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보도 후…

3년6개월 만에 재판 열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훈(가명)의 삶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보육원에서는 학대를 견뎌야 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변화를 기다려야 했다. 자신을 괴롭힌 보육교사를 단죄하기 위해 지난 기억을 들춰야 했던 시간. 지훈은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아동보육시설인 꿈나무마을서 아동학대 의혹이 불거졌다. 꿈나무마을은 2019년까지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던 곳이다. 현재는 예수회 산하 재단법인 기쁨나눔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었다. 박지훈(가명)군이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엔 마리아수녀회가 꿈나무마을을 운영하고 있었다.

악몽의 시간

지훈이는 2021년 9월 꿈나무마을 보육교사 성모씨, 장모씨, 정모씨 등 3명을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는 지훈이가 5년여(2011~2016년) 동안 어떻게 신체와 정신이 망가졌는지가 빼곡하게 기록돼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지훈이는 보육교사뿐만 아니라 그들의 조종을 받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폭행을 당했다. 

고문에 가까운 기합을 당했고 무거운 책을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1만번이나 반복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정서적 학대 수준도 엄청났다. 다른 아이들로부터 ‘지능이 낮은 아이’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었고, 보육교사가 ‘투명인간’으로 지목하면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밥 역시 혼자 먹어야 했다.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행정입원) 되는 일도 일어났다. 지훈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의 적극적인 항의로 병원서 나올 수 있었다. 꿈나무마을서 지낸 시간은 지훈이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훈이는 그 악몽을 지우는 대신 극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가 지훈이를 지원했고 유정화 한강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대리인이 됐다. 지훈이의 아동학대 피해 소식은 2021년 10월 <일요시사>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1344호 ‘<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참고) 

최초 보도 이후 꿈나무마을은 물론 마리아수녀회서 운영하는 부산 소년의집서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해당 제보를 바탕으로 ‘<단독>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삼가면 힐링농장’의 비밀’ ‘<단독> 꿈나무마을 보도 이후…“수녀님도 때렸다” 증언 나왔다’ 등 추가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고아권익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꿈나무마을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시설 폐쇄, 법인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육원 피해 소식 2021년 10월 처음 알려
길고 긴 지훈이의 기다림…첫 공판 열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몸과 마음이 바르게 성장해야 할 시기에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진 다양한 방식의 학대 행위로 인해 정신적 상처가 매우 크다”며 “보육교사 3인과 마리아수녀회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에 대한 감사와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은평구에 꿈나무마을 보육원 시설폐쇄와 마리아수녀회 법인 취소가 응당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마리아수녀회는 2022년 1월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의혹 제기 자체만으로도 참담함과 당혹감을 느끼며 무엇보다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픔을 삭이며 감내해 왔을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이미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아프다는 표현을 해 왔을 텐데 이들의 외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아픈 시간을 오래 보내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잘못했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고 사과했다.


마리아수녀회 측에서 사과문을 내놓고 수습에 나섰지만 실제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그 피해를 보상할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사과문으로 사태를 봉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는 마리아수녀회 측의 사과와는 별개로 지훈이 제기한 소송의 진행 속도가 매우 더뎠다는 점이다. 고소를 진행한 지 2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보육교사 3명이 기소됐고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서 첫 공판이 열렸다. 고소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햇수로는 무려 4년 만이다. 

유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서면 인터뷰서 “고소장을 제출하고 경찰조사가 이뤄지다가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면서 지체됐다. 특히 가해자와의 관계서 증인의 진술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검찰서 보강수사 명령이 경찰에 내려오면서 추가로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기소 이후 가해자의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아 실주소지 확인 작업을 거치는 과정서도 시간이 소요됐다. 

2021년 9월 아동학대 혐의 고소
“보육 현실 보여주는 재판될 것”

유 변호사는 기소 과정서 고소 내용이 많이 누락된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피해자의 진술을 온전히 뒷받침할 추가 증거 확보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범죄의 특성상 학대당한 신체 부위에 흉터가 남아있거나 사진 등 물적 증거가 없는 이상 가해자가 부인하는 상황서 기소까지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당시 지훈이는 휴대폰을 상시 소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극도의 불안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당한 학대 피해를 물적 증거로 남겨야 한다는 판단 자체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지훈이가 학대 피해를 당한 시기는 11~16세로 꿈나무마을의 통제 아래 있던 때였다.

재판은 가해자의 학대 행위가 상습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지훈이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거나 피해 보상을 받은 바가 없다.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중이다. 가해자가 1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훈이를 학대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사회 최약자들이 살아가는 보육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보육원에 아이들의 보육을 맡겨 두고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형식적인 검토자의 위치서 벗어나 학대 피해를 당하는 아이들이 피해 상황서 즉각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이고 물적인 장치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의 시간

아동학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전용 연락망을 개설하거나 제3의 피신 장소와의 연계, 심리치료 지원,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의 즉각적인 개입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이 그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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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