사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재판서 도지사 보고 등 관련 진술은 검찰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또 다른 사례는 ‘KBS 검언유착 오보 사건’과 관련해 발생했다. KBS에 거짓 정보를 제공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는 신성식 검사장 측이 지난 5월 열린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서 피의자신문조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검사장이 부인한 내용은 ‘한동훈 장관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하던 2020년 6~7월 한 장관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대화 녹취록이라며 두 사람이 유착했다는 내용을 KBS 기자들에게 알렸다. KBS는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가 곧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했다.


‘한 장관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은 신 검사장이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것으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유리한 증거지만 신 검사장이 부인하면서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최윤희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 검사도 지난 29일,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고찰’ 형사법 포럼 발제자로 나서 “2023년 공판부에 근무하면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발생한 여러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재판 장기화는 물론이고 범죄 실체 규명에도 적잖은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검·경서 한 진술은 증거가치가 매우 높다. 직접 사건을 경험한 이가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수사나 재판 영향을 가장 덜 받은 상태서 한 진술이기 때문”이라며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채택될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판 검증?

반면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웅재 교수(판사 출신)는 “사람의 진술은 언제나 오류 가능성을 수반한다”며 “공판 절차에서의 검증을 거친 경우에 한해 진술은 증거가치를 가질 수 있다”며 “법 개정 이전에는 조서 확인 절차가 증명되면 공판 과정서 진술 검증은 생략되는 ‘조서 재판’이 횡행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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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