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튄 흉악범 6인 추적> <단독> ‘필리핀 도박왕’ 부실 기소 미스터리

1조3000억 물렸는데 겨우 40억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필리핀 도박왕’ 사건 재판이 수개월째 공전 중이다. 피고인 ‘조삼’ 김모씨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 대형 로펌이 또 사임신고서를 제출해 해당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검찰도 문제라고 비판한다. 공판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김씨의 혐의를 부실하게 들여다봤다는 지적이다. 

“계좌 내역이 있다면서요. 출력물이잖아요. 원본 파일을 제출해 달라는 건데.” 지난 6일 진행된 ‘필리핀 도박왕’ 사건 재판 도중 판사가 검찰 측에 한 말이다. 공판 담당 검사가 재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한 셈이다. 검찰의 부실한 대비가 피고인 ‘조삼’ 김모씨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혐의 적용도 논란이다. 비슷한 사건으로 알려진 ‘민준파’ 사건과는 사뭇 다르다. 

조삼은
누구냐?

김씨의 공판은 그가 지난해 9월20일 구속 기소된 이후 총 6번 진행됐다. 약 6개월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재판 진행이 더뎠던 건 김씨 변호인 측의 연이은 사임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가 선임했던 대형 로펌은 총 5곳이었다. 개인 변호사들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13명이 사임계를 제출해 왔다. 일부 로펌은 공판 직전 검찰 측 기록에 관한 복사 및 열람을 신청하고 나서 사임했다.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기도 했다. 김씨의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공판 담당 검사가 재판에 집중하지 않는 태도도 문제다. 김씨는 자신이 바지사장으로 내정된 이후 현금을 움직이는 자금책이었을 뿐 총책은 따로 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모르는 부분이 포함된 부분과 중복으로 산정된 부분이 있어서 실제와 다르다. 1조3000억원이라고 기소돼있지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검찰 측에 문제가 되는 계좌에 관한 증거기록과 전산자료를 일괄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검찰 측은 “찾아 보고 있으면 제출하겠다. 관련자들이 다 재판 중이라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왜 시일이 걸리냐? 아니 계좌 내역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출력물을 말하는 거다. 그 원본 파일을 제출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측은 “증거기록을 샅샅이 뒤져 보지는 못했다. 확보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계좌가 여러 개가 있고, 회원 입금한 돈이 계좌로 넘어가고 다시 일부는 반환되거나 순환이 이뤄졌다. 변호인 측이 주장한 건 순환되는 걸 걷어내면 1조3000억원은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검찰도 수사할 때 순환되는 건 걷어내고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부분에 관한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공판 검사 수차례 지적
이러다…혐의 입증 물거품 우려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구속 만기가 다 되도록 진행된 게 없다. 이건 피고인에게도 유리한 게 아니다. 변호인들이 뒤늦게 선임된 건 이해하지만, 1차 기소된 사건 구속기한도 다 됐는데, 이 상태면 재판 진행 자체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직접 재판 진행이 더딘 문제를 언급할 정도면 인내심에 한계치에 온 것”이라며 “검찰이 판사가 지적한 증거조차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부분은 아직 초임 검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현재 단계서 피고인이 노리는 건 불구속이다. 실형을 피할 수 없으니 최대한 혐의를 빼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이 증거를 보완해야 하는데 어쩌면 입증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형 보이스피싱 범죄였던 민준파 사건은 김씨의 범죄와 유사했다. 이 사건도 김씨처럼 필리핀 마닐라서 시작됐다. 민준파 조직원들은 마닐라 콘도 등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한 뒤, 개인적인 인적 관계를 이용하거나 필리핀 현지 사이트에 “상담원을 구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하며 신규 조직원들을 모집했다.

이들이 범행 초기에 가장 신경 쓴 것은 보안 유지로 실제로 조직원들은 실명을 쓰지 않았다. ‘승이’ ‘맹구’ 등 가명 또는 별명을 써서 신분을 철저히 위장했다. 이 조직(민준파)의 총책이 되는 팀장 최민준이 ‘민준’이란 가명을 쓴 것도 이때부터다.

이들은 조직원들의 여권을 거둬 여행사에 맡겨 버리는 방식으로, 조직원의 이탈을 적극 방지했다. 한 번 가입한 조직원은 마음대로 탈퇴할 수 없었고, 내부 사정을 밖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받았다. 

피해액 200억 
‘민준파’ 유사

나중에 민준파 부총책이된 A씨가 보이스피싱에 발을 들인 것도 이 무렵이다. 2016년 1월 A씨는 큰 돈을 벌고자 필리핀으로 갔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고, 최씨와 A씨는 팀장과 팀원으로 2017년 1월까지 58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겼다.

최씨와 A씨는 2017년 가을쯤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하는 보이스피싱 범행조직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총책 최씨와 A씨는 ▲콜센터 직원 ▲출집(보이스피싱 인출책) ▲장집(대포 체크카드 모집책) ▲국내 인출책 ▲국내 환전책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꾸렸다. 콜센터 조직은 팀장급 별명이나 팀 구성원들의 특성에 따라 10여개 팀으로 구성됐다.

최씨는 2021년까지 약 4년간 보이스피싱 범죄를 일삼으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20년 2월 ‘민준파’의 존재를 인지한 후 2017년도부터 2020년까지의 3년간 발생 사건을 분석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을 특정해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의 혐의로 국내 조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후 총책 최씨 등 조직 윗선까지 검거하기 위해 약 2년간 장기 추적을 거듭했다. 총책의 동선을 확보한 경찰은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하며 1주일간 잠복한 끝에 지난해 9월 드디어 최씨를 검거했다. 나흘 뒤에는 총책의 검거 사실을 눈치채고 급하게 다른 곳으로 도피를 준비하던 A씨와 조직원 4명도 모두 검거했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수원지검으로 구속 송치됐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와 A씨는 2017년 12월쯤부터 약 4년간 피해자 560명으로부터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3억3000만원까지 뜯어 총 108억원을 가로챘다. ‘민준파’ 이전의 보이스피싱 조직서 얻은 범죄수익을 합하면 피해액은 총 160억~170억원으로 늘어난다.


대놓고
공판 지연

검찰은 당시 합수단은 법리 검토를 통해 단순 사기죄서 법정형이 높은 특경법 위반으로 혐의를 변경하며 법원에 중형 선고를 요청했고, 최씨에겐 동종범죄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과 추징금 20억원이 선고됐다. A씨에겐 징역 27년과 추징금 3억원이 선고됐다. 기존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한 최장기형은 징역 20년(안산지원·피해액 54억원)이었다.

사건 내용을 보면 민준파 사건과 김씨의 사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김씨의 혐의를 두고 사기도박 혐의가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내용에 밝은 한 수사관은 “수년간 이뤄진 조직적인 범죄고 수사 과정서 김씨가 보이스피싱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여럿 포착된 바 있다”며 “검찰의 추가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른 수사관도 “1조3000억원대 부당이익은 역대급 범죄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상황으로는 중형이 선고되기 어렵지 않나 우려가 된다. 타인을 기만한 증거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추가 기소가 이뤄지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를 속인 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승률을 조작했다거나 이용자들을 속였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터넷상에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상대방과 도박하는 구조를 만들고 수수료 형식으로만 수익을 냈다면 사기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남부지검의 한 검사도 “차후 공소장 변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검찰서 신중하게 기소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전관을 썼다고 해도 재판부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에는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다.

계좌 증거도 준비 못해…느슨한 대응
6개월 시간 끌기…사임 변호사만 13명 

김씨의 부당이익 1조3000억원 중 검찰이 특정한 금액은 40억원에 불과하다.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사정당국 수사관들의 추가 조사 이후 금액이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김씨가 조직원들을 통해 현금을 은닉하거나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필리핀 길거리 환전소서 대량으로 바꿔치기는 방법을 지속해온 만큼 추적에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코인 거래소도 추적이 어려운데 수십서 수백만원을 환전소서 현금화한다면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김씨가 은닉한 금액을 추적할 순 있어도 이미 현금화된 돈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정당국은 김씨의 두 번째 아내로 추정되는 B씨가 김씨의 수익 일부를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으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필리핀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 중”이라며 “범죄수익환수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자가 아니었던 B씨는 김씨를 만난 이후 생활고에 시달린 적이 없다. 마땅한 직업이 없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다. B씨는 현재 마닐라 지역 중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꼽히는 곳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자식은 일반인이 다닐 수 없는 국제학교에 다니며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의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B씨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은닉한 추가 금액을 B씨가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해외 파트 담당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김씨가 필리핀 현지서 잡혔을 당시 초호화 생활을 했던 건 차명으로 운영하는 계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고급 리조트에 거주하며 마이바흐 등 고가 외제 차량 10대를 타는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와이프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난한 동네서 살던 B씨가 월세 1000만원이 넘는 곳에서 거주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기 혐의
적용 안 해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김씨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김씨 측 변호인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김씨가 필리핀서 검거된 뒤에도 허위 사건을 만들어 송환을 지연시키는 등 또다시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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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