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에디션 R’ 프로젝트 김민정·도윤희·정주영

세 작가가 보는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새로운 프로젝트 ‘에디션 R’을 선보인다. 에디션 R은 갤러리현대 작가의 과거 작품을 되돌아보고(Revisit), 현재의 관점서 미학적 성취를 재조명(Reevaluate)해 작품의 생명을 과거에서 현재로 부활(Revive)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그 일환으로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작가의 기획전을 준비했다. 

갤러리현대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창작 행위의 지평을 살피고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미적 여정을 보다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험을 제시하고자 ‘에디션 R’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작가가 준비한 풍경전이다. 

현실과

풍경을 한자어로 풀면 ‘바람이 만드는 경치’라는 의미다. 나와 내가 바라보는 대상 사이로, 바람이 지나는 공간의 존재로 눈앞에 펼쳐져 마주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풍경전은 현실과 그 너머의 비가시적 경치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세 작가의 초기 작품을 소개한다. 

자연이라는 대상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심미적인 풍경으로 형상화한 김민정의 작품, 비가시적인 인식으로부터 시작해 실체를 인식하는 도윤희의 내적인 풍경, 이미 선택돼 변용된 풍경을 다시 선택하고 변주해 풍경이란 주제가 가지고 있는 개념에 도전하는 정주영의 풍경까지 다룬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주요 작품을 소개하며 세 작가가 20대서 40대 사이에 마주한 각각의 풍경을 소개한다. 


김민정은 30여년 동안 동아시아 회화 예술의 유산인 지필묵의 전통을 서구 추상미술의 조형 어법과 결합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서 소개되는 김민정의 작품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작가가 이탈리아에 머물며 완성한 작업이다. 

1990년대 동양철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김민정은 생각과 마음의 비움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불교적 관점의 풍경을 선보였다. 마음과 머리를 완전히 비운 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가 마음과 눈에 투영돼 나와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작가가 보는 풍경이 된다.

대지, 봄, 월식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제목 ‘La terra’ ‘Primavera’ ‘Eclisse’ 등은 김민정이 자연현상서 받은 영감을 작품화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도윤희는 40여년 동안 다양한 기법의 추상회화를 통해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다. 풍경전서 소개되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의 작업은 흑연 드로잉 위에 바니시를 반복적으로 칠한 독특한 질감과 깊이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40대 사이에 본 경치
다채롭고 아름다운 시간

도윤희는 문학과 시각적 언어 양쪽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세상으로부터 포착한 아름다움을 일기로 쓰고 작품의 제목으로 일부 문구를 차용했다. ‘밤은 낮을 지운다’ ‘천국과 지상의 두 개의 침묵은 이어져 있다’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같은 작품의 제목이 그의 글귀서 인용됐다. 

이후 2015년 갤러리현대서 열린 개인전 ‘Night Blossom’서 작품 제목을 모두 ‘무제’로 정하며 문학적 요소와 결별을 암시하고 억제했던 색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도윤희는 “삶에서 마주하는 현상과 물질 등 인간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시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이 ‘시’를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주영은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중견 화가로 ‘산의 작가’로 통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산의 풍경을 캔버스로 옮겨 그렸다. 산은 서양회화에서는 풍경화, 동양회화에서는 산수화로 불리는 장르의 대표적인 공통 화제 중 하나다. 정주영에게 풍경화는 회화의 방법론을 실험하는 장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김홍도, 시중대(부분)’ ‘김홍도 가학정(부분)’ ‘정선, 인왕제색(부분)’은 1995년서 1997년 사이 작가가 암스테르담서 유학하던 시기에 그려졌다. 일부는 그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제작된 작업이다.

이 작품서 정주영은 산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김홍도와 정선이 이상을 현실에 옮겨 놓은 그 회화적 공간의 작은 일부를 대형 캔버스에 확대해 그렸다.

원본과 이어지는 관계서 정주영의 작품은 새로운 회화적 공간으로 구축되며 진경과 실경, 관념과 실재, 추상과 구상 사이에 놓인 이중적인 틈 회화의 세계를 제시했다. 관념과 추상을 넘어선 감각과 체험의 구체적이며 원초적인 차원으로 우리 인식의 뿌리를 잡아 이끄는 풍경의 초상을 완성했다. 

그 너머의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풍경전은 김민정, 도윤희, 정주영 세 작가가 각각의 풍경을 보여주며 나라는 주체가 풍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감각할 수 있는지,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제각각 얼마나 다채로운 것인지 되새겨 보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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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