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초동수사’ 까칠한 조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04 15:12:42
  • 호수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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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고 사는데 법타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강력범죄는 초동수사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범죄가 발생한 시점서 피해를 막을 순 없지만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의 강력범죄 수사 시 발목을 잡는 게 있다. 바로 성인 실종 신고자를 수사할 법령이 없는 것이다.

강력범죄는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폭행, 살인, 방화, 강도, 절도, 성폭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연히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초동수사를 하는 것이다. 초동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피해자의 생존 여부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강력범죄는 ‘성인 실종신고’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위험성
알려도…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종신고 당시 14세 미만인 아동은 ‘실종아동을 발견하기 위한 수색과 수사를 한다’ ‘개인 식별 목적을 위한 혈액, 모발, 타액 등의 검사 대상물로부터 유전자를 분석한다’ ‘경찰서는 실종아동의 발생 신고를 접수한 때에는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등의 법률로 실종아동을 찾아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반면 실종 성인을 찾기 위한 법령이 전혀 없는 상태라 실종신고가 들어와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종 당시 생명의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신고하면 ‘단순 가출’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가출인은 실종 수색을 할 수 없다.


경찰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수사를 하고 싶어도 ▲사생활 침해 ▲보복 ▲채권추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종자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사례는 연평균 약 2만명에 육박하지만, 성인 실종신고는 연평균 7만여건으로 아동 실종과 비교하면 약 3.3배나 많다. 미해제 건수는 평균 540여건으로 약 29배 많은 수치를 보인다.

법적 근거가 없는 성인 실종신고로 발생한 강력범죄 사례로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이 있다. 2021년 3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서 20대 남성 두 명이 또래 남성을 감금해서 장기간 갈취, 폭행한 끝에 피해자를 기아로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 재점화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 출신이었던 피해자는 성인이 된 후 아버지에게 “서울에 가야 한다”고 카드를 한 장 받고 친구 두 명을 따라 상경했다. 당시 친구들은 학창 시절에 피해자에게 장기간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친구였다. 

학교폭력의 정도는 심각했다. 학교 탈의실 안에서 유사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의 바지를 벗겨서 인터넷 방송에 송출하기도 했다.

“친구와 서울에 간다”는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자, 아버지는 지역 경찰서에 아들의 실종신고를 두 차례나 했다. 당시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갔더라면 강력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경찰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매년 늘고 있는 성인 실종자
전화 통화로 확인만 하고 끝


전화로만 피해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했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있는 상태라 구조 요청을 할 수가 없었다.

경찰 수사는 피해자의 카드 내역을 조사해 수소문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후 인근 편의점 사장이 폭력을 당한 것을 직감해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고, 피해자는 건강검진을 받고 입원했다. 이때 피해자는 아버지를 만나 “가해자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전화 통화한 것은 피해자가 시켜서 대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우리와 같이 있지 않다고 대충 말하고 끊으라”고 시켰던 것이다. 피해자의 체중은 감금 전 52㎏이었으나, 발견 당시에는 34㎏으로 심각한 기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장기간 기아 상태에 놓였으며 강제적으로 음식 공급이 끊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수사담당관의 잘못이 인정돼 정직 2개월, 심사담당관은 견책, 담당 과장에게는 불문 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성인 실종신고의 문제점은 전 남편을 살인한 후 유기했던 고유정 사건서도 드러났다. 2019년 5월18일 고유정은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제주도에 입항했다. 일주일 뒤 전 남편 사이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펜션서 머물다 같은 달 25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이틀 뒤 펜션을 나와 제주도를 빠져나갔다.

피해자의 남동생은 경찰에 “형이 전 부인을 만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제주도 펜션서 혈흔을 발견해 고유정의 주거지인 충북 청주서 전 남편 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실종됐다는 동생의 신고를 받은 후 고유정과 통화했다. 고유정은 경찰에게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도망갔다”며 거짓말했고, 담당 경찰은 그대로 믿었다.

대부분
단순 가출

재판을 앞둔 시점 고유정은 “계획적 살인이 아닌, 성폭행 방어 과정서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실종신고 당시 고유정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 외에도,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살해 현장 주변 CCTV를 최초로 확보한 것도 경찰이 아닌, 피해자의 유족(동생)이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증거물 중 하나인 졸피뎀이 든 가방도 초기 체포 과정서 놓쳤다. 이 가방은 고유정과 재혼한 남편(나중에 이혼)이 제출해 확보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러 CCTV와 고유정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잔혹한 범죄 이후 행동에 심리적인 장애가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에 대해 인정했고, 범죄 관련성이 높은 실종사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했다.

초동조치와 수사 과정 등에서의 부실 의혹에 대한 과실을 확인한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현행 실종자 분류 체계 판단을 정밀화했다. 경찰은 현재 15개가량의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통해 실종자를 크게 고·중·저 3단계로 나눴다.


경찰은 실종자 분류 체계 체크리스트에 ‘범죄 관련성’을 반영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했다. 현행 미성년자와 여성, 장애인, 치매 노인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고위험 기준에 범죄 가능성도 세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사건서도 원한 관계 등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경우, 세밀하게 따져볼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일선 수사관 의견 청취를 거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체크리스트 등 매뉴얼 수정은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이 실종 사건과 관련해 유사 피해와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돕는다. 사건 초기부터 피의자인 고유정의 진술만 믿고 사실 확인을 부실하게 했다는 게 고유정 사건 감찰의 결론이다.

가해자
말만 듣고…

경찰은 실종 수사뿐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과 신속한 대응을 위한 대책으로 ‘종합대응팀’을 신설했다. 초기 수색·인력투입 등이 관건인 실종 사건과 사회적 관심사가 높은 주요 사건을 체계적으로 다루겠다는 설명이다.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경찰청 합동점검단 관계자는 “일선 수사 과정에 본청, 지방청의 의견을 반영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청과 지방청 단위서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종합대응팀과 관련해 검찰의 지휘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고위험군이란 ▲택시 탑승 후 지인이나 애인 또는 가족에게 전화나 문자로 탑승 사실을 알린 후 귀가하지 않고 소재 불명 ▲통화 당시 다투는 소리, 우는 소리, 악 소리 등 범죄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 있는 경우 ▲구조 요청 전화와 문자(큰일 났다, 살려 달라 등) 발송 후 신고자가 보낸 회신을 읽지 않는 경우 ▲최근에 타인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전화 통화 시 다른 사람이 실종자 전화를 받은 경우 ▲금전거래(대출, 입금, 송금, 계좌이체 등)와 관련된 장소 또는 사람들(대부업체, 직업소개소 등)을 만나러 간 이후 연락이 두절된 경우 등을 말한다.

그러나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돼 경찰이 수사해도,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처럼 성인 실종자가 직접 범죄 피해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또 고유정 사건과 같은 유형은 실종신고 접수 및 수사 개시를 주저하기가 쉽다. 현장 경찰관들은 부부싸움 후 홧김에 가출, 회식 후 연락두절,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불안한데 감금된 것 같다’ 등 단순 가출로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강성 비난’을 대비해 지나치게 많은 경찰력을 동원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초동수사와 경찰력 낭비의 경계가 모호하다. 모든 경찰관이 범죄 및 교통사고 예방 등 본래의 기능을 멈추고 현장에 출동할 경우, 치안 공백과 경찰업무의 피로도 증가 문제점도 발생한다.

가정불화나 개인 사정 등으로 잠시 집을 떠나거나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는 경우인데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 극단적 선택이나 범죄와 연관된 것처럼 허위·과장 신고하는 사례가 잦아져 경찰력 낭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신고해도 현장 출동 불가능
“범죄 연관성 있어야 간다”

실제로 2021년에는 거짓 실종신고로 수개월에 걸쳐 경찰관들을 고생시킨 여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도 있다. A씨는 2020년 제주지역 경찰서에 찾아가 “16년 전 친척 집에서 당시 4살이었던 아이를 잃어 버렸다”고 실종 신고했다.

A씨 친척도 경찰에 “당시 일하고 집에 와 보니 아이가 없었고, A씨에게 알려주려 했으나 연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본 여성·청소년수사팀과 형사팀 경찰관들은 실종 현장 인근을 탐문하는 한편, 2004년 발생한 변사 사건을 수개월 동안 일일이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의 실종신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이를 B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했던 A씨는 후에 개인적인 이유로 C라는 이름으로 재차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다 최근 B에게 병역판정검사 통지서가 나오자 제적시키기 위해 경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됐다던 아이는 A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차주희)는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차 부장판사는 “공무원들의 정당한 직무 집행이 방해되는 결과를 낳은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이중으로 출생신고된 아이에게 병역통지서가 나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성인 실종자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인 데 반해 현행 실종자정보시스템은 노후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실종 법령‧제도 등이 변하고 실종 사건 데이터양이 증가했지만, 현행 시스템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실종자정보시스템에서는 발생지, 목격지 등 장소에 대한 정보를 텍스트로 관리하고 있어 실종자 동선이나 행적을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등포구 여의도동 33번지서 실종’과 같이 실종자의 위치는 텍스트로 표기된다.

이는 지도상 좌표 값으로 변환할 수 없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중인 112시스템, 지리적프로파일링(GEO-Pros), 폴리폰 등과 연계도 힘든 실정이다.

중요한
현행법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자에 관해 “현행법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가 들어와도 영장 없이 수색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범죄와 연관이 없다면 단순히 소재 파악을 위한 영장은 나오지도 않는다. 112에 극단적 선택 의심신고가 들어와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면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지만, 단순 가출신고는 수색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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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