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초동수사’ 까칠한 조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04 15:12:42
  • 호수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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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고 사는데 법타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강력범죄는 초동수사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범죄가 발생한 시점서 피해를 막을 순 없지만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의 강력범죄 수사 시 발목을 잡는 게 있다. 바로 성인 실종 신고자를 수사할 법령이 없는 것이다.

강력범죄는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폭행, 살인, 방화, 강도, 절도, 성폭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연히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초동수사를 하는 것이다. 초동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피해자의 생존 여부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강력범죄는 ‘성인 실종신고’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위험성
알려도…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종신고 당시 14세 미만인 아동은 ‘실종아동을 발견하기 위한 수색과 수사를 한다’ ‘개인 식별 목적을 위한 혈액, 모발, 타액 등의 검사 대상물로부터 유전자를 분석한다’ ‘경찰서는 실종아동의 발생 신고를 접수한 때에는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등의 법률로 실종아동을 찾아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반면 실종 성인을 찾기 위한 법령이 전혀 없는 상태라 실종신고가 들어와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종 당시 생명의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신고하면 ‘단순 가출’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가출인은 실종 수색을 할 수 없다.

경찰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수사를 하고 싶어도 ▲사생활 침해 ▲보복 ▲채권추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종자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사례는 연평균 약 2만명에 육박하지만, 성인 실종신고는 연평균 7만여건으로 아동 실종과 비교하면 약 3.3배나 많다. 미해제 건수는 평균 540여건으로 약 29배 많은 수치를 보인다.

법적 근거가 없는 성인 실종신고로 발생한 강력범죄 사례로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이 있다. 2021년 3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서 20대 남성 두 명이 또래 남성을 감금해서 장기간 갈취, 폭행한 끝에 피해자를 기아로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 재점화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 출신이었던 피해자는 성인이 된 후 아버지에게 “서울에 가야 한다”고 카드를 한 장 받고 친구 두 명을 따라 상경했다. 당시 친구들은 학창 시절에 피해자에게 장기간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친구였다. 

학교폭력의 정도는 심각했다. 학교 탈의실 안에서 유사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의 바지를 벗겨서 인터넷 방송에 송출하기도 했다.

“친구와 서울에 간다”는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자, 아버지는 지역 경찰서에 아들의 실종신고를 두 차례나 했다. 당시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갔더라면 강력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경찰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매년 늘고 있는 성인 실종자
전화 통화로 확인만 하고 끝

전화로만 피해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했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있는 상태라 구조 요청을 할 수가 없었다.

경찰 수사는 피해자의 카드 내역을 조사해 수소문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후 인근 편의점 사장이 폭력을 당한 것을 직감해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고, 피해자는 건강검진을 받고 입원했다. 이때 피해자는 아버지를 만나 “가해자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전화 통화한 것은 피해자가 시켜서 대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우리와 같이 있지 않다고 대충 말하고 끊으라”고 시켰던 것이다. 피해자의 체중은 감금 전 52㎏이었으나, 발견 당시에는 34㎏으로 심각한 기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장기간 기아 상태에 놓였으며 강제적으로 음식 공급이 끊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수사담당관의 잘못이 인정돼 정직 2개월, 심사담당관은 견책, 담당 과장에게는 불문 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성인 실종신고의 문제점은 전 남편을 살인한 후 유기했던 고유정 사건서도 드러났다. 2019년 5월18일 고유정은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제주도에 입항했다. 일주일 뒤 전 남편 사이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펜션서 머물다 같은 달 25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이틀 뒤 펜션을 나와 제주도를 빠져나갔다.

피해자의 남동생은 경찰에 “형이 전 부인을 만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제주도 펜션서 혈흔을 발견해 고유정의 주거지인 충북 청주서 전 남편 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실종됐다는 동생의 신고를 받은 후 고유정과 통화했다. 고유정은 경찰에게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도망갔다”며 거짓말했고, 담당 경찰은 그대로 믿었다.

대부분
단순 가출

재판을 앞둔 시점 고유정은 “계획적 살인이 아닌, 성폭행 방어 과정서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실종신고 당시 고유정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 외에도,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살해 현장 주변 CCTV를 최초로 확보한 것도 경찰이 아닌, 피해자의 유족(동생)이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증거물 중 하나인 졸피뎀이 든 가방도 초기 체포 과정서 놓쳤다. 이 가방은 고유정과 재혼한 남편(나중에 이혼)이 제출해 확보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러 CCTV와 고유정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잔혹한 범죄 이후 행동에 심리적인 장애가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에 대해 인정했고, 범죄 관련성이 높은 실종사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했다.

초동조치와 수사 과정 등에서의 부실 의혹에 대한 과실을 확인한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현행 실종자 분류 체계 판단을 정밀화했다. 경찰은 현재 15개가량의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통해 실종자를 크게 고·중·저 3단계로 나눴다.

경찰은 실종자 분류 체계 체크리스트에 ‘범죄 관련성’을 반영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했다. 현행 미성년자와 여성, 장애인, 치매 노인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고위험 기준에 범죄 가능성도 세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사건서도 원한 관계 등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경우, 세밀하게 따져볼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일선 수사관 의견 청취를 거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체크리스트 등 매뉴얼 수정은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이 실종 사건과 관련해 유사 피해와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돕는다. 사건 초기부터 피의자인 고유정의 진술만 믿고 사실 확인을 부실하게 했다는 게 고유정 사건 감찰의 결론이다.

가해자
말만 듣고…

경찰은 실종 수사뿐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과 신속한 대응을 위한 대책으로 ‘종합대응팀’을 신설했다. 초기 수색·인력투입 등이 관건인 실종 사건과 사회적 관심사가 높은 주요 사건을 체계적으로 다루겠다는 설명이다.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경찰청 합동점검단 관계자는 “일선 수사 과정에 본청, 지방청의 의견을 반영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청과 지방청 단위서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종합대응팀과 관련해 검찰의 지휘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고위험군이란 ▲택시 탑승 후 지인이나 애인 또는 가족에게 전화나 문자로 탑승 사실을 알린 후 귀가하지 않고 소재 불명 ▲통화 당시 다투는 소리, 우는 소리, 악 소리 등 범죄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 있는 경우 ▲구조 요청 전화와 문자(큰일 났다, 살려 달라 등) 발송 후 신고자가 보낸 회신을 읽지 않는 경우 ▲최근에 타인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전화 통화 시 다른 사람이 실종자 전화를 받은 경우 ▲금전거래(대출, 입금, 송금, 계좌이체 등)와 관련된 장소 또는 사람들(대부업체, 직업소개소 등)을 만나러 간 이후 연락이 두절된 경우 등을 말한다.

그러나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돼 경찰이 수사해도,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처럼 성인 실종자가 직접 범죄 피해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또 고유정 사건과 같은 유형은 실종신고 접수 및 수사 개시를 주저하기가 쉽다. 현장 경찰관들은 부부싸움 후 홧김에 가출, 회식 후 연락두절,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불안한데 감금된 것 같다’ 등 단순 가출로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강성 비난’을 대비해 지나치게 많은 경찰력을 동원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초동수사와 경찰력 낭비의 경계가 모호하다. 모든 경찰관이 범죄 및 교통사고 예방 등 본래의 기능을 멈추고 현장에 출동할 경우, 치안 공백과 경찰업무의 피로도 증가 문제점도 발생한다.

가정불화나 개인 사정 등으로 잠시 집을 떠나거나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는 경우인데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 극단적 선택이나 범죄와 연관된 것처럼 허위·과장 신고하는 사례가 잦아져 경찰력 낭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신고해도 현장 출동 불가능
“범죄 연관성 있어야 간다”

실제로 2021년에는 거짓 실종신고로 수개월에 걸쳐 경찰관들을 고생시킨 여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도 있다. A씨는 2020년 제주지역 경찰서에 찾아가 “16년 전 친척 집에서 당시 4살이었던 아이를 잃어 버렸다”고 실종 신고했다.

A씨 친척도 경찰에 “당시 일하고 집에 와 보니 아이가 없었고, A씨에게 알려주려 했으나 연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본 여성·청소년수사팀과 형사팀 경찰관들은 실종 현장 인근을 탐문하는 한편, 2004년 발생한 변사 사건을 수개월 동안 일일이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의 실종신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이를 B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했던 A씨는 후에 개인적인 이유로 C라는 이름으로 재차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다 최근 B에게 병역판정검사 통지서가 나오자 제적시키기 위해 경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됐다던 아이는 A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차주희)는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차 부장판사는 “공무원들의 정당한 직무 집행이 방해되는 결과를 낳은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이중으로 출생신고된 아이에게 병역통지서가 나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성인 실종자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인 데 반해 현행 실종자정보시스템은 노후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실종 법령‧제도 등이 변하고 실종 사건 데이터양이 증가했지만, 현행 시스템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실종자정보시스템에서는 발생지, 목격지 등 장소에 대한 정보를 텍스트로 관리하고 있어 실종자 동선이나 행적을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등포구 여의도동 33번지서 실종’과 같이 실종자의 위치는 텍스트로 표기된다.

이는 지도상 좌표 값으로 변환할 수 없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중인 112시스템, 지리적프로파일링(GEO-Pros), 폴리폰 등과 연계도 힘든 실정이다.

중요한
현행법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자에 관해 “현행법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가 들어와도 영장 없이 수색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범죄와 연관이 없다면 단순히 소재 파악을 위한 영장은 나오지도 않는다. 112에 극단적 선택 의심신고가 들어와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면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지만, 단순 가출신고는 수색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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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