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지붕 두 깃발’ 한체대 복수노조 속사정

한 달 사이 또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때 존재 의미를 갖는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유지,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용자의 불합리한 지시나 요구 등을 단체의 힘으로 저항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문제는 노조가 본연의 목적을 잊었을 때 일어난다.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는 국립대학 중 유일한 체육 특성화 대학으로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엘리트 체육 위주의 훈련과 수업을 병행한다. 실제 다수의 국제대회 메달리스트가 한체대 출신이다. 1976년 ‘한국체육대학’이라는 교명으로 설립됐고 1993년 단과대학서 종합대학으로 승격, 현재의 교명으로 변경됐다. 

선례 없어

최근 한체대 내부가 뒤숭숭하다. 교수가 120명 남짓한 학교에 두 개의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설립됐다. 2010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졌다. 복수노조 설립 자체는 현행법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국립대에 복수노조가 생긴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노동조합(이하 국교조) 관계자에 따르면, 한체대 사례는 처음 일어난 일이다. 현재 한체대에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체육대학교 지회(이하 국교조 한체대 지회)’와 ‘교권수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노동조합(이하 교권수호 교수 노조)’ 등 두 개의 노조가 공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교조 한체대 지회가 설립됐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8년 대학교수의 노조 결성을 막고 있던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토대로 2019년 10월25일 ▲대학의 공공성 확보 ▲대학자치와 학문의 자유 구현 ▲교권과 교수 신분의 보장 ▲고등교육의 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국교조가 창립됐다. 


한체대 지회장을 맡은 윤창선 체육학과 교수는 지회 출범 당시 “교수의 교권 보호와 권익 향상, 그리고 학생의 인권보호, 대학 사회 속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립대학 민주화와 고등교육 정상화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한체대의 주먹구구식 행정관행,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열악한 연구와 교육여건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언급했다. 특히 한 전임교원의 재계약 처리 과정서 학교의 처분이 잘못돼 소청심사위원회서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공론화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며 “한체대 지회가 그 창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국교조 한체대 지회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가입 안내문을 교수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전송한 다음 날인 지난 1월16일, 교권수호 교수 노조 발기인 관련 내용이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라왔고 같은 달 19일 교권수호 교수 노조 위원장인 박재현 경기지도학과 교수가 설립 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사이에 한체대 내부에 교수 노조가 연이어 설립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노조 설립 시기를 두고 교권수호 교수 노조가 국교조 한체대 지회를 견제하기 위해 급하게 설립됐다는 말이 떠돌았다. 동시에 교권수호 교수 노조 위원장이 총장 일행과 대만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서 학내서 언급되는 소문과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노조의 명칭에 나타나 있듯 온갖 거짓과 음해를 통해 교수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교권유린 세력에 맞서 교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배경을 언급했다. 

교섭위원 선임 협의 결렬
조합비 없이 위원장이 다?


그러면서 “국교조 지회를 설립한 일부 인사는 교권을 유린하는 데 서슴지 않았고 진실규명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며 “이런 교권유린 세력이 모여 국교조 지회를 설립한다는 얘기를 듣고 교권수호의 뜻에 동의하는 주변 교수들이 모여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교조 한체대 지회를 견제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교조 한체대 지회를)견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지난 1월 문원재 한체대 총장과 보직자 등 총 8명이 대만으로 해외 출장으로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2006년 이후 대만에 간 적 없다”고 답했다.

국교조 한체대 지회와 교권수호 교수 노조가 학교와의 교섭을 위한 교섭위원 선임을 두고 진행한 협의는 결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달 16일 기준 국교조 한체대 지회에는 34명, 교권수호 한체대 교수 노조에는 15명의 조합원이 있다. 교섭위원은 각 노조의 조합원 수에 따라 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교조 한체대 지회 쪽은 단체협상의 당사자가 국교조 본조라는 점을 들어 교권수호 교수 노조에 총 10명의 위원 가운데 1명을 배정하겠다고 협의안을 내놨다. 국교조 본조 인원이 약 1900명이고 교권수호 교수 노조 조합원이 15명인 현 상황서 원칙대로라면 자리를 줄 수 없지만 조건을 충족할 경우 한 자리를 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국교조 한체대 지회가 내세운 조건은 ▲(교권수호 교수 노조의)조합원 명단 제공 ▲지난달 16일 이전 한 달 동안 조합비를 납부한 조합원 명단과 날짜에 대한 증빙자료 제공 ▲조합비를 납부한 조합원의 숫자가 15인 이상일 것 등이다.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등에관한법률(교원노조법) 시행령 제3조2(교섭위원의 선임)에 따른 조건으로 확인된다.

다시 말해 복수의 노조가 사측과의 교섭을 위한 단일 창구를 만드는 과정서 그 교섭위원은 조합원 수에 따라 구성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서 교권수호 교수 노조가 조합원의 조합비가 아닌 위원장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이 없다면 교섭위원을 구성할 때 교권수호 교수 노조는 자리를 요구할 수 없는 셈이다. 

박 교수는 “국교조 한체대 지회서 교섭위원 선임 협의와 관련해 황당한 협상조건을 내세웠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의견을 수렴해 한체대 국교조 지회와 우리 노조에 대해 2대1 비율의 교섭위원 선임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노조 운영을 위해 들어간 비용이 전혀 없다. 노조 설립을 위한 서류를 프린트하고 설립 신청을 위해 이동한 비용 정도다. 이 정도 비용은 위원장이 처리한다는 의미”라며 “노조 운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거의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판단돼 당분간 따로 조합비를 걷지 않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결론은?

국교조는 선례가 없던 한체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중웅 국교조 위원장은 “교수는 양심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다. 노조 설립의 이유가 학교 쪽에 서기 위한 이른바 ‘어용 노조’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세가 판단할 것”이라며 “친일파가 현재에 이르러 매국노로 여겨지듯 어용 노조에 합류하는 교수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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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